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이거 하니까 마음이 편해요

슬기엄마 2013. 11. 24. 21:33



50대 후반의 그녀. 

담낭암을 진단받고 

수술과 방사선치료, 항암치료를 다 마치고 3개월만에 처음 찍은 CT에서 재발된 것을 확인하였다.

아무런 증상이 없다.

국소적으로 재발이 되었다.

그래서 또 재수술을 하고 다시 항암치료를 하였다. 

항암치료 세번 하고 찍은 CT에서 또 다른 부위에서 재발이 된 것을 확인하였다.

역시 아무런 증상이 없다.

약을 바꿔서 항암치료를 여섯 싸이클을 했다.

그런데 병이 더 번져있었다.

다시 약을 바꿔서 항암치료를 했다.

이번에는 약물 부작용으로 설사하고 입안도 많이 헐고 삶의 질이 너무 떨어진다.

아무 증상도 없는데 계속 항암치료를 했더니 몸만 상하는것 같다.

그녀는 더 이상 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10kg 이상 살을 뺐다.

그리고 명품 브랜드 옷도 꽤 샀다.

부자는 아니지만 모아놓은 돈을 다 써서 좋은 옷과 핸드백, 악세사리등을 사 모았다.

그동안 입었던 옷은 다 버렸다.

누가 봐도 멋지고 세련된 아줌마로 변신했다.

자기가 가지고 있던 돈을 다 쓰고 죽기로 결심했다.

컨디션이 나쁘지 않으니 여기 저기 여행도 많이 다닐 예정이다. 

구찌뽕, 약초다린 물, 흑마늘, 몸에 좋다는 것을 다 먹는 식이요법을 하고 있다.

병은 여전히 조금씩 진행중이다.

다른 병원에서 온열치료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저것 대체 약물 요법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자기는 원래 별로 하고 싶지는 않은데 

동생이 원하니까 하는 거라고 한다.

그냥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시간이 나면 치유집회를 다니신다. 

그녀의 신앙은 다소 기복적인 측면이 있는것 같다.

하느님이 나를 낫게 하고 다시 쓰실 것으로 믿고 있다고 한다. 


CT 상으로 병이 조금씩 나빠지고는 있지만 속도가 빠르지 않고 아직까지 복강 안에 머물러 있다.

담도계 병은 치료가 어렵다.

뾰족한 약도 없다.

황달이 오면서 밥도 못 먹고 통증 조절도 어려운 병이지만

그녀의 임상양상은 좀 다르다.

좀 느리고

증상이 없다.

그래서 나도 항암치료를 더 이상 적극적으로 권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그녀가 대체의료에 너무나 많은 돈을 쓰고 있는 것에 대해 여러번 설명하고 굳이 그러지 마시라고 우회적으로 말씀드렸지만, 증상이 별로 없고 어디 특별히 아픈 곳이 없는 그녀는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살겠다고 한다. 그냥 자기 마음 편한대로.



한편으로 

자기는 처음 진단받고 수술했을때, 수술만 하면 완치가 되는 줄 알고 철석같이 의사가 시키는대로 다 했는데 재발한 것에 대해 내심 원망이 있는 눈치다.


누구나 그렇듯이 사람 관계는 첫 인상, 첫 만남이 중요하다. 평소 건강했던 그녀는 병원이라고는 다녀본 적이 없다. 의사도 생전 처음 만나본다. 의사선생님이 시키는대로 했는데 병이 낫지 않으니 신뢰감이 떨어진것 같다. 드러내놓고 그런 내색을 하지는 않는다. 특별히 비협조적이고 말 안듣는 그런 환자는 아니었다. 

 


의사가 환자 마음을 얼마나 편하게 해줄 수 있는걸까.

지금 마음이 편하고 좋다하니

그냥 그녀가 하고 싶은대로 놔 두자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굳이 우리병원을 계속 다닐 필요가 없는데

완화의료팀 만나러 오신다.

자기 사는 얘기도 잘 하신다.


의사가 지시하는 대로 살지는 않지만

그렇게 나름으로 사는 환자들의 사는 모습을 보면서

의사로서 알 수 없는 환자들의 삶과 가치관, 병을 다스리고 사는 방법을 접하게 된다. 


뭐든

내가 원하는 대로

누구든

내가 하자는 대로

인생이 다 그렇게 되는건 아니니까.


누구나 자신의 몫으로 주어진 인생을 

자기 방식으로 사는 것이고

인생에 정답은 없는 거니까. 


그녀가 나를 필요로 할 때

그 때 도움이 되는 의사가 되어야지.

나를 찾을 일이 한동안 없기를 기도해야지. 

그것이 내가 그녀를 위해 할수 있는 유일한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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