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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이 된 슬기.


요즘은 대학가는 방법이 너무나 다양해서

요령있게 입시 전략을 짜는 일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는 사실 그런 걸 잘 모르고 특별히 나만의 대안도 없고 

솔직히 그냥 내버려 두고 있는 편이다.

오히려 우리 엄마만 안달이다.


슬기 말에 의하면 사람들이 요령이 있다고 말하지만 자기가 보기에 그게 다 그거라고 한다.

그냥 하던대로 하면 된다고 한다.

중요과목 열심히 하고

평소에 국영수 하고

슬기는 아직 문과갈지 이과갈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

그걸 결정하는게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예전에는 소위 스펙을 쌓기 위해 토익, 토플을 보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제 그런 건 소용이 없다고 한다. 


자원봉사 점수도 스펙 중의 하나로 이용된다.

그래서 아주 어이없는 프로그램들이 자원봉사로 둔갑하여

대충 시간을 때운 후 자원봉사를 한 걸로 도장을 받아 스펙쌓기에 이용되기도 한다.

슬기는 그런 걸 매우 비판하는 편이다.

자기는 그런 식으로 자원봉사 하는 건 무의미하고 시간낭비라며 맹렬히 비난해 왔다.


그게 무슨 자원봉사냐며 - 예를 들면 공원 휴지 줍기, 그런 걸 왜 고등학생이 자원봉사로 해야 하는 거냐고, 왜 보건소에 나가서 솜뭉치 만들기 그런 걸 자원봉사로 해야 하냐며 비난하곤 했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 활동이냐며 


나이가 나이이니만큼 비판은 잘 한다.

그러나 비판하는 만큼 자기가 뭘 찾아서 할 생각은 안하는 것 같다.


여름방학이 4주밖에 안되는데

학교에서 하는 과학 특강으로 2주를 보내고 나니 2주가 애매하게 남는다.

다른 학원은 안 가겠다고 한다. 


난 슬기에게 우리병원 호스피스팀이 하는 활동 중에 자원봉사자가 필요한 프로그램을 추천하였다.


장기입원을 하는 백혈병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병원 학교가 있는데

거기서 어린이들의 방과 후 과제나 놀이를 도와주는 역할이다.

예전에 내가 본과 1학년 때 재활병원 어린이 학교에서 점심시간에 아이들 밥 먹는거 도와주던 봉사시간이 생각이 났다. 

애들은 언니, 오빠들이 와서 한시간씩 놀아주고 가는 걸 좋아했다.

슬기도 그런 걸 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어린이 학교 아이들은 대학생보다 고등학생을 더 좋아한다고 한다.

대학생보다 고등학생 언니 오빠들이 더 마음이 통한다고 한다. 


어제 슬기가 병원에 와서 교육을 받았다.

2시간 정도 같이 놀아주면 좋은 환아가 있었는데

마침 슬기가 감기가 걸려서 어제 활동을 시작하지 못했다.

슬기는

단순히 감기걸린 것만으로도 아이들과 접촉에 주의해야 한다는 사실에 다소는 마음이 쓰였나보다.

별걸 다 주의해야 하는군 

다소는 충격을 받은 것 같다. 


이번 여름방학은 얼마 남지 않아 자원 봉사를 할 기회가 별로 없지만

이어서 다음 겨울방학에도, 

그리고 내년에도 계속 자원 봉사를 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겠다고 한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배우지 못한,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삶에 대해, 인생에 대해, 가족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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