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전 언제까지 항암치료 해야하나요?

이수현 슬기엄마 2011. 3. 29. 20:59

다행스럽게도
유방암에 쓸 수 있는 항암제는 많다.
암 연구의 시초가 유방암에서 기원하는 일도 많았고
수 많은 신약 개발도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암의 특성도 다른 암에 비해 비교적 많이 알려져 있는 편이다.
쓸 수있는 약제의 옵션이 많다는 점에서 환자분께 다행이기도 하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항암치료의 원칙은
가능한 단독약제를 연이어서 쓰는 것이다.
복합으로 한꺼번에 2가지 약제를 쓰는 경우도 있는데
두가지 약을 한꺼번에 쓰니 반응도 좋고 생존률도 향상될 거라고 예상했지만
그만큼 독성이 강하여
전체적인 생존률을 향상시킬 것이라는 이론적 가설을 만족시키지 못하였다.
그래서 지금까지 교과서적인 대원칙은
단독 약제로
가능한 오래 - 병이 나빠질 때까지 - 쓰다가
병이 진행하면 그때 새로운 약제로 바꾸라는 것이다.

환자 : "그럼 전 끝없이 항암치료를 해야 하나요?"
의사 : "그렇게 끝없이 항암치료를 할 수 있는 몸상태가 유지될 수만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쯤 되면 환자들은 이해를 못하고 의사를 매우 원망한다.
환자 : "아니, 끝없이 항암치료를 하라구요?"

항암치료를 하다보면 약제를 바꾸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쓰던 약제가 더 이상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기존의 약제로 이미 죽을 세포는 다 죽은 것이고,
그 약제에 안 듣는 세포들이 남아있다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므로 더 이상 해당 약제를 유지하는 것에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혹은 효과보다는 독성이 강해 환자에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기 때문에 중단하기도 한다.  결국 같은 약제를 계속 쓴다는 것은 독성에 비해 효과가 유지되기 때문인데, 효과가 좋더라도 독성이 심하면 약제를 중단하게 되는 것이다.

즉 어떤 특정 한가지 약으로 계속 항암치료를 유지할 수 있다면 그것은 그만큼 그 환자에게 해당 약제가 계속 도움이 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므로 좋은 상황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항암제를 계속 맞을 수는 없다.
어느 강도 이상의 독성이 나타나면 항암제 투약을 중단하고 항암치료를 쉰다.
의사는 그런 기간을 chemo-holiday 라고 부른다. 항암치료 휴식기(축제)라는 뜻이다.

의사 : "지금 이렇게 잠깐이라도 쉬는 기간이 있는게 좋습니다."
환자 : "아니, 아직 내 몸에 암세포가 남아있는데 치료를 쉬라구요?
의사 : "네, 쉽시다."

쉬는 기간 동안 그동안의 약제 효과로 종양의 크기가 커지지 않고 유지되는 기간이 있다.
그것이 한두달이 될수도 있고 몇달이 될수도 있고 1년이 넘을 수도 있다.
물론 약을 끊으면 바로 나빠지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렇게 휴지기간을 주어야 몸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 나빠지더라도 다시 약을 쓰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4기 유방암은 완치되기가 힘들기 때문에
너무 강한 약제를 오래 써서, 혹은 많이 써서 몸을 괴롭히면
몸이 금방 상해서 받을 수 있는 치료도 제대로 못 받게 된다.
몸을 아끼면서
천천히
때론 병이 조금 나빠지는 한이 있더라도
내 몸이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게 치료의 원칙이다.

그런 치료과정이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에 환자들 마음속에는 걱정과 불안이 많다.
그런 환자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래도 의사는 좀 쉬자고 말한다.
"조금이라도 없던 증상이 나타나면 그때 치료를 시작합시다." 이렇게 말하면서...

의사가 쉬자고 말할 때 환자들은 불안할 것 같다.
그래도 쉬고 몸 좀 추스리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그 다음번 항암치료를 잘 견딜 수 있는 노하우가 될 수 있으므로 의사의 제안을 좀 편안하게 받아들이셨으면 좋겠다.
그렇게 짬짬이 내 인생에 시간이 주어지는 걸 잘 쓰는 게 좋다.
그 동안 여행도 다니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환자분들,
그렇게 휴식기 축제를 즐기다가 병원에 와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