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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뱃속 암이 진행되면서

복강 내 가장 큰 혈관인 대동맥을 누른것 같다.

큰 혈관이 눌리니 

혈류 흐름에 장애가 생기고

그러면서 와동된 혈류 흐름 때문에 혈전이 생긴 것 같다.

그렇게 생긴 동맥혈 혈전은 바로 뇌로 날아가 뇌경색을 일으켰다.

혈관을 누르고 있는 종양 때문에 혈전의 생성 조건이 개선되지 않는다.

그래서 반복적으로 뇌경색이 발생하였다.

처음에는 말을 못하는 정도였는데

반복적인 뇌경색 이벤트가 있은 후에는

의식도 나빠졌다.

경기도 한다.



그녀 나이 이제 겨우 30대 중반이다.



그렇게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다.

자꾸 경기를 하니까 진정제를 쓰고 있었다. 

그래서 잠자는 모습을 볼 수 밖에 없었다.

애기처럼 피부도 하얗고 

얼굴도 너무 예쁘다.

애기 엄마같지 않다. 



혈전이 계속 생기고 뇌로 날라가니

병을 콘트롤하기 위해서는 항암치료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객관적으로 그녀는 항암치료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의식도 없고

밥도 못 먹고

눈도 맞추지 못하는 상태에서

항암치료가 왠 말인가.



그래도 항암치료를 시작하였다.

이득보다 해가 더 많을지도 모르는데, 안 할 수가 없었다. 

혈전을 잠재우지 않으면 뇌로 계속 날라가 회복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항암제가 아주 효과적일거라는 기대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이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는 심정으로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남편에게는

만약의 상황에서 환자 상태가 나빠지면 심폐소생술은 하지 않는게 좋겠다는 약속을 받고 말이다. 




그리고 2주째.


환자는 눈을 떴고 

더 이상 경기를 하지는 않지만

아직 눈도 맞추지 못하고 말도 못하고 자세도 경직된 상태인 채로 있다. 

손을 너무 움켜쥐어서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 들어갈 지경이다. 아직 경직이 풀리지 않고 있다. 

아직 불수의적인 움직임도 많다.

항암치료를 시작한 때보다 더 나빠진 것은 아니지만

좋아졌다고 볼 수 있는 증상 개선도 없는 것 같다.

그냥 기도하는 마음으로 회진을 돈다.

간병인과 

남편과

환자의 어머니와

돌아가면서 매일 비슷한 이야기를 나누며 

기다린다.


뇌경색이 풀리기를,

뱃속의 종양이 좀 작아져서 

더 이상 색전증이 생기지 않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더 이상은 할 일이 없다는 것을 나도, 환자의 가족들도 알고 있다. 



어제 회진을 돌면서 

예쁜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 보는데 

문득

환자가 지금 의식이 있다면 그녀 심정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지금 자기 병이 재발한 것도 모를 것이고

자기가 왜 지금 말을 못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을 것이고

왜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는지도 모를 것이고 

지금, 여기가 어딘지도 알 수 없을 것이고

내가 다시 좋아질 수 있을지, 다시 말을 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을 것이고 

나의 어린 아들은 누가 돌보고 있는지도 걱정이 될 것이고

도대체 나는 왜 이러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두려울 것 같았다. 



맞아, 지금의 이 혼돈 속에서 두려운 마음이 가장 크겠구나

설명을 좀 해주는게 필요하겠다. 



그동안 나는 매일 침대에 누워있는 환자 옆에서 그녀의 존재를 크게 개의치 않고 

가족이나 간병인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설명을 하고 있었는데

만약 그녀가 내 말을 듣고 있었다면 

자신이 들은 조각조각 이야기들을 꿰어 맞춰 

지금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고 해석하려고 애를 쓸 것 같았다. 

뇌경색 이후라 

생각을 명민하게 잘 할 수 없고 머리가 멍할 것 같다. 

뭐가 뭔지 제대로 생각이 엮이지 않는 혼란스러운 상황일 것 같았다. 



그런 마음이 들어서


그녀를 만난 처음부터 지금까지 

내가 경과관찰한 그녀의 상태를 이야기해주었다.



있잖아요.

병이 재발했어요.

재발하면서 혈전이 생겼나봐요. 혈전은 혈액성분들이 엉겨붙은 작은 피딱지라고 생각하면 되요.

원래 암환자들은 혈전이 잘 생겨요. 

그렇게 만들어진 혈전이 혈관을 타고 뇌로 날아가서 뇌경색을 일으킨 거에요.

그래서 지금 정신도 혼란스럽고 말도 안 나오고 몸도 제대로 못 가누고 있는거에요.


암 때문에 혈전이 생긴거라 지금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데도 

며칠 전 항암치료를 시작했어요.

그래서 몸이 많이 힘들었을 거에요.

아마 다음주 부터는 몸 상태가 많이 회복될 거라고 봐요. 

항암제가 들어간지 시간이 꽤 지났거든요.

뇌경색이 좋아져서 다시 말도 하고 의식이 맑아질지 어쩔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젊으니까 좋아질 거라고 믿고 있어요.

우리 몸에서는 혈전을 녹이는 물질이 만들어지고 있거든요. 

그것들이 혈전을 녹이고 기절한 뇌가 서서히 자기기능을 되찾기를 바라고 있어요. 


요즘은 특별한 치료 없이 경과보면서 그냥 기다리는 기간이에요.

애기때문에 걱정되죠?

잘 지낸대요.

남편이 보여주는 동영상 봤어요?


지금 내가 한 말 다 이해가 되면 눈 한번 깜빡 해보세요.



그녀는 눈을 깜빡거리지 않는다.  

순식간에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그렁그렁 눈물이 맺치다가 툭툭 떨어진다. 

목이 막히는지 침도 입 밖으로 흐른다.

정서적으로 흥분되고 격앙된 상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동안 다 듣고 있었구나.

의식이 있었던 거구나.



나는

그동안 회진을 돌며

그녀를 없는 사람 취급하였다.

말이 안통하고

눈을 맞추지 못하니

사람간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못한것 같다. 



완화의료팀에 협진을 내서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내용이 연결되는

책읽기 자원봉사자를 연결하기로 했다.

그녀를 이 세상과 연결시켜 줄 이야기가 필요하다.



아직 의식이 맑지 않고 회로가 끊겨 있어 많은 정보들이 그녀를 더 혼란시킬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편안하고

쉽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어지러운 그녀의 마음을 풀어줘야 할 것 같다. 



그동안 잠은 잘 자는 편인데

어제 밤에는 잠을 거의 못잤다고 한다. 

아마 내가 한 이야기들 때문에 혼란스럽고 마음이 힘들었는 모양이다. 


한번은 넘어야 했을 산이라고 생각하자.


이번 치료의 목표는 그녀가 말을 하는 것.

그렇게 뇌기능이 돌아오는 순간까지 

최대한 몸을 잘 보존하고 조심히 항암치료해서 뱃속의 병을 좀 줄이는 것. 


경직되어 한쪽으로 꺾여 있는 그녀의 가는 목을 보고 있노라면 

아멘이라는 기도가 절로 나온다. 


하느님,

종양내과 의사인 저에게 주어진 일은 

정해진 용량의 탁솔 카보를 처방내는 일 뿐인 것 같지만 

저에게 인내와 끈기로 최선을 다해 그녀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을 주세요.

그녀가 자신의 생명력으로 지금의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 BlogIcon 변선주 2013.11.30 19:21

    근래에 본 글 중에서 가장 뭉클하네요..

  • 덕순씨 딸 2013.11.30 21:45

    그녀를 대신해서 감사하고 싶네요
    그녀가 나으려고 노력하게 될 것 같아요

  • 엄마 2013.11.30 22:55

    엄마가 경련이 오고 경직이 오고 눈동자를 맞추지 못한 며칠동안이 있었어요. 그때 왠지 마지막일 것 같아, 그리고 의식이 돌아오면 이야기 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아 혼자 간병하던 날 엄마에게 속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아빠가 제가 중학교 때 돌아가셨는데 제가 늦둥이라 엄마가 저를 그때부터 혼자 키우셨거든요. 나 혼자 키우느라 너무 고생했다고, 애 많이썼다고, 미안하고 고맙고 막 울면서 엄마를 끌어안고 이야기 했었어요. 근데 그 이야기 할때 의식이 없는 엄마가 눈물을 흘리고 사래가 걸리고 손을 허공에다 막 흔들었어요. 아니라는 듯이요. 선생님 글을 보니 그때 엄마의 모습이 생생히 기억나요. 보고싶네요. 엄마...

  • 앙젤 2013.11.30 23:20

    최근 페북을 통해 알게되어 샘의 글을 꾸준히 읽고 있는데.... 참 많은 생각을 해요.. 밤에 자려고 누워 글을 읽는 경우가 많은데 매번 가슴이 너무 아파 울게 되네요... 사람의 존귀함을 깨닫게 된달까.... 아기 엄마가 회복되어 아이를 만나 이야기할수 있기를요.... 그리고 샘도 힘 잃지마시고 그 자리에서 지금처럼 빛이 되시기를요...

  • 아카시아 2013.12.01 10:08

    선생님 사랑은 이 땅에서도 영원가운데서도 유효합니다. 힘내시고 선생님의 믿음과 소신을 따라 늘 최선을 다하시길 응원합니다

  • 한수명 2013.12.01 20:12

    선생님의 리얼한 글들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사회학, 물리학 전공하신 경력이 괜히 하신 것이 아니신 것 같습니다.
    섬세하게 써 내려가시는 님의 모습에 경외감을 갖게 됩니다.
    감사드립니다.

  • 달콤한 우주 2013.12.02 01:21

    열흘동안 3번의 뇌출혈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중환자실에 혼미, 혼수 상태로 누워 계신 엄마.
    엄마가 무지 사랑한 아빠가 말씀하시면
    가끔씩 눈물이나 약간의 미동이 있으셨지요.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궁금한게 생겨서 하나만 여쭤 볼께요.

    이전에 잠깐 언급했었는데...
    형부가 간암말기인데 위, 비장, 폐, 혈액에 전이가 되어있는 상태이고
    여러가지 새로운 증상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 염려스럽지만 혈전 때문에 생길 갑작스런 응급상황을 준비하라(맘의 준비)는
    의사선생님의 이야기가 있었어요.
    형부의 경우, 심장에 문제가 생길까만 걱정했는데
    뇌경색도 생길 수 있는건가요?

  • 리포지셔닝 플래너 2013.12.02 03:06

    저도 그 분과 선생님을 위해 기도드릴께요.

  • 남수우 2013.12.02 18:55

    눈물나서 읽기 힘들었어요
    그분이 아이와 함께할 시간을 좀더 갖게 해달라
    기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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