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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이 길어져

병원 출입이 잦아지다 보면

점점 눈에 가시같은 일이 많이 발견됩니다.


환자가 컨디션이 좋다면 병원 출입이 잦을 이유도 없겠죠.


환자 몸이 안 좋으니 

병원에 왔는데

뭔가 일이 제대로 잘 진행되는 거 같지 않고 

의료진들의 검사와 처방, 처치 등에서 손발도 잘 맞지 않는거 같고

믿음이 흔들리고 자꾸 예민해집니다.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불편하고 부당하고 눈에 거슬리는 일들이 더 잘 보이게 됩니다.

병원을 자주 다니다 보면 그만큼 병원 시스템에 대해서 잘 알게 되니까 오류나 에러도 더 잘 보입니다. 


제가 아주 마음을 많이 쓴 환자가 있었는데요

죽을 고비를 몇번이나 넘겼는지 모릅니다.

이과 저과 소속도 여러번 바뀌웠어요.

그리고 환자는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전 앞으로도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만큼만이라도 유지되면 다행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가족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겠지만요.


매우 긴 기간동안

버텨준 환자도 대단하고

옆에서 간병한 남편도 더 대단합니다.

아마 병원비도 많이 나왔을 거 같아요.


오래 병원에 입원해 있다보니

저의 실수, 의료진간의 의사소통 장애, 간호 상 실수 이런 일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의료진 간의 실수를 인정하고 솔직하게 사과드렸습니다.

그런 실수로 인해 

환자에게 해가 되었거나 치료의 효과가 덜하다고 생각하면 아무리 사과한다고 마음이 풀어지겠습니까? 

잘못 되었을 때 진심으로 사과해도 해결할 수 없는 일입니다.

설령 그 일이 환자의 예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이 아니었더라도

가족된 입장에서 섭섭함과 분노를 쉽게 누그러뜨리기 어렵습니다.

정말 제 능력껏 '올 인' 해도 다 잘하기는 어려운 직업인 것 같습니다.

  

마음이 풀리시지 않는 모양입니다.

저에게 많이 실망하신 눈치입니다. 

마음의 문을 닫으신거 같아요. 


원래 병이 좀 그래요

어쩔 수 없는 코스입니다.

그렇게 말하기가 어렵네요. 그냥 원망을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오랫만에 딸이 엄마를 만나러 왔네요. 엄마만큼 예쁜 딸이에요.

해맑게 웃으며 엄마 옆에서 노는 딸을 보며

남편과 가족들의 마음에 멍이 듭니다.

내 마음에도 멍이 듭니다.  

그냥 가슴에 묻어두고 살아야 하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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