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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다 치료했어요.
항암치료도 하고 방사선치료도 하고 호르몬제도 먹고 꼬박꼬박 검사도 다 했고...
6개월 검사하기 전까지 괜찮다고 하셨잖아요. 근데 왜 재발된건가요?"

많은 환자들이 재발되었다는 말에 가장 먼저 의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재발이란...."

다음의 그림을 보면서 얘기하는게 좋겠습니다.
제일 왼쪽의 그림에서 파란색이 원발 암입니다. 암이 발생할 때는 주위의 혈관을 끌어모읍니다. 종양조직이 성장하기위해서는 산소와 기타 영양분을 섭취해야 하기 때문에 혈관을 이용해 이를 섭취하게 되죠.
그렇게 종양이 혈관과 만나면 혈관안으로 종양세포가 침투해 들어갑니다. 파란세포가 암세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즉 수술을 해서 원발 종양을 제거해도 이미 그 전에 혈관안으로 들어가있는 암세포는 우리 몸에 남아있게 됩니다. 이렇게 혈관 안에 떠돌아다니는 암세포는 그 숫자가 많지 않아 현재의 표준 영상검사나 종양표지자 검사로는 발견이 되지 않습니다. 참고로 영상검사에서 종양조직이 발견되려면 10억개의 세포가 모여야 1cm 정도로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전까지는 검사를 해도 발견되지 않는거죠.

이러한 혈관 내 종양세포는 수술 후 항암치료 등의 치료를 통해 상당수가 제거되지만, 항암제에 반응하지 않는 세포는 살아남아 오랜기간 동안 온 몸을 돌아다닙니다. 그러다가 어떤 특정 장기의 환경이 종양세포의 증식에 유리한 경우, 거기거 자리를 잡고 다시 종양 덩어리를 형성하게 됩니다.
종양을 형성해도 일정 크기가 되지 않으면 우리가 하는 일반적인 영상 검사에서는 병이 발견되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크기가 커지면 비로소 병을 발견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른쪽 아래 그림처럼 새로운 장기에서 자리를 잡고 혈관을 끌어모아 종양이 커질 수 있게 되고 그것을 우리가 발견하면 재발이라고 말하게 됩니다.

즉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항암치료를 하고 방사선치료를 하고 호르몬 치료를 해도, 그러한 치료방법에 살아남는 세포가 있고, 그 세포들이 수개월, 수년간의 시간동안 발견되지 않은채 우리 몸에 남아있다가 덩어리가 커져야 비로소 우리가 그 존재를 알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세포의 존재를 조기에 발견하고, 그 세포의 성격에 맞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약제 변경의 시점을 찾아내기 위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를 위한 민감하고 특이적인 방법이 개발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개발되었다 하더라도 여러 임상연구를 통해 입증되어야 할 것입니다.

혈관 내에 종양세포가 떠돌아다닌다고 해도 그것이 모두 다 재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기간동안 우리 몸의 면역성이 증강되어 저절로 세포들이 사멸될 수도 있구요. 새로운 장기에 암세포가 자리를 잡게 되기까지에 관여하는 물질과 대사과정이 매우 복잡하여, 생각처럼 쉽게 전이, 재발되지 못합니다.
아직까지도 우리의 암 치료와 추적 검사는 개별화되어 있지 않고, 표준적인 가이드라인에 의해 환자를 진료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좀더 자주 검사하면 재발을 빨리 발견할 수 있겠지만, 재발을 빨리 발견하는 것이 완치율을 높이거나 생존기간을 늘리는 것으로 연결되는 것으로 입증된 암종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또한 비용이나 검사로 인한 후유증 등을 고려할 때, 무작정 검사를 자주 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결국 지금의 교과서적인 가이드라인에 맞게 검사하고 진료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최선의 방법입니다. ....

이러한 설명을 듣는다고 해서
환자가 재발된 지금의 상태를 납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억울함, 분노, 절망 등의 감정으로
이런 설명을 제대로 이해하고 동감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난 설명을 하긴 하지만,
나의 설명이 참 와닿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최초의 종양 세포의 성격, 그것이 애초에 많은 것을 결정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예후를 잘 예측하고, 재발을 좀더 민감하게 발견하며,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적절한 치료제가 나와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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