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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냄새를 풍기는 환자들

 

소화기 내과에서 내가 담당했던 30여 명의 환자 가운데 죽음의 냄새를 풍기는 환자들이 몇몇 있었다. 다른 환자들이 다 stable해도 한두 명의 중환이 있으면 밤잠 편안히 자기는 틀렸다.

한밤중, 환자의 혈압이 떨어지고 있다는 call이 오고, 발바닥에 불이 나게 병동으로 뛰어간다. 가자마자 손목을 붙들고 pulse를 확인한다. 분당 150. 혈압은 잴 수가 없다. 청진을 하니 심음은 희미하게 들리는데, light reflex가 없다. 다시 손목의 pulse를 확인하니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vital sign check하는 짧은 순간에, 환자는 expire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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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는 병원의 입원환자 중 암환자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아주 높다. 암 진단 이후 4∼5, 신체 주요 기관에 multiple metastasis, 치료보다는 현상유지를 위해 입원한 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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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병력기록지와는 달리 외관상으론 크게 아파 보이지 않고 표정이 밝은 환자들도 많다. 그렇지만 방심은 절대 금물. 사소한 감염에도, 단 한번의 fever에도, 가벼운 시술의 합병증으로도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환자가 나빠지면, 가족들은멀쩡하게 잘 살던 사람, 걸어서 병원에 들어온 사람을 병원에서 죽였다며 병동이 떠나가라 고함을 치고 곡을 한다. 그들이 밉다. 그렇게 환자가 죽어가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환자도 불쌍하고 가족도 불쌍하고 환자를 위해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하는 나도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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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병원 본관 7층에는 소위임종방이 있다. 환자의 상태가 나빠질 때, 죽을 때까지 환자와 가족들을 위해 제공되는 1인실이다. 임종방에는 병동에서 arrest가 난 상태로 급박하게 들어가기도 하고, DNR을 받은 환자가 상태가죽으러들어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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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화기 내과를 시작하기 전날 밤 UGI bleeding이 터졌던 간암환자는 내가 소화기 내과를 마치기 전날 밤 그 임종방에서 expire했다. Total bilirubin 64까지 올라가 우리를 긴장시켰던 환자. 지난주부터 밤마다 코피가 나서 멈추지 않고 refractory ascites로 숨차하며 밥도 제대로 못 먹었다. 한밤중에 바세린 거즈로 nasal packing을 해 주었더니 답답하다며 빼서 지혈이 제대로 되지 않아 한 시간만에 다시 가서 packing을 해야 했다. 나의 밤잠을 설치게 한 그가 미웠다. 아침까지 빼지 말라고 했는데 왜 그랬냐며 나도 모르게 질책을 한다. 그렇게 나를 성가시게 하더니 임종방에서 이틀을 채 버티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서서히, 보는 사람이 더 괴롭게 서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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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나에게 한 마지막 말은혈압 어때요?”였다. 혈압이 떨어지면 나빠진다는 말을 들어서일까? 그가 갖는 삶에 대한 기대, 희망이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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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에게, 또 그 가족에게 환자의 질병과 죽음이 갖는 의미를 의사가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그들 삶의 context를 이해하기 어려우니, 죽음을 거부하고 삶에 집착하는 환자든 죽음에 초연한 환자든, 젊고 건강하고 경험 없는 의사가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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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생각한다. 고도의 실험과 연구, 신약과 수술기법의 발전이 한 축에서 진행되어야 한다면, 남아있는 삶의 기간을 어떻게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것인가, 환자는 자신의 신변 정리를 어떻게 하고 가족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것이며, 신체적 고통과 영혼의 고통을 덜기 위해 어떤 노력이 다각적으로 제공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즉 총체적인 terminal care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중요하지 않을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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