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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치료를 언제 그만 둘 것이냐에 대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의견은

세가지 각기 다른 용법으로 치료했으나 연속적으로 반응이 없을 때이다.

 

그렇게 약제 반응이 좋지 않을 때는 추가적인 치료를 해도 약제의 반응을 기대하기보다는 독성에 의한 환자의 손해가 더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생존기간을 연장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고 환자 삶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더 이상의 치료는 권고하지 않고 있다.

약제 반응율은 치료 초반기 일수록 좋기 때문이다. 치료 후반기로 갈수록 약제에 감수성이 높은 세포보다는 저항적인 세포가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런 원칙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환자의 컨디션이 너무 좋을 때

치료 독성이 심하지 않을 때

환자의 치료 의지가 강할 때

아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약제가 남아있을 때

 

다시 치료에 도전하게 된다.

 

매번 CT를 찍을 때 마다 내 마음은 철렁, 사진이 그렇게 나빠져 가는데, 환자는 별 증상도 없고 독성도 잘 견디고 있다. 치료의 의지도 강하다. 의사의 지시를 잘 따른다.

 

그렇게 치료를 해 온지 어언 3년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이 서서히 나빠진 것에 비해

각종 혈액검사는 정상 수치를 가리키고 있었다.

증상도 없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황달 수치가 급상승하기 시작한다.

 

나는 올 것이 왔구나 싶지만

환자와 가족은 청천벽력이다.

더 이상 치료하지 못할 것 같다, 지금 황달을 떨어뜨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진통제로 통증만 조절하겠다는 나의 설명은 가족들에게 수용되지 않는다. 최근 2주만에 황달 수치가 10이 넘었다. 수치의 증가속도가 매우 빠르다. 환자의 컨디션이 좋지는 않아도 아주 나쁘지도 않다.

이렇게 갑자기 나빠지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

 

서서히 전이가 진행되고 있다. 

항암치료를 하면 좋아진다. 그러다가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가면 다시 재발을 한다.

약제를 바꿔서 항암치료를 하면 다시 좋아진다. 그러다가 또 다른 곳으로 전이가 진행된다.

유방암에서 써볼 만한 약제는 다 썼다. 이미 쓴 약도 쓴지 오래되었으면 다시 써보기도 했다.

이제 더 쓸 약이 없다.

 

황달 수치는 5를 전후로 왔다갔다 한다.

혈소판 수치가 낮아 골수 전이가 의심되지만 골수검사를 해서 전이를 증명한다 하더라도 치료적 대안이 없기 때문에 굳이 검사의 의미가 없을 것 같다. 혈소판 수치는 수혈을 해야할지 하지 말지 애매한 상태.

환자와 가족은 이미 너무 많은 경고를 들은 바 있다.

언제든 돌아가실 수 있다고...

그날이 오늘 일수도 있고

한달 후일 수도 있고...

그렇게 몇달이 지나가고 있다.

특별한 증상은 없다.

좀 기운이 없고...

피곤하고...

 

환자는 입원을 하면 회진을 돌 때마다 경고하는 전공의와 주치의를 만나는 것이 무섭다.

다 알아 들었는데,

다 알고 있는데

자꾸 반복해서 설명한다.

병원가기가 싫다.

 

++++++++++++++++++++++++++++++++++++++++++++++++++

 

나쁜 소식을 전하는 것은

늘 어려운 일이다.

 

몸 상태가 나빠지면

환자들은

스스로가 그날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아챈다.

그래서 난 너무 반복적으로 설명하지 않으려고 한다.

다만 가족들에게는 나쁜 예후가 예상됨을 설명해준다.

애둘러서 말하는 내 말 뜻을 잘 알아채지 못하는 가족도 있다.

그래도 난 그들을 내 방식대로 이해시키려고 애쓰지는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다 눈치를 챌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그런데

가끔 이런 룰이 잘 통하지 않는

어려운 경우를 만날 때가 있다.

치료를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나의 설명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과연 어떤 시점에 나쁜 소식을 전했어야 했을까...

눈물로 이 밤을 지새는 가족에게 나는 어떤 위로를 전해야 할까...

 

 

 

 

 

 

 

 

  • 2013.02.13 23:31

    어제 오늘 교수님께서 쓰신 글. 미래 내가 감당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척 심란하네요. 당분간 들어오지 말까봐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2.14 08:32 신고

      미안해요
      마음 무거운 글이에요
      사실 저는 매일 이런 일을 고민한답니다. 그런 환자와 가족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한번은 직면해야 하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가족에 전이성 암 환자가 있다면 말이죠
      슬픈 현실이지만...

  • 준서아빠 2013.02.15 11:37

    샘님도 힘내세요.. 저는 않좋은 얘길 들을때마다 선생님눈을 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보게 됩니다. 느낄수 있습니다. 많은 환자가 있고 직접적인 가족은 아

    니지만 잠시 가족처럼 감정전이가 되어 있다는걸..


    얘기않해도 듣는 가족들은 아실겁니다.. 얘길 전하는 샘도 가슴아픈걸..

  • 준서아빠 2013.02.15 11:49

    샘님 진짜 오랜만에 뵙네요. 그동안 샘님글은 항상 보고는 있었지만 집사람의 경과가 좋지 않고 바쁘고 등등.. 해서 오랜만에 왔네요. 아마 당분간도 그럴듯 합니다.

    집사람의 진단이 새로 나왔습니다. 어제 저녁에 MTX toxicity, leukoencephalopathy 라는
    의견이네요.. 근거있는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래서 오늘부턴 antibio, fungal 다 stop 하고 욕창 flap op 의뢰나가고등등 discharge 생각하고 있습니다.

    반응이 없네요.. 준서엄마 목소리듣고 싶은데 들은지 진짜 한참인데..
    참 그동안 몰랐었나봅니다. 이사람이 나한테 얼마나 소중한지.
    어제가 결혼 기념일이였습니다. 준서와 지민이가 준비해준 수제 초코렛을 조금 입에 넣어줬습니다. 잘 씹지는 못하더군요. 남은 것 다먹으니 거북해서 저녁내내 불편함을 느끼면서
    병동 선생님과 이 긴 진단명에 대해 얘길들었었습니다.

    말씀하시는 준비?
    모르겠어요.. 준비가 무언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내가 언제부턴가 무언가는 하고 있더군요.. 집사람이 하던 통장정리,
    각종 집안경제관련된 일, 준서 예방접종챙기기들.. 치아는 때를 놓쳐서 앞니가 이미 덧니가
    자라더군요.. 어제 부랴부랴 빼주고..


    이 긴 진단명에 chronic phase 란이 더해졌으니 별반 치료도 방법도 없다는걸 아실겁니다. 또 brain meta 와 척수전이 정확히는 lms 라고 해야하나..도 가지고 있으니.


    저는 다른 준비, 대비는 해도 보낼 준비는 않할랍니다. 진짜로 저 사람이 먼저 가면 그땐 보내주려고 합니다. 조금만 먼저 가있으라고...
    바라건데는 이 두아이의 마음엔 엄마가 항상 좋은 모습으로 간직되었으면 합니다. 내 마음속의 팽이는 항상 돌고 있습니다.

    다음에 올땐 좋은 소식으로 들르겠습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2.19 05:37 신고

      고생많이 하고 계십니다.
      최선을 다해 투쟁하고 있는 아내는
      아이들에게, 남편에게 그 자체로 선물입니다.
      비록 지금 힘들고 어렵지만
      좋은 소식 꼭 들려주세요.
      준서아버님도 건강 챙기시구요.
      가족의 기둥이시니까요.

  • 슬기아빠 2013.02.18 09:14

    지난 금요일 아내가 수술을 하고 어제(일) 퇴원 했습니다. 담당 의사 말씀이 암 세포가 거의 다 죽었다고 합니다. 부분 절개를 했습니다. 다음주 월요일 외래 예약되어 있고요. 그때 가면 조직 검사 결과가 나올 예정이며 그에 따라 앞으로 치료 방향이 결정된다고 합니다. 선생님께서 적절하게 약물 처방을 해 주신 덕분입니다. 고개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약물 치료 과정이 힘들지 않은 날이 없었지만, 아내 이야기를 들어 보면 약물 치료과정에서 암 덩어리가 쑥쑥 빠져 나가고 근육이 수축되는 느낌이 들었다고 합니다. 선생님은 명의이십니다. 아내가 드라마 '마의'를 잘 보았는데 수술을 앞두고는 외과술을 하는 '마의'도 보지 않을 정도로 긴장했는데, 이제는 마음놓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약물 치료과정에서 친구가 준 약물치료 부작용을 완화해 주는 한약(당귀)을 2-3일정도 복용한 것(선생님 말씀 듣고 즉시 중단) 말고는 정말 다른 시도는 해 보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선생님 말씀만 믿고 따랐지요. 주위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많이 해 주고 좋은 약재도 주었지만 아내는 다 거부하였고, 덕분에 제가 잘 먹었지요. 앞으로의 치료도 잘 될 거라 믿습니다. 아내도 열심히 스트레칭을 합니다. 계속 지켜봐 주십시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2.19 05:35 신고

      슬기네 가족에 좋은 일만 함께 하길 기도하겠습니다.
      고생많이 하셨습니다.
      더 많이 사랑하며 하루하루를 삽시다.

  • dnjsldkQk 2013.02.18 17:05

    정말 무서운 글이네요. 제 아내도 체력적으로나 혈액검사 상으로는 견딜만한데...
    뇌, 간, 뼈...항암제 이거 저거 쓰고 좋아졌다가 나빠졌다가 하면서 이제 곧 만5년을 투병하네요. 정말 지겹고 힘들고 무섭고...아내가 불쌍하고 그래요.
    여기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요. 저도 이러니 아픈 사람은 오죽하겠습니까?
    만신 창이가 된 몸, 알수 없는 수명, 어린 아이에 대한 걱정, 이쁘게 꾸미고 다닐수 도 없고... 여잔데....남들은 막살아도 멀쩡하게 행복하게 즐기면서 사는데...자기는 무슨 죄로 이럴까
    남편과 아이는 무슨 죄며...

    옆에서 잘 지탱하도록 많이 도와줘야 하지만 돈도 벌어야 하고 아내도,아이도 돌봐야 하고...
    항상 기분좋게 유지 해주려고 노력하지만 결과가 안좋거나 불안감이 밀려올때는 정말 힘들죠.
    아무리 의사선생님이 맘을 쓰셔도 환자나 환자 가족에 대해 얼마나 공감해주실수 있겠습니까?
    의사에게나 환자에게나 이래 저래 힘든 병이네요. 정말 욕이 절로나오는 병이라구요.

    하지만 별난 방법이 있겟습니까? 환자나 보호자가 무슨 힘이 있습니까?
    우울한 생각 말고 긍정적으로 하루하루 버텨봐야죠.

    선생님 글 내용에 포함 않되는 제 아내가 되기를...

    우매한 희망인가요?

    정말 힘드네요...사는 게...

    이겨낼수 있는 힘을 주소서.

    이렇게 불안과 긍정만 왔다갔다...노력하며 힘들게 사는 것좀 알아주시고 이제는 제발 좀 낫게 해줘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2.19 05:34 신고

      희망이 또 다른 삶을 가능하게 할 거라 믿으며.
      그 희망을 내가 줄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환자를 통해, 그 가족을 통해 희망을 배우며.
      늘 죄인의 마음으로.

  • 이은주 2013.02.25 00:12

    유방암수술한지 2년이 다되어가네요....처음엔 ,,,수술하고 치료받으면...훗,,,나을줄알았어요 그래서 씩씩했구요,,,,호르몬제를 먹으면서 폐경증세도 참을만 하구요 ,,,그런데 ,,,해맑기만하던 나의 생각은,,,,남은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전이가 되면 ,,,또다른 항암치료를 해야하는건가도 생각합니다 선생님,,,,아프지않게 ...그렇게 생을마감하고 싶은데,,,암은 많이아프다고하네요 ,,,동물처럼 안락사를 할수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아픈 죽음은,,,,억울해요 ,,,,한달째 기침이 떨어지지않고있어요 왼쪽 갈비뺘가 아프기도 하구요
    폐로 전의가 된게 아닌지,,,, 자꾸만,,,,약해져가는 내자신이 ...두렵기만합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3.04 10:32 신고

      전이가 의심되면 빨리 검사해야지요. 저희 병원 다니시는 분이신가요? 그럼 저에게 빨리 오세요. 저희 병원 다니시는 분이 아니라면, 빨리 주치의 선생님께 가서 증상을 말씀하세요. 어디가 좀만 아파도 전이가 아닌가 의심되는게 사람 마음입니다. 공연히 걱정 키울 필요 없어요. 일단 검사를 해 보는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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