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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성 유방암으로 3년째 치료 중인 그녀.

처음 재발을 진단받았을 때 항암치료를 여섯번하고 지금은 호르몬제를 먹고 있다. 


그녀는 좀 무뚝뚝한 편이다.

진료할 때 별 말을 안한다. 

호르몬 치료를 하면서 폐경기 증상이 심하게 나타났다. 자기 말 잘 안하는 사람이 폐경기 증상 참는거 힘들어 보였다. 


처음보다는 많이 적응이 된 것 같지만 

자고 일어나면 손발이 뻣뻣하고 온 몸이 굳어지는 느낌 때문에 아침이 너무 힘들다고 한다. 

이약 저약 시도해 보았지만 별로 효과가 없었다. 


얼마전 뼈 병변이 나빠져서 호르몬제를 바꾸었다. 

환자는 안정적인 상태로 2년 이상 같은 약을 쓰다가 약을 바꾼다고 하니 내심 충격을 받은 것 같다. 그래도 나에게는 별 말을 안한다.



바꾼 호르몬제는 좀 어떠세요?

관절아픈게 더 심하지는 않나요?


비슷해요. 

예전에 먹던 약이랑 큰 차이는 없는 거 같아요.


골다공증이 조금 더 진행된 거 같으니까 칼슘약 꼭 챙겨드시고, 요즘같이 햇볕이 좋을 때는 하루에 15분 이상씩 햇빛을 꼭 쐬도록 하세요. 폐경기 증상에도 도움이 되고 밤에 잠도 잘 오고 비타민D도 많이 만들 수 있어요. 



근데....

마음은 좀 괜찮으세요?

계속 속상해요?


말이 없다.


나랑은 그렇게 대면대면 지냈다.  


그러던 그녀가 나한테는 별 말 없이 

유방암  클리닉 안내판에 붙은 명상 프로그램을 보고 신청을 했나보다. 

지난 주 외래에 와서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말을 꺼낸다.


명상 해보니까 좋더라구요.


명상 참여하셨어요? 


네. 병원이랑 집도 가까워서 매주 오는거 별로 부담안되고, 한번 배우면 나 혼자 힘으로도 계속 해볼 수 있을거 같아서 한번 신청해 봤어요.


해보시니까 어때요? 도움이 좀 되나요?

저는 2번 해봤는데 좀 힘들어서 못 따라 하겠더라구요. 


저는 도움을 좀 받는거 같아요.


그래요? 뭐가 도움이 되던가요? 


일단 명상 CD를 틀어놓고 생각에 잠기면요 금방 잠이 와요. 수면제 안 먹고 잘 자요. 

명상 안하고 잠들어버린다고 말하는게 쑥스러운지 웃는다. 그녀가 웃는 걸 오랫만에 보는 것 같다.


아픈게 덜하지는 않는데, 명상을 하면서 이완을 하니까 통증이 더 쉽게 조절되는 거 같아요. 그래서 몸이 많이 가벼워 졌어요. 그리고 나만 이런 증상으로 고생하는 줄 알았는데, 가봤더니 나랑 비슷하게 아픈 사람들이 아주 많더라구요. 호르몬제 먹으면 몸이 이렇다면서요?


제가 몇번 말했잖아요? 지금 아픈게 병이 나빠져서 아픈게 아니라, 호르몬제 먹으면 생기는 통증이라고 말씀드렸어요. 약을 좀 먹으면서 결국 에스트로젠 수치가 좀 떨어져야 적응이 되서 덜 아프게 되는 거라구요. 


선생님이 언제 그런 말 했었어요? 왜 기억이 안나지? 호르몬제 먹는 다른 환자들 보니까 다 나랑 비슷하게  온몸이 쑤시고 잠도 잘 안오고 그렇다는 거 첨 알았어요.


내가 통증의 원인에 대해 몇번을 설명해 줬지만 내 말은 그녀의 귀를 통과하지 못한거 같다. 그녀는 자기가 뼈전이가 있어서 아픈거라고 생각했다 한다. 아플 때마다 우울하고 죽고 싶고 절망했었다고 한다.  


또 다른거 뭐가 도움이 되나요?


저랑 비슷한 또래, 비슷한 치료를 받는 환자들을 만나니까 위로가 되고 공감도 되고 그러는 거 같아요. 집에서 남편이나 애들때문에 겪는 갈등도 비슷하고 유유상종이라고 죽이 잘 맞는거 같아요. 명상 시간에 누가 좋은 이야기를 해 주면 금방 그 느낌이 전파되는 것 같기도 해요. 


나보다 훨씬 병도 심하고 증상 조절도 잘 안되고 주사 항암제만 계속 맞고 지내시는 분인데

긍정적으로 생활하시고

자기 일도 열심히 하시고

그런 환자들 보니까 내가 부끄러웠어요.

나는 그나마 다행이구나 그런 생각도 들구요.

 

이 환자가 나에게 다복다복 자기 얘기를 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나에게 마음의 문을 열었다는 느낌이 든다. 


처음으로 나에게 예후를 묻는다.


선생님, 저 잘 살 수 있는 거죠?


차마 오래 살 수 있는거냐고 묻지는 못하는 거 같다.


나는 그녀의 뼈 병변이 어디어디인지 안다.  지난번에 거기에 방사선치료를 했다. 방사선 치료 후 PET에서는 activity가 별로 없었다. 좀 자신있게 얘기해도 될 것 같다. 


그럼요, 잘 살 수 있어요. 아들 대학 졸업시키고 장가도 보내야죠.

목소리 톤을 좀 높여서 대답한다.


3년 이상 알고 지내던 관계인데, 이제 겨우 소통이 되는 느낌이다.


의사가 아무리 말해도

환자는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걸지도 모르겠다.

설명 아무리 많이 해도

공감되지 않으면 별로 소용없는 것 같다.

내 설명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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