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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목요일이 수능이다.


환자의 고3 큰아들이 이번에 수능을 본다.

엄마는 아들이 대학가는 걸 꼭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때까지 아이들에게 엄마가 많이 아프다는 걸 별로 알리고 싶지 않았다. 

큰 아들이 엄마걱정, 집안걱정 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서 

수능 잘 보고 대학에 합격하는 걸 보고 싶어했다. 


그래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 치료하겠다고 했다.


나는 

최선을 다한다는게 무조건 항암치료를 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몇 번 얘기했지만

환자와 남편은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환자의 전신상태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기운이 없기는 했어도 그럭저럭 일상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한달 사이 병이 나빠지면서 폐 병변도 나빠지고 있었다.

기침이 심해서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였다. 여러 종류의 기침 억제제를 써도 효과가 없었다.

목 근처 림프절도 커지면서 통증이 심해졌다. 진통제도 별로 효과가 없었다.

방사선 종양학과 선생님은 전신적으로 병이 나빠지고 있는데 지금 굳이 목 쪽 림프절에만 방사선치료를 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런 논의를 환자와 했던 한달 전만 해도 

환자 상태는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었다. 

그랬으니 

내가 항암치료를 대안으로 선택했겠지...



무슨 약을 써도 기침 증상이 좋아지지 않으니

환자와 남편은 항암치료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2년 동안 환자는 항암제를 쓰면 늘 좋아졌다. 그래서 항암제를 선택하는 나에게 큰 믿음을 주었다.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하면 일단 좋아지기는 하니까. 


그렇지만 오래지 않아 병이 나빠졌다. 

최근 치료는 모두 그런 식이었다. 

어떤 약도 2번을 넘기지 못했다. 

금방 금방 병이 나빠지고 있었다. 

그런데 나빠지는 속도가 아주 빠르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폐 병변이 많이 나빠져서 호흡기 증상을 유발하고 환자가 힘들어 하였다. 


나도 결국 

환자를 힘들지 않기 위해 항암치료를 하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2년 넘게 항암치료를 하면서

열 난 적도 없고

힘들어서 입원한 적도 별로 없었는데 

이번에는 백혈구가 회복되지 못한 상태에서 열이 나기 시작한다.

설사도 한다.

폐렴도 생겼다. 

초조하게 백혈구가 오르기를 기다리며 항생제로 버텼다. 

그제부터 호중구가 1000개가 넘기 시작했으니

몇일만 잘 견디면 

수능 때 아들이 시험치고 오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했다. 


그런데

백혈구가 오르면서 폐렴이 더 심해졌다. 

그리고 오늘 저녁 돌아가셨다.

폐가 나빠져서 호흡이 힘들어 졌지만 인공삽관을 하고 중환자실을 가면서까지 시간을 연장하지는 말자고 우리는 미리 얘기했었다. 

그래서 진통제를 많이 쓰고 주무시듯 돌아가셨다.


환자의 마지막이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남편은 그 몇일을 견디지 못하고 가버린 부인을 망연자실하게 쳐다본다. 

나는 남편과 환자의 코스에 대해, 예후에 대해 몇번을 얘기했건만

남편은 이럴 줄은 몰랐다고 했다. 

이렇게 허망하게 가버릴 줄은 몰랐다고 했다. 

부인이 너무 많이 고통스럽지 않게 갔으면 한다고 말해왔지만

막상 아내가 그렇게 주무시듯 가버리니 그는 휑휑하기만 한가보다.


뭘 더 했으면 시간을 끌 수 있었을까?


내가 속상해 하니 


우리 레지던트가


항생제를 좀 더 일찍 바꿨어야 했을까요?

무슨 약을 좀 더 써봤으면 좋았을까요?

제가 무슨 검사를 너무 늦게 한게 아닐까요?


자책을 한다. 


나는 대답했다. 


항암치료를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최선을 다했지만

후회가 크다.



내 환자만큼은 좋아질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싶은 

어리석은 주치의의 판단이었던 것 같다. 

단 몇일이 소중한 사람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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