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행복한 외래

슬기엄마 2012. 10. 4. 23:42

 

 

추석 연휴가 지난 오늘 외래.

월요일 수요일이 쉬는 날이라 화요일 목요일 외래가 평소보다 분주합니다.

진료를 보기까지 많이 기다리셨을텐데 죄송합니다.

 

추석이 지났으니

(어쩌면 세속적인 의미로 따지자면) 굳이 인사를 할 필요도 없는데

오늘 이렇게 명절 선물을 많이 받았습니다.

인터넷으로 외국에 주문한 무거운 양초를 세개나 가져와 선물해 주신 분

오늘은 특별히 명절 다음이니까 평소와 달리 딸기 우유를 선물해 주신 분

차량용 방향제 - 나 이거 진짜 갖고 싶었는데 ㅎㅎ 

쌀쌀해지면 타 마시라는 허브차

외국 출장 다녀오는 길에 사오신 초콜렛

추석 떡 대신 먹으라는 케익과 파이

달콤한 스무디킹

 

 

제일 감동적인 선물은

동네 뒷산에 열린 밤나무에서 직접 밤을 따서 따뜻하게 쪄오신 밤 선물입니다.

쪄먹을 시간 없을 거라고

쪄먹을 줄은 아는 거냐고 하시면서

손수 쪄오셨습니다.

주신 밤을 덥석 받아보니 아직도 온기가 남아있습니다. 비닐에는 김이 서리네요.

내가 염치없이 너무 좋아하니, 더 많이 쪄올걸 하십니다. 멀리서 오시면서 이것도 무거우셨을텐데 저에게 이렇게 정성을 보여주시니 좋고도 감사합니다.

 

그런 환자분들께 제가 드리는 것은 독하디 독한 항암제입니다.

 

의사로서

 

많이 좋아지셨어요.

완치되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병원에 오지 마세요.

 

그런 말을 하는 것이 큰 기쁨인데.

그리고 그런 기대를 품고 의사를 하고 싶었는데.

 

저는 그런 말을 할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경고하고, 나쁜 예후를 설명하고, 죽음을 대비하는 말을 하게 됩니다.

 

환자들의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차갑게 얼려버리는 그런 의사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추석이 지났는데도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신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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