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전 계속 일할 거에요

이수현 슬기엄마 2011. 3. 30. 09:56

한쪽 유방이 갑자기 커져서 병원에 오신 30대 중반의 K씨.
유방암이라는 소식에,
수술해야 한다는 소식에,
막상 수술할려고 봤더니 종양 크기가 너무 커서 수술전 항암치료를 하라는 소식에,
마음을 다잡고 항암치료를 하려고 했더니 이번에는 늑막에도 병이 있다는 소식에...

나는 몇일 간격으로 두고 그녀에게 이런 소식을 전하였다.

그녀는 담담하다.

"그래요? 그럼 언제부터 치료하게 되나요?
"오늘부터 합시다"
"근데....저 일해도 되나요?"
"무슨 일을 하시나요?"
"유통업체인데요 차 타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물건 옮기고 판매하는 일이에요"
"처음 한달간 항암치료 해 보고 컨디션 괜찮으면 하십시다"
항암치료 때문에 힘들수도 있지만
많이 힘들지 않을수도 있으니까 기다려 볼 수 있을 것 같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먹고 살아야 하니까 돈을 벌어야 하고
치료도 받아야 하지만 일도 해야 한다.
생계를 스스로 책임지는 그녀, 나는 그녀가 계속 일했으면 좋겠다.

나는 가능하면 원래 하시던 일을 다 하시라고 말씀드린다.
항암치료를 하면 쉽게 기운이 빠진다.
그리고 사소한 일에도 염증성 질환이 생기기 쉽고 열이 나기 쉽다. 열이 나면 가능한 24시간 이내에 병원에 와서 나를 만나라고 하기 때문에 예정에 없는 병원 방문도 생길 수 있다.
구토감 등의 증상으로 힘들수도 있다.
그렇지만
매일 새벽 일찍 출근해야 하고 몸을 많이 써야 하는 일이 아니면
컨디션되는 한에서 일을 하시는 것이 좋다고 추천하는 바이다.
아마도 다른 전이성 암 환자분께는 이런 말을 하기 어려울 것 같다. 환자들의 몸 상태가 일할 만큼이 안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이성 유방암은 몸 여기 저기, 병이 있는 4기라 하더라도 컨디션이 좋은 분들이 많고,
4기인 상태로 꽤 오랫동안 일상생활을 잘 꾸려가신다. 통증이나 큰 불편함없이 말이다.
특별한 일없이 24시간 동안 재미있는 일을 찾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자기 병이나 몸만 생각하면서 살수도 없기 때문에,
난 일을 하시라고 말씀드린다. 나만 생각하지 말고 남도 생각하고, 내 일이 아닌 다른 일에도 관심을 갖고, 그러면서 생산성있는 일도 하고, 그리고 내가 한 어떤 일로 남에게 도움도 되는, 그런 일을 하셨으면 하고 바란다.
실재 내가 진료하는 4기 유방암 환자 중에
학교 선생님, 간호사, 증권회사 간부, 미용실, 학원강사, 식당운영 등 일하시는 분들이 꽤 있다.
가발쓰고 화장하고 멋지게 단장하고 진료실에 나타나시면
내가 훨씬 추레하고 볼품없을 정도이다.
식당 운영도 하시지만 급하면 당신이 직접 일을 하시기 때문에 손에 물을 많이 묻히는 때면
탁소텔 때문에 안그래도 손톱이 쭈글쭈글한데 금방 빠질 것 처럼 되어 외래에 오시기도 한다.
난 그렇게 씩씩하게 일상을 꾸려가는 우리 환자분들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막 진단받은 4기 유방암.
이번에 선택한 항암제로 딱딱한 유방이 부드러워지고
그녀의 경직되고 딱딱해진 마음도 같이 부드러워지기를 바란다.
이렇게 첫 항암치료를 시작할 때
난 기도하지 않을 수 없다.
하느님, 좀 도와주세요. 이제 시작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