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인턴일기

버림받았지만 행복한 아이 (1)

이수현 슬기엄마 2011. 2. 27. 21:10

버림받았지만 행복한 아이 (1)

 

잠시 call이 안 오는 틈을 타 소아병동 끝에 자리잡은 성주의 방에 들렀다. 그 방에 들어가기 전에는 문에 매달려 있는 소독약으로 손을 닦아야 한다.

누워서 소변통을 붙잡고 시뻘건 피오줌을 누면서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는 성주. 며칠 전부터 hematuria가 생긴 모양이다. 오늘은 성주가 stem cell transplantation을 받은 지 33일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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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성주를 처음 만난 건 본과 3학년 소아과 실습 때였다. 내가 담당한 환자의 옆자리에 성주가 있었다. 성주는 백혈병으로 항암치료 중이라 머리를 빡빡 밀었었는데, 어찌나 귀여웠는지 내 눈에 쏙 들어왔다. 내가 담당한 환자를 만나러 갈 때마다 은근히 성주를 찾아보곤 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항상 옆에는 엄마가 아닌 간병인 아주머니가 계셨다. 성주는 성격도 쾌활하고 소아과 병동 이 방 저 방을 제집처럼 드나들며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아이, 기억력도 좋고 똘똘해 보여 자꾸 말을 붙여보고 싶은 아이였다. 내 딸과 나이가 같아서 더 관심이 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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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가 어떤 상태인지 궁금해 먼저 차트를 살펴보았다. 차트 첫 장에 ‘XX사회복지관이라는 메모가 붙어 있었고, admission note에는 ALL(L1), 내원 당시 WBC 5만 이상, severe abdominal distension, chromosome translocation positive risk factor를 여러 개 가지고 있는 환자라는 것 정도의 정보와 현재 치료 regimen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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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를 봐도 환자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는 임상실습 초기. 나는 차트를 꼼꼼히 보거나 OCS에서 LAB을 더 챙겨보는 것보다 환자나 보호자를 만나보는 것이 적성이 더 맞는 편이어서, 일단 성주의 간병인 아주머니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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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로부터 1년 전쯤, 성주의 친아버지는 어느 24시간 놀이방에 성주를 맡긴 후 찾아가지 않았다. 성주는 보호소로 이송됐고, 그곳에서 다행히 한 치과의사의 둘째로 입양이 되었다. 입양 후 10개월이 지날 무렵 abdominal distension이 심해 병원을 찾았다가 큰 병원에 가보라는 권유를 받았고, 백혈병임을 알게 된 부모는 세브란스병원에 와서 확진을 받았으나 적극적인 치료를 원치 않는다고 말하였다. 요양소에 가서 쉬겠다고
….

소아 백혈병은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경우 5년 생존률이 70%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성인 암과는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는, 위험인자가 있기는 하지만 조혈모세포이식을 해서 생착이 잘 될 경우 생존율을 더 높일 수 있으므로 힘들기는 하지만 반드시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주치의의 설명에 부모는 겨우 설득이 되었고, 항암치료 첫 cycle을 마친 후 퇴원을 했다. 한 달 후에 재입원하여 두번째 항암치료를 받기로 약속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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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두번째 입원을 하던 날, 성주는 보호소 직원과 함께 병원에 왔다. 그 사이에 양부모가파양을 결정하고 성주가 원래 있었던 보호소로 보낸 것이다. 나는 그 두번째 입원에서 성주를 처음 만났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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