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블로그 관리

슬기엄마 2011. 4. 4. 18:02

화려하고 보기좋은, 
정보도 많은 블로그도 많고
세상에 글솜씨 좋은 사람들도 많은데
그럴싸한 재능도 없고 아이템도 없으며 성실하지도 않은 내가
어쩌자고 블로그를 시작했을까?

외래 개설 한달째. 아직 초반이라 환자가 별로 많지 않은데도 외래 시간이 지연된다.
아마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니 환자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니까 그런가 보다.
난 그래도 최소한 그만큼은 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아마 환자가 점점 늘면...
손주혁 선생님이 여름에 연수를 가시면
더 많은 환자를 주어진 시간에 빨리 봐야 할 것이다.

어떤 외래 시간이든 환자들은 마음 속에 불만 가득, 고민 가득, 걱정 가득일 것이다.
그 마음 어디다 털어버릴 곳 없이
병원에 와서
주치의랍시고 날 만나
신체적인 증상 몇가지를 털어놓고 
의례적인 대답 몇 마디를 듣고 자리를 일어서야 한다.
나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늘 미안하고 뭔가를 더 해주고 싶다.
그러한 나의 미안한 마음이 블로그이다.

실재 필요한 정보를 어떻게 전달할지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
미처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시간이 흐르고
나의 신변잡기같은 글들로 블로그가 채워지니 좀 괴롭다.
처음 블로그를 만들어준 양광모 선생님이 그랬다. 블로그라는 건 글을 자꾸 써서 올려야 생명력이 있는 거라고...
그래서 난 생각 나는대로 글을 올리는데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걸 고민하며 글을 쓰지는 못하는 것 같다.
의외로 환자들이 메일 보내는 걸 어려워한다. 메일이 오면 잘 모아서 질문을 정리해보려고 했는데...
그래도 최근 방명록에 자주 등장하시는 분들이 생겼다.
나는 우리 환자들이 분명히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실 거라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그들을 놀랍도록 열심히 최선을 다해 항암치료를 하고 열심히 살고 계셔서 기뻤다.
자신의 이야기를, 고민을, 어려움을 털어놓는 일은 어렵고
글로 쓰는 것은 더 어렵다.
외래에서도 환자들이 뭔가 질문을 하거나 말씀을 하시면 수첩에 적으려고 노력하는데
의무기록 쓰는 것도 힘들 지경이다.

방문자 통계를 가끔 확인하는데
매일 조금씩 늘어나는 걸보며
내가 환자분들께 블로그 이름을 적어드리면 한번씩 들어와보시기는 하나보다. ㅋㅋ

봄이 되었으니
겨울동안 게을러진 등산을 다시 하고
몸과 마음을 다잡아야겠다.
그리고 블로그 아이템도 새로 개발해야겠다.

그리고
밤마다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난 아직도 갈길이 먼 의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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