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유방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BRCA 유전자, 요즘 질문이 많군요!

이수현 슬기엄마 2013. 6. 2. 10:47

누구나 - 암환자든 건강한 사람이든 - 유전자 검사를 하면

수천개의 유전자가 돌연변이가 존재한다. 

돌연변이 유전자가 다 암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유전자 이상은 돌연변이 말고 다른 형태로도 나타날 수 있는데 그중 돌연변이가 암을 일으키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돌연변이 연구를 주로 많이 하고 이것이 최근 유전체 연구의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수천개의 유전자 돌연변이 중 암을 일으키는 것과 관련된 유전자는 실질적으로 약 300여개 정도 되고 이 중 유방암을 일으키는데 관여하는 유전자는 넉넉잡아 20-30개 정도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진짜 강력한 유전자가 무엇인지도 대략 알려져 있다. 어느 정도 발생하는 지도 알게 되었다.

그 유전자 이상을 알게 되었다 해도 그 유전자의 활동을 억제할 수 있는 약이 다 개발된 것은 아니다. 그중 유방암에서 잘 알려진 HER2 라는 유전자는 이 유전자가 증폭될 경우 (mutation 이 아니라 증폭 amplification) 허셉틴이나 타이커브 등과 같은 HER2 신호전달을 억제하는 약을 쓰면 병이 잘 치료된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다. (물론 작년 Cell 에서는 증폭이 아닌 돌연변이가 HER2 유방암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밝혀져 유방암 연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화재가 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HER2는 자자손손 유전되는 그런 유전자가 아니다. 

반면 BRCA 라는 유전자는 유전성이 강해 자자손손 유전자 돌연변이가 계속 전달될 수 있다. 그래서 유전성 유방암이라고 부른다. BRCA 돌연변이는 전체 유방암 환자의 5% - 10% 정도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단 BRCA 돌연변이가 있으면 반대편 유방암, 난소암 등이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다. 다른 유전자에 비해 암을 발생시킬 수 있는 파워는 매우 큰 유전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BRCA mutation 검사는

보험수가로 하면 534,500 원이고

일반수가로 하면 1,390,000원이다.

BRCA 검사는 수요가 많지 않아 개별 병원에서 하지 않고 자격조건을 갖춘 검사기관에 의뢰하기 때문에, 일반 수가는 계약을 체결한 검사업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래서 병원마다 검사 가격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암환자가 보험이 되는 항목을 검사할 경우 전체 비용의 5%만 내면 되니까

27,250원이고

BRCA1, 2 두개를 하니까 54,500원을 내면 된다.

 

보험수가를 적용하여 이 검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1. 유방암 또는 난소암이 진단되고 환자의 가족 및 친척 (2nd degree 이내에서) 에서 1명 이상 유방암 또는 난소암이 있는 경우

2. 환자 본인에게 유방암, 난소암이 동시에 발병한 경우

3. 40세 이전에 진단된 유방암

4. 양측성 유방암

5. 유방암을 포함한 다장기암

6. 남성 유방암

7. 상피성 난소암

 

이상의 조건으로 심평원에서 정해 놓았다.

이 조건에 맞지 않으면 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니

2개 유전자를 다 검사할 경우 일반수가 2,780,000 원을 내야한다.

환자만 보험이 되고 BRCA 유전자 이상이 있는 환자의 자식이나 직계 가족이 검사를 하는 것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다음은 실재 우리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검사결과지이다.

 

이 환자는 BRCA1 유전자에서는 유의한 돌연변이가 발견되었고 뭔가 새로운 돌연변이도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이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고, BRCA2 유전자도 몇가지 돌연변이가 있지만 이것은 유의한 돌연변이가 아니라고 해석해 주고 있다.

 

그렇다면 현행 검사방법은 제대로 BRCA mutation 을 찾아내고 있는가?

현행 검사에서 찾아 내는 mutation site 가 과연 적절한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수천개의 변이 (variants) 들이 존재하는데 그 중에 무엇이 암을 일으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지 고려해야 할 것이다. 과학과 통계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숙제이다.

우리나라 유전성 유방암의 유의한 돌연변이 (deleterious mutation)가 기존에외국에서 잘 알려져 있는 mutation site 와는 다를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의식 하에, 한국 유방암 학회가 주관하고 분당 서울대 김성원 선생님을 중심으로 '한국인 유전성 유방암 연구(KOHBRA study)'가 시작되었다. 위의 유전성 유방암의 임상적인 조건을 가진 여러 병원 환자들의 혈액을 모아서 이 팀에서 일괄적으로 BRCA 관련 연구를 시작하였다. 국가에서 연구비도 받고 꽤 오랜 기간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이 코브라팀에서 2012년 12월 Breast cancer Research and Treatment 에 기고한 3,922명 유방암 환자를 분석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420개의 pathogenic mutation (BRCA1 211개, BRCA2 209개) 를 발견했고 이중 몇가지 대표적인 유전자 이상 유형을 분석하였다. 생각보다 결과가 heterogenous 하게 나오는 바람에 아직까지 founder mutation이 무엇인지는 보고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알기로 이 사업이 시작된지 수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결론을 못 내고 있다. 유전체 연구라는게 그렇게 어려운 분야가 아닌가 싶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외부검사실로 수탁하여 검사하고 있는  현행 BRCA 검사를 열심히 하는게 맞는 것인지 판단이 어려웠다. 만약 이 검사실 결과가 양성으로 나오면 가족들에 대한 비급여 검사, 미혼의 딸이 보인자로 판명되었을 때 그 딸에 대한 향후의 치료, Genetic counselling 을 하기에 아직 여건이 갖추어져 있지 않고 검사와 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에서 환자와 가족에게 낙인만 찍는 것 아닌가 싶은 회의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력한 가족력을 보이는 환자들이 일부 있고, 환자 자신에게도 몇년을 주기로 유방암이 생겼다가 난소암이 생겼다가 난소암이 재발했다가 유방암이 재발하기를 반복하는 환자도 있으니, 검사를 안할 수도 없다. 그래서 요즘에는 임상적 위험요인이 있는 환자에서는 보험이 되니까 비용부담이 크지 않아 검사를 처방하고 있다.  

 

만약 BRCA 유전자 이상이 있는 환자가 왼쪽 유방암이 진단되었다면,

반대쪽 유방은 어떻게 할 것인가, 난조절제술을 해야할 것인가, 둘다 해야하는가 하나만 하면 되는가, 그런 것은 연구하기도 어렵고 아직까지 시행 근거도 없으며, 전세계적으로도 표준지침이 확실하지 않다. (이러한 논의를 잘 정리한 글 http://geference.blogspot.kr/2013/05/brca.html 를 참고하시면 좋겠다.)

그래서 유럽과 미국의 치료 패턴이 다르다. 유럽은 난소제거술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는데 비해 미국은 유방절제술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이론적으로는 반대쪽 유방과 난소절제술을 다 하는 것이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지만 이를 당장 현실적으로 적용하기에는 여러 어려움이 많다. 무엇보다 환자가 이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그리고 나도 솔직히 믿음이 확고하지 않고 경험이 없어 강력하게 권유하지 못하겠다. 아마 BRCA 검사의 한계, 발생빈도가 높지 않아 환자 케이스가 별로 없어 이 분야의 전문가가 양성되고 국가적으로 연구하여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만약 환자가 더 이상 출산을 계획하지 않고 현재 폐경기에 가깝다면 난소절제술은 적절한 대안일 수 있겠다. 복강경으로 자궁난소를 동시에 절제하는 수술은 생각보다 환자에게 큰 위험이 없다. 다만 나이가 젊은 사람이 난소를 제거해버리면 폐경기 증상이 심하고, 골다공증도 빨리 오기 때문에 에스트로젠 저하에 의한 이차 합병증 관리를 잘 해야 한다. 아마 졸리도 지금 나이가 젊으니 일단 유방 먼저 수술하고 나중에 나이를 더 먹어서 체내 에스트로젠 레벨이 떨어지면 난소절제술을 할지도 모르겠다.

 

환자에서도 이렇게 고민이 많은데

아직 암이 진단되지 않은 보인자 (지금 유방암을 진단받은 것은 아니지만 BRCA 돌연변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경우) 에서 어떻게 검사하고 치료할 것인가. 아직까지 이에 대해서는 더더욱 권고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졸리의 예방적 유방절제술은 세간에 화제가 되었을 것이다.

 

유방과 난소는 여성성의 상징이다. 유방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여성호르몬을 생성하는 난소 또한 여성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사람들의 인식 속에는 자궁과 난소를 제거하면 이후 성생활을 하는데에도 장애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성감을 느끼는 것은 자궁이 아닌데도 (다른 이유로) 자궁과 난소를 제거한 여성들은 심리적 상처와 위축감이 매우 커서 부부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래서 병이 없는데 이들 기관을 제거하는 수술을 한다는 것은 존재적으로 너무나 큰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치료의 원칙은 BRCA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라 하더라도 검사와 치료방법이 일반 환자와 다르지 않습니다. 예방적인 수술은 논란이 있습니다. 환자와 상의하여 위험도를 인지하고 예방적 수술을 받겠다는 의지가 있을 때 시행합니다. 

아직 유방암이 발생하지 않은 보인자라면 일반인보다는 유방암 스크리닝 검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현재의 원칙입니다. 



과학의 이론적 발전이 현실적으로 입증되고 과학자 집단 내에서 합의가 되기까지 오랜 기간과 논쟁이 필요하다. 또한 이런 합의가 이루어진다 해도 의료가 시행되는 현장에서 이런 합의안이 받아들여지고 표준 치료지침으로 자리를 잡게되기까지에는 또다른 논쟁을 거치지 않을 수 없다.

 

과학사회학적 관점으로는 연구해 볼만한 유용한 주제이다.

의사로서는 갑갑하다.

 

질문이 많아 한번 정리해 보았다.

최형진 선생님, 도움이 되셨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