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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미워질 때

 

코에는 L-tube, 목에는 koken tube, 요도에는 foley catheter, 배에는 PEG, 가슴에는 chest tube, 심지어 항문에는 rectal tube. 대략 이 정도의 tube를 몸에 달고 있는 사람의 상태는 어떨까? ABR?

No!
재활의학과 환자들은 이런 관들을 주렁주렁 달고 물리치료, 재활치료를 받으며 병원을 누빈다
.

장기입원환자가 많아서인지 이들은 척 보면 내가 인턴인지 아닌지 안다. 내가 dressing이나인턴 고유의 job(L-tube insertion, ABGA, EKG, foley catheter insertion, nelaton, bladder scan… , 이제 이렇게 stat으로 해야 하는 procedure가 솔직히 지겹다)’만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는 듯, 나에게는 별 information을 주지 않는다. 반대로, dressing이 잘 못 되었다느니, 그렇게 붙이면 제대로 fixation이 안 된다느니, silk plaster로 붙이면 살갗이 부풀어오르니 종이 plaster로 해달라느니, aseptic하게 잘 하라느니 요구는 많다
.

가끔대박 dressing’도 있는데, aspergilloma pneumonectomy했거나 brain tumor frontal lobectomy를 했는데 wound closure가 되지 않아 dressing gauze만 벗겨내면 바로 큰 구멍이 뻥 뚫려 있는 경우, coccyx에 지름 수 cm deep sore가 있어 아무리 debridement을 해도 살이 차오르지 않는 경우 등이다
.

보호자는 사소한 감염에도, dressing한 부위가 조금만 젖어도 예민해진다. 매일 잔뇨량을 체크하는 환자들은 소변을 보자마자 잽싸게 달려가 bladder scan을 해주지 않으면 이번 결과는 선생님이 빨리 와서 측정해주지 않아 많게 나온 것이니 다음 소변 본 후 다시 측정해 달라고 한다. 나를 조정하려 든다는 생각에 화가 날 뻔한 적도 있다
.

Head post-op wound care
를 매일 하는 10살 남자아이. 그 엄마는 내가 dressing을 할 때마다 영 거북한 시선으로 나를 지켜보는 듯해 불편했다. 지난 일요일에는 오전 11시가 조금 넘어서 갔더니 예배보러 가야 하는데 이제 왔냐며 불평을 하기도 했다. 성형외과에서 wound skin graft를 한다기에 난 난생 처음으로 남의 머리를 깎게 되었다. 병원 이발사가 있지만 coumadine을 먹고 있기 때문에 상처나면 안 되니 의사선생님이 직접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부모의 요청에 의해서다. 아이는 조금만 세게 밀어도 아프다고 소리치고 전기면도기의 달달거리는 소리에도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1시간 동안 head shaving을 해야 했다. 가렵다, 아프다, 따갑다 계속 안절부절못하는 아이의 shaving을 겨우 마치고 나서, 난 울분을 달래기 위해 차트를 보았다. 도대체 어떤 환자야
?

두 달 전 갑작스러운 headache, vomiting, seizure로 응급실 내원, craniopharyngioma 진단 받고 바로 emergent op., 두달 동안 3번의 뇌수술을 받았고, 이제 4번째로 수술방을 들어가야 하는 상황에 처한 아이
.

병원에 있으면 자꾸 환자의 마음을 잊어버리는 것 같다. 내가 다른 잡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바쁘고 모든 일에 능숙할 수는 없는 그저 인턴이라는 사실을 이해해 달라고, 이들에게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

의사는 환자를 보면 진단명을 붙이고 그에 따른 protocol대로 검사, 치료를 진행하는 과정을 밟기 때문에 은연중에 환자가 표준화된다. 또 그렇게 표준화하는 것이 효율적인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모든 환자는 자신만의 이야기(narrative)가 있다. 자기 삶의 결정적인 위기를 병원에서 맞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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