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의 의료행위는

급여가 되는 항목과

비급여가 되는 항목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렇게 정해져 있는 항목 이외의 어떤 처방이나 의료행위는 다 불법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환자가 심평원에 민원을 제출할 경우 해당 진료비를 환자에게 모두 다 환급해 주어야 합니다. 

사안에 따라 벌금을 내는 경우도 있는것 같습니다.

그런 항목을 '임의비급여'라고 합니다. 

그래서 절대 임의비급여로 치료하거나 약을 쓰거나 검사하면 안됩니다.

그건 불법이 되는 셈이니까요. 

(대표적인 사건으로 소아 백혈병 치료 중 사용한 백혈구 생성 촉진제를 임의비급여로 과다하게 사용했다며 민원을 제기한 서울성모병원 사건입니다. 그 사건을 보며 비슷한 환자군을 진료하는 의사로서 매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절대 소신대로 진료하지 말고 법대로 진료해야 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죠.)


그런데도 전 가끔 불법을 합니다.

환자들이 민원을 제기하거나 소송하면 100% 다 제 책임입니다. 

그래서 덜덜 떨면서 불법행위를 합니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약을 썼는데 성적이 좋지 않아 환자가 나를 고소하면 어떻게 하지 그런 공포심을 느끼면서도 

가끔 불법을 합니다.

제가 불법 행위를 하면 불법 처방이 병원에 보고가 됩니다.

이제 절대 안하려구요. 


다행히 의료행위가 아닌 것은 괜찮습니다.


전 가끔 비의료행위에 관해 환자들에게 소개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소심하게도 저에게는 단돈 10원 한장 들어오는게 없다는 걸 먼저 밝히면서요


예를 들면


항암치료 중에 손발톱이 찌글찌글 해지는 경우가 흔한데요

그런 증상을 예방하거나 완화시키는 매니큐어나 보호제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특정 회사에서 개발된 거라 공공연하게 밝히기는 그렇네요)  

예방용으로는 한달에 한병, 치료용으로는 한달에 2병정도 쓰게 되는 이 매니큐어는 

본인도 의사이면서 항암치료 중인 제 친구가 자기가 발라보니 영 손톱이 멀쩡하다며 환자들에게 알려주면 좋을거 같다고 소개해 준 것입니다. 

의약품이 아닌 것으로 분류가 되어 있어 병원 처방이 안되고 우리병원 의료기 상사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격도 매우 비쌉니다. 한병에 56000원 정도 하는거 같습니다. 보험이 안되니까 비쌉니다. 비싼 걸 소개하려니 영 그렇습니다.

 

학교가는 아이들 옷 매무새도 봐줘야 하고, 딸애 머리도 빗겨줘야 하는데

손톱이 거칠어서 애기들 볼에 상처날까봐 노심초사하는 엄마들을 많이 봤기 때문에

저는 젊은 엄마들에게 이 매니큐어를 소개합니다.

샾 같은 곳에 가서 한번 네일케어 받는데도 3-4만원 하니까 

한번 이거 발라보라고 말이죠. 


또 같이 쓰는 손 보호제도 일반 보습제나 제가 의약품으로 처방하는 스테로이드 크림보다 효과가 더 좋은거 같더군요. 비싼것만 빼면 훨씬 좋아보입니다.


그 회사에서는 이렇게 항암치료 중인 환자의 피부- 헤어, 두피, 손발톱 등을 포함 - 부작용을 예방 치료할 수 있는 제품을 많이 개발했더군요.


소심하게 다시 한번 밝히지만 그 회사와 저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오늘은

우리 학교 후배이며 본인도 의사로 일하고 있고 

지금 항암치료 중인 엄마의 보호자 역할을 하는 분께 메일을 받았습니다.


탈모로 스트레스를 받는 엄마를 위해

피부과 친구를 통해 도움이 될만한 약을 알아봤다며 

저에게 추천해 주더군요. 

역시 처방전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제품들입니다.

그래서 역시 가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아마 전 세계적으로 한국만큼 병원에서 처방하는 약이 질이 좋으면서도 싼 나라도 없을 것입니다.)


이 약들이 어떤 약인지 제가 먼저 알아보고 공부를 해야겠지만

괜찮다고 판단되면 

저는 환자들에게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그런데요

환자들에게 이런 설명을 할 때 

기분이 좀 묘합니다.

제가 마치 외판원 같기도 하고 특정 제품을 취급하는 회사와 뒷거래가 있는 약장사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혹시나 나를 그런 사람으로 볼까봐 우려도 됩니다.


그런 눈치를 보면서 진료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자꾸 경고 먹으니까 그런거 같습니다.

전 아직 관련 소송을 당한 적은 없는데요

한번 그런 일을 당한 선생들 얘기를 들으면 

환자를 위한다는 소신 진료가 뭔지 원칙도 모르겠고 환자를 진료하는 것도 덧없게 느껴진다고 하더군요. 


저도 그런 날을 맞이하면

새가슴이 되겠죠.

어떻게 하는게 잘 하는건지 잘 모르겠어요.

그런 일들이 점점 많아지는데

분노하지 않고 의사로서 최선을 다하는게 뭔지 잘 모르겠어요.

자꾸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암튼 전

특정 회사와 전혀 관련이 없음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ㅠㅠ 

 


 


 




  







 



 



  • BlogIcon 이수자 2013.11.20 09:14

    선생님의 글들을 읽으며, 내 병에 대한 정보도 얻고 용기도 얻고 있습니다.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표적항암치료 과정을 거치고 재발이 없기를 기원하면서 운동도 열심히 하고 관리도 나름대로 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출근하여 컴퓨터를 켜면 선생님의 블로그를 제일 먼저 확인합니다. 주시는 여러 가지 정보가 저희들한테는 어떤 보약보다도 달디다니 용기를 가지시고 계속 좋은 진료하시기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울삼성에서 치료를 받은 사람입니다. 이수현선생님 화이팅하시고 건강관리 잘하세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1.20 18:25 신고

      에이
      이제 이런 블로그 들어오지 마세요.
      그냥 지금처럼 열심히 잘 사시면 됩니다.
      제가 진료한 환자분도 아닌데, 저에게 이렇게 격려의 글을 남겨주시니 왠지 쑥쓰럽습니다. 그래도 진심으로 저에게 더 잘하라는 응원을 보내 주시는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ehfvkfl 2013.11.20 21:30

    슬기 엄마의 글들을 읽어보면 의사로서 정말 공감하곤 하는데요,
    가끔 슬기 엄마의 독특한 이력을 보면서 만약에 슬기 엄마가 사회학에서 멈춰서 사회학에 정진하는 의사가 아닌 사람이 되었더라면 어떤 글을 쓸까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아마도 지금 의사들을 백안시하는 환우회 간부들이나 일반 국민들과 같은 글을 쓰시지 않을까 합니다.

    아니죠, 그래도 슬기 아빠가 의사시니깐 그래도 그정도 글들을 쓰시진 않을거야 라는 기대도 해보긴 합니다.

    의사에 대한 적의는 전 국민이 의사가 되어야 없어질래나요? ㅠㅠ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1.21 09:27 신고

      글을 주신 분이 어떤 선생님이신지는 모르겠는데요
      아주 정곡을 찌르신거 같습니다.
      제가 만약 의사가 아니었다면, 의사로 일해보지 않았다면
      이런 정서는 갖지 않았을거 같습니다.
      저 또한 병원을 자주 다니며 불편함 불신 불쾌한 경험이 많아
      시작한게 의료사회학 공부였으니까요.
      제한된 경험으로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했을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도 역시 지금까지의 제한된 나의 경험을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늘 혼란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게 인생인거 같습니다.

  • 윤경아 2013.11.21 08:53

    전 제 주변 사람들에게 선생님 자랑하고 다녀요. 환자들의 소소한(?) 질병과 고민거리까지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주시려 하는 종합병원 종양내과 샘이 바로 내 주치의 샘이다~!!!
    하트 발쏴해드릴게요 오늘도 힘 불끈불끈 내세요~~~
    ♥♥♥♥♥♥♥♥♥♥♥♥♥♥♥♥♥♥♥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1.21 09:27 신고

      감사합니다!

  • BlogIcon S.J.Pae 2013.11.21 15:16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선생님은 저보다 더 인간적이신 것 같습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1.22 06:39 신고

      감사합니다.
      제가 좀 인간적이기는 한데
      그래서 헛점도 너무 많은 사람이기도 합니다. ㅠㅠ
      두가지가 배치되는 미덕은 아닌데...

  • 일본에서 2013.11.21 15:45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제품은 한국제인가요? 제품명 그냥 가르쳐주시면 안될까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1.22 06:41 신고

      아닙니다.
      앞의 제품들은 프랑스 회사인 EvoLife 라는 회사에서 나오는 제품들이에요.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찾아볼 수 있습니다.
      뒷쪽의 탈모제품은
      판토가(pantogar) + 엘-크라넬(Ell-Cranell alpha solution) 라는 조합인데 아주 확고한 data가 있는 약제 조합은 아닙니다.
      pantogar는 일종의 두피 영양제이고 e-bay 와 같은 외국 표핑몰에서도 구입할 수 있는 약이며 엘 크라넬은 의사처방이 있어야 살 수 있는 약입니다.
      약간 망설이다가 그냥 알려드립니다. ^^
      도움이 되시길.

    2. 윤경어 2013.11.22 09:57

      판토가는 복제약이 나와 있어요. 두 곳인데 그 중 하나가 마이녹실 S캡슐인가 그래요.샘 말씀처럼 약은 아니고 영양제예요. 효모? 일 겁니다. 복용하던 거라 쫌 알아요. ㅎㅎ 판토가보다는 좀 저렴한 걸로 알아요.

  • 사꾸니 2013.11.27 13:04

    마이녹실을 영양제?라 표현하면 아니것 같다는 생각이들어 말씀드립니다. 마이녹실의 주성분은 미녹시딜이며 고혈합치료로 개발되다가 부작용으로 머리가 나는현상이 생겨 탈모치료제로 여자는 3%, 남자는 5%의 함유량이 들어있으며, FDA(미국식약청)에 승인되어있는 제품입니다. 쉽게 말하면 혈관 확장제로 혈관속의 혈류량을 높여 머리가 잘 자랄수 있는 조건으로 만든다고 보시면 됩니다. 6개월에서 1년정도의 장기적으로 발라야 효과를 보이며, 중단할경우 다시 기존의 모발이 빠지는 현상이 있고 일부 혈압이 떨어지는현상도 있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두피영양제는 아닙니다.

    1. 윤경아 2013.11.28 10:04

      마이녹실 바르는 건 사꾸니 님께서 말씀하심 게 맞구요. 마이녹실 S캡슐이라고 판토가 복제약으로 나온 게 있어요. 같은 현대약품이라 그렇게 이름지은 것 같아요. ^^ 그나저나 항암 수술 끝나고 머리 다시 날 때 바르고 복용해도 될지 모르겠어요. 이젠 뭐 하나 하려면 겁나네요...

    2. 윤경어 2013.11.28 10:07

      아..글고 효모가 주성분인 걸로 알아요. 독일 맥주 공장 직원들 손발톱이랑 머리카락이 유난히 건강해서 추적관찰하다가 나오게 된 약이 판토가라고 하네요. 제가 알기론 그래요~~~

다른 카테고리의 글 목록

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