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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에 남긴 환자 어머니의 편지입니다. 

그리고 환자였던 따님이 마지막에 남긴 편지를 같이 남겨주셨습니다. 


존경하는 이수현 선생님:

제 딸 영민이는 전적으로 선생님의 전문가적 권위의 겉에 코팅된 측은지심에 자석처럼 끌리어 질병을 견디면서 승리하며 지냈음을 고백합니다. 

그렇지요...!!! 
환자가 어떻게 지내는가를 결정짓는것이 전적으로 주치의와 팀으로 움직이는 간호사들의
헌신적인 돌봄때문이었으며 그 어려운 길에 언제나 천사로서 임하셨기 때문입니다. 

일생동안 많은 순간 천사의 손길을 기다렸지만 종양내과에서 치료받으며 무수히 
많은 천사들을 만나곤 했습니다. 

딸 영민이는 전적으로 산생님을 신뢰하므로 충성으로 순응 했습니다. 
진통제를 3단계로 처방받았으나 전혀 예상밖으로 가장 초기단계의 약으로 조절했지요!

처음부터 치료를 안받고 천국에 가기로 작정했던 딸 영민이를 선생님 만이 갖고계신 놀라운 설득력으로 비밀의 통로로 인도해 주심에 대하여 말할수 없는 감동과 감사를 드립니다. 

이 모든 과정은 이 수현 선생님꼐서 환자를 위해 시간과 몸과 맘과 정성을 다해서 보시는
결과였습니다, 


처음부터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기도합니다. '
선생님처럼 몸과 맘과 정성을 다해 환자를 치료하시면서도 
또 다른 연구등도 많이 많이 내시도록 수많은 천사들의 도움이 있기를 
매일 기도합니다. 


동봉된 환자가 남긴 글을 읽으며 

내가 어느 대목에서 도움이 되었는지를 찾아봅니다.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제가 한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녀의 고통을 덜기 위해 했던 나의 노력들 중에 무엇이 도움이 되었는지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환자는

다른 환자를 통해 하느님의 은혜를 느끼고

항암제를 통해 암세포의 무게를 덜어냄으로써 

육체적 고통을 감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현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남은 생을 기쁜 마음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환자의 노력이지 

저의 노력이 아닙니다. 


제가 선택한 아드리아마이신이라는 약제는 유방암 치료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효과가 좋은 약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의사에 대한 신뢰를 이끌어 내는 결정적인 약이 되었습니다. 환자는 한번만 좋아져도 주치의를 믿습니다. 자기의 불편한 증상 한 가지만 해결되어도 주치의를 믿게 됩니다. 유방암 환자들이 다른 암환자에 비해 자기 주치의에 대해 의존도가 높은 것은 사실 이 약의 효과 때문이기도 합니다. 솔직히 주치의 요인보다는 항암제 요인이 더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탁센 계열의 약물을 먼저 써 보고, 그 다음에 아드리아마이신을 쓰는 것은 그저 루핀이요, 표준적인 처방 행태입니다. 저는 그 원칙을 따랐을 뿐입니다. 다만 환자 상태가 위험천만이었기 때문에 좀더 주의를 기울였을 뿐입니다. 제가 주의를 기울여서 좋아진게 아니라, 잘 개발된 항구토제, 환자 스스로의 노력, 엄마의 긍정적이고 정성어린 간호 등이 독한 항암치료를 하는 동안 환자를 잘 견디게 도와준 요인입니다. 


물론 저도 마음을 많이 쓰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결정적인 요인이 아니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전이가 심해 치료를 하지 않고 통증을 조절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를 하였지만, 그 치료가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치료를 권유하면서도 나는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가 갖고 있는 걱정과 우려, 삶에 대한 갈등과 긴장을 오롯이 다 느끼고 있었습니다. 


사회학을 공부했던 저는 질병의 속성을 구성하는 사회적 요인들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고 있지만, 정작 환자 개인의 안녕과 편안함, 치료의 효과를 가져다 주는 것은 그런 외부적인 요인, 사회적인 요인이라기 보다는, 환자의 의지와 생명력, 그리고 암의 생물학적 속성을 잘 겨냥한 항암제가 더 중요한 요인능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만약 의사가 되지 않고 의료사회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환자와 의사, 의료체계, 제도를 바라보았다면 도저히 경험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겉도는 분석을 하기 쉬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환자는 자기의 생명력으로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그 생명력을 극대화하는 것은 가족의 사랑과 지지, 후원입니다. 

기도가 중요한 것은 단지 종교적인 영역을 넘어, 그를 기억하고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응집되는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 마음의 에너지가 그에게 전달되는 것입니다.


의사는 

그 과정을 지켜보며

조율하는 역할을 합니다.

환자가 자기 의지와 자기 생명력을 잘 유지할 수 있게, 의학적으로 방어막을 쳐 주는 정도의 존재입니다. 더 나빠지지 않게 모니터링 해줍니다.


이제는 육신의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영혼으로 하늘나라에서 우리를 보고 있을 그녀를 위해 마지막으로 기도드립니다. 부족한 제가 지금 제가 처한 어려움에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여 환자를 돕는 좋은 의사가 될 수 있도록 그녀에게 도움을 청하는 기도입니다. 

 



  • 준서아빠 2013.05.07 13:40

    지금은 하늘에 있을 그분도 몇년을 자기 자식의 고통을 보아온 어머님도 이제 더이상의 고통은 없으시길 기도드립니다.
    그동안 이분들을 돌봐온 샘도요.

    전이성 유방암 컬럼과 호스피스 란은 항상 슬프네요... 전이성 이란게 통상적으로
    좋은 글 기쁜글은 없나봅니다. 그죠...

    하지만 홈런 많이 치세요. 자신있으시죠??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5.08 15:18 신고


      솔직히 좋은 일 기쁜 일이 많지는 않아요
      그래도 늘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봅니다.
      우리에게 희망이 될 그 누군가를, 그 누군가의 이야기를...
      환자가 좋아져야 의사도 힘이 나는 법이니까요

  • 미국에서 2013.05.10 13:45

    글을 올려도 좋을까 고민했었는데, 선생님의 답글을 읽고보니 안도의 마음과 감사의 마음이 듭니다. 장문의 자세한 답글을 읽고 궁금함과 두려움이 많이 해소되었어요.
    외국에서 오래 생활하다 이렇게 아프고보니, 한국에서 선생님과 같은 다정하신 분께 진료받고싶다는 소망이 생기네요. 아무래도 외국인 의사와 환자 사이는 언어뿐 아니라 정서적인 거리감도 조금은 느껴져서요..
    주신 글을 읽고 her2에 대해 바른 이해를 하게 되었어요.
    저는 her2 + 라는 얘기에, 제가 양성이라는 소리인줄 알았는데, + 가 몇개냐에따라 양성, 음성이 다르네요? 저는 + 가 하나였으니 음성이고, 허셉틴을 쓰지 않나봐요. 이제 이해가 되어요.

    선생님과 지면으로라도 이렇게 대화를 하고나니, 재발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을 좀 벗어버리고, 치료를 잘 받으면 완치될수있다는 생각에 좀 더 의욕이 생깁니다.
    저처럼 어디에 여쭤볼곳도 없어 필요이상으로 불안해하던 상황에 자세한 설명과 조언을 듣게되어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5.10 13:54 신고

      지금은 그런걸 걱정하실 때가 아니에요 ㅎㅎ
      항암치료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나머지 두 싸이클을 무사히 잘 받는게 젤로 중요합니다. 항암치료 끝나두요 한 6개월에서 1년은 몸이 말이 아니에요. 그래서 치료가 끝나고 몸이 더 힘들다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결정적으로 항암치료 끝나면 아무도 안 알아줘요. 아주 섭섭합니다. 그런 거 다 털어버리고, 나 스스로 씩씩하게 잘 살아야 합니다. 안 힘들어하는 사람 한명도 없었어요. 그런데 대부분 잘 이겨내고 자기나름의 노하우 찾아내서 극복하십니다. 그렇게 되실거에요. 화이팅

  • 2013.11.08 07:21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5.10 13:12 신고

      그 주치의 선생님 말이 맞아요 주치의 선생님이 치료 아주 잘 해주시고 계신거 같습니다. 저도 너무 알려고 하는거에 반대해요. 지금은 그냥 의사가 시키는대로 하면 되는 단계입니다. 빈말 아니구요.
      1. 제가 보기에 폐병변은 경과관찰하면 될거 같아요. 암과 관계가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른 환자에게서 흔히 보이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 몸에는 여기 저기 여러 원인에 의해 혹이 생기고 없어지고 그런 양성 혹들이 많아요 그런 것 중의 일환인거 같아요. 환자 입장에서는 설명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로 말이죠. 폐전이 의심하지 마세요.
      2. 본인이 HER2 양성인가요? 그러면 허셉틴을 쓰고 있을 거에요 HER2 는 간단한 면역염색을 해서 0,1+ 가 나오면 음성이라고 치고, 3+가 나오면 양성이라고 치고, 2+가 나오면 비싼 돈을 들여서 유전자검사를 해야 합니다. 항암치료만 하고 허셉틴을 따로 안맞고 있으신거 같은데요 아마 아닌가 봅니다. HER2가 양성인데 허셉틴을 안쓰는 의사는 없거든요. 허셉틴을 쓸 때는 의사가 반드시 설명을 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아마 설명들으신게 없으면 안쓰고 있는거구요, HER2가 양성이 아닐거에요.
      3. 재발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아요 2기초니까요. 근데재발할수도 있죠 재발하면 나에게는 100%인 거에요. 평균적인 위험도가 높다고 해도 재발안하면 나에게는 0% 입니다. 평생 fear of recurrence에 사로잡혀 살 수도 있어요. 결국 마음을 잘 먹어야 합니다. 그 두려움은 아무도 해결해 줄 수 없어요. 가족도 남편도 하느님도. 그러니까 나의 자아를 믿고 내가 반드시 해결해낼 것이다 그렇게 결심하세요. 지금 객관적인 상황으로는 재발가능성보다 완치 가능성이 훨훨훨씬 높으니까 마음 잘 다잡으세요. 지금 지푸라기를 잡을 필요가 없습니다. 당당하게 사실 수 있을거에요. 아무도 도와주는거 같지 않지만, 씩씩하게 극복하실 수 있을 겁니다. 한국 아줌마들 진짜 강해요. 힘내시고, 극복기 좀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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