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아침부터 삭감소견서

이수현 슬기엄마 2012. 8. 23. 10:45

 

젤로다를 쓰면

수족증후군과 설사, 구내염이 흔하게 발생한다.

어떤 환자는 이 약을 최대 용량까지 쓰면서도

아무 독성없이

한가지 약제로 병이 안정적으로 조절되어 2년 이상을 젤로다 하나로 꺼뜬히 버티며 이 약의 효과를 최대한 유지하는 반면에

 

어떤 환자는 1주일만 써도

손발 허물이 다 벗겨지고

입안이 헤어져 음식도 못 먹게 되고

설사하면서 탈수되고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약효를 따져보기도 전에 독성 때문에 약을 중단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약물을 대사하는 유전자의 차이에 의해

특정 약에 대한 반응이 달라

같은 약이라도 환자에 따라 독성이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보고한 연구들이 있지만,

이는 아직 일부 연구에 국한된 결과일 뿐,

실재 환자에게 검사용으로 시행할 수있는 단계의 확고한 연구결과는 아니다.

결국 이 약제에 의한 독성이 어떻게 나타날지는

미리 검사로 예측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며,

일단 써 보고 반응을 봐야 알게 되는 것이 지금의 수준이다. 그것은 우리나라만의 수준이 아니라 현대 의학의 수준이다.

 

그러므로 환자의 입장에서 새로운 약을 쓰게 되는 것은 일종의 도전이다. 효과도 효과이지만 과한 독성이 나타나면 치료적 효과를 보기도 전에 중단해야 하고, 그 과한 독성 때문에 고생하게 된다.

 

새로 약을 바꾼지 1주일만에 

온 점막이 다 공격을 받았는지 입안도 헐고 항문도 헐고 장점막도 헐어 설사하고 손발이 다 벗겨졌다.

평소 절대 엄살도 안 피우고 의사가 시키는대로 잘 참고 치료받던 환자가 예정에 없이 외래에 오셔서 더 이상 치료 못받겠다고 우신다. 젤로다 독성 때문이었다.

한주일을 쉬었더니 좋아졌다. 환자는 다시 시도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환자를 설득해서 양을 줄여 한번만 더 써보자고 했다. 다시 썼는데 마찬가지 독성으로 환자가 2주 이상 고생을 하셨다.

나는 결국 젤로다를 중단하고 아리미덱스로 바꾸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지난 3월 이후 투여한 아리미덱스 전액 삭감 통지서를 받았다.

병이 나빠진게 아닌데 약제를 변경했다는 이유로.

 

물론

소견서를 썼다.

구구절절.

이 환자가 왜 질병진행이 아닌데도 약제를 변경했는지

심지어 젤로다를 계속 먹었으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2시간 동안 썼다.

예전에 찍어놓은 사진파일도 찾았다.

 

그렇게 서류를 준비하여 보험심사과에 보냈다.

해야 할 일을 한거겠지만

왠지 존심 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