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마음속 구상 1

이수현 슬기엄마 2013. 12. 16. 02:22


가능하면 매일 

블로그에 일기처럼 글을 썼다.

블로그에 쓴 글은 

아주 솔직하게 

내 심정을 진솔하게 담아 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런 것은 아니다.


내부 검열.


이 글은 

일단 내 환자가 보고 있고 다른 병원 환자들도 보고 있고, 

동료 의사도 보고 있고, 내 윗사람도 보고 있다. 

나를 모르는 그 누구도 

내가 쓴 글을 통해 나를 읽어낼 수 있으므로 

나 스스로 내부 검열을 하고 내 보낸다.

적당히 나를 드러내는 것 같지만

나의 속마음을 다 털어놓을 수 없다.

상당히 정치적으로 판단하여 글을 쓰고 올리는 셈이다.

어차피 우리는 여러개의 가면을 바꿔쓰면서 사는 존재니 특별할 것도 없다.  


나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사건/사안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 편이었다.

내 이야기의 본질이 무엇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도 가느다란 실마리만 슬쩍 던지고 오픈하지 못한 이야기도 있다. 내가 쓴 글을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다. 그 글을 쓰는 동안 사실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일상의 소소한 문제에 잽을 날리는 것은 

해결에 도움이 안되면서

오히려 상황을 심각하게 만들 수 있고 

내가 속한 조직에 해를 가할 수도 있으며 

궁극적으로 내 신상에 위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잽은 삼가하는 편이다.

그러나 스트레이트를 날릴만한 힘이 내 안에 비축된 것일까? 

아직은 아니다. 

그러므로 난 그만큼 내부검열을 해서 글을 올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별적 글쓰기라는 행위 자체에

나의 

혹은 

나를 읽어내는 사람의 정치적인 계산이 들어가 있기 마련이라 

중립적으로 읽혀지지 않은 부분도 꽤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나는 혹평을 듣기도 했고 평판(이랄 것도 없지만)에도 흠이 갔다. 

그러나 나는 최소한 그만큼은 감안하였고 각오하였다. 

그래서 괜찮다. 



특별히 어떤 독자층을 염두에 두고 쓴 글들은 아니지만

대략

의사로서 환자에게 하고 싶은 말

혹은 

의사로서 의사를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 그리고 이 사회에 하고 싶은 말 

혹은 

의사로서 의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


그 정도가 내 마음 속 주된 독자층이 아니었을까 싶다. 



경기가 좋지 않고

출판 시장은 더 상황이 좋지 않으니

흥행에 성공할 것 같지 않은 나의 글을 어디서 책으로 내주겠다고 할지 모르지만

지난 3년간 이 블로그를 통해 썼던 글들을 모아

1권 혹은 2권의 책으로 내기로 마음 먹었다. 

나는 종이책을 선호하지만 예산상 종이책이 어려우면 E-book 으로라도 낼 예정이다. 

내가 쓴 글은 독자층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마케팅의 입장에서 시장을 형성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출판사들이 내 책을 내는데 주저함이 있는 것 같다. E-book 이면 그런 부담은 없겠지?



그리하여

나는 책 제목과 구성을 어떻게 할지 결정했다.

내가 그동안 쓴 글을 

단지 주제별로 엮는 형식의 단순 편집을 통해 책을 내는 것이 아니라

주제를 정해서

기존의 글을 다시 쓰기로 했다.

그동안은 그걸 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해서 엄두를 못 냈지만

이제 시간이 있을 거니까 

한달 정도의 시간을 할애하여 책을 다시 써보기로 마음 먹는다. 



책 제목을 미리 공개하면 재미없으려나?

어차피 흥행을 노리고 쓰는 책이 아니며

누군가가 내 아이디어를 도용해서 먼저 쓸 수 있는 책도 아니니

슬쩍 공개해 보고 싶다.


환자 유감 vs 의사 유감


같은 상황에 대해 환자의 견해 그리고 의사의 견해가 어떻게 대비되고 있는지 대조적으로 조명하는 방식을 취하려고 한다. 그래서 서로의 입장과 시선이 어떻게 교차되고 있는지 보여줄 생각이다. 그러면 의사와 환자간에 형성되어 있는 길고도 먼 인식의 간격을 좁히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스마트하게 한권으로 낼 수도 있고

쓰다가 분량이 많아지면 두권을 세트로 낼 수도 있겠다. 



알고 보면

내가 그동안 썼던 글들은 

의사와 환자 각자의 입장에서 이미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상대방을 향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아니었나 싶다.

나는 내 글이 멀리 떨어진 이들 사이의 다리가 되기를 바랬다.


그리고

새로 다시 쓰는 글에는

내부 검열을 조금 줄이고

이제까지보다는 약간 더 솔직하게 써 볼 생각이다. 

이제 누구에게 해를 입힐 지위에 있는 것도 아니고  

나의 평판에 대해 신경쓸 일도 없으니까

그냥 자유롭게 써보기로 했다. 

그 생각을 하면

꽤나 흥미진진하다. 



이것이 2014년을 맞이하는 나의 첫번째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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