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유방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삽겹살 먹어도 되나요?

슬기엄마 2011. 4. 19. 09:36
먹자 시리즈 1탄

수술 후 재발방지를 위한 항암치료를 하시는 분들은
상대적으로 마음이 여유로운지
부작용도
그러려니 하면서 잘 참으시는 것 같다.
호르몬만 드시거나
허셉틴만 맞으시거나
하시는 분들은 진료시간에 특별히 질문도 없으시다.

불편한거 있으세요?
좀 있는데 그럭저럭 참을만 해요. 괜찮아요.
그럼 약 드릴게요. 꼬박꼬박 잘 드세요/잘 맞으세요.

정도의 대화로 진료 끝!
그러면 안될것 같아 난 한마디 덧붙인다.
'특별히 궁금한거 있으세요?'

한 환자가 질문을 한다.
'삽겹살 먹어도 되요?'
'함요!'

환자분은 유방암 진단받은 후로 삼겹살을 한번도 안 드셨다고 한다. 1년반이 넘었는데...
자기는 고기 중에서도 삼겹살을 제일 좋아하는데
지방이 겹겹이 끼어있는 고기를 먹으면 왠지 안될 것 같아서 꾹 참고 있다고 하신다.
가족들도 삼겹살은 절대 못 먹게 한다고 한다.
소고기 살코기만 먹으라고 하는데 자기는 퍽퍽하고 맛도 별로 없는 것 같아
고기는 일절 다 안드신다고 한다.
삼겹살 한번만 실컷 먹어보면 우울증도 다 날라갈 것 같다고 하신다.
얘기를 나누다보니 환자 얼굴에 화색이 돌면서 삼겹살 예찬론을 펴신다.
어느 어느 동네 가면 진짜 쫄깃쫄깃하고 고소한 삽겹살 집이 있다며...

가끔 드시라고 했다.
그 대신
유방암은 체중과 관련이 있으니 살이 찌면 안된다고.
체중 조절하시고
가끔 삽겹살로 외식하면서 기분 내시라고. 절대 위험하지 않다고... (절대라는 말을 써도 될까?)

어떤 특정 음식을 전혀 먹지 않는다고 해서 암이 예방되거나 재발이 방지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좋다는 음식만 먹는다고 암이 예방되거나 재발이 방지되는 것이 아니다.
건강한 식습관을 위해 노력하는 정도, 운동하는 삶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정도
그 정도의 노력으로 살면 될 것 같다. 절대로 좋은 음식, 좋은 식단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며, 그런 음식만 먹고 살 필요도 없고 그렇게 살기도 힘들다.

전이성 암으로 항암치료를 하시는 분들은
몸 안에 암이 있다고 생각하니
고기를 먹고 내가 힘을 내면 암세포도 같이 자라서 더 해로울 거라는 생각에
절대 고기를 안 드시는 분이 있다.
넌센스!
암세포가 왕성하면 오히려 내 몸을 쇠약하게 만들 수 있다. 내 몸이 쇠약해지면서 체중이 빠지면 이후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없다. 양질의 단백질을 열심히 섭취하시는 것이 내 컨디션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므로 항암치료를 받으시는 분들은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열심히 하셨으면 좋겠다.
야채와 생식이 몸이 좋다지만
항암치료 중에 그런 음식들만 드시면 체중이 감소하고 기운이 떨어진다.
골고루, 그리고 고기도 많이 드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치즈를 듬뿍 뿌린 스파게티도 드시고, 커피도 한두잔씩 드시고, 떡볶이, 순대도 드시고, 좋아하는거 다 드셨으면 좋겠다. 매일 먹는 음식도 아니고, 가끔씩 자기가 좋아하는 기호식을 드시면서 스트레스 푸시고 일상을 즐겁게 열심히 사는게 암 치료에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