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 10, 보건복지부는 말기암환자 전문 의료서비스 정착을 위한 호스피스완화의료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였다.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완화의료팀 (Palliative Care Team, PCT) 제도를 도입한다.

의료기관이 일정 요건의 완화의료팀을 등록, 운영할 수 있도록 법제화한다.


(완화의료팀이란 호스피스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을 운영하지 않는 병원-우리병원처럼-에서 말기암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및 완화의료 서비스를 하기 위해 해당 과가 협진을 내면 완화의료팀이 환자를 면담하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입원이나 외래 모두 가능하고 협진의 형태이기 때문에 주치의는 바뀌지 않는다.


2.     가정호스피스 완화의료제도를 도입한다. 

완화의료 전문기간과 연계한 가정호스피스 완화의료 운영을 법제화한다.


(말기암 상태가 되면 예상치 못한 신체적 증상이 발생하거나 기존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마다 응급실 방문을 하는 것보다는 가정호스피스팀과 연계하여 집에서 가족들이 할 수 있는 조치들을 교육하고 가정호스피스 팀이 방문하여 불필요한 병원 내원이나 응급실 이용을 줄이고, 가족과 함께 가족의 돌봄으로 말기암환자가 임종 전 기간을 보내도록 하는 서비스이다. 일본에서는 집에서의 죽음 (Home death program)을 장려하고 현실화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작년에 가정호스피스를 통해 현실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하였다.)

 

3.     2020년까지 완화의료 이용율을 높이고 전문기관의 병상을 확대하며 (현재 이용율 11.9% 20%, 병상 880개를 1400여개로 확대) 의료기관 평가항목으로 호스피스완화의료 병동운영 평가지표 신설 및 가산점을 부여한다. 또한 기존 완화의료 전문기관의 지정 및 취소기준을 강화한다.

 

10월 둘째주는 세계 호스피스 완화의료 주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도 이에 맞추어 위와 같은 호스피스 완화의료 활성화대책을 발표하였다.

 

보건복지부는 이상의 정책안 마련을 위해 작년에 여러 의료기관을 포함한 시범사업을 진행하였고, 우리 병원도 완화의료팀 (PCT) 파트에 소속되어 시범사업에 참여한 바 있다. 굳이 정부의 시범사업이 아니더라도, 우리 병원은 완화의료 병상이 따로 배정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말기암환자를 지원하는 서비스가 어떤 형태로 제공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해 내부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던 터라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도 뭔가 새로운 사업과 노력이 필요한 시기였다.


나는 완화의료팀의 의사로 참여하여 종양내과 뿐만 아니라 다른 과의 말기암 환자들도 진료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환자별로 겪고 있는 병이 다르기 때문에 접근해야 하는 방식이나 그들이 필요로 하는 의료적 지원의 내용이 달랐고, 환자에 따라 병에 대한 태도,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 환자와 주 부양자와의 관계, 말기암 환자에 대한 가족의 갈등과 입장, 경제적 형편 등이 달라 때문에 완화의료팀은 매 환자가 의뢰될 때마다 새로운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로서는 시범사업을 기회로 많은 논의를 하였고 우리 나름의 PCT 모델을 조금씩 만들 수 있었다.

 

환자들은 자신을 그동안 치료해 주던 주치의가 아닌 다른 의사와 의료진을 만나는 것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큰 것 같았고, ‘호스피스완화의료팀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았다. 이 팀에 의뢰되는 순간, 자신에게 더 이상 삶의 희망은 없는 것이라는 절망감을 느끼기도 했다.


완화의료팀의 의사인 나는, 환자의 현재 주치의와 환자 케이스를 놓고 의견을 교환할 기회를 만들기 어려웠다. 완화의료팀의 진료는 협진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환자에 대한 직접적인 처방을 하는 것에도 미묘한 껄끄러움이 있었다. 예를 들어 환자를 면담하러 갔을 때 말기암 진행으로 인한 여러 증상을 속히 조절해 줄 필요가 있는데 새로 처방을 내거나 기존 처방을 바꾸기 보다는 어떠어떠한 치료가 약제를 쓰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고 의견을 제시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그러므로 그러한 완화의료팀의 입장이 실질적으로 환자에게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혹은 적용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하였다. 의뢰된 말기암환자 이외에도 다른 일반 암환자를 진료하고 수술하는 등 해당 파트에서는 말기암환자 진료에 집중적인 관심을 쏟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협진이 의뢰된 환자를 중심으로 의료진간 합의가 원할하지 않아 생겼던 문제인 것 같다.


환자를 의뢰한 의사도 해당 환자의 병원 재원일수가 길어지기 때문에 2차 기관이나 호스피스 기관으로의 전원을 설명, 설득하는 것을 부탁하기 위해 협진을 내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팀은 전원을 설명하고 환자의 퇴원을 준비하는 사이에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했는데, 그런 과정에서 신뢰감이나 라뽀가 형성되지 않는 경우 힘은 힘대로 들고 보람을 찾기 어려운 경우도 꽤 있었다.

 

현재 나에게도 입원해 있는 말기암환자들이 있는데, 나는 더 이상 치료적 접근이 어려운 환자에게는 과도한 검사나 치료 등을 지양하고, 환자의 통증과 증상 조절을 중심으로, 환자 삶의 질을 중심으로 진료를 한다. 완화의료팀에도 지원을 요청하고, 사회복지사나 목사님, 수녀님 등 영적 도움을 청한다.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임종에 대해 환자와 논의하고 가족들의 입장을 듣는 것에 치중한다. 그러다보니 소위 수익율은 매우 낮고 심지어 마이너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 병원이 그런 나에게 직접적으로 당장의 수익에 대한 압력을 가하지 않기 때문에 말기암환자 진료를 하며 심리적으로 압박을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개별 병의원의 경영 입장에서는 말기암환자에 대한 완화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관심을 갖기 어렵다.


정부는 이번 정책안을 통해 완화의료팀의 진료나 가정간호서비스를 연계하는 호스피스 진료에 대해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하는 것을 법제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재 그 논의에 참여해 본 나로서는 그 수가가 현실적인 타당성없이 낮게 책정될 경우, 오히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고 괜히 병의원에 대한 불신을 조장할 가능성도 높다는 예상을 해본다. 실재로 건강상태가 양호한 암환자를 치료하는 것보다 말기암 환자에게 훨씬 더 많은 간호인력과 보조적인 서비스,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 말기암환자가 되면 모르핀 주사로 통증이 조절이 안되는 경우도 많고, 따뜻한 말 한마디 보다는 효과적으로 약을 쓰고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서 증상을 조절하는게 중요하다. 말기암환자를 배정받은 간호사는 다른 환자에 비해 훨씬 더 큰 관심과 노력을 해야 한다. 더 자주 환자를 모니터링하고 한번이라도 더 찾아가봐야 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한다. 그래서 실재 할 일도 많고 심리적으로도 큰 부담을 느끼게 된다. 여러 모로 힘든 환자와 가족은 심리적으로도 취약해져 의료진의 사소한 한마디에도 분노하고 실망하기 마련이다. 정서적인 지지를 위해 의료진 이외의 많은 사람들이 지지 서비스를 담당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병원 완화의료팀은 이 모든 과정을 진행하면서 단 한푼의 돈도 받지 않는다.

수가가 책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규직 간호사 한명 그리고 자원봉사자를 관리하는 선생님이 한명 배정되어 있다. 

하고 있는 일에 비해 형편없이 낮은, 자원봉사에 준하는 월급으로 일하는 두명의 간호사 선생님이 더 계신다.

아직 병원예산도 책정되어 있지 않은 조직이다.

1년에 두번 자선바자회를 통해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죽기 전에 병원 이불이 아니라 꽃이불을 덮어봤으면 좋겠다는 환자의 요청이 있으면 꽃이불을 사서 선물하기도 하고, 흰머리로 영정사진을 찍지 않고 싶다고 하면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중에 미용사를 찾아 병원에서 염색을 해드리기도 한다. 힘이 없어 병동 산책이 어려운 환자들이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멍하게 시간을 보내지 않게 기부받은 작은 노트북으로 영화도 보여드린다. 임종을 앞둔 환자가 마음 속으로 수년간 앙금으로 쌓여있는 가족갈등 때문에 힘들어 하면, 우리팀이 가족들에게 직접 연락하고 면담하여 환자의 마음을 전하고, 임종을 앞둔 환자와 마음을 풀고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애쓴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컸던 환자는 아버지 이름 석자가 들어간 삼행시를 지으며 마음 속 깊은 앙금을 녹이고 아버지를 만나 화해의 시간을 만들고, 썰렁한 환자 침대 머리맡에 손자들 사진을 번갈아 붙여드리며 할머니 할아버지 환자가 외롭지 않게 위로한다. 멀리 있어 병원에 오지 못하는 가족들에게 스마트폰으로 영상메세지를 보내달라고 요청하여 투병중인 환자가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끼지 않도록 도와 드리고, 직업이 선생님이었던 환자 제자들에게 요청해서 사랑의 메시지 메모를 받아 사과나무를 만들어 선물하기도 한다. 우리병원은 소아호스피스 서비스를 진행하는 몇 개 안되는 병원인데, 어린 자식의 마지막을 지키는 부모, 형제의 죽음을 눈앞에 둔 다른 자녀를 상담하고, 어린 환자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남은 여명을 행복한 시간으로 보낼 수 있게 각종 이벤트를 마련한다. 마술사를 좋아하는 어린이에게는 이은별 마술사의 면담을 주선하고, 사진을 찍기 어려울 정도로 컨디션이 않좋은 어린이에게는 화가가 찾아가서 그림도 그려준다. 사별 이후 가족의 상실감을 도와주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렇듯 호스피스완화의료팀의 활동은 모든 죽음의 존엄함을 위해 다양하게 진행된다.

 

이들에게는 일반 환자보다 훨씬 더 큰 정성과 손길이 필요하다.

그만큼의 수가가 적절하게 책정되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호스피스 완화의료가 임종이 얼마남지 않은 시점에 죽음을 준비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내 병이 궁극적으로 완치되지 않는 병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때, 자신의 남은 생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을지 함께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어떤 환자도 해 본적이 없는 고민이고, 함께 고민을 나눌 사람도 마땅치 않기 마련이다. 가능한 전신상태가 양호할 때 완화의료팀과 면담하여 암 치료도 받고 의료적인 면 이외의 자기 삶에서의 어려움도 같이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돕는 것이 완화의료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환자의 전인적인 문제와 어려움은 짧은 외래시간동안 주치의가 다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진료하는 유방암 환자 중에는 나이가 젊은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이 많다. 젊어서 그런지, 그들은 병이 조금씩 나빠지기는 해도 전신상태는 잘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상생활을 그럭저럭 다 하고 지낸다. 그래서 더 최선을 다하고 싶어한다. 뼈전이 간전이 뇌전이가 있어도, 김장을 하고 때 되면 제사상을 차리고 매일 회사를 다닌다. 그들은 나를 믿고 내가 어떻게든 병을 낫게 해줄거라고, 많이 좋아지게 해줄거라고 믿고 병원도 열심히 다닌다.  

항암제를 이것 저것 바꾸어 써도 병이 호전되지 않을 때, 나는 의사로서 최선을 다해 대안을 마련하고 다음 치료를 준비한다. 그러나 어느 시점이 되면, 나는 환자에게 지금의 상황, 즉 앞으로는 항암치료를 해도 효과가 예전만 못할 것이며, 궁극적으로 암이 진행됨에 따라 내가 죽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고지한다. 젊은 그들은 나의 설명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계속 검사하고 항암치료하고 어떻게든 해달라고 한다. 물론 나는 최선을 다해 치료적 대안을 찾는다. 그러나 환자도 어느 정도 마음을 단속해야 한다. 외래 진료 시간에 그런 얘기를 차분하게 하기 어렵다. 혼자 병원을 다니는 환자에게는 다음 외래 때 가족과 함께 오라고 해서 진료 맨 마지막 시간을 길게 할애하여 면담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그들은 자신의 병 상태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내가 의학적인 면에 대한 의사로서의 결정과 의견을 얘기하고, 다음으로 완화의료팀 면담을 하시라고 하면 대부분 처음에는 거절하지만, 주치의가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완화의료팀을 만난다. 나는 나대로 암치료하고, 완화의료팀 담당 간호사가 환자 면담을 동시에 진행한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그들 대부분은 나에게 너무 고맙다고 한다.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나도 환자를 대하기가 훨씬 수월하고 진지한 대화를 나누기가 편하다. 의사-환자 관계도 훨씬 좋아지는 것 같다. 나중에 완화의료팀과 미팅을 하면서 우리 환자들의 정서적, 심리적인 갈등, 가족과의 관계, 현재 겪는 어려움 등을 듣노라면, 그동안 내가 바라본 환자가아니다. 그는 훨씬 깊은 우주 속에서 살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호스피스 완화의료팀은 그런 역할을 제공하는 단위이다.

 

그러므로

내가 완화의료팀 면담을 제안했을 때

환자들이 그런 나의 제안을 기분나쁘게, 혹은 절망적으로 느끼지 않고

환자를 위해 더 많은 도움을 주려고 하는 나의 노력으로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우리 환자에게 필요한 모든 관심과 사랑과 지원을 해줄 수 없는 것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정책안이 현실화되기까지 여전히 많은 논의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좋은 결실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 이영란 2013.10.14 00:01

    안녕하세요 지난번 선생님 의견으로 호스피스로 옮기길 아버님께 의견을 여쭙고 기다리는 중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미음도 드시고 화장실도 가시고 정신도 또렸하게 돌아왔읍니다 주치의께선 종잡을수 없는 환자라고 하십니다 우려와 달리 나날이 호전되는듯합니다 컨디션도 좋진않지만 그다지 나쁘지 않으시구요 하지만 기력이 없어 항암은 당분간 늦추겠다고 하십니다 다시한번 힘을 내보려구요 호스피스로 옮기면 다시 글 올리겠읍니다 선생님도 늘 힘내세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0.20 14:29 신고

      다행입니다.
      앞날은 아무도 모릅니다.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그리고 다음날 맞이하는 하루를 또 행복하게
      그렇게 보내도록 노력하는거죠.
      그리고 언제 가시더라도 후회없이 사랑하고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갖게 되길 바랍니다.
      그런 마음으로 지내면
      더 오래사실 거에요.

다른 카테고리의 글 목록

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