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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엄마 대신 외래에 왔다.


멀리 시골서 사는 엄마.

서울 사는 딸네 집에 오셨다. 

요즘 들어 소화가 잘 안되는 거 같다는 엄마의 한마디.

딸은 시골 가시기 전에 내시경 검사라도 한번 받고 내려가시라며 엄마 등을 떠밀어 내시경 검사를 받게 하였다.

그렇게 진단받은 위암, 엉겁결에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하러 들어가보니 CT에서 보이는 것보다 복막 전이가 훨씬 심했다.


나이도 많고

몸도 약한 엄마.  

항암치료를 받으셔야 한다고 한다.

엄마는 '수술 했으니 당연히 항암치료를 받아야지' 하신다.

딸은 엄마한테 4기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수술 다 받았으니 빨리 집으로 가야 한다, 집을 너무 오래 비웠다, 마음이 급하다며 

퇴원하자마자 당신 혼자 버스타고 시골 집으로 돌아가셨다. 

딸은 걱정이 되서 매일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바쁠텐데 매일 전화도 다하고 왠일이냐며 엄마는 핀잔을 주지만 

싫지 않으신 눈치다.

딸은 전화로 매일 아침 저녁으로 항암제 잘 드시고 계시냐고 묻는다. 

노란거 한알 흰거 한알 꼭꼭 잘 챙겨드시라고 당부한다. 


열심히 일지를 써 가며 약을 드시는 엄마.

어제 밤에 전화가 왔다.


얘야, 어찌된 일인지 흰거 한알이 없다. 

옮겨 담다가 어디다 흘렸는지 어쩐지...

모레까지 다 먹고 일주일 있다가 병원 가야 허는디

한 알이 부족해. 

의사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정확히 먹으라고 혔는디 어쩌냐?


딸은 이 추운 날 엄마의 S-1 한 알을 처방받으러 작은 애는 업고 큰 애는 걸려서 병원에 왔다.


최선을 다하고 싶은 환자와 가족의 마음.

마음이 울컥했다.

그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한 알이라도

하루라도

의사가 시키는 대로 하면 좋아질거라는 믿음으로 

열심히 치료하려고 하는 마음. 

나른한 내 마음이 한없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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