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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동이 동생은 유방암 치료 중이다.

몇년 전에 수술을 했는데 

2년 만에 재발했다.


재발 후 첫 치료로 항암치료를 하다가 탁솔 독성으로 손발저림이 심하고 몸이 많이 부어서 치료를 중단했다. 이후 호르몬 치료를 했는데 별로 효과가 없었다. 늑막이 다시 두꺼워 지는 양상이다. 

그래서 지금은 먹는 항암제로 치료하고 있다. 늑막 전이 양상에는 큰 변화가 없다.

지금 항암제는 다행히 큰 부작용이 없지만 손발이 자꾸 트고 갈라진다. 좀 피곤하기도 하다. 

그래도 그녀는 탁솔 맞을 때 다 빠진 머리가 이제 많이 자랐다며 뿌듯해 한다. 요즘은 내 머리 길이랑 비슷하다.


젊다 못해 어린 그녀. 

여러 불편한 점들이 많을텐데 이 정도면 괜찮다고 늘 쿨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나는 오히려 그녀가 마음 속으로 절대 흔들리지 않으리라 굳은 마음을 먹고 있는건 아닌가 그렇게 짐작만 한다. 


젊은 환자들은 자존심이 세기 때문에 자기 얘기를 잘 하지 않으려고 한다.

마음 속으로 오만 생각을 다 하면서도 말을 잘 안한다. 

그나마 주치의 말을 잘 들으면 다행인데, 욱하는 젊은 기운에 순간 말을 안듣고 튕겨 나가는 환자도 있다. 

우리 환자는 내 말을 아주 잘 들었다.

사실 내가 마음 속으로 아주 아끼는 환자였다.


나이가 너무 어리니까 그냥 마음이 많이 쓰였던것 같다. 

우리 환자가 삼청동에 커피집을 오픈했을 때도 일부러 삼청동을 찾아가 회식을 하고 레지던트들과 그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개업했으니까 좀 팔아주는게 예의.   


항암제 때문에 손이 거칠고 자꾸 갈라지니까 내가 보습제 열심히 바르고 꼭 장갑끼고 물 일 하라고 단속하였다. 외래 때 큰 언니가 그녀를 보는 시선은 깨질것 같은 조마조마한 마음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래도 차마 가게를 오픈하겠다는 그녀의 결심을 말리지는 않은 것 같다. 카페를 개업하기 전에도 항암제 맞는 주기를 피해 틈틈히 아르바이트도 하고 열심히 운동도 하고 씩씩하게 치료받았다.


가게 잘 되요?


그냥 그래요.


부자되세요.


삼청동에 카페가 많아 걱정이다. 잘 되야 할텐데...


이번 외래 때 헤어스타일이 아주 멋지게 변해서 왔다. 깜짝 놀랐다. 


너무 예뻐졌네요.


지난 번에 선생님이 미용실 소개시켜 줬잖아요. 거기 갔었어요. 


맞다, 내가 다니는 미용실을 소개시켜 줬었지. 계획을 세워서 미용실을 다니지 못하는 나는 어느날 지나가다가, 문득 시간이 나면 가는 미용실이 있다. 내 머리는 관리가 잘 안되고, 나도 관리를 잘 안하기 때문에 커트를 잘 해야 그나마 볼만한데, 이 원장님은 알아서 잘 해주신다. 미용실에 가서 어떻게 해주세요 그렇게 말 할 필요가 없다. 그냥 자리에 앉으면 알아서 해 주신다. 그래도 늘 만족이다. 특히 머리결이 상하지 않게 잘 다듬어 주신다. 지난 번에 내가 그 미용실을 소개해 줬었나 보다. 맨날 외래를 지연시키기는 주제에 왠 오지랍. 


쌍동이 언니랑 같이 미용실에 갔다 보다.

쌍동이 언니는 생머리로 머리가 아주 길었다. 파마를 하고 머리를 예쁘게 하는게 민둥머리로 항암치료 하는 쌍동이 동생에게 미안해서 미용실을 안 다닌 것 같다. 


원장님은 내 이름을 대고 찾아간 환자를 만나 내심 어리둥절했었나 보다.

그러나 금방 상황을 파악하셨는지, 쌍동이 언니 머리도 단발머리로 예쁘게 손질해주시고, 컬도 넣어주셨다. 그렇게 언니가 머리를 하는 동안 동생에게는 잔뜩 영양제를 넣어 머리를 손질해 주신 모양이다. 머리결도 머리결이지만 스타일도 아주 멋지게 변신하였다. 쌍동이 자매의 헤어스타일이 훌륭하게 변신에 성공하였다. 미용실을 다녀온 그녀도 대만족이었다. 


선생님, 좋은 미용실 소개시켜 주셔서 감사해요. 

 

동생을 생각해서 일부러 머리 단속을 안하는 언니.

암환자라는 걸 눈치채고 더 영양처리를 많이 해준 원장님. 


그들의 마음이 너무 고맙다. 

우리 환자가 더욱 굳센 마음으로 장사에 전념하고 항암치료도 꿋꿋하게 잘 받았으면 좋겠다. 

주위에서 그녀를 아껴주고 배려해주고 사랑하는 마음이 환자를 그렇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작고 소중한 마음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 2013.05.30 11:42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5.30 12:25 신고

      글을 올린다는 것이 파일 업로드를 말씀하신건가요? 그 기능은 이 블로그에서 시행되지 않습니다. 지금처럼 텍스트로 쓰셔야 합니다.

      2010년 Lancet oncology 12(10):21-29 에서 Cuzick 등이 발표한 영국/오스트레일리아의 13년간 follow up 한 데이터를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방사선치료만 받고 타목시펜을 먹지 않았을 때
      새로운 breast event 를 줄일 수 있는 확률을 29% 낮추었고 같은 쪽 유방에 DCIS가 재발할 확률을 30% 낮췄으며 반대쪽 유방에 breast tumor (not cancer)가 생길 확률을 56% 감소시키는 것이 보고되었습니다. 그러나 같은 쪽에 침윤성 유방암이 생길 확률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다른 연구의 결과도 대동소이한 것 같지만 그 연구의 end point를 무엇으로 잡았느냐에 따라 연구결과는 해석을 달리 할 수 있습니다.

      저 같으면 일단 산부인과 진료를 받아 잠재적 임신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 보시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일단 임신시도를 해 보고 나중에 약을 먹고 싶다는 생각은 현실성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타목시펜을 그렇게 수술 이후 나중에 먹는게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IVF 관련 질문은 산부인과 선생님께 답변을 듣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지금 환자를 책임질 수 있는 결정권을 가진 주치의 선생님과 하시는게 좋습니다. 의사들 사이에는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있어요. 제가 치료를 담당하지 않는 환자에 대해 의학적인 판단이 필요한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환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어떻게 하시라 마라 하는 것은 대개 제가 그 환자 상태를 잘 알고 있는 주치의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코멘트입니다. 그점을 양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 달콤한 우주 2013.06.14 00:39

    딸 다섯에 막내인 나.
    바쁜 일상에 바쁨을 보태기 일쑤.
    먹는 것, 자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고
    항상 일에 몰두해서
    가족들의 염려와 걱정거리.

    딸들 중 제일 어린 내가 진단을 받고
    수술과 치료를 받기 시작...

    "사랑은 눈을 깜빡일 때 마다 별이 쏟아지는 것"이라던데
    "내리 사랑인지 네가 눈에 밟힌다"며
    눈물을 쏟아내는 언니의 눈엔
    그렁그렁 사랑이 사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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