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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어린 그녀,

언뜻 보면 애기같다. 

얼굴도 귀엽고 체구도 작고.

마음으로 그녀를 동생 취급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아이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몇살인지 몰랐다. 아주 어린 아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수술과 수술 후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가 다 끝나고 1년반이 지났다.

오랫만에 만난 그녀.

반갑다. 

항암치료 할 때 탁소텔 맞으면서 엄청 힘들어 했다.

몸이 너무 많이 부어서 거의 10kg 가까이 체중이 증가했었다.

무기력감이 너무 심해서 항암치료 마지막 무렵에는 환자가 나한테 말도 잘 안할 정도였다. '

내가 '너무 힘든데 치료 그만할까요?' 그러면 

'지금까지 한게 어딘데 지금 포기하냐'며 끝까지 할거라고 강단을 보였다.


그렇게 힘들었던 치료가 끝나고 정기검사를 하러 외래에 왔다.

충청도에 사는 그녀는 손수 차를 몰고 병원에 다닌다.

이제 붓기가 다 빠져서 예전처럼 날씬해졌다. 

그런데 몇달 전부터 수술한 쪽 팔에 림프부종이 생겼다. 

사는 곳 근처 재활의학과에서 치료받아도 잘 낫지 않는다며 우리 병원 재활의학과를 한동안 다니기도 했다. 아직도 팔이 좀 부어보인다.



팔 부은건 요즘 어때요?



두시간 정도 운전만 해도 팔이 다시 붓고 아파요.



많이 힘들어요?

아직 딱딱하지는 않네요. 붓기가 심하지는 않은거 같아요. 



아직은 견딜만 해요.



그녀의 대답에서는 예전의 오기와 강단이 느껴지지 않는다. 

맥이 좀 풀린 것 같다.


그녀는 원래 치료를 받으면서도 자기 증상에 대해 잘 말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렇지만 내가 물어보면 항암제 독성들이 꽤 심했다.

증상이 심한데 왜 말하지 않냐고 하면 

항암치료가 쉬운 거냐고, 그냥 견뎌야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남의 일 얘기하듯, 무심하게, 사람이 참을 줄도 알아야지 뭐 그런 식으로 반응했다.

쏘 쿨.


그런데 

오늘 만난 그녀는

원래 그녀에게서 느껴졌던 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어디 불편한데 없어요?

관절 마디마디 아픈데는 없나요?

잠은 잘 자요?

얼굴 화끈거리는 증상은 없나요?



온 몸이 아파요.

잠도 잘 못자구요.



타목시펜 때문에 생길 수 있는 폐경기 증상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니 많이 힘들어 하는 것 같다.

타목시펜 먹은지 1년반이 지났는데 아직도 증상이 좋아지지 않는다. 

더 심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자꾸 짜증나고 그래요?



네.

우리 딸이 나한테 엄마 성격 이상해졌다며 걱정해요.

그래도 약 때문이니까 이해해준대요.



딸이 그런 것도 알아요?

그런 걸 이해해 줄 정도로 큰 딸이 있나요?



초등학교 6학년이에요.



어머, 그렇게 큰 딸이 있었어요?

난 대여섯살짜리 꼬맹이 엄마인줄 알았어요.



그녀가 처음으로 웃는다.



자꾸 화가 나고 신경질도 많아졌어요.

그래서 애들한테도 자꾸 짜증을 부리는 거 같아요.

큰 애가 그런 나를 보면서 성격이 변했다고 생각하나봐요.

이해해 준다고 말은 하지만

내가 봐도 내가 너무 변덕스럽고 히스테리 부리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는 잠시 호흡을 고르고 진지하게 그녀에게 묻는다. 



우울한가요?



순식간에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힘든 항암치료 기간에 한번도 보지못한 눈물이다. 



네.



약 때문에 그런 거에요. 알죠?

나한테 무슨 문제가 생긴건 아니라구요. 알고 있죠?



나는 다그치듯 채근하며 괜찮다는 그녀의 대답을 들어보고 싶어서 애를 쓴다. 

그녀를 안심시켜주고 싶은 마음에 나도 초조하게 자꾸 질문을 던진다.


동생같은 그녀의 마음이 느껴지니 안타깝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괜찮은 척 하는 그녀의 마음이 느껴진다. 



우울한 마음이 심하면 정신과 선생님 만나 볼까요?



아직 괜찮아요. 

괜찮아 질거에요. 



그래요, 그렇게 엄마를 이해해주는 큰 딸이 있는데 엄마가 힘 내야죠. 

잘 지낼 수 있죠?

우울감이 심하면 정신과 선생님의 도움을 받읍시다. 

그렇게 할거죠?





오늘 입고 온 원피스 예쁘네요.

잘 어울려요.

아주 날씬해 보여요. 


그래요?

예전 처녀 때 입었던 옷이에요. ㅎㅎ


몸매가 유지되고 있군요. 대단해요.


우린 언제 심각한 이야기를 했냐는 듯이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헤어진다.

그렇게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때가 좋은 때다. 

그녀에게는 그렇게 소소한 마음으로 긍정적인 피드백을 해주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사람은 누구나 존재에 대한 인정과 긍정적인 피드백을 필요로 한다. 

아플 때는 더 그렇다. 







 





 





 




  • 준서아빠 2013.07.11 10:48

    그렇게 힘들어 할때 가족의 힘이 중요한거 같아요.
    몰랐어요. 난 그저 좋으려니 이깟 유방암 2기.. 무심히 남일처럼 지냈었습니다.
    나중에 집사람 핸폰을 얘들 학교연락때문에 쓸때가 있을때야 알았습니다.
    자기 언니랑 주고받은 문자를보면서, 무심히 지나치고 있던그때. 집사람은
    참 힘들어 했다는걸 알았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참 후회할일을 많이 합니다. 일의 결정을 할땐 이 선택이 최선인지
    몇번을 스스로 에게. 묻고 하는데 정작 제일 가까운 사람에겐 그러지 못하고 항상 옆에 있는 있을 사람이라고만 여겼습니다. 그져 미안합니다.

  • 2013.07.11 15:49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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