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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우리의 진료 현실에서는 

제한된 시간 때문에

환자들과 진심으로 소통하기 어려우니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환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2011년 3월 2일 

제 이름으로 외래를 개설하고 입원환자를 진료하기 시작하면서

가능하면 매일 글을 올리려고 노력했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매일의 나를 돌아보아야 했습니다. 

진료를 마감하고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은 저에게 기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런 시간을 경험하면서 

제가 깨달은 것은  

내가 의사로 일하는 그 어떤 한 순간에도

환자들은 

나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나를 찾는 그 어떤 환자도

자기 마음 속에 우주를 품고 있으나 그것을 드러내지 못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병과 싸우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블로그 글을 쓰던 초반에는 

환자들이 외래 시간에 주로 묻는 질문들에 대해 글로 답을 하여

비슷한 의문을 품는 환자들에게 정보를 주고자 하는 것이 글을 쓰는 중요한 이유였습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의사로 살아가는 일상의 나를 돌아보는, 

우리의 의료 환경을 돌아보는, 

병을 가지고 일상을 살아가는 환자와 가족의 삶을 생각하는, 

내가 일하는 병원을 돌아보는, 

그런 계기들이 되었습니다. 


누군가에 대해, 무언가에 대해

욕도 하고 반성도 하고 

저에게 그런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저희 엄마는 

이렇게 내가 쓴 글이 

칼이 되어 나에게 돌아올 거라며 걱정을 많이 하십니다. 

세상 사람들이 다 너의 생각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네가 그렇게 공개적으로 글을 쓸 수록 너에게 적이 많아지는 것이다,

조용히 살아라

그렇게 말이죠. 


그렇게 매일 글을 쓸 시간과 에너지가 있으면 논문을 쓰는데 집중하라는 무언의 압력도 있었습니다. 현실적으로 중요한 지적입니다. 


사실 글을 쓰기 위해 생각을 정리하고 실재 글을 쓰고 마무리하는 과정에 많은 노력과 에너지가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블로그에 올리는 환자들의 질문에 매일 답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EMR을 열어서 환자의 정보를 확인하고 답을 해야하는 상황도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 시간이 아깝지 않았고, 내 환자를 위해 이 정도는 해주는 의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글을 쓰는 시간은

내 하루를 의미있게 해주는 명상의 시간과도 같았습니다. 

 

환자들은 

다음 항암치료를 받으러 오는 그 3-4주의 시간 동안

집에서 별의 별 생각을 다 하며 이것저것 고민을 많이하고 지내지만

정작 외래에 오면 생각이 잘 안나고

외래 진료가 밀려있는 걸 보면

에이 뭐 나까지 이런걸 질문하려고 하나, 다음에 하지 뭐 그런 마음으로 저에게 질문을  못하시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 부족한 의사소통의 현실을 극복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나에게 진료받는 환자가 아닌 사람도 블로그를 방문하고

의사인 나의 의견을 묻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자기가 처한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내 환자가 아닌 경우에는 

환자에 관한 의학적인 정보가 불충분한 상황에서 인터넷상으로 답변하는 것에는 한계가 많기 때문에 답변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마음아픈 사연도 많고

내가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는 일도 많고

환자들에게 공감을 가지게 될 수록 나의 한계를 더 많이 느끼게 되면서

마음이 무거워지는 걸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글쓰기를 좀 멈췄습니다. 

잠시의 멈춤으로 나를 되돌아보고 재충전하는 것이 필요한 시간인것 같았습니다.


할 말은 많은 것 같은데

말머리를 틀 수 없는 것 같은 그 느낌.

그게 제 요즘 심정이었습니다. 


내 마음이 무겁고

혹은 내 마음이 슬퍼도

외래에서 환자를 만나면 

힘들게 치료받는 그를 격려하고 

충분히 공감해주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럴려면

내 마음에 내공이 조금 더 쌓여야 하는 것 같습니다. 


시원한 가을바람과 함께 

에너지를 되찾고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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