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자들의 돈은 어디로 새고 있나?

 

어려운 형편에 4년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학을 마치고 장학생으로 대학원에 입학한 24세 김양. 4기 위암, 복막 전이로 진단받았다. 복막으로 병이 진행된 위암은 의사를 힘들게 하는 병 중의 하나이다. 항암제가 약효를 발휘해 암의 활성도를 조절하지 못하면 환자들은 계속 복수가 차고 항시 숨이 차고 음식을 잘 못 먹는다. 숨이 차니 환자들은 정서적으로 매우 예민해져서 다른 환자들보다 짜증을 많이 내는 것 같다. 음식을 조금만 먹어도 답답하고 체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복수가 가득 찬 배 때문에 활동도 잘 못하는데, 활동을 못하고 침대에 누워만 있으니 허리도 아프다. 복막에 병이 있으니 장 운동이 잘 되지 않아 실재 장이 막힌 것이 아닌데도 기능적 폐색이 오고 이 단계에 이르면 콧줄을 끼워서 위액이나 가스 등을 밖으로 빼주지 않으면 배가 빵빵해진다. 복강에는 물이 가득 차 있지만 실재 혈관 내에는 체액이 부족하여 만성탈수상태이다. 복수가 찰 때마다 물을 빼주면 탈수를 조장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없고 바늘로 매번 환자를 찌르는 일도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더 이상 항암제를 쓰기 어렵겠다고 생각되면 증상 완화를 위해 복강에 아예 관을 거치시키기도 한다. 하루에 500cc정도, 조금씩 조금씩 빼주면서 복부 불편감을 완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김양은 복강에 관이 있어 매일 물을 빼야만 했고 코에 끼운 비위관으로도 하루에 500-1000cc의 체액이 배액되고 있었다. 더 이상 마를 것도 없는 38kg의 몸, 하얗게 질린 얼굴, 말을 하다가도 헛구역질을 할 정도라 회진 때 말 붙이기도 무서웠다. 그녀의 암세포는 항암치료를 시작한 이래 한번도 약제에 반응하지 않고 맹렬하게 확산되었다.

말기 암환자. 더 이상 치료적 관점으로 환자에게 뭔가를 해 주는 것이 별로 의미가 없는 단계였다. 힘들어하는 증상을 완화시켜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편안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며 임종준비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의료진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검사하고 진단하고 치료하고 퇴원하는, 공장처럼 turnover가 빠른 3차 의료기관에서 그녀의 증상과 불편함들을 충분히 평가하고 고민하기 어려웠다. 호스피스로의 전원을 설명하자 부모님들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선생님만 믿으니 최선을 다해달라. 여기서 치료 받을려고 온거다’ ‘요즘 컨디션이 좀 좋아지는 것 같으니 어떻게든 항암치료를 해서 살릴 방도를 강구해 달라고만 애원하였다. 지금 최선을 다하는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지금 환자에 대한 최선은 항암치료를 하는게 아니라고, 나는 가슴을 치며 답답해 했지만 부모와 잘 공감되지 않았다. 부모님 마음 다치시지 않게 말도 골라가며 조심했지만, 결국 나는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임종을 준비하셔야 된다고 명확하게 말을 내뱉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공들여 말하면 왠만한 사람들은 임종준비를 해야할 때가 왔구나, 정리할 게 있으면 해야겠구나 알아듣는 편인데 이 부모들은 도무지 내 말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부정이었겠지환자 상태가 더 나빠져서 hopeless discharge를 하게 되던 날,  아버지는 집으로 내려가면 태반주사라도 맞춰줄거라고, 면역치료도 다 알아봤다고 했다. 도대체 병원에서 해주는게 없다고, 한번에 5백만원이 들면 어떻고 천만원이 들면 어떻냐고, 일단 아이를 살리고 봐야지, 나를 원망하며 퇴원했다.

 

16세 장군. 10대에 발병하는 골육종(Osteosarcoma)은 항암치료와 수술을 병행하면 완치율이 꽤 높은 병인데, 장군은 그 길을 비껴갔다. 폐와 전신 뼈로 전이된 그의 암세포는 잘 컨트롤 되지 않았다. 이미 다른 병원에서 3년간 치료받은 그는 이미 쓸 수 있는 항암제는 거의 다 쓰고 왔다. 외래에서 교수님은 작용기전이 다른 항암제를 포함하여 마지막으로 항암치료를 해서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완화되는지 가능성을 타진해보자고 설명하셨다. 이미 구부정해진 골격, 목발이 없으면 걷지 못하는 그. 항암치료를 여러 번 하고 났더니 예기불안과 구토가 생겨서 이번 입원 전날에는 아예 밥을 한 숟가락도 못 먹었다고 한다. 입원 기간 내내 부모님은 뵙지 못하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장군의 침상을 지키고 계셨다. 작년 2월까지 항암치료를 했는데, 항암치료를 해도 병이 계속 나빠지고 아이가 힘들어하자, 이들은 한방으로 치료를 전환해서 침을 맞고 한약을 먹으며 지냈다고 한다. 항암치료를 하면서 혈관이 없어져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침을 맞고 한약을 먹는 동안 혈관도 생기고 생기가 돌며 좋아졌다고 한다. 그러나 폐 전이가 악화되면서 숨이 차기 시작하자 다시 병원으로 올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당연하죠. 항암치료를 안하니까 혈관도 생기고 몸도 훨씬 편한거죠. 그게 침이랑 한약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구요라는 말이 하마터면 튀어나올 뻔 했지만 꾹 참고, ‘통증조절에 침은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한약은 당분간 중단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지금은 항암제를 쓰고 있으니 여러가지 약제를 한꺼번에 쓰면 간에 무리가 될 수 있으니 항암제를 하는 동안에는 한방 치료를 쉬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정중하게 말씀드렸다. ‘한약이 안되면 침은 계속 맞아도 되겠죠? 침 맞으면 아이 컨디션이 많이 좋아지던데…’ ‘이번 항암제는 골수기능이 많이 떨어지는 약제라 중간에 침을 맞다가 염증이 생기면 쉽게 염증이 확산될 수 있습니다. 침은 정말 안됩니다.’ 그동안 당신들이 해 오던 한방 치료를 모두 다 못하게 하자, 나를 편협한 의사인게 뻔하다는 표정으로 보시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으셨다.

 

원발장기를 넘어 다른 장기로 병이 진행된 경우를 4기 암이라고 한다. 4기가 말기는 아니다. 그렇지만 4기 암환자들은 치료를 하더라도 완치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일정 기간 동안 병이 control 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상태가 나빠진다.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등의 방법을 더 이상 시도하기 어려울 때, 막힌 곳에 스텐트를 넣고 관을 넣어 배액하고, 뭔가 환자를 힘들게 하는 상황을 조절하기 위해 시술을 해 보아도 통증이나 피로, 호흡곤란, 식욕부진 등의 증상이 조절되지 않을 때, 병원과 의사가 환자를 위해 해 줄 수 있는게 별로 없을 때가 있다. 이미 환자와 보호나는 많은 고통으로 지쳐있다. 거기에 대고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더 이상 해볼 수 있는 게 없습니다에 불과할 때 의사로서 무능력하고 힘들다. 그런 환자들이 의사를 원망하고 떠나도 할 말이 없다. 그래서 그들이 무슨 주사를 한두번 맞고 수백만원을 냈다는 둥, 어디가서 뭘 해보면 효과가 있으니 거기로 가보겠다는 둥의 말을 할 때 차마 나는 그들에게 별 말을 못하겠다. ‘내가 뭘 해주는게 있어야 이들을 막을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렇게 자조하면서

명확한 건 그들이 잡는 지푸라기는 참 비싸다는 점이다. 비싼 지푸라기의 효과가 확실하게 나타나지 않아도 그들은 지푸라기를 던진 사람을 원망하지 않는다. 절박한 그들을 위해 뭔가를 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푸라기를 던지는 사람 중에는 의사도 있고 한의사도 있다. 그들은 그런 취지가 아니었고, 환자가 원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환자가 원해 죽기전에 수백만원짜리 굿을 했다 해도 내가 뭐라 말하겠는가. 나는 그를 위해 아무것도 해준게 없는데

그래도 뭔가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암 환자 한명이 죽기 전에 지출하는 의료비는 얼마나 될까? 평생 냈다는 의료보험료, 진단과 검사, 수술과 항암, 방사선치료 등 공적 영역 의료에 지출한 진료비의 비중과 건강보조식품, 각종 보완대체요법, 암이나 각종 질병과 연관된 보험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지출하는 돈 등 사적 영역에서 이루어진 건강추구행위를 하며 지출한 비용을 모두 합치면 얼마나 될까? 어느 쪽의 비용이 더 많이 지출되고 있을까? 지출한 비용만큼 결과는 만족할만한가? 사실 이런 분야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는 확실하지 않다. 암보험에 가입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treatment outcome이나 survival에 차이가 있을까? 각종 건강보조식품의 복용은 증상 완화 및 삶의 질 향상에 얼만큼의 도움이 되는가? 그 모든 것들의 비용효과(cost-to-benefit)를 정확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내가 3년차 때 일이다. 4기 대장암으로 2주마다 한번씩, 34일동안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받는 환자가 있었는데, 이번에 입원당시 Hb(혈색소) 9.0g/dl으로 경미한 빈혈이 있었다. 빈혈의 원인은 Anemia of chronic disease, 즉 암 등의 만성질환이 있을 때 동반되는 빈혈이었고, 굳이 수혈을 할 필요는 없었다. 환자의 전신상태를 고려할 때 항암치료를 하는 동안 target Hb 10g/dl 정도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이 가이드라인이기 때문에), 난 수혈보다는 적혈구 생성촉진인자(Erythropoietin)를 주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처방을 보니 간헐적으로 이 주사를 맞고 있었기 때문에 별 고민없이 처방했다. 퇴원 당일 환자가 병동 간호사실에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화를 내고 있기에, 그 이유를 알아보니, 내가 처방한 적혈구 생성촉진인자가 보험이 안되서 평소보다 10만원 정도를 더 내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기가 맞겠다고 말한 적도 없는데 보험도 안되는 약을 처방해서 돈벌려고 하는 거냐며 화를 내는 중이었다. 나는 Hb 10.0g/dl 미만이면 보험이 되는 줄 알았는데, 이 환자가 최근에 수혈을 하고 나서 한번 12.0 g/dl이 체크된 적이 있었고, 중간에 12.0g/dl이 넘으면 보험이 안된다는 조항이 숨어 있었다. 환자 말대로 비보험 약제를 처방한 꼴이 되었다. 나는 좀 억울했지만, 환자 입장에서도 억울하겠다 싶었다. 문득 내 시야에 들어온 그의 진료비 영수증, 23만원 정도의 진료비를 지불하게 되어 있었다. 항암제 비용 뿐만 아니라 2 3일동안 문제없이 항암제가 투여될 수 있게 간호사들이 라운딩 돌고, 입맛 없다고 해서 영양제도 주고, 진통제 등 각종 약도 주고 2주간 집에서 먹을 약도 처방해 주고, 34일동안 잠도 자고 밥도 먹었는데 23만원이었고, 이번에 나 때문에 낸 돈을 빼면 평소에는 12-13만원 정도를 내고 나가는 꼴이었다. 암이라는게 하루 이틀 치료가 아니니 돈십만원이 작은 돈은 아니겠지만, 하루 만원하는 병실료와 식대도 참 싸지만, 나머지 의사의 진료와 간호사의 돌봄, 병원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가치도 참 싸게 매겨져 있다는 씁쓸한 느낌을 받았다. 퇴원하는 그의 가방 속에는 상어연골을 포함한 온갖 종류의 비타민, 건강보조식품, 홍삼액기스 통이 가득 들어있었다.

 

 

다른 카테고리의 글 목록

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펠로우일기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