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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2기,

수술하고 항암치료 4번만 하면 된다고 했다.


유방암이 의심되어 검사를 하는 동안 

뭔가 소소한 이상들이 발견되었다.

환자는 그런 검사를 하는 중에 흔하지 않은 유전적 질환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피부 병변이 있었지만 신경쓰지 않고 살아왔는데 

그게 유전성을 갖고 있는 질환과 관련이 있는 증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 병의 악화로 인하여 죽고 사는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걸 설명했기 때문에 환자는 놀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유방암은 유방암대로 수술하고 항암치료를 막 시작한 참이다. 


이과 저과에서 유전적 질환이니 지금 증상이 없어도 이것 저것 검사하라는 것이 많았나 보다.

암과 직접 관련된 것이 아니라 

중증진료 혜택이 되지 않아 검사비도 비쌌다.

그래도 의사가 환자를 위해 하라는 것이니 환자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기는 해도 그냥 하라는 대로 다 다했다. 


그렇게 찍은 뇌 MRI 에서 뭔가 이상한 부위가 보인다고 했다.

환자로서는 의사가 MRI를 보여줘도 뭔지 알 수가 없었지만, 병변의 면적이 그리 작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았다.

영상학적으로 보면 뇌전이의 모습에 가장 합당한 것 같다는 의견을 들었다.


환자는 지금 아무 증상도 없는데

2기 유방암이니 시키는 대로 치료받으면 다 낫는 병이라 생각하던 참에 갑자기 뇌 전이가 의심된다는 말을 들었으니 청천병력이다.

판독만으로 진단을 하기에 어려모로 꺼림찍하였다.

신경외과 이비인후과 영상의학과가 같이 상의하였고

머리를 열지 않고 코로 들어가는 방식으로 뇌 조직검사를 해보기로 했다. 

이비인후과 선생님은 그것도 접근이 그리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하셨다.

환자는 그렇게 의견이 조율되는 기간동안 매우 불안해 하였다.

나에게 몇번 문자를 보냈다.

조직검사가 쉽지 않으니 입원이 필요했다.

입원하는 날, 조직검사하는 날을 서둘러 잡아 입원하였다.

입원 후 의료진이 새로운 의견을 내 놓았다. MRI를 찍었지만 CT를 다시 찍어보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검사별로 보이는 영상에 차이가 있으니 또 검사를 하기로 했다.

CT를 보고 나니 이번에는 뇌전이보다는 혈관이상의 일종인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다.


환자는 전이보다는 혈관이상일 수 있다는 말에 뛸듯이 기뻐했지만

나는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는 뇌혈관조형술을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들었다.

마침 스케줄이 잡히지 않는다. 입원한 환자는 CT만 찍고 퇴원하였다. 

전이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면 하루이틀이 급한 검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환자도 동의하였다.

환자는 내일 혈관촬영술을 위해 오늘 입원했다.

입원하라는 원무과의 연락에 입원을 하기는 했지만 마음 무거운 일이 있었다.

오랫동안 앓고 계신 아버지 때문이다. 

환자가 모시고 지내셨는데 본인이 입원하게 되니 아버지를 동생 댁으로 잠시 옮겼다.

병원에 입원한지 몇시간 안되서 집에서 전화가 왔다. 아버지가 위험한 것 같다고.

환자가 이번에는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울먹거리면서 아버지 때문에 나갔다 와야겠다고. 입원을 취소하면 안되겠냐고.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첫딸인 그녀가 아버지를 모시고 살았고 

최근 아버지 병 수발도 본인이 다 해드리고 있었다.

자기도 항암치료 중이라 힘들지만, 이제 아버지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기도, 다른 한편으로는 마지막 효도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병수발을 들었다.


자신에게 발생한 뇌문제도 심각한 거니까 엉겁결에 입원을 하기는 했지만

막상 아버지가 거처를 옮기고 얼마 되지 않아 상태가 나빠졌다고 하니 

마음이 쓰이고 정신이 없다고 했다.

덩달아 나도 정신이 없다.


나는 빨리 뇌검사를 마치고 괜찮다는 걸 확진한 후 

중단한 항암치료를 빨리 재개해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환자는 울면서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외출을 나갔다. 

내일 아침 돌아오실 수 있을까?

그녀는 지금 자신의 뇌혈관촬영술이 중요하다고 생각할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입퇴원을 반복하는 그녀를 보니 안타깝고 미안하다. 

환자를 위해 애도 많이 쓰고 편의를 많이 봐드리고 싶었는데

매번 뭔가 일이 꼬인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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