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유방암 생존자로 살아가기, 그 어려움에 대하여

이수현 슬기엄마 2012. 9. 5. 21:44

 

Cancer survivor 혹은 Survivorship 이란 말이 있습니다.

우리 말로 번역하면 암 생존자 혹은 생존자로 살아가기 정도가 될까요?

번역을 하니 어감이 별로 와닿지 않습니다. 좀 더 나은 한글 번역어가 필요한 개념입니다.

 

암이라는 첫 진단을 받고

정신없이 검사하고 치료를 받습니다.

완치 가능한 단계라고 판단되면

첫 치료로 항암치료를 하기도 하고 수술을 하기도 합니다.

상황에 따라 방사선치료가, 표적치료가, 항호르몬 치료가 추가로 진행됩니다.

방사선 치료는 보통 한달-한달반, 표적치료는 1년, 항호르몬 치료는 5년간 진행됩니다.

 

환자마다 이 기간을 받아들이고 견디고 이겨내는 과정이 다른 것 같습니다.

1기인데도 이후 재발을 걱정하고 이것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시는 분이 계시는가 하면

3기여도 묵묵히 치료받고 재발가능성을 걱정하기보다는 지금이 무사하니 다행이다 그렇게 낙천적인 분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고, 처한 삶의 맥락이 다르니

제 3자로서 뭐라 평가할 수는 없는 문제입니다.

 

한창 치료를 받을 때는

오히려 그 치료과정에서 본인이 견디고 감당하고 이겨내야 할 과제가 있으니 오히려 잘 견디시는 것 같은데

오히려 그런 기간이 지나고 나면 더 많은 잡생각이 들고 마음이 더 복잡해지는 것 같습니다.

 

수술과 항암치료, 방사선치료를 받고 나면

그 후유증은 생각보다 오래갑니다. 한두달안에 정상화되지 않습니다.

몸의 불편함을 느낄 때마다 재발을 걱정합니다.

민상 피로감, 수술 부위의 통증, 항암치료 후 손발저림, 수면장애, 심지어 기분 장애도 생깁니다.

음식을 먹어도 미각세포가 상했는지 맛을 모르겠습니다.

그런 육체적인 증상은 짧게는 6개월을 전후로, 길게는 2년까지도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유방암 환자의 60% 이상이 항호르몬제를 복용하게 되는데, 그 초기에는 여성 호르몬 레벨이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폐경기 증상으로 꽤 오랜 기간 동안, 특별히 꼬집어 말할 수 없는 몸의 불편감이 발생하여 환자를 괴롭힙니다.

또 항호르몬제를 먹으면 먹은게 없어도 쉽게 살이 찝니다. 살이 찌는 건 유방암에 좋지 않은데 몸도 무겁고 마음도 무거워 집니다.

 

그렇게 2-3년이 지나가고 나면

내 몸 상태도 많이 좋아지고

주위 가족이나 지인들도 내가 암환자였다는 사실을 잊습니다.

나도 

가끔은 망각하지만,

그것보다는 더 자주 재발을 걱정합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마음이 철렁 내려앉고 두렵습니다.

그런 생각이 수시로 들지만 누구에게 터놓고 그런 자신의 마음을 말하기 어렵습니다.

들어줄 사람도 없고 그런 말을 하는 나 자신도 너무 없어보이니까 자존심 상해서 말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예전만 못한 내 육체적 심리적 능력 때문에 자신감도 결여됩니다.

어느새 다 커버린 자식, 적당히 멀어진 배우자, 거기에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가세하면

환자는 자신의 무능력함을 실재보다 더 크게 느끼게 됩니다.

내 문제 말고도 해결해야 하는 가족 내 문제가 더 크게 느껴 집니다.

폐경 상태에 달한 내 몸도 더 노쇠하게 느껴 집니다.

이래 저래 마음이 황폐화 됩니다.

 

보통 다른 암은 5년동안 재발하지 않으면 완치라고 말하는 것에 비해

예후가 좋다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은 훨씬 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재발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그래서 5년이 지나도 1년에 한번씩 유방암 정기검진을 받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재발에 대한 마음의 두려움은 끝이 없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5년, 10년을 살면

그 삶의 질은 어떨까요?

 

효과도 좋고 부작용도 덜한 신약도 개발해야 합니다.

최소한의 범위를 수술하면서도 재발의 위험이 낮은 수술법도 개발되어야 합니다.

림프부종이나 피부 부작용이 덜한 방사선 치료법도 개발되어야 합니다.

의학적으로 개선되고 개발되어야 할 부분이 많지만

 

환자의 마음도 잘 어루만져 줄 수 있는

그래서 환자가 암 이후 자신의 생을 씩씩하고 용감하게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프로그램과 방안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 분야를 연구하는 것이 생존자 연구 분야입니다.

 

언젠가는 그런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환자를 위한 실질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우리 환자들이 용감씩씩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