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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 주사실에서 IV job을 처음 해보는 나. 병원마다 IV job을 인턴 혹은 간호사가 하는 것 때문에 다소의 논란이 있지만 내가 일하는 병원에서는 외래 주사실 근무에 인턴이 투입된다.

나는 학생 실습 때부터 채혈용 vacuum tube, angiocath, scalp needle을 막론하고 IV를 성공해 본 적이 없어, needle phobia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Tourniquet을 묶고 튀어 오르는 vein을 찾는 그 행위부터 당황스럽다. 틈나는 대로 atlas를 보며 피부 밑 정맥의 주행을 눈에 익혀두지만 주사실 근무를 시작하던 날, 정작 환자 앞에 서기만 하면 서투른 손놀림,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 한눈에 보아도어설픈 인턴의 모습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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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 주사실에 오는 환자들은 항암치료 중 백혈구 수치가 떨어져 LivGamma를 맞는 환자, 한 달에 한 번 혹은 1∼2주에 한 번 꼴로 항암제를 맞는 환자, 수혈이 필요한 hematology 환자, 이식 후 immunoglobulin을 맞는 환자 등 주사실의 터줏대감들이라, 이렇게 어설픈 나의 행동거지를 한눈에 알아보고는인턴선생님 말고 간호사 선생님 불러주세요라며, 위축된 나를 두 번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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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먼저 주사실에 근무해본 경험이 있는 동료 인턴선생님들로부터 매일 특강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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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는 각도도 중요하지만 속도도 중요해요. 자신 없다고 머뭇거리면 손도 떨리고 환자도 많이 아파하니까 잽싸게 밀어 넣어야 되요. 침대 시트를 피바다로 만들지 않으려면 vinca에 피가 맺히는 순간 tourniquet을 풀어야 해요. 항암주사를 맞으시는 분들은 혈관이 약하니까 조심하세요. 손등에 주사하는 경우 regurgitation을 너무 자주 하면 혈관이 터지고 환자분들이 아파하세요. Intern’s vein을 이용하는 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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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을 땐 다 알 것 같은데, 한두 번 시도에 혈관이 잡히지 않으면 위축되는 마음을 감출 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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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 첫 주 내내 매일 밤 같은 꿈을 꾼다. 정말로 똑같은 꿈. Angiocath insertion해서 피가 송글송글 맺히는 것까지는 성공했는데 sheath가 혈관 내로 더 이상 advance되지 않는 바로 그 장면. 작년에 읽었던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의 첫 장에서 저자인 아툴 가완디가 처음으로 central vein catheterization을 배우며 시행하다가 첫 환자를 fail하고 병실 밖으로 나와 당혹스러워 어쩔 줄 몰라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그는 painful하게 procedure를 경험하지만 결국 심리적 불안을 극복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과연 묘책은 무엇인가
?

하다 보면 된다는 어이없는 말이 나에게도 적용된 것일까? 2주 동안 여러 종류의 주사제를 start하면서, 다양한 질병을 가진 환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처음에는 환자 얼굴도 쳐다보지 못 했는데, 어느새 나는 환자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면서 IV start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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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주사실에서 빨간 adriamycin이 담긴 syringe를 보고는 심호흡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travasation되면 심한 necrosis를 시키는 adriamycin. Cylinder를 느린 속도로 서서히 밀어 넣는 것도 힘들지만, 다른 한 손으로 혈관을 만져보며 환자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은 내 피를 마르게 했었다. 그러던 내가 환자들과 항암치료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 환자들이 평상시 궁금해하던 질문에 대한 대답, 치료 시 주의해야 할 내용, 식생활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 것은 과연 어찌된 조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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