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환자들간의 우애

이수현 슬기엄마 2012. 9. 16. 10:50

 

환자들간의 우애.

그래서 환우라고 하나보다.

환자의 존재를 의사나 의료 시스템의 입장에서 지칭하기 보다는

병을 앓고 있는 사람 중심으로 표현하는 언어가 환우라는 개념이 아닐까 싶다.

 

병을 진단하고 치료법을 결정하는 것은 의사이지만

그 병을 감당하고 겪어가고 이겨내는 주체는 환자니까

환자라는 개념이 주는 소극적인 의미보다는 좀더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

(적극적이라는 의미가 잘못 이해되어, 의료진에게 과도한 주장을 하는 환자들도 있다. 내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의료비자 주권운동이 이제 막 태동하여 발전하기 시작하는 단계이므로 일시적인 미성숙 상태에서 보이는 한계라고 믿고, 발전된 모습을 좀 더 기다리고 싶다.)

 

그래서 환자들끼리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항암치료 할 때 치약쓰면 따가우니까 ***** 치약 쓰면 좋아.

가발은 ***가 잘 하는거 같애. 가격도 별로 안비싸고 사서 쓰는 거보다 착용감이 더 좋아.

기침 많이 날 때 선생님한테 말하면 코데인만 주잖아. 그거 말고 배즙 내려먹는게 더 좋은거 같애.

같이 치료받던 환자에게 않좋은 일이 생기면 위로 방문 가서 격려도 해 주고 그렇다.

그떄 우리랑 같이 치료받던 누구누구 있잖아. 얼마전 재발 진단받고 입원했대. 한번 같이 가볼까?

누구누구 요즘은 기운이 없어서 바깥에 못 돌아다니나봐. 얼마전에 집에 한번 가봤더니 몸이 않좋아진거 같더라고...

 

 

가족 그 누구도

원래 친했던 친구 그 누구도

이해하기 어려운 유방암 환자들의 삶.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 환자들끼리 정보도 공유하고, 정서도 공유하며 서로에게 위로와 힘을 주기 위해 애쓴다. 환자에게 이런 심리적인 지지집단이 있다는 것은 긴 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의사가 해 주기도 어려운 부분이다.

 

재발한지 3년 넘었지만 처음 한 치료가 잘 되서 지금은 병이 좀 남아있지만 증상도 없고 병이 진행되지도 않고 멈춰있다.

아무도 그녀가 암환자인줄 모르게 멋지고 활동적이다.

 

선생님, *** 있잖아요. 지난주에 돌아가셨더라구요.

 

네.... 곧 돌아가실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돌아가실 무렵 힘들면 병원 오실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병원 안 오시고 잘 돌아가셨나 보네요?

 

제가 죽기 몇일전 집에 가서 얘기 좀 나눠봤는데

통증이 별로 심하지 않다고 하더라구요. 아프면 가끔 울트라셋 정도 먹고 지냈대요.

 

울트라셋 그거 알이 커서 먹기 쉽지 않았을텐데...

 

네 먹으면 다 토하는 상태라서 음식도 거의 못 먹고 지냈는데 어찌어찌 해서 진통제는 겨우 먹었나봐요. 병원에서 죽고 싶지 않았대요. 생각보다 통증이 악화되지 않아서 마음 편하게 죽겠구나 그렇게 생각했다고 그랬어요.

 

네...

 

그리고 *** 씨가 선생님한테 고맙다고 꼭 전해달래요. 다른 병원에서 치료 다 받고 더 할것도 없는데 세브란스병원 와서는 그냥 통증 조절만 하게 되서 선생님한테 미안했대요.

 

아니에요. 암환자는 통증 조절도 중요한 치료 중의 하나에요. 제가 한 일도 별로 없는대요, 뭐. 그냥 울트라셋만 처방해드린거에요.

 

통증 조절에 맞는 약 찾을라고 입원도 하고 주사도 맞아보고 패치도 붙여보고 했잖아요. 그렇게 신경써서 약 정해주어서 고맙다고 했어요. 죽는 순간까지 보살핌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대요. 아마 안아프니까 여러가지 생각이 많았나봐요.

 

돌아가실 때 통증이 나빠지지 않고 고통없이 돌아가셔서 다행이에요...

 

*** 씨 죽는 거 보니까, 저도 죽음이 두렵지 않게 되었어요. 저도 그렇게 죽을 수 있다면 후회 없을 것 같아요. 저 고통스럽게 죽을까봐 걱정많이 했었는데...

 

환자분은 당분간 안 돌아가실 것 같아요.

 

그래요? 선생님 말이라도 고마워요. 사는 동안 안아프고 열심히 살래요.

 

그녀는 눈물 지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그래도 웃음을 보이고 진료실을 나갔다.

나도 저렇게 나의 죽음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웃을 수 있을까?

 

우리 환자들은 슈퍼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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