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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면 좋아질 수 있고, 반드시 써야하는 약인데

쓰지 못하게, 쓸수 없게 하는 의료시스템을 원망하는 마음으로

 

제발 ampho 좀 먼저 쓰라고 하지 마세요

 

모든 신약이 다 그런건 아니지만, 정말 획기적으로 좋은 약이 개발되어, 기존의 치료법을 뒤집는경우가 있다. ‘좋은 약이란 대개 기존의 약보다 효능이 뛰어나거나 아니면 약의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는 경우로 구분될 수 있다. 그런 좋은 약들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기까지는 시간적 간극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그 약을 사용하는 초기 단계에서는 해당 약제를 포함한 임상연구를 진행하거나 사용의 폭을 넓히거나 아니면 환자가 약에 대한 비용 부담을 전액 감당해야 한다. 더 이상 치료적 대안이 없어 의사가 마지막 카드처럼 이 약이 보험은 안되지만 한번 써보시겠어요?’라는 제안을 할 때 환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비보험 약제 사용칸에 서명을 한다. 나도 그런 설명에 해야할 때가 있는데, 사실 그 약제가 탁월하게 좋은 약이었다면 왜 진작 제안하지 않았겠는가? 표준적인 치료에 별 효과가 없을 때 큰 효과를 기대하지는 못하더라도, 다른 대안이 없으니까, 혹은 뭐라도 해야하니까, 망설이다 제안하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환자가 돈을 좀 더 내더라도, 치료만 될 수 있다면 어떤 희생이라도 각오한 사람들 아닌가, 좀 비싸면 어떤가, 환자에게 도움이 될게 확실한데 뭘 망설인단 말인가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

그렇게 개발이 어렵다는 좋은 약이 막상 출시되어, 여러 논문에서 입증되고 여러 나라에서 해당 약제를 사용하면서 치료를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보험이 안되어서, 혹은 임의 비급여 논란이 무서워서 환자에게 해로울게 뻔한 약제로 치료를 한다면, 이는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런 치료를 지금도 하고 있는게 우리 현실이다.  

 

콩팥기능을 악화시킨 후에 사용할 것

예를 들면 면역력이 급격히 감소된 혈액 질환 환자들에서 진균 감염이 의심될 때 우리나라 보험에서 허가된 약은 amphotericin 이라는 항진균제인데, 난 개인적으로 그리고 대부분의 혈액종양내과 의사들이- 이 약을 매우 싫어한다. 이 약은 다른 항진균제보다 Aspergilosis라는 균주를 더 커버한다는 장점이 있는데, Aspergilosis는 치명적인 독성을 있어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환자가 항진균제를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결국 amphotericin을 쓰게 된다. 이 약을 몇일 쓰다보면 거의 100% 신장기능이 악화되고 6시간 동안 이 주사를 맞는 내내 매우 힘들다. 약을 맞는 것 자체가 장단기적으로 환자에게 주는 고통이 너무 크기 때문에 환자를 지켜보는 것도 매우 힘들다. 항진균제를 써야 할 정도의 컨디션이라면 환자들은 전반적으로 체력이 매우 약해져 있고, 못 먹고 기운없고 다른 항생제, 항바이러스제까지 같이 투여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거기다 덧붙여 amphotericin이라는 어마어마한 독성을 갖고 있는 약을 쓴다는 건 의사로서 정말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대안이 없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국제적인 감염학회에서는 이 amphotericin이라는 약제를 더 이상 쓰지 말아야 하는 약으로, 심지어 환자에게 해로운 약으로 분류하였고, amphtericin의 독성을 완화시킬 수 있는 lipid 제형으로 제조한 amphotericin B voricornazole 이라는 항진균제가 효과면이나 독성면에서 첫번째로 선택할 수 있는 약임을 제안하고 있다. 이는 모두 우리나라에서 처방가능한 약제이다. 그러나 현재 이들 약제는 보험규정이 매우 까다로와 대개 amphotericin을 쓰다가 신장기능이 정상보다 몇배 이상 나빠져야 2차 약제로 사용할 수 있고 100:100 환자가 비용부담을 하게 된다. 콩팥 수치가 나빠지기 전에 임의비급여로 쓸 경우 5년내로 환자가 소송을 제기하면 그건 병원책임이다. 환자가 약값에 대한 비용부담을 하는건 마찬가지더라도 임의비급여로 쓰면 안되고 환자의 콩팥기능을 나쁘게 한 다음에 100:100으로 써야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환자들에게 설명하면 환자나 가족들은 통탄할 노릇이나 의사가 그렇다는데 어쩔 것인가. 다들 어이없어 하면서도 결국 치료를 하는 주치의에게 자신의 몸을 맡길 수 밖에 없다. 이렇게 환자 몸을 나쁘게 한 다음에 더 좋은 약으로 치료하는 것 무슨 경우란 말인가!

비단 이 약제 하나만이 아니다. 경합하는 약 중에 성적이 조금 낫기 때문에 써볼 수 있다는 차원을 넘어, 정말 좋은 약들이 있다. 그런 약을 다 쓰게 해달라고 떼쓰는 건 아니다. 그건 보건의료자원에 대한 경제학적 관점에서 볼 때 별로 설득력이 없는 주장이다. 다만 사람이 살고 죽을 수 있는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경제학적 관점을 넘어 고려해야 할 약제들이 몇가지 있으며, 이들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사용을 허가해 주어야 한다. 보험으로 처리해 달라고까지 요구하지는 않겠다. 의사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약을 환자와 보호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이에 동의하면 쓸 수는 있게 해줘야 하지 않는가! 그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의사의 전문성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왜 의사의 전문성이 인정받지 못하는가?

 

그러나 나는 순간 입장을 바꿔본다. 왜 이렇게까지 의사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고 의사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가, 전문가로서의 의사의 발언이 존중받지 못하게 된 데에는 특별한 역사적, 사회적 배경이 있는 것인가, 의사가 뭔가를 주장할 때 이를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해. 이제 더 이상 의사는 사람들의 일상공간에서 만나기 힘든 존재도 아니고, 신호등이 있는 사거리 사방팔방에는 편의점보다 많은게 병의원인 시대가 되었다. 그만큼 의사의 취약점이 쉽게 노출되고, 인구에 회자되기도 쉽다. 동료 의사를 비방하지 말라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동료 의사들에 대한 평가를 엄중히 하지 못하고 비리를 눈감는 소극적 대응방식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인가. 의사 집단의 자정능력이 취약하기 때문에, 누군가 이상한 practice를 해도, indication에 맞지 않는 검사나 치료를 해도 의사들 간에 이를 논의, 비판하고 논쟁을 벌이기 보다는 슬며시 피해가는게, 뒷날 별 탈이 없다는 소극적인 대응방식으로 대처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회피하는 방식으로한 직업진단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쉽게 형성되는게 아닌가 보다.

 

이 복잡한 서류 준비를 하느니 안 쓰는게 낫겠네.

 

얼마전 서울행정법원은 카톨릭대 성모병원에 대한 과징금 처분 취소 판결을 내렸다. 백혈병 환자치료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중 급여 기준을 벗어난 일부 치료 재료나 약제에 대해 임의 비급여로 계산해 환자에게 청구한 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려준 셈이다.

얼마전 병원에서 특정 약품을 임의비급여로 사용하는 일을 막기 위해, 미리 사전신청서를 작성하여 심평원에 요청해 100:100으로 약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기 위한 서류를 준비하였다. 보험심사과의 요청으로 몇번이나 서류를 다시 준비하고, 다른 과 교수님들과 심사 위원들께 이런 상황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설명하는 기회도 가졌다. 솔직히 그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서류작업이 익숙치 않고 귀찮아서, 그 약을 차라리 안쓰고 말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난 아쉬울 것 없다, 보험도 안되는 약인데 안쓰면 그만이지비싼 약을 썼는데 여하간 환자가 좋아져 퇴원할 때는 고맙다며 인사하지만 한 5년쯤 있다가 과잉치료라고 소송을 걸면 그 환자를 치료한 의사는 더 이상 환자를 위해 약제나 더 좋은 치료를 고민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잘 해줘도 돈 많이 나오면 나중에 고소할텐데 뭐

엄청나게 다양한 신약들은 쏟아지고 있는데, 새로나온 약을 다 쓰겠다고 나서면 보험재정이나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거라는 건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내가 말하는 건 살고 죽는 약들이다. 효과가 조금 더 나은 그런 약이 아니라 생존에 절실한 약, 그런 약들은 의사의 판단과 전문성을 인정해서 요청을 받아들여주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걸 가지고 다른 이득을 챙기려는 의사는 거의 없다. 엉뚱한 약이나 검사에 대해서는 보험 인정을 해주면서, 정작 필요한 검사와 약들을 비용부담을 이유로 사용을 허가하지 않는 걸 보면, 보험 재정에 대해서도 논의의 여지는 분명히 있다. 단지 돈이 없기 때문이라고 핑계대지 않고도, 운영의 묘를 꾀하거나, 나아가 운영의 원칙을 바꿀 근거는 얼마든지 있다. 중요한 건 돈이 아니고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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