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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로 사회화되기

 

의료사회학의 학풍은 영국과 미국으로 대별된다. 의료시스템의 차이만큼 의료사회학의 학풍도 다른 것이다. 의사의 사회화(socialization) 혹은 전문화(professionalization)에 대한 연구는 주로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되었다. 현재 미국 사회학회 회원은 1 5천명에 육박하며 이 가운데 의료사회학 전공자로 지칭되는 사람들이 2천명에 달해 미국 사회학회 내 2번째로 큰 분과에 해당한다.

1960
년대 중반 미국 의료사회학이 막 발전하기 시작하던 당시의 핫 이슈는왜 의과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은 비슷한 캐릭터로 변화하는가?’였다. 의대 입학 당시에는 다양한 학부를 졸업하고 그만큼 사회적 배경에 차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가 되었을 때의 태도, 가치관, 행동양식에 놀라울 정도의 획일성이 발견되는 것이 사회학자들의 관심사가 된 것이다. 연구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의사의 사회화 과정은 3단계의 지위 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의대생 과정/전공의 수련 과정/전문의 수료 이후 임상의사로서의 생활. 임상 현장에서 환자를 보는 의사로서의 태도, 행위 양식, 가치관 등은 이 각각의 단계에서 조금씩 modulation되고 reinforcement된다. 각 단계에서의 독특한 경험과 훈련이 개별 의사의 전문가적 속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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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내가 외부자적 시각으로 분석했던 의사되기의 과정 중 두 번째 단계를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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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병원은 매일 밤 인턴들이 스케줄을 짜서 매시간, 혹인 2시간 간격으로 전 병원을 돌아다니며 위중한 환자들의 상태를 점검한다. 인턴 방의 커다란 화이트보드에는 인턴이 q1hr, q2hr로 체크해야 하는 전 병동의 환자 명단이 수시로 작성된다. BP, PR에서부터 L-tube test irrigation, ICU에서 bed ridden status인 환자의 suction, hepatic encephalopathy환자의 mental status를 확인하기 위한깨우기스케줄에 이르기까지 내용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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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2시까지 일을 하다 인턴방에 돌아와 잠시 앉아 숨을 돌리고 난 후 새벽 3시 스케줄을 돌기 위해 전 병원을 순회하는 바로 그 맛이인턴의 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동선도 복잡한 병원 곳곳을 누비는 그 불타는 새벽을 넘기고 나면 다음날 녹초가 되어 제정신으로 일하기 어려운 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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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는 쉽게 바뀌지 않으며 문화는 더욱 바뀌기 어렵다. 관행은 새로운 제도와 원칙이 제시되더라도 쉽게 변화하기 어렵다. 그래서 OCS PACS가 도입되기 전에 인턴을 했던 선배들은 매일매일 종이에 lab을 적고 X-ray film을 찾고 나르느라 잠못 이루던 인턴시절을추억의 그 시절로 회고하며 요즘 인턴은 많이 편해진 거 아니냐며 비아냥거리지만, ‘그 누구도 하기 싫어하거나 그 누구도 할 수 없거나 그 누구도 시킬 수 없는애매한 일을 인턴이 떠안게 되는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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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의학교육이 다분히 강의실 중심인 것을 감안한다면, 어쩌면 인턴으로 시작하는 바로 지금이 의사로서의 자질과 인격, 태도를 형성하는 중요한 시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노동자이자 피교육자인 이중적 신분의 인턴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어떤 과정을 학습해야 할지, 한 명의 훌륭한 임상의를 양성하기 위해 어떤 변화의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해 인턴 스스로, 또한 선배 의사들과 함께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 위기의 한국 의료가 재도약하는 데 토대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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