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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부러진 3년차 레지던트

말없이 별 내색없이 묵묵히 똑똑하게 일 잘 한다.


상의할 일이 있어서 오늘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제 3년차인데 내과 중 어떤 파트를 하고 싶냐고 물어보았다.

내분비나 종양학과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 

그의 고민의 궤적을 들어본다.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전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같이 지원하는 동기들의 숫자

먼저 그 파트를 선택한 선배들의 진로

과 분위기와 교수님들


그런 상황적인 요인들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 

그런 요인들을 고려한다고 해서 

요령쟁이, 잔머리 굴리기 그렇게 비난할 수 없다.


실재 여자 레지던트들이 밀리는 파트도 있고

최근 몇년간 취업 성적이 별로 좋지 않은 파트도 있다.

대학에 남거나 개업을 하는 것이 모두 가능한 과도 있지만 

감염내과나 종양내과처럼 개업을 할 수 없는 파트도 있다. 

인력이 이미 포화되서 갈만한 자리가 없는 경우도 있다. 


어렸을 때부터의 신념으로

그저 좋아한다는 이유로

어떤 파트를 결정하는 것은

대학이나 과를 선택할 때만큼 쉽지 않다. 더 어려운 것 같다. 

살아보니 다 비슷하더라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 

여타의 모든 것을 다 상쇄시킬만큼 강렬한 열망을 갖고 삶을 추진시킬만한 강한 원동력을 갖게 되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은 것 같다.


몇 차례 지나쳐 온 내 인생의 전환점을 돌이켜 보건데 

나에게 그런 강한 열망이 있던 시절이 있었던 것 같다.

누구나 반대하고 누구나 만류하는 일, 조건이 좋지 않은 상황도

오로지 나의 신념과 열망으로 극복하고 노력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녀에게

어떤 원칙으로 진로를 정하는게 좋다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였다. 

토요일이라 주중의 피로가 쌓여 심신이 많이 지치고 노곤해서 그랬을까?

나도 신념이 없어진 걸까?

설국열차를 보고 나서 그런 걸까?


어느 정도 갈등의 시간이 지나면 그냥 관성으로 살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내 마음 속 내면에서 외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고 

지금 차지하고 있는 몇조각 안되는 자리를 유지하느라 급급하게 되는 것 아닐까?

내 삶의 원칙 중 최소한의 몇가지 요건이 충족되면

나머지 힘들고 고달프고 어려운 일들은 그냥 접고 가슴에 묻어둔 채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그 최소한의 요건을 확실히 하는게 필요하다. 


사십이 넘었건만

그래서 청춘을 위한 각종 시리즈북을 보며 위로와 힐링을 얻기에 시간이 많이 지났건만

그래도 흔들린다.

마음도.

신념도.

꿈도.

희망도. 

 




  • 2013.08.12 02:01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8.12 11:24 신고

      빈혈약은 빈혈검사를 해보고 드시는게 좋겠습니다.
      빈혈약이라는게 철분제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여자는 나이를 먹으면 철분결핍성 빈혈에 잘 걸리지 않아요. 대개 생리양이 많은 젊은 나이게 걸리는 경우가 많죠. 철분을 복용하여 간에 쌓이면 잘 빠져나가지 않기 때문에 나이드신 어르신들의 영양제에는 철분제재를 뺄 정도랍니다.
      지금 어지러움증의 원인은 항암제로 인한 신경손상으로 기립성 저혈압이 생겨서 그런거 같습니다. 신경기능이 손상되서 균형감각을 잘 못 잡는거에요. 그냥 시간이 지나가면 서서히 좋아지구요 어지러운 증상이 유발되는 자세를 피하는게 치료입니다. 앉았다 일어설 때 천천히 하시면 좀 나을거에요.

  • 준서아빠 2013.08.13 10:11

    샘글을 읽게되면 항상 나를 돌아봅니다.

    누가 옆에서 잔소리하는 일이 거의 없어 잘못된 타성대로 살아가게되더군요.

    샘글은 이런 나를 한번씩 돌아보는 기회를 주네요. 복잡한 세상을 사는 아줌마 아저씨로서

    의 동질감을 느끼면서요.

    지난주 외래다녀와서 영수증 정리를 하다가 보니 병원비가 800원 이더군요..

    지금 바깥에선 보편적 복지, 세율등으로 시끄러운데 좀 씁쓸하고 복잡해 집니다.

    의료 복지란 의미가 국민에게 싼거란 의미일까요?

  • 지적카리스마 2013.08.14 15:21

    흔들리는 그러한 마음이야 말로 살아있다는 중거가 아니겠습니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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