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좋아하는 나에게 아무말도 못하고

이수현 슬기엄마 2013. 3. 20. 22:49


70세 넘은 할머니가

탁소텔 9번을 잘 견뎠다.

체중도 별로 안 변하고

입맛도 별로 안 떨어지고

무엇보다 간전이가 많이 좋아지셨다.


두번 항암치료 하고 CT를 찍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할머니 연세도 많으시고

조영제 쓰는거 부담이 되어서 

꾹 참고 세번 항암치료를 마치고 CT를 찍었더니 

아주 많이 좋아지셨다.

나는 또 참지 못하고 좋아하는 티를 내 버렸다.

할머니는 내가 좋아하는 걸 보니 많이 좋아지긴 좋아졌다 보다 하셨다.

CT 보여드렸지만

내가 본다고 뭘 알겠어 그냥 하라는 대로 하는거지 뭐 

그러셨다.


탁소텔은 3-4회 이상 맞으며 전신부종이 동반되는 경우가 흔하고 말초혈관염도 심한 약이라 

6번 정도에서 약을 중단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할머니는 그런 부작용이 없었다. 

70 넘은 할머니가 대단하다 싶었다. 

그렇지만 8번째 항암치료를 하고 나서부터 컨디션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9번째 항암치료를 하고나니 힘든 기색이 역력하다. 

이만큼도 잘 하신거라고, 좀 쉬자고 했다.


비로소 할머니는 당신 말씀을 하신다. 


근데 숨이 좀 차 



청진을 해보니 전체적으로 소리가 거칠다.

복부 CT의 세팅을 전환해서 폐 실질이 잘 보이도록 해서 다시 보니

복부 위쪽의 일부 폐에 국한된 영역만 볼 수 있기는 해도 

폐에 뭔가 이상한 병변들이 생긴 걸 알 수 있었다.

탁소텔로 인한 드문 부작용인 간질성 폐질환 (interstitial lung disease)이 온 것 같다. 

영상의학과에 재판독을 문의했고 비슷한 대답을 들었다.

6차 후 찍은 CT부터 유사한 병변이 생기기 시작했고 9차 후에는 더 심해진 것 같다. 

약에 의해 간질성 폐질환이 생기면

해당 약을 끊고 경과를 관찰하는 것이 답이다. 

스테로이드가 도움이 되려나...

외래에서 스테로이드 적응증이 되는지 미쳐 확인도 못하고

일단 solondo 를 드렸다.

다음주에 외래에 오시면 증상을 확인하기로 했다.


병만 보고 좋아라 했다.

환자 삶의 질이나 부작용 모니터링 잘 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도

정작 나도 병만 치료하는 좋아하는 의사였다. 


노인들은 괜찮아 보이더라도

한순간에 나빠지는 취약한 사람들.

할머니가 이번 간질성 폐질환을 잘 이겨내셔야 내 마음이 덜 불편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