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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일 어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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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


대기실 풍경은 생각보다 다이나믹하다. 


아직 내가 암환자라는 걸 받아들일 수 없어서, 받아들이기 싫어서, 아직 세상을 똑바로 응시할 자신이 없어서, 아무하고도 말 안하고 조용히 대기하다가 나만 만나서 진료받고 돌아가는 환자도 있고 


몇년 치료받으면서 겪을거 다겪고 

마음고생도 다 하고 

그래서 힘들어 하는 후배 환자들을 만나면 이것저것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환자도 있고 


치료 주기가 맞아서 자주 만나다보니 

비슷한 형편과 비슷한 치료를 받는 환자들끼리 친해져서

병원이 아닌 곳에서도 만나고 

서로 연락도 하며 지내는 환자 그룹도 있다. 


그렇게 친해진 환자들은

누가 열나서 입원하면 문병도 가고

좋다는 거 있으면 나눠 먹고

누가 우울해 하면 같이 만나서 수다도 떨어주며 

동맹관계를 유지한다. 

의사의 한마디보다 동료 환자들의 지지가 그들에게 더 힘이 되기도 한다. 


그 중 

한 그룹의 환자들은

나이도 비슷하고

그래서 아이들 연배도 비슷하고

사는 형편도 비슷하고 

친해질 수 있을만큼 성격도 비슷하다. 


의사인 나는 

젊은 그들의 재발 위험도도 비슷하게 높다는 것을 내심 우려하고 있었다. 


그들은 고위험군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재발하기 시작했다. 

한명이 재발하면 나머지 환자들이 크게 동요했다. 나는 어떻게 될까...

걱정 마시라고, 괜찮을 거라고, 섣불리 위로하기에 

그들의 임상적 위험성은 통계적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확률적으로 재발 위험성이 높다해도 

실재 재발을 하는 것은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고

그러니까 걱정하는 것으로 인생을 낭비하지 말자고 

 내가 아무리 이야기해도

예민한 그들의 걱정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세명 모두가 재발하였다. 

그러기도 힘든데..


한명은 최근에 돌아가셨다.

나머지 두 환자도 항암치료를 계속 하고 있지만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다. 


얼마전 한명이 입원했고

엊그제 또 한명의 환자가 입원했다.

그들은 입원해서 만났다. 


이번에 입원하기 전까지

그들은 병은 나빠지고 있었지만 전신상태는 그럭저럭 유지되고 있었다.

아직 아이들이 어리니, 그들은 여전히 아이들 학교 뒷바라지를 하고 있고 집안일을 하고 있었다.

약간 숨이 차고

약간 통증이 있지만

약 먹으면서 증상을 조절하고 집에서 지낼 수 있었는데

병이 나빠지면서 

컨디션이 나빠지기 시작한다. 

그들은 나를 좋아했던 만큼 나에게 실망도 하고 

나에게 매달려서 치료받았던 만큼 나를 원망하기도 했다.  




지난 달 외래에서 

항암치료를 그만 하는게 좋겠다고 했을 때

그녀는 그럴 순 없다고 말했다.

보험이 안되는 약이라도 자기는 치료를 더 받겠다고 했다.

이미 몸무게는 40kg 까지 줄었고, 최근 항암치료는 다 한두번만에 실패하고 있었다.

정말 쓸 약이 없었는데 

그녀는 죽더라도 항암치료를 하겠다고 우겼다. 

나는 세 번의 외래를 매번 한시간 이상씩 그녀와 실갱이를 벌였다.

남편도 회사 휴가를 내고 외래에 찾아 와서 제발 아내의 뜻을 따라달라고 나에게 부탁했다.

항암치료라는게 환자가 원한다고 하는게 아니라고, 지금은 치료적 효과를 기대하고 쓸만한 약이 마땅치 않다고, 괜히 항암치료 하다고 고생만 하게 될거라고, 몇번을 얘기했지만 그들은 막무가내였다. 


울며겨자먹기로 항암치료를 하고 말았다. 


최근 1년동안 나빠지기만 했던 피부병변이 호전되는 듯 보이니 환자는 내심 병이 호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한 모양이다. 그러나 3주가 지나고 다시 외래방문이 예정되어 있을 무렵 그녀는 심한 변비로 입원을 하게 됬다. 항암치료가 힘들어서 음식을 거의 못 먹었나 보다. 애들 때문에 죽어도 입원은 안하겠다고 하는 그녀가 오죽했으면 변비때문에 입원을 하겠다고 했을까. 


입원하던 날 찍은 흉부 엑스레이를 보니 폐에 물이 차기 시작한다. 

 

결국 지난번 항암제는 일부 암세포에 대해서는 효과가 있었지만, 그동안 수차례의 항암제를 견뎌내고 살아남은 저항성 높은 암세포들은 죽지 않고 살아남아 다른 장기로 전이되기에 이르른 것이다. 


'아, 역시 치료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괜히 항암치료를 했다' 싶었다.  


치료의 이득을 기대하기보다는 해가 더 크다고 판단할 때는 항암치료를 하면 안되는데...




'이 병으로 내가 죽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우리가 직면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 같아요.'


환자는 손으로 자기 귀를 막는다. 


'그런 얘기는 나중에 했으면 좋겠어요.'


환자는 여전히 치료를 해야한다고, 피부가 좋아졌으니 다시 항암제를 쓰면 더 좋아질거라고 우긴다. 그러나 등쪽으로 새로운 피부 병변이 생기고 있었다. 


호스피스팀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남아있는 시간을 고려해서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지만

환자는 단호하게 거절하였다.

기독교 신자인데도 목사님 방문과 기도마저 거절하였다. 


늦게 퇴근한 남편과 한시간이 넘게 면담하였다.

남편은 내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하면서도 

부인의 고집과 뜻을 꺾기는 어렵다고, 10년이상 같이 살았지만 자기는 부인의 고집을 꺾은 적이 없다고, 원래 성격이 그런 사람이라고 나에게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환자는

집에 있는 두 딸도

친정 아버지도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완화의료팀도 방문을 갔다가 몇번을 거절당했다. 



내 생각에 그녀는 이번에 퇴원하기 어려울 것 같다.

폐와 늑막에 병이 심해져서

흉수가 가득 고여있는데 그 물을 빼다가 기흉이 생겼다. 

기흉이 좋아지지 않는다.

아마 이 상태에서 조금씩 조금씩 나빠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열이 나고 의식이 흐려지기 시작할 것이다.

그 시간이 오기 전에 나는 환자가 마음을 좀 정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비록 젊은 나이에 좋지 않은 병에 걸려 죽음을 눈 앞에 두고 있지만

아직 통증도 잘 조절되고 있고

의식도 명료하니

이 시간을 잘 쓸 수 있기를 바란다. 


다행스러운 것은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데도 남편은 예민한 부인을 위해 2인실 비용을 감당하고 있고 

매일 저녁 퇴근 후 병원에 와서 쪽잠을 자고 간다. 

환자가 마음을 여는 유일한 창구가 남편이라는 점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인것 같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은데...

남편과 여러 차례 면담을 하면서 

남편도 몸과 마음이 많이 힘들고 이미 많이 지쳤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와중에

곧 죽을 것 같은 아내를 위해, 아내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환자는 여전히 나의 어떠한 제안도 거부하고 있다. 

음압이 걸려 있는 흉관을 가지고 하루 종일 누워서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 

의학적으로 치료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지인들로부터 결려오는 수십통의 전화도 받지 않고

음식도 제대로 못 먹고

그렇게 서서히 시간이 흐르고 있는데

괴로운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젊은 엄마의 임종준비가 너무 어렵다. 

그녀 마음의 문을 열기가 너무 어렵다. 


매일 아침 회진을 돌면서

나는 환자별로 목표를 정한다.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뭘 할 건지 환자에게 설명하고

저녁에 다시 평가하여 환자의 상태를 점검한다.

그렇게 반복하면서 좋아지면 퇴원하고 다음 치료를 계획한다. 

이 환자에 대한 나의 목표는 임종이라는 상황이 올 수 있음을 직면하고 남은 시간을 잘 쓸 수 있게 돕는 것이라고 정했다.

그러나 그 목표는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

환자는 나랑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한다. 



의사인 나의 판단으로

더 이상의 항암치료가 무의미하다고 생각될 때 

앞으로 상태가 좋아질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될 때 

나는 환자에게 솔직하게 얘기한다. 

죽음에 대해.


다들 

너무너무 힘들어하지만

결국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고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의사인 내가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지 요청한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는 그녀를 위해 아무 도움도 못주고 있다.

그렇게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날씨가 좋으니 바깥 바람을 한번 쐬보시라고 말한게

전부이다. 






 






  • 윤경아 2013.10.21 09:25

    저는 이런 글이 오히려 필요하다고 봐요. 자신의 삶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 참 고마워요. 저도 30대 애엄마지만... 헛된 희망만 품고 사는 것보다는... 쓰면서도 눈물은 나지만... 사실 힘든 사람은 저보다, 제 가족들이겠죠. 엇그제 친정엄마 생신모임이 있었는데... 참 슬펐어요. 막내딸인 제가... 5년 뒤 함께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을까... 없다면... 얼마나 남은 사람들이 괴로울까... 죽음은 한 번이지만... 가족들은 모일 때마다 내 생각하며 괴로워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어쨌든... 마지막 순간까지... 제 모습이 의연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나저나... 저도... 생명인지라... 가늘더라도 오래 살고 싶어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0.21 19:21 신고

      저는
      윤경아씨가
      굵고 길게 살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엄마생신때 슬퍼하지 마시고
      엄마에게 좋은 음식도 대접하고 마음따뜻한 선물도 하시고
      그러세요
      삶은 그런 순간의 기쁨이 모여서 보석이 되는게 아닐까 합니다.
      (물론 저도 이런 말 할 자격이 별로 없습니다만 ㅠㅠ )

  • 이유진 2013.10.21 10:08

    돌아가신 아버지가 항암 치료를 하던 때, 차트와 피 검사를 보신 한방계 선생님은 항암 치료가 아니라 공기 좋은 곳에서 가족들과 시간 보내실 때 인거 같다고 오히려 지금 하는 항암치료가 더 해가 될거 같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같은 병원에 계신 양방 선생님은 그대로 약 투여 하셨고... 결국 한달쯤 후에 돌아가셨는데
    생각 해 보니 그래도 음식이라도 드실 수 있을 때 드실 수 있는거 맛있게 드시고
    좋은 공기도 쐬고 했으면 했는데...
    저는 그래서 항암을 할 것인지 안 할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병원에서는 하지 않는 줄로만 알았네요.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행여 운이 허락해서 조금 더 살 수 있다 하더라도 정리 하고 생각하고 소중한 사람 손 한번 더 잡아줄 수 있는 그런 마무리를 할 수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 같아요.. 혼수상태로 모두 고생하고 힘들어 하는 것 보다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0.21 19:24 신고

      항암치료를 하는 것 보다
      항암치료를 하지 말자고 말하는 것이 훨씬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가족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으려고 노력합니다.
      기대여명이 6개월이 안될거라고 생각하면
      항암치료를 하지 않는게 좋습니다.
      괜히 고생만 하고 치료의 득은 얻기 어려우니까요.
      다만 주치의는
      자기 환자의 예후가 좋을거라고,
      이번 치료를 하고나면 더 좋아질거라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꾸 치료를 하려는 마음을 먹게 되죠.
      저도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언제 항암치료를 그만두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기는하지만
      그런 일반적인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무리하게 치료하여
      그나마 남아있는 활력과 에너지, 건강을 해치는 치료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려고 합니다.

  • 최지희 2013.10.23 08:19

    쌤~~ 어떤 환자였기에 고위험군 이었어요? 삼중음성?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0.25 14:06 신고

      임상적으로 어떤 사람들이 위험군이라는 대략의 범주 구분이 있지만
      그것이 상호작용을 하거나 다른 요인때문에 위험요인들이 상쇄되거나 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또 제가 그걸 너무 명확히 언급하면
      그 조건에 해당하는 분들이 너무 우울해 하시기 때문에
      명확하게 말하고 싶지 않네요
      통계적 확률의 분포와
      내 존재의 무게는
      다르다고 생각하기도 하구요.

  • 달콤한 우주 2013.10.26 01:48

    올 한해는 참 다양한 과와 다양한 선생님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처음엔 저의 유방암 치료, 다음엔 아빠의 방광결석 수술, 다음엔 엄마의 뇌출혈로...
    병원에서 거의 10개월을 보내면서 좋은 의사와 나쁜 의사를 가늠하게 되는 못된 버릇이 생기게 되었어요.
    상당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바라보는 어리석은 시선이지만...
    병의 호전 여부보다는 병을 치유하려는 의사 선생님의 진심을 마주하게 되는 그 순간이지요.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항상 제 맘을 움직이는 것은 환자를 향한 관심과 치료에 대한 고민과 진정성, 그리고 제일 맘에 드는 치료 목표라는 부분입니다.
    여기엔 눈을 마주한 소통이 있잖아요.
    저와 아빠는 다행히 좋은 의사 선생님 (상당히 주관적...)을 만나 (계속해야될 오랜 치료 부분들은 있지만 )
    치료를 위한 협력이 잘 되고 있어요.
    하지만 엄마의 경우, 추석을 앞둔 주간부터 연휴가 끝난 뒤인 열흘간 중환자실에서 한번도 담당의인 의사선생님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오로지 R2인 주치의만 동동거릴뿐...정작 다른과와의 협진도 주치의는 담당과장 눈치보느라 연락도 못하고... 결국 기다리다 못해 같은 병원의사인 언니와 동료의사들의 자진적인 협진으로 사투의 열흘을 보내고 난 후 엄마를 보내드려야 했어요.
    갑작스런 뇌출혈로 건강하신 엄마를 보내면서 내내 화가 났던건 치료의 결과보단 시종일관 무관심했던 담당의의 무심함과 회피 아니 그가 보인 번거로움이였지요.
    해서 나쁜 의사라 생각해요.
    글의 의도는 이게 아니였는데...
    깊은 속상함이 자리하고 있다가 툭 튀어 나왔네요...ㅠ

    선생님을 생각하면 환자를 향한 관심과 일에 대한 성실함이 진심이라 여겨져
    한번도 뵙진 못했지만 가깝게 느껴져요.
    좋은 블로그에 좋은 정보,
    기쁨과 슬픔,
    말할 수 있는 것과 힘들지만 꼭 해줘야 되는 말들...
    기운 잃지 마시고 힘내 좋은 의료 환경와 좋은 의사 선생님으로
    늘 곁에 있어 주세요~(^^)*
    아마 선생님은 이 환자분 끝까지 놓치 않을거고,
    그 환자분과 그 가족들도 그 맘 때문에
    많은 위로가 될거라 생각해요.

  • 김원애 2013.11.02 13:24

    누구나 자기는 암에 걸린다고 생각하지 않듯이 막상 병에 걸리면 자기만은재발이나 전이가 안됐음하고 생각하는게 인지상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정말 안좋은 상황이 왔을 때 의미없는 치료로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것보다 자신의 삶을 조금이라도 가치있게 쓰고간다면 남아있는 사람들에게나 본인에게나 얼마나 큰 힘이 될까하고 늘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글을 보면서 두려워지기도 하고 무서워지는 맘도 당연한 맘이지만 여러 사람들이 공유하는 공간이니까 자기의 잣대로 비판하는 건 좀 예의가 아닌 것 같네요

    1. 달콤한 우주 2013.11.03 17:35

      동감~(^^)*

  • Ann Yi 2013.11.09 19:27

    주님 강하고 따뜻한 손으로 환자 분들. 그리고 보시는 선생님 손을
    꼭 잡아주시고 힘을 주세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1.10 10:00 신고

      제가 받고 싶은 기도입니다.

다른 카테고리의 글 목록

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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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 10, 보건복지부는 말기암환자 전문 의료서비스 정착을 위한 호스피스완화의료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였다.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완화의료팀 (Palliative Care Team, PCT) 제도를 도입한다.

의료기관이 일정 요건의 완화의료팀을 등록, 운영할 수 있도록 법제화한다.


(완화의료팀이란 호스피스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을 운영하지 않는 병원-우리병원처럼-에서 말기암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및 완화의료 서비스를 하기 위해 해당 과가 협진을 내면 완화의료팀이 환자를 면담하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입원이나 외래 모두 가능하고 협진의 형태이기 때문에 주치의는 바뀌지 않는다.


2.     가정호스피스 완화의료제도를 도입한다. 

완화의료 전문기간과 연계한 가정호스피스 완화의료 운영을 법제화한다.


(말기암 상태가 되면 예상치 못한 신체적 증상이 발생하거나 기존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마다 응급실 방문을 하는 것보다는 가정호스피스팀과 연계하여 집에서 가족들이 할 수 있는 조치들을 교육하고 가정호스피스 팀이 방문하여 불필요한 병원 내원이나 응급실 이용을 줄이고, 가족과 함께 가족의 돌봄으로 말기암환자가 임종 전 기간을 보내도록 하는 서비스이다. 일본에서는 집에서의 죽음 (Home death program)을 장려하고 현실화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작년에 가정호스피스를 통해 현실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하였다.)

 

3.     2020년까지 완화의료 이용율을 높이고 전문기관의 병상을 확대하며 (현재 이용율 11.9% 20%, 병상 880개를 1400여개로 확대) 의료기관 평가항목으로 호스피스완화의료 병동운영 평가지표 신설 및 가산점을 부여한다. 또한 기존 완화의료 전문기관의 지정 및 취소기준을 강화한다.

 

10월 둘째주는 세계 호스피스 완화의료 주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도 이에 맞추어 위와 같은 호스피스 완화의료 활성화대책을 발표하였다.

 

보건복지부는 이상의 정책안 마련을 위해 작년에 여러 의료기관을 포함한 시범사업을 진행하였고, 우리 병원도 완화의료팀 (PCT) 파트에 소속되어 시범사업에 참여한 바 있다. 굳이 정부의 시범사업이 아니더라도, 우리 병원은 완화의료 병상이 따로 배정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말기암환자를 지원하는 서비스가 어떤 형태로 제공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해 내부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던 터라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도 뭔가 새로운 사업과 노력이 필요한 시기였다.


나는 완화의료팀의 의사로 참여하여 종양내과 뿐만 아니라 다른 과의 말기암 환자들도 진료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환자별로 겪고 있는 병이 다르기 때문에 접근해야 하는 방식이나 그들이 필요로 하는 의료적 지원의 내용이 달랐고, 환자에 따라 병에 대한 태도,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 환자와 주 부양자와의 관계, 말기암 환자에 대한 가족의 갈등과 입장, 경제적 형편 등이 달라 때문에 완화의료팀은 매 환자가 의뢰될 때마다 새로운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로서는 시범사업을 기회로 많은 논의를 하였고 우리 나름의 PCT 모델을 조금씩 만들 수 있었다.

 

환자들은 자신을 그동안 치료해 주던 주치의가 아닌 다른 의사와 의료진을 만나는 것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큰 것 같았고, ‘호스피스완화의료팀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았다. 이 팀에 의뢰되는 순간, 자신에게 더 이상 삶의 희망은 없는 것이라는 절망감을 느끼기도 했다.


완화의료팀의 의사인 나는, 환자의 현재 주치의와 환자 케이스를 놓고 의견을 교환할 기회를 만들기 어려웠다. 완화의료팀의 진료는 협진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환자에 대한 직접적인 처방을 하는 것에도 미묘한 껄끄러움이 있었다. 예를 들어 환자를 면담하러 갔을 때 말기암 진행으로 인한 여러 증상을 속히 조절해 줄 필요가 있는데 새로 처방을 내거나 기존 처방을 바꾸기 보다는 어떠어떠한 치료가 약제를 쓰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고 의견을 제시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그러므로 그러한 완화의료팀의 입장이 실질적으로 환자에게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혹은 적용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하였다. 의뢰된 말기암환자 이외에도 다른 일반 암환자를 진료하고 수술하는 등 해당 파트에서는 말기암환자 진료에 집중적인 관심을 쏟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협진이 의뢰된 환자를 중심으로 의료진간 합의가 원할하지 않아 생겼던 문제인 것 같다.


환자를 의뢰한 의사도 해당 환자의 병원 재원일수가 길어지기 때문에 2차 기관이나 호스피스 기관으로의 전원을 설명, 설득하는 것을 부탁하기 위해 협진을 내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팀은 전원을 설명하고 환자의 퇴원을 준비하는 사이에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했는데, 그런 과정에서 신뢰감이나 라뽀가 형성되지 않는 경우 힘은 힘대로 들고 보람을 찾기 어려운 경우도 꽤 있었다.

 

현재 나에게도 입원해 있는 말기암환자들이 있는데, 나는 더 이상 치료적 접근이 어려운 환자에게는 과도한 검사나 치료 등을 지양하고, 환자의 통증과 증상 조절을 중심으로, 환자 삶의 질을 중심으로 진료를 한다. 완화의료팀에도 지원을 요청하고, 사회복지사나 목사님, 수녀님 등 영적 도움을 청한다.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임종에 대해 환자와 논의하고 가족들의 입장을 듣는 것에 치중한다. 그러다보니 소위 수익율은 매우 낮고 심지어 마이너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 병원이 그런 나에게 직접적으로 당장의 수익에 대한 압력을 가하지 않기 때문에 말기암환자 진료를 하며 심리적으로 압박을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개별 병의원의 경영 입장에서는 말기암환자에 대한 완화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관심을 갖기 어렵다.


정부는 이번 정책안을 통해 완화의료팀의 진료나 가정간호서비스를 연계하는 호스피스 진료에 대해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하는 것을 법제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재 그 논의에 참여해 본 나로서는 그 수가가 현실적인 타당성없이 낮게 책정될 경우, 오히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고 괜히 병의원에 대한 불신을 조장할 가능성도 높다는 예상을 해본다. 실재로 건강상태가 양호한 암환자를 치료하는 것보다 말기암 환자에게 훨씬 더 많은 간호인력과 보조적인 서비스,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 말기암환자가 되면 모르핀 주사로 통증이 조절이 안되는 경우도 많고, 따뜻한 말 한마디 보다는 효과적으로 약을 쓰고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서 증상을 조절하는게 중요하다. 말기암환자를 배정받은 간호사는 다른 환자에 비해 훨씬 더 큰 관심과 노력을 해야 한다. 더 자주 환자를 모니터링하고 한번이라도 더 찾아가봐야 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한다. 그래서 실재 할 일도 많고 심리적으로도 큰 부담을 느끼게 된다. 여러 모로 힘든 환자와 가족은 심리적으로도 취약해져 의료진의 사소한 한마디에도 분노하고 실망하기 마련이다. 정서적인 지지를 위해 의료진 이외의 많은 사람들이 지지 서비스를 담당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병원 완화의료팀은 이 모든 과정을 진행하면서 단 한푼의 돈도 받지 않는다.

수가가 책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규직 간호사 한명 그리고 자원봉사자를 관리하는 선생님이 한명 배정되어 있다. 

하고 있는 일에 비해 형편없이 낮은, 자원봉사에 준하는 월급으로 일하는 두명의 간호사 선생님이 더 계신다.

아직 병원예산도 책정되어 있지 않은 조직이다.

1년에 두번 자선바자회를 통해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죽기 전에 병원 이불이 아니라 꽃이불을 덮어봤으면 좋겠다는 환자의 요청이 있으면 꽃이불을 사서 선물하기도 하고, 흰머리로 영정사진을 찍지 않고 싶다고 하면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중에 미용사를 찾아 병원에서 염색을 해드리기도 한다. 힘이 없어 병동 산책이 어려운 환자들이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멍하게 시간을 보내지 않게 기부받은 작은 노트북으로 영화도 보여드린다. 임종을 앞둔 환자가 마음 속으로 수년간 앙금으로 쌓여있는 가족갈등 때문에 힘들어 하면, 우리팀이 가족들에게 직접 연락하고 면담하여 환자의 마음을 전하고, 임종을 앞둔 환자와 마음을 풀고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애쓴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컸던 환자는 아버지 이름 석자가 들어간 삼행시를 지으며 마음 속 깊은 앙금을 녹이고 아버지를 만나 화해의 시간을 만들고, 썰렁한 환자 침대 머리맡에 손자들 사진을 번갈아 붙여드리며 할머니 할아버지 환자가 외롭지 않게 위로한다. 멀리 있어 병원에 오지 못하는 가족들에게 스마트폰으로 영상메세지를 보내달라고 요청하여 투병중인 환자가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끼지 않도록 도와 드리고, 직업이 선생님이었던 환자 제자들에게 요청해서 사랑의 메시지 메모를 받아 사과나무를 만들어 선물하기도 한다. 우리병원은 소아호스피스 서비스를 진행하는 몇 개 안되는 병원인데, 어린 자식의 마지막을 지키는 부모, 형제의 죽음을 눈앞에 둔 다른 자녀를 상담하고, 어린 환자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남은 여명을 행복한 시간으로 보낼 수 있게 각종 이벤트를 마련한다. 마술사를 좋아하는 어린이에게는 이은별 마술사의 면담을 주선하고, 사진을 찍기 어려울 정도로 컨디션이 않좋은 어린이에게는 화가가 찾아가서 그림도 그려준다. 사별 이후 가족의 상실감을 도와주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렇듯 호스피스완화의료팀의 활동은 모든 죽음의 존엄함을 위해 다양하게 진행된다.

 

이들에게는 일반 환자보다 훨씬 더 큰 정성과 손길이 필요하다.

그만큼의 수가가 적절하게 책정되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호스피스 완화의료가 임종이 얼마남지 않은 시점에 죽음을 준비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내 병이 궁극적으로 완치되지 않는 병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때, 자신의 남은 생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을지 함께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어떤 환자도 해 본적이 없는 고민이고, 함께 고민을 나눌 사람도 마땅치 않기 마련이다. 가능한 전신상태가 양호할 때 완화의료팀과 면담하여 암 치료도 받고 의료적인 면 이외의 자기 삶에서의 어려움도 같이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돕는 것이 완화의료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환자의 전인적인 문제와 어려움은 짧은 외래시간동안 주치의가 다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진료하는 유방암 환자 중에는 나이가 젊은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이 많다. 젊어서 그런지, 그들은 병이 조금씩 나빠지기는 해도 전신상태는 잘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상생활을 그럭저럭 다 하고 지낸다. 그래서 더 최선을 다하고 싶어한다. 뼈전이 간전이 뇌전이가 있어도, 김장을 하고 때 되면 제사상을 차리고 매일 회사를 다닌다. 그들은 나를 믿고 내가 어떻게든 병을 낫게 해줄거라고, 많이 좋아지게 해줄거라고 믿고 병원도 열심히 다닌다.  

항암제를 이것 저것 바꾸어 써도 병이 호전되지 않을 때, 나는 의사로서 최선을 다해 대안을 마련하고 다음 치료를 준비한다. 그러나 어느 시점이 되면, 나는 환자에게 지금의 상황, 즉 앞으로는 항암치료를 해도 효과가 예전만 못할 것이며, 궁극적으로 암이 진행됨에 따라 내가 죽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고지한다. 젊은 그들은 나의 설명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계속 검사하고 항암치료하고 어떻게든 해달라고 한다. 물론 나는 최선을 다해 치료적 대안을 찾는다. 그러나 환자도 어느 정도 마음을 단속해야 한다. 외래 진료 시간에 그런 얘기를 차분하게 하기 어렵다. 혼자 병원을 다니는 환자에게는 다음 외래 때 가족과 함께 오라고 해서 진료 맨 마지막 시간을 길게 할애하여 면담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그들은 자신의 병 상태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내가 의학적인 면에 대한 의사로서의 결정과 의견을 얘기하고, 다음으로 완화의료팀 면담을 하시라고 하면 대부분 처음에는 거절하지만, 주치의가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완화의료팀을 만난다. 나는 나대로 암치료하고, 완화의료팀 담당 간호사가 환자 면담을 동시에 진행한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그들 대부분은 나에게 너무 고맙다고 한다.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나도 환자를 대하기가 훨씬 수월하고 진지한 대화를 나누기가 편하다. 의사-환자 관계도 훨씬 좋아지는 것 같다. 나중에 완화의료팀과 미팅을 하면서 우리 환자들의 정서적, 심리적인 갈등, 가족과의 관계, 현재 겪는 어려움 등을 듣노라면, 그동안 내가 바라본 환자가아니다. 그는 훨씬 깊은 우주 속에서 살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호스피스 완화의료팀은 그런 역할을 제공하는 단위이다.

 

그러므로

내가 완화의료팀 면담을 제안했을 때

환자들이 그런 나의 제안을 기분나쁘게, 혹은 절망적으로 느끼지 않고

환자를 위해 더 많은 도움을 주려고 하는 나의 노력으로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우리 환자에게 필요한 모든 관심과 사랑과 지원을 해줄 수 없는 것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정책안이 현실화되기까지 여전히 많은 논의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좋은 결실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 이영란 2013.10.14 00:01

    안녕하세요 지난번 선생님 의견으로 호스피스로 옮기길 아버님께 의견을 여쭙고 기다리는 중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미음도 드시고 화장실도 가시고 정신도 또렸하게 돌아왔읍니다 주치의께선 종잡을수 없는 환자라고 하십니다 우려와 달리 나날이 호전되는듯합니다 컨디션도 좋진않지만 그다지 나쁘지 않으시구요 하지만 기력이 없어 항암은 당분간 늦추겠다고 하십니다 다시한번 힘을 내보려구요 호스피스로 옮기면 다시 글 올리겠읍니다 선생님도 늘 힘내세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0.20 14:29 신고

      다행입니다.
      앞날은 아무도 모릅니다.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그리고 다음날 맞이하는 하루를 또 행복하게
      그렇게 보내도록 노력하는거죠.
      그리고 언제 가시더라도 후회없이 사랑하고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갖게 되길 바랍니다.
      그런 마음으로 지내면
      더 오래사실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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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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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 진료시간에

환자들이 하는 가장 흔한 질문이

뭘 먹으면 좋을까요?’가 아닐까 싶다.

 

환자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암 치료 과정.

치료방침이야 의사가 정하는 것이니

환자인 자신은 그저 의사가 시키는대로 따를 수 밖에 없는 수동적인 입장. 

그러므로 환자가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으로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몸에 좋은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특정 음식, 건강보조식품을 먹는 것만으로는

암 예방과 치료에 특별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을 먹을것인가의 문제는

어떻게 살 것인가와 관련이 되어 있다.

일상적인 식생활을 건강식단으로 바꾸는 것은

근본적인 삶의 철학을 바꿀 것을 요구하는 일이다.

온 가족이 함께 먹는 식단을 건강식단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2-3년을 주기로 유행을 타는 건강보조식품을 먹는 것은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건강보조식품의 가격은 한달에 수십만원에서부터 수백만원에 이르기까지 매우 비싸다.

병원 치료비, 항암제 비용보다 훨씬 비싸다.


임상영양학에 아는 바가 별로 없는 나로서는

남들이 다 괜찮다는 건강보조식품을 사먹는 것보다는

신체적 활동이나 운동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하는 편이다.

 

“Cancer Epidemiology, Biomarkers and Prevention” 이라는 저널의 2013 10월호에는

폐경기 후 유방암 발생과 신체적 활동, 앉아서 지내는 일상생활의 관계를 역학적으로 연구한 논문이 실렸다.

 

1992년부터 2009년까지

73,615 명의 폐경기 여성이 미국암학회에서 주관하는 암예방 및 영양코호트에 참여하였고

그 중 4,760명의 유방암 환자가 발생하였다.


유방암을 진단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특성을 비교해보니

일주일에 42 METs 이상의 신체활동을 한 경우, 7 METs 미만의 신체활동을 한 사람에 비해 유방암 발생확률이 25% 가 낮았고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

(참고로 MET Metabolic Equivalent Task 의 약자인데, 1 MET 란 휴식시 소모되는 에너지라고 정의된다. 그러므로 서있는 것과 같은 가벼운 활동은 한시간에 1.3 METs, 앉아서 공부를 하는 것은 1.8 METs, 한시간에 2-3km 정도를 걷는 가벼운 산책은 2.0 METs, 한시간에 7.5km 이상을 걷는 것을 4.0 METs, 천천히 수영하는 것을 4.5 METs 라고 예를 들 수 있겠다

일주일에 42 METs 정도의 신체활동을 하려면 하루에 6 METs 이상이니, 상당히 열심히 운동을 해야 6 METs 를 충족할 수 있을 것 같다.)


47%의 여성이 자신의 유일한 취미생활은 걷기라고 응답하였는데, 이중 일주일에 3시간 미만으로 걷는 사람보다 7시간 이상 걷는 사람이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14% 정도 낮게 보고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호르몬수용체, 비만도, 체중증가, 호르몬제 복용 등에 따라 다르지 않았다. 또한 앉아서 지내는 생활 습관은 특별히 유방암 발생 빈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고 되었다. 즉 자신의 생활 조건이 앉아서 지내는 시간이 많다해도 신체적 활동의 강도와 시간을 늘림으로써 유방암 발생 빈도를 낮출 수 있다고 이해가 된다.

 

어떤 운동이 좋으냐에 정답은 없을 것이다.

신체적 유연성을 키우기 위해 열심히 스트레칭하고

유방암 환자들은 대개 치료과정에서 여성 호르몬이 억제되기 때문에 폐경기 증상을 경험하고 관절이 뻣뻣해지기 마련이다. 항상 몸이 무겁다. 그러므로 꼼꼼히 스트레칭을 하는 것은 컨디션 을 조절하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심장박동수를 120% 정도 증가시키는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환자에 따라 신체적 조건이 다른데 

이에 따른 맞춤 운동요법 같은 것을 제공하고 실천할 수 있다면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 우리병원에서 웰니스 클리닉에서 이러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추천을 해도 환자들이 별로 원하지 않는 것 같다.

  

아마도 운동이라는 것이 마음 먹은대로 부지런히 실천할 수 있는게 아니다보니

몇 차례의 운동 지도보다는

지속적인 관리와 모니터링 프로그램이 병용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과

아직까지 환자들은 먹는 것에는 기꺼이 돈을 지불하지만

운동과 신체적 활동 증진을 위한 교육과 실천에 돈을 지불하겠다는 의향이 별로 없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어떤 연구에서도

운동은 좋은 결과를 낸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겠지만

특정한 약제의 효과보다는

요가, 에어로빅 등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을

일주일에 5회 이상

한번에 1.5 시간 이상을

1년간 실천할 수만 있다면

우울증, 갱년기 증상, 암치료의 후유증, 각종 통증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햇살 좋고 바람 좋은 가을,

나도 그동안 게을러진 안산오르기에 박차를 가해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산행을 실천한 나에게 박수!




  • 김순자 2013.10.09 23:30

    선생님 산에 가기 시작하셨다니 제가 박수 박수보냅니다 짝짝짝!!!
    시간없어도 꼭 시간을 만들어서 산에가세요
    아무리 춥거나 더워도 시간을 내서 (시간을 만들어서)안산 가세요
    저도 음식 잘먹는거 잘 못하겠어요 대신
    매일 두시간 이상은 산에 다녀오니까 몸도 마음도
    좋아집니다 저에게도 게을러지지 말라는
    박수를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슴다 ㅎ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0.11 00:34 신고

      그럼요
      박수 많이 보내드릴께요
      대단하십니다.
      의지도 강하시고 실천력도 있으시고.
      저도 배우겠습니다.

  • 윤경아 2013.10.18 18:39

    선생님~ 저도 선생님 글 읽고 깨닫는 바가 있어, 밖에 못나가는 날엔 집에서 제자리뛰기라도 하기로 했어요. 좋아하는 드라마 보면서 TV 앞을 빙글빙글 돌다보니... TV 화면 보려고 목도 좌우로 움직이고... 좋네요. 수면양말 신고 살살 뛰니까 찬 발도 따뜻해지구요. 꾸준히 집 안팎에서 뛰다보면... 수술하고 방사선치료받고 나서... 봄이 오면 더 잘 뛰어다닐 수 있겠죠~? 선생님도 운동 열심히 하세요~ 선생님 건강하셔야 저희도 선생님께 오래도록 의지하지용~^^ 항상 감사합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0.20 14:27 신고

      제자리뛰기라...
      저도 자극이 되네요
      오늘 병원 뒷편 안산에라도 올라갔다 와야겠습니다.
      계속 계속 지금처럼 잘지내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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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유방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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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태도는 이율배반적일지도 모른다.

과도한 의료비용의 증가를 우려하면서도

고비용의 표적치료제를 보험으로 환자에게 쓸 수 있기를 바라는 것.

 

제한된 돈과 자원문제라고 한다면

우리의 비용지출구조를 다시 점검해 볼 필요는 없는 것일까?

꼭 모든 암환자에게 5% 본인부담금 제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일까?

전이될 가능성이 매우 매우 낮은, 각종 암의 0기 환자들도 다 5%만 낸다. 그래서 건강검진차원에서 PET-CT를 찍고, 머리가 아프면 MRI를 찍는다. 몇만원 안드니까. 진료실에 있다보면 환자들의 도덕적 해이 (Moral hazard) 를 자주 경험한다. 

또 다른 재원 조달 구조는 없는 것일까?

 

 

예를 들면

HER2 양성 유방암은 그 자체가 공격적인 성격이 강해 빨리 재발하고 HER2 경로를 차단하는 표적치료제를 쓰지 않고 일반적인 항암제만 쓸 경우 잘 치료되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가능한 HER2 치료제는 허셉틴(trastuzumab, Herceptin®)과 타이커브(Lapatinib®) 두가지가 있다반드시 보험에서 인정하는 용법으로만 써야 한다. 인정요법 이외로 이 약제를 사용할 경우 임의 비급여, 즉 불법 진료가 된다.

 

HER2 표적치료제가 보험이 되는 경우

1.     HER2 양성인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최초 항암치료 시 허셉틴과 탁솔을 쓰는 것

2.     이런 약제로 치료하다가 병이 진행하면, 표적치료제인 타이커브를 바로 쓰면 안된다. 타이커브 쓰기 전에 반드시 아드리아마이신으로 치료를 해야 한다일단 아드리아마이신으로 몇 싸이클 치료한 다음 그 치료에서 실패했을 때, 즉 병이 나빠져야 비로소 타이커브를 젤로다와 같이 쓸 수 있다. 그래야 보험으로 인정이 된다.

3.     종양의 크기가 1cm을 '초과'하는 조기유방암 환자에서 1년간 허셉틴을 쓰는 것이 보험이 된다. 그러니까 0.9cm 이나 1.0 cm 은 보험이 안된다.

 

딱 이 경우를 제외하고는 HER2 표적치료제를 사용하면 모두 임의 비급여이다.

 

그러나 유방암을 전공으로 하는 종양내과 의사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허셉틴과 탁솔로 치료를 하여 한번 반응이 좋았던 환자는 시간이 지나 내성이 생겨 병이 나빠지더라도 허셉틴을 유지하면서 탁솔을 다른 항암제로 대체하면 허셉틴 감수성이 다시 살아나서 병이 다시 또 좋아진다는 사실을.

 

그래서 허셉틴과 바꾼 항암제로 치료하다가 좋아지면 항암제 독성을 고려하여 항암제를 중단하고 허셉틴만 유지하여도 수년간 환자의 병이 안정적으로 잘 조절될 수 있고 독성이 거의 없는 허셉틴 덕분에 머리카락도 빠지지 않고 구역 구토감도 없으며 피검사도 할 필요없이 안정적으로 자기 생활을 다 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에서 평생 단 한번만 허셉틴을 쓴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잘못된 치료라고 말할 정도이다.

 

우리나라에 있는 약인데도, 처방하면 쓸 수 있는 약인데도, 그냥 한번만 쓰고 포기해야 한다. 정말 아까워 죽겠다. 환자가 이 사실을 알고 내가 돈을 다 낼 테니 제발 써달라고 해도 처방하면 안된다. 임의비급여 처방은 환자가 심평원 인터넷 클릭 한번만 하면 병원이 모두 환불해야 하는 조항이다. 

 

그러나 우리 현실에서는 허셉틴 탁솔 후 병이 나빠지면 구토감도 가장 심하고 한번 투약으로 머리카락이 몽땅 빠지는 아드리아마이신으로 환자를 힘들게 한 다음, 병이 나빠져야 비로소 다음 표적치료제인 타이커브를 쓸 수 있게 된다. 병을 키운 다음 약을 써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쓸 수 없는 HER2 표적 치료제

 

이들 두가지 약제 이외에도 퍼제타(Pertuzumab, Perzeta®), 캐드실라(T-DM-1, Kadcyla®)가 미국과 유럽에서 승인된 상태이다. 이들 약제가 공인되기까지 수많은 3상 임상연구에는 한국의 유방암 환자들이 등록 랭킹 1-2위를 다투며 임상연구에 등록되었고, 이런 한국 임상연구의 경험과 성과는 많은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한국 의료 수준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되었고, 최근에 는 수많은 신약 임상연구를 한국에서 시행하려는 다국젝 제약회사의 제안이 급증하고 있다.

 

그런 신약 임상연구가 있을 때 기존 연구 데이터를 알고 있는 나로서는 가능한 환자를 임상연구에 참여하도록 설명하고 독려한다. 진료시간이 부족하면 따로 면담시간을 잡아 환자에게 약제의 의미를 설명하고 임상연구가 사람을 동물로 간주하는 비윤리적 실험이 아니라는 것부터 이 약제의 효과가 어떻게 입증되었는지, 기존의 연구를 통해 알려진 독성은 무엇인지, 투약군으로 배정될 확률이 50%이고 위약군에 배정될 확률이 50%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상연구에 참여하는 것이 어떤 이득이 있을지, 찬찬히 설명한다. 그렇게 애를 써서라도 환자에게 이득이 될 수 있는 기회라고 믿기 때문에 굳이 진료시간 이외의 시간이라도 할애하여 의미를 전달하고 임상연구에 참여하도록 독려한다. 모든 약제에 대한 임상연구가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유방암에서의 HER2는 그만큼 강력한 유전자이기 때문에, 허셉틴이나 타이커브를 다 쓴 환자에서는 보통 항암제보다 새로운 HER2 약제를 쓰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그래서 기를 쓰고 설명해서 임상연구에 참여하시도록 한다. 그것은 임상연구가 아니면 그 약을 쓸 방법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양심이기 때문이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조기유방암 HER2 환자는 수술하기 전에 허셉틴을 포함한 항암치료를 할 경우 종양이 줄어드는 속도가 매우 빠르고, 심지어 수술 시 종양조직이 남지 않는 병리학적 완전관해를 이루는 경우가 높게는 60%에 달한다. 이렇게 병리학적 완전관해를 획득한 환자는 수술 후 재발가능성이 매우 낮다. 그래서 수술전 항암치료를 받는 것이 유리하다.

 

우리나라 환자는 일단 수술을 하고, 또 항암치료 따로 하고, 그리고 그 이후에 1년간 허셉틴을 쓰는 것만이 보험이 된다. 어차피 국내에서 쓸 수 있는 약이고 1년간 쓸 약인데 수술하기 전부터 쓰면, 환자의 치료기간도 수개월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반드시 수술 후에, 항암치료를 다 하고 나서, 그 후에 써야 한다. 그 외의 용법은 임의 비급여이다.

 

환자 본인이 돈을 내서 수술전 허셉틴을 쓸 수도 있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100% 진료비를 환자가 다 내야 한다. 돈이 많으면 그렇게라도 하라고 하고 싶다. 성적이 확연히 좋으니까. 그러나 문제는 수술을 하고 나서 쓰는 허셉틴도 보험이 안 된다는 것이다. 심평원에서 인정한 약제조합과 용법이 그렇기 때문이다. 심평원에서는 3상 임상연구에서 좋은 결과를 낸 임상연구와 똑같이 시행되는 것, 그런 연구 성과 중에서도 일부만을 보험으로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다른 암에도 이렇게 타이트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용법은 3상 연구결과가 없이 2상 연구결과만으로도 보험 적용을 해주기도 한다. 유방암은 환자가 많고, 보험으로 인정해주기 시작하면 국가가 지불해야 할 비용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가가 공적으로 보장하는 의료보장체계의 한계라고 생각한다. 심평원에서 이를 평가하는 사람 중 의사도 있는데 도대체 이해가 안된다. 어떻게 해야 이런 주장에 귀를 귀울일 것인가. 가까운 사람 중에 HER2 유방암이 걸리면 정작 그들은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 돈이 얼마가 들더라도 최선을 다해 치료해 달라고 말할 것인가. 개인적인 루트로 약을 사서라도 치료하고 싶을 것이다. 그 데이터를 보고 이해한다면. 

 

 

지난 9 30일자로 미국 FDA HER2 양성 조기유방암 환자의 경우 수술 전 항암치료를 할 때 허셉틴과 퍼제타 두가지 약제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을 인정하였다. 두가지 약제를 동시에 사용했을 때 장기 생존율이 가장 우수하기 때문에, 심지어 그렇게 치료하지 않는 것을 의학적 과오(malpractice)라고 까지 규정하였다. 퍼제타는 보험이 되지 않으면 한달에 800만원 가까이 하는 비싼 약이다. 로슈가 우리나라에서 퍼제타 약가를 얼마로 책정할 지는 모르겠지만 엄청 비싸다. 허셉틴 단독보다 두가지 약제로 동시에 HER2를 막는 것이 성적은 2배 가까이 우수하다. 비용은 2배 이상이 든다경제적 독성 (Economic toxicity) 또한 심각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퍼제타는 아직 우리나라에 들어온 약도 아니다.

캐드실라도 아직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못했다.

돈이 많아도 쓸 수 없다.

 

그들 약제를 다 쓸 수 있다면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의 치료 성적은 매우 우수해 질 것이다. 그냥 우수한 정도가 아니라 아주 아주 드라마틱하게 좋아질 것이다. 이러한 성적의 향상은 유방암을 진료하는 종양내과 의사가 아니면 잘 모른다. 같은 종양내과 의사라도 체감할 수 없다. 그것은 유방암 치료 중에서도 아주 전문적인 특정 분야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의견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또한 나는 왜 한국 유방암 환우들이 이 문제를 들고 일어서지 않는지 모르겠다. 이건 정말 데모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자기 삶을 몇 년간 연장할 수 있는 문제인데 말이다.

 

나는 그런 신약을 빠르게, 가이드라인대로 쓸 수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 그 정도는 충분히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내가 바라는 것은 그저 우리나라에 있는 허셉틴이나 타이커브라도 의학적 근거에 따라 쓸 수 있으면 좋겠다. 환자를 치료한 다음에 심평원에 소견서 쓰고, 사전 신청하고, 서류 냈다가 한번 빠꾸 먹으면 2년간 해당 용법은 다시 서류를 내지도 못한다. 서류 작업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는지 모른다. 나를 포함한 의사들이 너무 소심한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심평원이 시키는 대로 눈치보고,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고, 치료하고 욕먹고, 치료보다 서류작업을 더 많이 해야 하고, 좋은 약 있는데도 쓰지 못하고 나쁜 약 쓰면서, 이렇게 의사질을 해야하는 것일까?

 

어차피 보험 적용의 대상이 안되는 러시아 환자들은 수술 전 허셉틴을 쓴다. 돈이 많이 든다며 울상을 짓던 환자들도 단 한번의 치료에 작아지는 종양을 보면서 환호한다. 수술하면 유방에 암세포가 없다. 그들은 한국의 HER2 환자들보다 분명히 예후가 좋을 것이다.  

 

너무 화가 난다.

치료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쓸 약이 있어도

보험 때문에 제대로 쓸 수가 없으니

분명히 회생 가능성이 있는 환자들인데도

그냥 지켜봐야 한다.

 

퍼제타 승인 소식에 흥분했다.

늘 흥분한다.

그러면서도 나는 소견서를 쓰고 있다.

이건 아닌거 같다.

 

 

 

  • 자낙 2013.10.06 21:02

    이 글을 다른 계시판에 올려도 될련지요. 현실을 많이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형성 2013.10.06 22:39

    교수님 글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이런 기사도 났습니다.
    교수님같이 암환자들을 위해서 비보험약을 쓴 병원들이 도둑놈 취급 받는 그런 기사가 났네요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2&oid=055&aid=0000262834

    그냥 암환자들이 고생하건 말건 냅두고, 심평원 지침대로만 치료해주시기 바랍니다.

    1. rokmc 2014.01.22 22:16

      말 조심하시요. 암은 멀리있는것이 아니니까!

  • 민초의사 2013.10.07 10:14

    이 글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허락없이 가져가서 죄송합니다.

  • 수아 2013.10.08 12:38

    ^^ 선생님~안녕하세요~
    저는 우연히 구글검색하다가 선생님께서 예전에 쓰신 유방암환자를 대상으로 요가프로그램을 해보고 싶다는 글을 읽고, 여기로 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간호사, 요가강사, 박사과정 학생의 세 역할을 하고 있는 연구원인데요~ 혹시나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 싶어 연락드립니다.
    교수님의 이메일로 개인적으로 연락드리려고 여기저기 검색하였으나, 못 찾아, 여기서 남깁니다.
    제 연락처는 loveandgod@nate.com 입니다. 감사합니다. 수아 드림

  • Endo 2013.10.08 19:15

    저는 내분비내과 의사입니다. 5% 만 내는 제도 때문에, 암환자 들은 암 하고 아무 상관없고, 암 진단 전 부터 있던 당뇨병 치료도 5%만 내게 해달라고 합니다. 차라리 지원 정도가 5% 에서 20% 또는 30% 로 올리더라도, 의사의 처방 선택권과 보험에서 인정해주는 치료 범위를 넓히는 것이 더욱 환자들을 위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0.13 19:29 신고

      백프로 공감되고
      말하지 않아도 무슨 마음이신지 알겠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다만 의사의 사회적 발언이
      집단이기주의로 비춰지지 않는
      신뢰가 없다는 사실이 슬프고도 역사적인 문제라고 생각이 됩니다.

  • 2013.10.09 21:20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0.09 22:41 신고

      괜찮습니다. 제 의견에 동의해주셨다면 글쓴 사람으로서 제가 감사할 따름이죠

  • 2013.12.05 20:40

    비밀댓글입니다

    1. 사브리나 2013.12.05 20:56

      제가 쓴글을 다시 보거나수정할수가 없네요. 두서없고 이해가 안가시더라도 이해해주세요. ㅡ.ㅡ;;

  • 오상필 2013.12.30 18:40

    부산입니다. 수술후 허셉틴실패,수술후 허셉틴+탁솔실패,수술후 타이커브+젤로다 실패 한
    환자의 남편입니다. 첫 수술후 4년6개월째 오늘 폐에 다시 종양발견됐습니다.
    현재 임상은 없는가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2.30 22:44 신고

      현재 setting 에서 가능한 임상연구는
      tykerb를 유지한 채 vinorelbine 이라는 약을 add 할 것인지 아니면 vinorelbine 단독으로 하는 표준치료를 하는 것이 나은지를 보는 임상연구가 있습니다.
      vinorebline 은 D1, D8 주사맞고 D15는 쉬는 것으로 치료하기 때문에
      이 연구에 참여하시면 병원 방문이 잦아서 서울로 다니시기에는 어려움이 있고, 1:1 임의배정하기 떄문에 tykerb+vinorelbine 군이 될 수도 있지만 vinorelbine 단독군이 될수도 있습니다. 그것을 미리 알 수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되는 것이 임상연구지요.
      좀더 자세한 상황이 알고 싶으시면 외래에 한번 오시는게 좋겠습니다.
      현재 이 연구에 참여하는 부산 지역 대학병원이 있는지 여부도 제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비밀댓글로 연락처를 알려주세요

    2.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2.31 17:36 신고

      알아보니 동아대에서 이 protocol 로 함께 하는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수희 선생님께 찾아가서 상의를 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 병원으로 오셔도 되지만 같은 protocol 이니 어디로 가셔도 상황은 같습니다.

  • 오상필 2013.12.31 21:13

    아 ... 교수님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답글을 이렇게 빨리 올려주시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제가 나이가 들어서 컴에 서툴러서비밀댓글을 못올리겠네요.
    차후 유선상이나 외래로나 한번 연락드리겠습니다.
    새해 복받으실겁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교수님 가족들도 행복하기를 빕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2.31 21:23 신고

      젤 블로그가 좀 불편합니다. 양해해주시구요
      치료 잘 받으세요
      HER2 양성이지만 표적치료제 쓰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치료받으며 지내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가능하면 쓰는게 좋지만요. 조건이 된다면 임상연구에 참여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려움이 많으시겠지만
      그래도 용기내시고 좋은 결과 있으시길 기원하겠습니다.

  • 오상필 2013.12.31 21:34

    예 교수님 다음에 저희 소식 전해 올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 룰루 2016.01.19 16:02

    전이성 유방암 환자로 퍼제타로 1년째 항암하고 있습니다.
    너무 힘이 납니다. 퍼제타 약제비 보험화를 위한 카페를 열었습니다. 힘을 내어 보험화를 외쳐봅니다.
    급한 맘에 이 글을 먼저 게시하였습니다. 허락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카페 주소입니다http://cafe.naver.com/pertuin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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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유방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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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JCO Video decision support tool for CPR decision making in


오늘은 3개월에 한번씩 있는 임상암학회 분기집담회가 있는 날이었다.


오늘 논의된 세가지 주제 중 한가지가 암환자의 사전의료지시서 (Advanced Directives) 를 논의, 결정하는 것을 다루고 있었다.


교과서/이론적으로는

4기 암(전이성/재발성)을 진단받는 순간, 의사는 환자와 '사전의료지시서'에 대해 논의하라고 되어 있다. 즉 의사는 암의 진행으로 인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하고 그런 상황에서 심폐소생술, 중환자실 입실 등에 대한 자신의 입장은 어떠한지, 만약 갑작스럽게 발생한 이벤트로 인해 자신이 의학적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누가 내 뜻을 대신하여 결정할 수 있을지에 대해 미리 환자의 의견을 확인하라는 것이다. 


나의 현실에서는 이를 실천하기 어렵다.

환자에게 완곡하게 표현하기는 하지만,
이러한 이슈를 

정식으로, 직접적으로 제기하고, 환자와 직면한 상황에서 답을 내는, 

그런 대화는 하지 않는다. 

사실 못하겠다.

치료를 해서 예후가 좋을 수도 있고, 환자가 치료를 잘 견디며 평균적인 예후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데, 처음부터 '죽음'을 언급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이제 막 병을 진단받고 충격을 받은 환자와 이런 대화를 하기에 외래 시간은 너무 부족하다. 

일단 치료약제 정하고, 독성 설명하고, 치료 잘 받으시라고 격려한 다음 환자를 약물요법실로 내 보낸다. 종양내과 코디네이터가 치료 관련한 현실적인 이슈들- 항암치료 중 발생하는 독성, 영양, 정신건강 등의 이슈-을 설명한다. 환자는 두렵지만 얼떨결에 항암치료를 받고 돌아간다. 

그렇게 항암 치료의 싸이클이 시작된다.

그 와중에 '사전의사지시서'를 논의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난 설명안한다. 


 

4기 암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환자들은 완치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는 하나 극히 낮다.  

대부분의 4기 암은 생존기간을 연장할 수는 있어도 결국에는 암의 진행이나 치료의 합병증으로 인해 사망하게 된다.  


암의 종류에 따라 

4기암 진단시점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기간은 매우 다양하다.  


뼈로 전이된 호르몬 수용체 양성의 유방암 환자처럼 전이된 병을 가지고 10년 이상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머리에 국한된 병변에 대해 수술하고 방사선치료하고 항암제 먹고 완치 목적의 치료를 다 해도 최초 진단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기간이 평균 14-16개월밖에 안되는 다형성교모세포종 (Glioblastoma multiforme) 처럼 예후가 좋지 않은 환자도 있고 


아무 증상도 없이 건강검진에서 발견된 위암 4기 환자가 의사의 지시대로 항암치료를 다 했지만 평균 1년의 생존기간을 넘기기가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모든 평균에는 예외가 있기 때문에 

다들 교과서에서 규정된 삶의 시간만큼을 살지 않는다.

그래서 더 오래, 행복하게 잘 사는 환자도 있지만

갑작스럽게, 불현듯,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환자도 있다. 

그 누구에게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알수 없다.

환자는 누구나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 치료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미래를 계획하고 좋은 쪽만 생각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난 

환자와 가족들이 이런 힘든 시간을 겪는 와중에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되, 

자신의 인생을 후회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살았노라고, 내 삶이 그리 나쁜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간직하고 돌아가실 수 있게 도와주는 의사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돌아가시기 전 임종 돌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명의 환자에게는 얼마든지 잘 할 수 있다.

시간만 투자하면 된다.

환자의 치료계획 및 예후에 대해

환자의 의견도 들어보고 

가족과도 상의해 보고

원내 호스피스팀과도 여러 모로 협력하면서

환자와 가족들이 큰 상처받지 않고 임종을 맞이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삶의 마지막 단계를 큰 충격없이 고통없이 자아를 찾는 과정으로 전환시킬 것이냐는

나의 성의와 시간을 투자하면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한 환자에게만 시간과 정성과 노력을 투자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 환자에게 이런 식으로 최선을 다하면

그 다음 환자를 진료할 에너지가 바닥이 난다.

그런 환자는 한달에 서너명이 아니다.

하루에도 서너명이 된다.


환자와 가족을 동시에 불러 

환자의 현재 상태가 얼마나 악화되고 있는지, 예후는 어떤지, 더 이상의 치료적 항암치료는 중단하는 것이 좋겠다든지, 보존적 치료를 하면서 증상 조절을 하며 편안하게 지내는 것이 좋겠다는 말만 해도 가족들은 난리가 난다. 

어떻게 그렇게 않좋은 얘기를 환자 앞에서 직접 할 수가 있냐고. 


가족 따로

환자 따로

면담을 하면

나는 시간이 두배가 든다.

또 다른 보호자들이 나타나서 설명을 요구하면 또 설명을 해야 한다.

환자 예후와 치료 관련 가족면담을 할테니 모두 모이시라고 해도 나중에 누군가가 또 나타난다. 

그래서 같은 얘기를 서너번 반복해야 하는 상황이 흔하다. 

면담 시간은 내 시간표대로 결정되지 않는다. 가족의 일정과 입장이 있다.

주말에도 면담을 한다.


한 환자에게는 얼마든지 최선을 다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모든 환자를 진료할 수 없기 때문에 시스템이 필요하다.

'환자를 위하고, 환자 중심으로 사고하며, sincere한 태도로 

임종이 예상되는 환자를 대하라'는 메시지는 

일선 진료현장의 의사에게 도움이 안된다. 



그래서 첨부한 논문과 같은 시도가 

매우  참신하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생각한다.


2010년 NEJM에 4기 폐암을 진단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일반적인 항암치료만 받은 그룹과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완화의료팀을 만나 미팅을 하면서 보조적인 지원을 받은 그룹간의 평균 생존기간이 2.7개월 차이가 난다는 결과, 즉 특별한 신약을 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신약을 도입한 임상연구에서도 입증하기 어려운 2.7개월의 평균 생존기간의 연장을 증명한 완화의료팀의 접근을 소개한 하버드 대학 연구팀에서 

올해 초 JCO에 낸 논문이다.


이 연구에서는 4기 암환자를 대상으로

치료과정 중 생명이 위험한 상황 (life-threatening status)이 발생했을 때

심폐소생술 (CardioPulmonary Resuscitation, CPR)을 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을 하였다.

총 150명의 4기 암환자를 1:1로 나누어

한 그룹(80명)에서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듯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과 이후 예상되는 과정, CPR의 시행, CPR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구도로 설명하고

다른 한 그룹(70명)에 대해서는 이상의 CPR 상황을 3분짜리 비디오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표준 환자를 대상으로 CPR을 하고 이후 인공호흡기를 연결한 장면까지.

연구의 일차 목표는 

구두 설명 후 혹은 비디오 시청 직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CPR을 하겠냐고 묻는다.


구두로 설명을 들은 그룹의 환자 중 48%가 CPR을 하겠다고 답변한 반면

비디오를 시청한 그룹에서는 20%만이 CPR을 하겠다고 답변하였다. (unadjusted odds ratio, 3.5;95% CI, 1.7 to 7.2, P<0.001).

연구의 이차 목표 중 하나였던 CPR에 대한 지식을 체크하는 점수에서는 비디오를 시청한 그룹에서의 점수가 구두로 설명을 들은 그룹보다 높게 나왔다. 

비디오를 본 그룹의 93%가 비디오를 보는데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comfortable watching the video)



아직 몸과 마음이 건강할 때

자신의 죽음에 대해 한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비디오 시청은 그런 계기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말기 암환자의 진료에 지나치게 과한 항암치료나 비용이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환자 스스로, 그리고 가족의 인식과 우리 사회의 문화가 변할 필요가 있다. 

문화와 관행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캠페인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런 비디오를 한번 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큰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우리 일상의 의료행위, 일상의 Practice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연구라고 생각된다.

하버드 대학의 완화의료팀은 세계 최고라고 한다. 이미 잘 갖추어진 시스템과 제도, 완화의료팀의 멤버쉽, 경험들이 이런 결과를 내는데 일조하였을 것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어느 병원에서나 다 같은 결과를 내지는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의미있는 연구이며 우리도 도입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마음씨 착한 의사가

많은 시간을 써서

성의있게 환자와 가족을 만났을 때

진심을 다해 진료했을 때 

비로소

Well dying, Good End of Life care 가 이루어지는 세팅은 바람직하지 않다. 


완화의료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작은 모델의 변화로부터 시작하여 

시스템으로 표준화될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 

 

그런 변화를 시도하지 않고서는

의사는 

환자나 가족의 고통에 무심하고

환자에게 시간을 별로 할애하지 않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비난받을 것이다. 

지금처럼 힘들고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에서 의사인 내가 bunrout 되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말은 환자와 가족에게는 별로 통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에서 의사는 너무나 쉽게 비난받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오늘 논의가 그런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진행되지 못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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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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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을 드렸던 내 마음 


75세 이상 연세가 많으신데 항암치료를 꼭 해야 하는 분들

신장기능이나 심장기능이 좋지 않아 갑작스럽게 상태가 나빠질 수 있는 분들

평소 만성질환으로 전신상태가 좋지 않고 병세가 위중하신 분들

그런 분들께 명함을 드려 왔다.


암 치료의 긴 여정에는 늘 생각지도 못한 일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병이 나빠지면서 그러는 것이니 어쩔 수 없는 경우도 많지만, 애를 써서 위기상황을 극복하면 또 소중한 삶의 시간이 주어지기도 한다. 나는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그 회생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싶었다. 그런 내 욕심에 명함을 드렸다.

 

환자들은 자기 주치의 명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위로를 얻는 것 같았다.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하는게 좋을지 모르겠을 때, 그 누군가에게, 특히 의료진에게 연락을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나는 이렇게 위중한 환자들에게 명함을 드려 왔는데, 환자들은 생각보다 별로 연락을 많이 안하시는 것 같았다. 나의 처지를 배려해 주시는 것 같다.     


지난주 검사를 하고 왔는데 결과를 미리 알려줄 수 없겠느냐, 입원 일정이 연기되고 있는데 빨리 입원하게 해달라, 이런 문자를 받았을 때는 솔직히 기분이 나빴다. 이런 푸쉬를 받으려고 전화번호를 알려드린 건 아니었는데그래도 지난 3년간 2-3번 정도에 불과하니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전화를 직접 한 것도 아니고 문자를 보낸 건데 뭐….



 

그녀는 항암치료를 해도 별로 좋아지지 않았다. 단 한번도 약제에 좋은 반응을 보여주지 않았다. 조금씩 조금씩 나빠지기만 했다. 그러는 와중에 자꾸 혈전이 발생해서 폐정맥이 막혀 숨이 차기도 하고 다리 정맥이 막혀 다리가 퉁퉁 붓기도 했다. 케모포트를 넣은 쪽 팔 혈관이 다 막히는 바람에 심장으로 혈류가 흐르지 않아 얼굴이 퉁퉁 붓기도 했다. 주사약을 쓰면 괜찮은데 먹는 약을 쓰면 다시 혈전이 재발하였다. 혈전 때문에 늘 조마조마 하였다. 매번 응급실행이었다


그 분이 중환자실에서 혈전용해제를 쓰고 퇴원하시던 지난 겨울, 내 명함을 드렸다. 그 이후로 다시 항암치료를 시작했지만 병은 꾸준히 나빠지고 있다. 이제 쓸만한 항암제가 없는 상황이다. 나빠지는 정도가 심하지 않아 최근에는 항암치료를 하지 않고 그냥 경과관찰만 하고 있다. 무리해서 효과도 별로 없는 항암치료를 계속 하는 것보다는 좀 쉬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때 호스피스와 임종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 했었어야 했을까?


몇일 전, 외래를 보는 중에 남편에게 문자가 왔다. 환자가 아침에 갑자기 가슴이 아프다며 쓰러져 집 근처 병원 응급실로 왔는데 지금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다는 문자였다. 그날 나는 하루 종일 외래를 보는 날이라 전화를 할 여력이 없어 레지던트를 시켜 그쪽 병원 상황을 알아보게 하였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마 또 혈전이 생겨서 심장주위 관상동맥이 막힌게 아닐까 짐작되었다. 내가 직접 전화를 할 수도 없었고 설령 전화를 해 봤자 도움이 될 것도 없는 상황이었다.


남편은 2-3일이 지나 환자가 사망했다는 소식과 함께 나를 원망하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또 몇일이 지나 나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는 문자를 보냈다. 몇일 간격으로, 또 한번 오면 몇분 간격으로.


그들 부부는 금술이 좋았다. 늘 함께 외래에 오셨다. 치료가 잘 되지 않는데도 나를 잘 믿고 따라주었다. 긍정적으로 살려고 열심히 노력하시는 좋은 분들이었다. 부인을 잃은 남편은 주치의인 내가 자기 부인의 마지막을 책임져주지 않은 것에 대해 원망하고 있는 것이라고 이해하려고 한다. 한번 얼굴 보고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은데 문자를 자꾸 보내신다.

그런 문자를 자주 받게 되니 나도 힘들다. 하필이면 요즘 다른 환자로부터 그런 원망성 문자를 자주 받고 있다. 나를 욕하는 내용도 있다. 입원하게 해달라는 문자도 많이 온다. ‘지금 힘든데 어떻게 할까요그런 상의가 아니라 입원장 발급해주세요그런 명령조의 말투도 나를 거슬리게 한다.  

 



나는 진료실에서 미쳐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으로 나의 블로그를 이용한다. 누구나 비밀글 형식으로 글을 올려 관리자인 나만 볼 수 있게 질문을 할 수 있다. 우리 환자들이 자기 이름과 병원등록번호를 밝히고 질문을 하면 나는 EMR로 환자 정보를 확인한 후 답변을 한다. 외래 시간이 너무 짧으니 이렇게라도 환자들과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암이라는 병 자체를 이해하는 것도 어렵지만, 병과 관련된 증상, 치료와 관련된 증상, 부작용도 다양하고, 치료기간이 길어지면서 생기는 경제적, 심리적 어려움 등도 만만치 않다. 한번 외래에 40-50분씩 시간을 할애하며 진료하는 외국 시스템과 비교하면 뭐하겠나. 나는 5분 진료의 한계를 블로그를 통해 극복하고 싶었다. 전체 시스템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난 최소한 내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었다.


블로그에는 매일 암환자를 진료하면서 느끼는 나의 고민을 담은 글을 올리기도 하는데, 환자들이 그걸 읽으면서 의사인 내 입장을 잘 이해해 주는 것 같았다. 내가 보험회사 소견서를 쓰면서 왜 열을 받는지, 왜 환자가 돈을 내겠다고 해도 비급여 약제를 못 쓰는지, 러시아 환자에게 40분 이상 진료시간을 할애하는 것에 대해 왜 열을 내는지, 왜 병이 나빠지는데도 치료하지 않는지, 왜 미리 검사하지 않았는지 등등. 사회제도적인 것에서부터 의학적인 면에 이르기까지 내가 암환자를 진료하며 느끼는 어려움, 갈등을 일기처럼 블로그에 기록해 왔다. 그들은 나의 고백(!)에 동참하여 나의 상황과 심정을 이해해주는 것 같다. 그래서 나의 약처방에 실수가 있어 수납을 다시 하고 약 처방전을 다시 받게 되어도 실수를 눈감아 주는 것 같았다.



환자들의 이야기를 사례처럼 기록할 때는 특별히 주의를 많이 기울인다. 환자 사적 정보가 공개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환자와 찍은 사진을 올릴 때는 미리 양해를 구하기도 하고 블로그에 글을 올려도 되냐고 미리 묻기도 한다. 그렇게 주의한다고 하면서 글을 쓰고 있는데 최근에 올린 글 하나가 문제가 되었다. 환자 자신은 괜찮다고 했지만, 환자를 알고 있는 주위 사람들과도 관련이 있어서 글을 삭제하게 되었다. 내 블로그에 올린 글을 지우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여기저기 연락을 해서 관련 글을 다 삭제해 달라고 부탁을 해야 했다.



그래서 요즘 나는 아주 많이 소심해져 있는 상태이다

환자를 위해서, 소박한 마음으로 실천했던 일들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몇가지 경험을 하고 나서 그렇다. 여기저기서 욕 먹고 싫은 소리 들어도, 내 환자에게 만큼은 최고의 의사가 되고 싶었는데, 정작 환자들에게 원망을 듣고 후회되는 일들이 생기고 보니 새삼 내 자질이 의심되고 부질없다는 생각도 들고 그렇다.

 

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은지 3주가 지나가고 있다

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으니 환자에 대한 마음도 멀어지는 것 같다.

어떤 인간관계에서든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뜨겁지 않은 마음으로, 너무 썰렁하지 않은 마음으로, 너무 심각하지 않은 마음으로 환자를 대할 수 있는 의사가 되기 위해, 지금 배움과 고행의 시간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믿고 싶다.   

엊그제 SNS로 한 선생님께 메시지를 받았다. 우리병원에서 치료받다가 집이 지방이시라 댁 근처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으시는 환자를 만났는데, 그 환자를 진료하신 후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셨다. 나를 좋은 의사를 기억하는 환자들이 있으니 힘내시라는 격려의 메시지.


이제 많이 쉬었으니 힘 낼 때가 온 걸까

 

  • 2013.10.01 12:29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0.05 18:33 신고

      요즘은 자꾸 쉬게 됩니다.
      재충전이 잘 안되네요.
      따뜻한 격려의 말씀에 저도 기운을 얻게 됩니다.
      감사해요.

  • 워니아빠 2013.10.01 15:06

    선생님은 정말 좋은 의사세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0.05 18:33 신고

      아니에요
      매일매일 한계를 느낍니다.
      ㅠㅠ

  • 김순자 2013.10.01 15:17

    선생님~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기쁨도 슬픔도 모두다 이해하고 공감해요
    마음이 아픈 환자 보호자인지라
    지금 당장은 서운한 감정이 앞서
    선생님이 원망스럽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마음 추스려 이성을 갖게될거예요
    저도 선생님 명함 갖고 있어요
    갈비뼈 수술할때요 ㅎㅎ 그때 주셨어요
    블로그 출석하며 저도 선생님 이야기 공감하며
    감사한데 요즘은 좀 뜸하셔서 어머니 충고때문이구나 생각했어요 그 말씀 백번 맞거든요
    저는 요즘 화초키우고 산에 다니며 잘지냅니다
    다 적응하게되는군요 앞으로도 잘 적응할껍니다
    선생님 생각하면 하옇튼 늘 감사해요
    선생님 산에 가보세요
    그리고 다시 힘내세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0.05 18:32 신고

      산에 가서 나무보고 오면 훨씬 나은데...
      요즘 그럴 시간도 없어서요
      조금씩 나아지고 계신거죠?
      저도 늘 화이팅 외쳐드릴께요.

  • 2013.10.01 17:48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0.05 18:31 신고

      아직도 블로그에 들어오시다니...
      이제 들어오지 마세요.
      다 잊고 훨훨 날아야죠.
      그래도 격려의 말씀 고맙습니다.

  • 2013.10.01 18:03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0.05 18:34 신고

      감사합니다.
      치료방침은 정하셨나요?
      잘 이겨내세요.
      힘든 시간이지만
      그렇게 이겨내만큼
      더 좋은 시간이 올거에요

  • 영상의 2013.10.01 19:39

    저는 영상의라 선생님의 기분을 손톱만큼이나 이해할 뿐이겠지만.. 어느것이나 좋은면이 99개여도 나쁜면 1개가 있다면 망설여질 수 밖에요 ..ㅠㅠ 힘을 못드릴 뿐이지만 조용히 응원하고 있는 후배가 한명 있음을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힘내세욧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0.05 18:31 신고

      감사합니다. ㅠㅠ

  • 2013.10.01 21:02

    비밀댓글입니다

  • 대구환자 남편 2013.10.01 23:35

    그래도 선생님은 제가 아는 한 가장 환자Friendly한 의사선생님입니다.
    힘 내시고, 일희일비하지 마시고 지금처럼 계셔 주십시오.
    저는 보호자이지만, 제 처와 같이 선생님을 믿고 의지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아마 그 분도 우선의 서운함이 앞서 그러시지만 속으로는 여태 까지의 선생님의 관심에 고마워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고맙습니다.

  • 김정선 2013.10.02 11:00

    선생님 맘이 많이 힘드셨군요...그분들은 상대방 생각 안하고 당장 자기 앞에 닥쳐 있는 것만 생각해서 그럴거예요....그래도 선생님을 좋아하는 분들이 더 많아요...그중에 저도 포함되구요....선생님 만나뵈니 기뻤어요...힘네세요~~ 10월이 시작되었네요...환절기에 감기조심하시고 기쁘고 행복한 한달 보내세요...화이팅!!!!!!!

  • 슬기아빠 2013.10.02 13:12

    그랬었군요. 그래서 아주 긴 시간 동안 침묵했었군요. 선생님께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닌지 걱정했었는데.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겠습니다. 최근 제 직장 동료 중에 암 말기 상태라 수술도 못할 지경에 이른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 생각하면 암 이란게 얼마나 무슨운 일인지, 그나마 제 아내는 얼마나 다행인지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선생님만큼 환자에게 잘 해 주시는 분, 그리 많지 않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전처럼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세요.

  • BlogIcon 진소연 2013.10.02 18:18

    선생님 마음이 참 귀하세요 기운내셨으면 해요 많은 환자분들과 가족분들에게 위안이 되실거예요

  • 2013.10.02 20:12

    비밀댓글입니다

  • 2013.10.02 20:51

    비밀댓글입니다

  • 들들이아빠 2013.10.04 00:13

    교수님! 교수님은 의사지 성직자가 아닙니다
    지금만해도 우리나라의 척박한 의료현실에 작은 발걸음을 하고 계신답니다 화이링~~

  • 2013.10.04 09:02

    비밀댓글입니다

  • 손님 2013.10.05 13:01

    안녕하세요. 우연히 블로그를 알게되어 글 하나 읽고는 밤새 정독했습니다.
    어릴때 의사를 꿈꾼적이 있는데 그때 꿈꿔왔던 이상형의 의사상(?)이 선생님이신 것 같아요.
    프로이시면서도 가슴따뜻한...
    살면서 우리모두는 언제 어떻게 아프게될지 모르는데 선생님처럼 좋은 의사선생님이 계신다는 생각에 안심도 되고 감사한 마음이 드네요.
    늘 힘내세요. 응원하겠습니다.

  • 2013.10.05 21:58

    비밀댓글입니다

  • :) 2013.10.10 13:51

    트위터에서 선생님글 보고 블로그까지 오게 되었는데,
    명함을 주셨다는 문장을 읽으며 깜짝 놀랐습니다.
    누군가에겐 그저 의사선생님의 명함 한장 일수도 있으나,
    선생님의 환자에 대한 책임감, 애정이 그 건내진 명함 한장에
    모두 녹아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부디 환자들이 선생님의 마음을 헤아려서,
    선생님의 마음이 헛되지 않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응원하겠습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0.13 19:28 신고

      응원 감사합니다.
      처음처럼,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기란
      누구나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 2013.10.18 19:44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0.20 14:26 신고

      누구신가... ㅎㅎ

  • 지적카리스마 2013.11.02 11:22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교수님께서는 이미 대단한 열정을 가지고 계신 분 같습니다. 그러한 열정을 볼 때마다, 빨리 소진되진 않을까하는 우려와 염려가 교차하고는 합니다. 기운내시고, 항상 교수님처럼 되고 싶어하는 후배의사들과, 교수님을 따르는 뭇 환자들을 보시며 화이팅하시길 바랍니다. (왠지 주제넘은 소리같네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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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하는거

대학병원 횡포 아니야?


환자 드나드는 틈에

진료실 문이 열리니 

밖에서 소리치는게 들립니다.

목소리를 듣자 하니 누군지 알 것 같습니다.

제가 진료하는 환자의 남편인 것 같습니다. 


그는 

내 앞에서는 별로 싫은 소리 안하시고

늘 네네 하십니다.

예의를 갖추고 저를 대해주시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진료실 밖에 나가면 외래 대기실이나 간호사들이 앉아 근무하는 스테이션 앞에 와서는

큰 소리도 많이 치고 간호사들에게 싫은 소리도 많이 하시는 분이었습니다.

알고 보면 

제가 약처방을 빼먹거나 진단서 요청을 받아놓고도 미쳐 작성하지 못해

번거로운 일들이 생긴 것인데, 

정작 저에게는 아무 말씀 못하시고 애꿎은 간호사에게 역정을 냅니다.


환자들은 마음 속으로 의사에게 불만이 많아도 정작 민원을 내지 않습니다.

혹시 민원을 제기한 나의 신상 정보가 담당 의사에게 들어가서 내가 치료받는 과정에 불이익을 당할까 걱정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불만을 간호사에게 퍼 붓기도 합니다.


한편에서는

지나친 혹은 과도한 소비자 주권의식 때문에 어이가 없는 민원이 쇄도하는 현실도 존재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소심한 환자들, 정당한 요구도 제대로 못하고 참을 인자를 그리며 병원을 다니는 환자들이 더 많습니다. 


내 이름으로 외래를 개설한 지 2년이 지났을 무렵, 

나의 진료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환자들은 어떤 점에 불만이 있을까 궁금해서 

병원 민원을 담당하는 팀에 문의를 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선생님이 최고에요.' 

그렇게 나를 친절 의료진으로 추천을 하는 일은 쉽지만 

'선생님은 이게 문제에요. 이런 점은 개선해 주세요' 

그런 불만을 공식적으로 제기하는 일은 환자로서 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이 제기한 민원이 있다면 그걸 알고 

나의 진료 행태를 고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서 문의를 해 본 것입니다.

그렇지만 담당 직원은 환자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문제라 하여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쓴 소리를 달게 받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누군가에게 비판과 지적을 받고 그걸 고칠 줄 알아야 나의 발전이 있는 거라고 생각해서

용기를 내어 질의해 왔는데 관련 정보를 얻지는 못한 셈입니다.


의사들 사이에 '동료 평가'라는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내가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상황을 직접 곁에서 보고 모니터링할 기회는 없기 때문에

임상 의사로서 진정한 나의 모습은 

동료 그 누구도 제대로 알기 어려울지 모르겠습니다.


성격은 무뚝뚝하지만 의학적으로 제대로 된 결정, 정확한 설명을 하는 의사도 있고

친절하지만 겉도는 말만 하는 의사도 있을 겁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전자와 같은 스타일은 별로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의사가 봤을 때는 그야말로 제대로 된 의사일 수도 있습니다.

시각차가 있기 마련이죠.


명절 연휴 전이라 그런지

어제 월요일 외래는 유난히 환자가 많고 진료시간도 1시간 이상 지연되었습니다.

예정된 진료시간이 30분 지연된 환자는 파란 색으로,

1시간 지연된 환자는 노란 색으로 색깔이 바뀝니다.

노란색 환자들이 한두명씩 생기기 시작하면

내 마음은 너무나 부산해집니다.

계속 시계를 보면서 진료를 하니, 아마 나를 보는 환자도 불안할 것 같습니다.


시간이 늦어지면 당일 항암치료를 못 받고 다음날 다시 오시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오후 4시가 넘어가면 제 마음은 너무나 바빠집니다.


그렇게 부산한 나의 마음은 환자 진료에도 영향을 미쳐서 진료를 본 환자도 불만이 생기고

그렇게 불만을 갖는 환자에게 진료 설명을 하는 간호사도 힘이 듭니다. 

외래에서 환자 진료에 문제가 없고 원할하게 진행되는 것은 

궁극적으로 의사인 저의 능력이자 책임인데

애꿎은 간호사만 

환자에게 들볶이고 

시간에 쫒겨 신경질을 내는 나에게 싫은 소리를 듣습니다.


점심시간도 없이 종일 이어진 긴 외래 진료를 마치고

나는 의례적으로 '수고하셨습니다' 썰렁한 한마디를 남긴 채 진료실을 나서려고 하는데

'네' 라고 조용히 대답하는 그녀의 지친 얼굴에 눈물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봤습니다.


순간 

내가 나이도 많고

윗 사람인데

이렇게 처신하는 내가 부끄럽고 미안했습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선물도, 변변히 인사도 제대로 못했는데

눈물만 안겨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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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때 열 나고 아프면

외래가 열리지 않으니 

응급실로 오셔야 합니다.


명절 때 감기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시구요

명절 음식 주의해서 드세요.

기름기 많은 전 같은 걸 많이 드시면

소화도 잘 안되고

설사할 수도 있습니다.

송편도 꼭꼭 씹어서 잘 드셔야지, 안 그러면 체할 수 있어요. 조심하셔요.


항암치료를 한 후 10-14일 사이가 걸려있는 분들은

백혈구 수치가 낮아서 열이 나기 쉬우니 감기걸리지 않게, 설사하지 않게 조심하세요.


만약 열이 나면 일단 타이레놀같은 약을 한번 정도 드시고 열이 떨어지는지 관찰해 보시고

다시 열이 나지 않으면 다행이지만

열이 반복적으로 나게 되면 병원에 와서 피검사를 하고 항생제를 처방받아 드시거나

증상이 심하면 입원해서 항생제 주사를 맞으시는게 필요합니다.

수목금은 외래가 열리지 않으니 응급실을 이용할 수 밖에 없겠지만

토요일은 종양내과 일반외래가 열리니 토요일 당일 접수를 하고 외래로 오셔요.


컨디션이 왠만하면 가족들과 함께 추석을 보내시라고 많이 퇴원을 시켰는데

여전히 퇴원할 컨디션이 못되서 입원하고 계신 분들도 있고

이 기간동안 돌아가실 가능성이 높아서 임종을 눈앞에 계신 분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명절에는 더 마음이 무겁네요.


부디 모두에게 몸과 마음이 편안한 한가위가 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 슬기아빠 2013.09.17 11:12

    교수님도 추석 명절 잘 보내세요. 푹 쉬시고 비염도 많이 좋아지셔서 건강해지세요. 그래야 환자 돌보는데 덜 힘들지 않을까요. 우린 집에서 그냥 쉽니다. 난 여행을 가고 싶은데, 집 사람은 아무데도 가지 않을려고 합니다. 다 경제적인 이유와 차가 밀린다는 이유로.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9.26 21:46 신고

      이렇게 명절을 챙겨 인사 주시니 감사합니다.
      내년에는 꼭 부인과 여행가세요.
      시간이 좀 지나가면 몸과 마음에 여유가 있으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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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내과 의사이면서도

암 환자가 아니면

이제 왠만한 진료에 자신이 없어진 거 같습니다. 

똑같이 허리가 아프다고 해도

암환자의 요통에 접근하는 나의 자세와

암이 없는 환자의 요통에 접근하는 나의 자세는 다릅니다.


암환자를 대할 때는 

기본적으로 그에게는 '암'이 있다는 사실이

내 마음가짐을 다르게 합니다. 


저는 대부분 외래 전날 

다음 날 오는 환자들의 상태를 리뷰하기 때문에

사진을 미리 다 보고 들어갑니다. 

공식 판독이 나와있는 경우도 있고

당일날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판독과는 무관하게 제가 직접 사진을 보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 많기 때문입니다. 

환자 이름이나 얼굴만 봐서는 그가 누군지 모르겠는데

CT를 보면 

비로소 그가 누군지 알겠는 환자들이 있습니다. 

사진을 미리 보고 뭔가 결정을 내려놓고 외래를 들어가지만

막상 외래 시간에 다시 사진을 보고, 혹은 환자를 문진하고 나서, 생각이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진 상 큰 변화는 없는데 뭔가를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

혹은 사진 상 뭔가 나빠지는 분위기였는데 막상 만나면 컨디션이 좋은 환자들.

판단이 바뀌게 됩니다. 


뭔가 새로운 증상이 나와서 재발이 아닐까 의심하여 사진을 찍었는데 

막상 사진에서 별 이상이 없게 나오면 정말 마음이 후련하고 기쁩니다.

물론 환자가 의사인 나보다 수백만배 마음을 졸이면서 결과를 기다리겠지만

치료를 하는 의사 입장에서도 사진을 띄울 때 긴장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게 아니라고 스스로 매일 다짐하지만 

막상 환자가 나빠지면 

혹시 그게 내탓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그래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환자들은 

병이 좋아지면 선생님 덕이라며 저에게 감사하다고 말하지만

나빠지면 그것도 선생님 탓이라며 나를 책망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두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 표준치료를 한 것 뿐입니다. 

교과서에서 하란 대로 한 것 뿐이라고.

해당 환자가 들어갈 수 있는 임상연구가 있으면 임상연구를 권합니다. 

암 치료는 임상연구를 통해 발전하기 때문입니다.

표준치료를 했지만 나빠진 것라면 내가 마음쓰고 괴로워 할 이유는 없습니다.

표준대로 했건만 암세포가 약제에 반응하지 않은 것이고,

누구나, 언제나 치료제에 다 반응하는 건 아니니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그러나 환자도 인간인 것처럼, 의사도 인간입니다. 

환자가 나빠졌는데 어찌 마음을 쓰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그런 검사를 반복하고 결과를 알게 되는 과정은 참으로 긴장적이고 어려운 시간입니다. 


환자와의 관계가 오래되면 서로 성격도 어느 정도 알게 됩니다. 

어떤 환자는 병이 좀 나빠졌다고 해도 별로 놀라지 않고 그냥 묵묵히 바꾼 약으로 치료를 받고 갑니다. 

어떤 환자는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힘들어 합니다. 다 지나간 옛날 일을 가지고 이것저것 따지기 시작합니다.

의사 입장에서는 

아무 말 없이 내 말을 따르고 조용히 치료를 받는 환자가 편하고 좋지만

결과를 부인하고, 나한테 꼬장부리고, 난리치는 환자들, 그렇지만 이런 반응이 당연하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저도 가까운 사람이 암으로 진단받았다는 소식을 들으면  

순간 너무나 당황스럽고 

감정적으로 큰 충격을 받습니다. 

내일 외래 준비를 마저 할려고 책상 앞에 앉았는데

내일 오시게 될 백명이 넘는 환자 모두가 다 그런 충격을 거친 사람들, 

혹은 지금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참으로 징한 병입니다. 


사실

우리 쿨하기 힘듭니다. 

오히려 쿨한게 가식일지도 모릅니다. 

제 환자 중에도 몇년간 안정적이고 씩씩하게 잘 사시는 듯 했지만

다시 병이 나빠지는 일을 겪게 되면 

년간의 내공이 순식간에 무너지며

더 힘들어 하는 것을 봅니다. 

그들을 달래는게 더 힘듭니다. 


그런 마음을 이해함에도 불구하고

저는 냉정하게 말합니다.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없는 과정이요, 그 누구도 정답을 알 수 없는 문제이니 

빨리 정신 차리시라고,

나를 믿고 빨리 치료를 시작하자고

비록 재발이 된건 안타깝고 억울할 노릇이지만

그렇다고 내가 여기서 이렇게 주저앉을 수는 없는 거라고.

최선을 다해 해 보는 거라고.

비록 내가 1등으로 결승선에 도착하지는 못하겠지만

나의 페이스대로 이 길을 걷고 달려서 내 방식으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말거라고.


무섭게 다그쳐서 치료를 시작하지만


마음 속으로 저에게 묻습니다.


너도 그렇게 할 수 있겠어?


저도 자신없습니다.


저도 그런 수준인데

외래에서 환자들에게 호통을 칩니다.

일희일비 하지 말라고

우린 긴 싸움을 하는 거라고.

제가 그렇게 말해서 섭섭하셨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의사는 그렇게 말해야 하는 존재이니까요. 





  • 남경희 2013.09.30 09:08

    9월 12일에 찍어야했는데 시티랑 본스캔을 안찍었어요, 그러는 바람에 25일 진료도 미뤄졌구요. 따라서 먹어야 할 젤로다를 못먹고 있습니다. 아직 시티날짜가 잡히지 않았어요. 전화를 해야하는데 안했거든요. ;; 시티잡히는데 일주일 결과나오는데 일주일 그럼 너무 오래 젤로다를 쉬게 되는데 어쩔까요 남은 젤로다를 일단 먹기시작할까요 저는 이번에 한주기 더 젤로다를 먹고 시티를 찍으면 어떨까생각하는데 ;;;일단 쌤진료보구.. 젤로다가 좀 남았더라구요. ㅋ 조금씩 안먹어서.ㅋ 일단 오늘부터먹으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하나요 콜미 017-237-8389 아 그게 진짜 시티찍는게 너무 일찍 잡아놨더니 아침에 도저히 못가겠어서 못갔는데 ㅠㅠ 시티찍기도 너무 지겹고요 그래가지구. ㅠ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0.01 11:26 신고

      저희 쪽에서 가능한 검사을 빨리 다시 잡고 외래 오시도록 연락드릴께요
      젤로다 남은 걸 다 가지고 오시고 오세요
      헷갈리니까 젤로다 먹지 않고 빨리 오시는 걸로 잡아드릴께요

    2.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0.01 11:26 신고

      이번에 잔소리 좀 듣겠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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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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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불기 시작합니다.

요즘 감기환자, 환절기 알레르기 환자가 많네요.

저도 알레르기가 심하기 때문에 재채기, 콧물, 눈물을 호소하는 환자를 보면

한번에 알아차립니다.

제가 유용하게 잘 쓰고 있는 약을 처방해 드리곤 하는데

다들 대 만족입니다. ^^

알레르기 내과 선생님이 저에게 해주신 처방을 제가 해드리는 셈입니다. ^^

또 제가 각종 알레르기 증상을 겪어봤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약을 먹어보고 뿌려봐서 잘 아는 편입니다. 



돌아오는 10월은 본격적인 백신의 계절입니다.


전이성 암환자는 


폐렴 백신과 독감 백신 (인플루엔자 백신)  두가지를 맞아야 합니다. 

폐렴 백신은 5년에 한번 맞으면 됩니다.

지난 2년 동안 저에게 치료를 받으셨던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은 재작년, 작년동안 거의 폐렴 백신을 맞으셨을 가능성이 높으니 꼭 확인하세요. 기억이 안나면 진료시간에 저에게 문의하세요. 제가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폐렴 백신과 독감 백신을 같이 맞아도 

상관없습니다. 



조기 유방암 환자 중에서도 


현재 항암치료 중이거나 올해 항암치료가 끝난 분들은 

올 가을 인플루엔자 백신을 꼭 맞으세요.

아직 면역력이 원상태로 다 회복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나이가 젊다 하더라도 올해는 백신을 맞는게 좋겠습니다. 원래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 사람에는 다음과 같은 기준이 있습니다.


  • 주요 감염 연령층과 감염으로 인한 합병증 및 사망의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
  • 의료인 및 방역요원 등 전염병 대응요원, 아동, 임신부, 노인, 만성질환자 등 취약계층, 초·중·고교 학생, 군인 등 입니다. 

여기서 노인이란 법적으로 65세 이상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특별한 병이 없더라도 65세 이상의 노인은 전국 보건소에서 무료로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젊어도 올해 항암치료를 받았으면 
아직까지 주요 감염 연력층에 해당되니까, 올해는 독감백신을 맞도록 하세요. 
그렇지만 폐렴 백신은 맞지 않으셔도 됩니다.
 

병원에는 아직 독감 백신 약이 들어오지 않았는데 
약이 들어오는대로 공지할 예정입니다. 



백신은 병원이나 보건소 등 의료기관의 차이에 따라 제품에 큰 차이가 없으니
용이한 대로 맞으셔도 됩니다.
백신을 아직 걸리지 않은 병을 '치료'하는게 아니라 '예방'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행 의료보험 하에서는 어떤 의료기관에서 백신을 맞는다 해도 보험적용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두시구요.


백신은 모든 종류의 감기나 독감, 폐렴을 막아주는 것은 아니니 
백신 한번 맞으면 만능이라고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유행하는 균주의 유형에 따라 
지금 만들어져서 배포되고 있는 백신의 효능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 설명된 해당 기준에 합당하면 맞는게 좋습니다. 



백신을 맞은 날 혹은 몇일간 감기기운이 있고 몸 컨디션이 좋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열이 나거나 감기기운이 있으면 증상이 다 좋아진 다음에 백신 접종을 하도록 하세요. 
대략 10월에서 12월 사이에는 맞는게 좋습니다. 


백신을 맞고 나서
해당 균주에 대한 항체가 생기는데 4주 정도 걸리기 때문에
우리가 예상하는 유행 시즌 한달 전에는 백신을 접종하는게 효과가 있습니다.


올 초에는 독감이 사라져야 할 시기임에도 계속 새로운 독감, 폐렴 환자가 발생하여
예방접종 또한 늦게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올 겨울 상황은 어떨지 지켜봐야 알겠습니다. 



제가 진료실에서 일일히 다 챙겨서 말씀을 못드리는 경우가 많아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참고로 대상포진백신은 현재 우리 병원에 입고되었다가 품절된 상태입니다. 곧 재입고 될 예정입니다. 
대상포진백신은 평생 한번만 맞으면 되는 거라 
언제든 접종이 가능할 때 맞으면 됩니다. 

대상포진은 치료 후에도 후기 합병증으로 신경통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post-herpatic neuralgia) 
그 신경통으로 인한 통증은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아 환자들이 애를 먹습니다.
그게 얼마나 심각한지 많이 봤습니다. 최소 3-4개월은 통증이 조절되지 않아 고생하십니다.  
전 그래서 
65세 이상 어르신들은 대상포진백신을 맞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백신 접종에 신경써야 겠지만
환자 스스로도 백신 접종의 필요성을 잘 알고
투약기간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 주세요. 


 






  


  • 2013.09.14 01:17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9.15 14:11 신고

      진료 중에 제가 어머니께 벌컥 화를 냈습니다.
      일희일비 하지 마시라고.
      그 죄송한 마음을 오늘 글에 담았습니다.

      사실 저는 아직도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역류성 증상이라고 보기에는 다 설명이 되지 않는 측면이 있거든요.
      주의깊게 경과관찰 하도록 하겠습니다.

  • 2013.09.16 00:06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9.16 23:29 신고

      올해 항암치료를 받으셨으니까 두개 다 하세요
      시기는 독감바이러스백신을 맞을 때 같이 하시면 되고 10월에 하시면 됩니다. 백신은 일종의 소량 바이러스를 넣어주어 항체를 만드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감기기운으로 2-3일 몸살기운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러니까 감기기운이 있을 때 하시면 안됩니다. 컨디션 좋은 날 하셔요. 계속 잘 지내신다니 다행입니다. 쭉 건강하게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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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유방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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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으로 진단받고

설령 재발, 전이성 암으로 진단받았다 하더라도

나는 환자가 원래 자기가 했던 일을 계속 하시기를 바란다.

그래서 

토요일 나만의 VIP 진료, 사실은 직장인을 위한 항암치료 외래를 열곤 한다. 



위암으로 수술 받고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았다.

TS-1과 cisplatin 으로 항암치료를 시작했는데, cisplatin 급성독성으로 이명이 생겨 cisplatin 은 중단하고 TS-1만 1년 유지하였다.

그리고 3년이 지났는데...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시행한 정기 검진 CT에서 부신에 재발이 의심되는 병변이 발견되었다.

다른 곳에는 병이 없이 부신에만 병이 있어 재발을 확인할 겸 제거 수술을 하였다. 재발이 확인되었다. 다행히 다른 곳은 아직 의심할 만한 곳이 없다. 눈에 보이는 병이 없어도 항암치료를 해야 했다.  


재발한 위암에 준해 토요일 항암치료를 시작하였다.

그는 대기업 샐러리맨이다. 

어렵게 입사한 첫 직장. 

아직 미혼.

지금 부서에서 일한지는 아직 1년이 채 안되었다. 

겨우 분위기 파악하고, 업무에 익숙해지고, 사람들과도 잘 지내게 되었다. 안 그래도 감원바람이 부는데 이제 와서 재발했다는 사실을 알리거나 항암치료 한다는 이유로 매월 병가를 내면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눈치도 보이고 윗사람들도 나를 호의적으로 생각할 것 같지 않다. 요즘 같이 기업이 힘든 시절, 야근도 많고 업무량도 많은데, 항암치료를 받는다는 이유로 빠지기 어렵다. 

TS-1만 먹을 때는 그럭저럭 견딜만 했다. 이번에는 두가지 약으로 다시 치료를 해야 한다고 하니 또 독성이 발생할까봐 걱정도 되고, 다시 또 재발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라고 하니 마음도 우울하다. 

환자 뒤에는 항상 아버님이 서 있다. 우리 아들 다시는 재발하지 않게 해달라고 나를 만날 때마다 간곡히 말씀하신다. 아주 부담스러운 아버님의 간청이다. 


환자는

이제 직장은 포기하고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는 건지 고민하고 있다. 

아직 미혼이라 직장을 그만두고 치료를 받으면 부모님께 의지하면서 지내게 될텐데 그건 별로 원치 않는다. 안그래도 부모님 많이 애타하시는데 하루종일 얼굴 쳐다보고 지내는 것도 힘들 것 같다. 

만약 지금 직장을 놓아버리면 복귀는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이 나이에 직장이 없으면 앞으로 좋은 여자를 만나도 결혼하기 어려울텐데...

지금 수술하고 눈에 보이는 병이 없기는 해도, 또 재발될 수 있을텐데...

환자는 여러가지로 갈등이 많은 눈치다.

복강경 수술이라 그리 힘들었을 것 같지 않은데 순식간에 4kg 이상 몸무게가 빠져 버렸다. 


약물 투여시간이 길지 않은 옥살리플라틴과 먹는 약 젤로다를 병용 요법으로 하여 치료를 시작하기로 하였다. 3주에 한번 하는 항암치료는 매주 토요일에 하기로 했다. 내가 매주 토요일 외래 진료를 여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체력이 견디는 한에서 항암치료와 직장생활을 병행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를 지원하기로 했다. 


토요일 진료의 한계상 검사 예약 등이 불편할 수 있음을 감안하시라고 했다.

그래도 인생은 기싸움이니 기 한번 잘 모아보라고 격려했다.

나보다 나이가 어리니, 내 동생 대하듯 각별히 진료해주고 싶다.

그래서 꿋꿋하게 이 시기를 잘 넘기고 정상적인 생활을 잘 유지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제 막 개강을 맞이한 대학.

환자는 교수님이다.

개강 첫 주인데 갑자기 병이 나빠져서 입원을 하시게 되었다. 

외래에 오셨을 때만 해도 아주 힘들어 보였는데, 

다행히 폐에 고인 물을 빼주고 나니 컨디션이 많이 회복되셨다.

교수님을 위해 주말 항암치료 계획을 세워본다. 

치료효과가 좋으면 얼마든지 주말에 항암치료 하실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드렸다.

환자가 좋아지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배려해 드릴 수 있다. 

우리 교수님이 이번 학기 정상적으로 수업을 잘 하실 수 있을까?

아무도 모를 일이지만

나는 가능한 당신 하시던 일을 계속 하셨으면 한다. 

힘이 되는 데까지 자기가 전문가로 일하는 일터에서 생활하셨으면 좋겠다.

병 따위는 성가시지만 달고 다니는 것이라 생각하고

평생했던 내 일을 손에서 놓지 않고 지내시게 하는게 내 소망이다. 

 

지금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원하고 염원하며 이번 항암제의 치료반응을 기다리는 형국이다. 

확실한 지표나  분석 방법이 나와서

미리 효과와 독성을 예측하고 

효과가 없을 땐 약도 빨리 바꿔서 환자가 쓸데없이 고생하지 않게 하고 

그런 치료를 할 수 있다면

이렇게 마음이 애타지는 않을텐데...


여전히 

지금의 나는

이번 주말 항암제를 시작한 이들을 위해 

기도할 뿐이다.

인생에 앞으로 주어진 시간이 얼마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 시간동안 보람차게 행복하게 자기의 능력을 발휘하면서 일하고 사랑하고 

암에 항복하지 않고

지금의 어려움을 꿋꿋이 이겨내는 영웅이 되기를 기도할 뿐이다.

아직은 그런 수준이다.

암치료라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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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치료를 시작한 환자. 

아드리아마이신은 투약 후 2주가 지나면

머리카락이 숭숭 빠지기 시작한다.

뭉텅뭉텅 빠지는 머리카락을 보며 

처음에는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지만

2-3일 지나면 너무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서 온 집안에 머리카락이 흩날리니 그거 청소하기도 귀찮고 

머리카락이 빠지면서 두피가 아프기 때문에 두통도 생기고

이래저래 성가시다. 

그래서 환자들은 머리를 다 밀어버린다. 

그렇게 머리를 밀고 나면 환자들이 용감해진다. 

그리고 나면 환자들이 잘 울지 않는다. 

나는 이런 일을 겪으며 

환자가 본격적으로 자기 치료의 주체가 되고 씩씩하게 치료받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1주기 치료를 마치고 2주기 치료를 하러 올 때 

머리를 밀고 두건이나 가발을 쓰고 온 환자 옆에

같이 머리를 밀고 온 남편들이 앉아 있을 때가 있다. 

환자는 외출할 때 두건이나 가발을 쓰지만

집에서는 답답하기 때문에 대개 민둥머리로 지낸다.

그런 민둥머리 부인이 자신을 민망스러워 할까봐 남편이 같이 머리를 밀어주는 것이다.

백혈명으로 치료받는 친구를 위해 같은 반 친구들이 머리를 같이 밀어버린 감동 뉴스를 봤던 기억이 난다. 


씩씩하게 머리를 밀었지만, 마음 속 깊이 속상한 마음이 있는 부인을 위해, 

겉으론 쿨하게 치료 잘 받고 자기 생활도 잘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쉽게 마음에 멍이 드는 부인을 위해,

남편이 같이 머리를 밀어준 것이다. 


나는 진료실에 함께 온 남편을 만나면 

힘들게 치료받는 부인을 위해 

항암치료 중에, 혹은 항암치료가 끝난 다음에라도 

계속 잘 대해주고

부인을 격려해주고

집안일도 도맡아서 좀 해 달라고 부탁을 한다. 

환자들은 정작 항암치료가 끝나고 나면 더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치료가 끝나고 난 후 최소한 몇개월은 더 잘 해달라고 부탁한다.

환자의 입장에서 하는 말이다. 



그런데

사실 남편도 힘들다. 

집안일 돌아가는게 예전같지 않고

부인 성격도 점점 예민해지는 것 같다. 

항암제든 호르몬제든 기본적으로 여성 호르몬을 억제하는 것이 치료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부인은 폐경기 증상으로 인해 육체적으로 심리적으로 힘들어한다. 

항암치료가 끝나면 모든 고생이 다 끝나고 일상이 제자리로 돌아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엉망이 되는것 같다. 

부부관계도 갖지 못하고 수개월 수년이 지나기도 한다. 

부인의 정서적인 서포트도 없다.  

직장 생활도 점점 힘들어지고

나 자신도 나이를 먹어가니 직장 내에서 점점 경쟁력도 떨어지는것 같아 

나날이 스트레스가 늘어가는 판국에 나를 이해해주고 도와주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나와는 상관없이 훌쩍 커버린 자식들.

치료는 끝난 것 같은데 도통 정상 생활로 돌아오지 못하는 아내.

그래서 남편도 몸과 마음이 소진된다. 

불만도 많아진다. 



늘 환자 편을 드는 나에게

한 (남자)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남편 입장이 되어 보라고...

남자도 힘들다고...

그걸 이해해 줘야 한다고 강조하신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 중에는

지금 받고 있는 치료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그냥 지금이 안정적이라 다행이라는, 

그렇게 벼랑 끝에 서 있는 심정인데도 

그 와중에 남편이 부부관계를 너무 자주 요구하여 힘들다고 호소하는 환자도 있다. 

항암치료 기간 중에 부부관계를 해서는 안되는 기간은 언제인지 묻기도 한다.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데도 이렇게 계속 부부관계를 해도 되는지 묻는 환자도 있다. 

환자 병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알고 있는 나로서는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지금 그녀의 몸 상태를 생각하면 힘들텐데... 싶은 그런 환자들이 있다.


그들은 

언제까지 계속 남편의 요구를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한다.

남편도 성적 욕구가 있는데

자기 때문에 그걸 참으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요인이 문제가 되어 남편이 바람을 피우거나 이혼을 하는 경우도 많다. 

유방암은 전이되고 재발되어도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병이다. 그래서 이런 성 문제를 뒤로 미뤄둘 수 만은 없다. 전이성 유방암으로 치료를 시작할 때에는 부부 면담을 해야 할 판이다. 



어제는 한 환자가 울고 갔다.

추석 잘 지내시고 다음달에 보자는 나의 인사를 듣더니 

나가지 않고 자리에 털석 앉는다. 

전이가 되었는데

비교적 전이 정도가 심하지 않아

일상생활을 잘 하시는 분이다.

약제를 두번 정도 바꿨지만

나빠지는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다. 그냥 저냥 잘 지내시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제는 

내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한끼도 안 빠뜨지고 남편 밥상 차려줘야 하고 

자기가 아니면 밥 못 챙겨 먹는 남편 때문에 어디 여행 한번 다녀올 수도 없고 

명절, 집안 제사 다 챙기고

김장도 다 하고 

죽을 때까지 그냥 이렇게 남편, 가족들 뒷수발만 들고 살아야 하는 거냐고 한바탕 울고 가셨다.   

명절을 앞두고 그런 생각이 더 든다고 한다. 

자기는 그렇게 최선을 다 한다고 했는데, 요즘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것 같다고 하였다. 

남편이 바람 피우는 것도 다 자기탓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어디 자기 억울함을 호소할 곳도 없다고 한다. 

그녀에게 

지금 그녀의 상황을 이해해 줄 수 있는 건 나뿐이었나 보다. 


한국 유방암 환자의 평균 연령이 서양보다 15년 이상 낮기 때문에

이런 부부관계의 문제, 가족관계의 문제가 서양보다 훨씬 심각하게 대두되는 것 같다. 


흔히 어떤 병의 예후를 결정하는 요인들 가운데

환자에게 가족이나 배우자의 존재 여부, 그들이 얼마나 supportive 한가에 따라 예후가 달라진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단순히 존재하기만 하는 가족, 배우자는 더 어렵고 

서로에게 마음의 짐이 될 수도 있다.


우리 환자가 씩씩하게 병을 잘 이겨내고 치료받으려면

가족과 배우자들도 함께 치료과정에 동참하여 

그 가족의 질서 내에서 

서로를 잘 이해해 주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실천, 확인하는 계기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울고 나가는 그녀에게 

'힘내세요'

그렇게 말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안됬을 것 같다.  


 




  



   

 

  



 


  • 2013.09.08 15:05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9.08 18:09 신고

      누군가는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관계의 악화는 암이라는 병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원래 끌어안고 있던 문제의 본질 때문이었다는 거라고.
      어차리 내 인생의 숙제와 과업은 오롯이 내 몫이라는 것은 살떨리게 외로운 것이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나 자신과 잘 지내는 일이 핵심이겠죠. 뭐라 드릴 말씀은 없지만... 인생은 그래도 계속 가는 겁니다. Show must go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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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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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진료는 여유가 있다.

내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선생님 환자들도 진료하는 일반 외래이기 때문에

특별히 치료적 결정을 하는게 아니라 

피검사 결과 확인이나 필요한 약을 처방하는 등 비교적 마음이 가벼운 진료시간이다. 

나는 이 시간을 통해 나에게는 다소 낯선 병을 가진 환자들을 만나기도 한다.



40대 여자 구강암 환자.

수술하고 방사선치료하고 항암치료를 다 했는데  

2년만에 수술 부위에서 재발이 되었다. 

항상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첫 치료 이후 외형적인 변화도 심했고, 

얼마전 재발하면서 누공이 생겨서 

음식을 먹으면 새기 시작한다. 

그래서 환자는 마시는 것만으로 연명하며 지낸다고 한다. 

위로 직접 튜브를 넣는 시술(Gastrostomy)에 대해 설명드렸다.

비록 튜브를 넣더라도 

영양 상태를 개선해야 

지금 받는 항암치료도 덜 힘들게 받을수 있고 몸 컨디션도 더 잘 회복된다고 말씀드렸다. 

먹는게 시원치 않으니 재발 이후 몸무게가 20kg 이상 감소하였고 무슨 약을 처방하여도 잘 먹지 못한다.

단기간에 이정도 살이 빠지면 휘청휘청 어지럽고 힘들 것이다. 그렇게 힘들게 치료받고 맨날 가만히 집에 누워있기만 하면 어떻게 하냐고 다그쳤다. 환자는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지금은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내 환자도 아닌데 더 다그칠 수는 없었다. 



75세 할아버지 소세포 폐암. 

진단 당시부터 소세포암 확장병기라 

예후가 좋지 않은 유형에 속하기도 했거니와

이 항암제 저 항암제로 치료를 해 봤지만 서너번 만에 병이 계속 나빠지기를 반복.

더 이상 항암치료 하지 않고 경과 관찰만 하기로 했는데

그 사이에 겨드랑이에 큰 종양이 생겨서 팔이 퉁퉁 붓기 시작한다.

겨드랑이에 방사선 치료를 해서 종양크기 자체는 줄어든 것 처럼 보이는데, 

바깥쪽 피부가 괴사되어 안쪽의 종양이 노출되어 보인다. 거기로 진물과 피가 계속 난다. 

피부에 구멍이 뻥 뚫려 있고 길을 따라가 보면 종양과 연결이 되어 있어서 전기소작술로 지혈을 하기 어려워 보인다. 계속 외래에 와서 피검사하고 수혈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CT만 봐도 꽤 아플 것 같다. 그동안의 처방을 보니 진통제도 계속 증량이 되고 있었다.  

요즘 진통제 어떻게 드시고 있는지 여쭤봤더니 

두달전에 처방된 아주 소량의 진통제를 드시고 있다고 한다. 

이걸로는 통증 조절이 안 될텐데 싶어, 

증량해서 처방한 약들은 어떻게 했냐고 했더니 

한번 먹고 나서 부작용이 심해 그 뒤로는 처방해 줘도 약을 안사고 처음에 처방받은 약을 아껴먹으면서 견뎠다고 한다. 

이런. 


암환자에게 약을 처방할 때 특히 진통제를 처방할 때는 

마약성 진통제에 관한 교육, 부작용 및  대처방안 등을 함께 설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나는 진료실에서 내가 주로 처방하는 약들의 실물을 약통에 보관해 두었다가

환자에게 이 약은 왜 주는 건지, 이 약을 먹고 효과가 없으면 저 약을 먹으라는 식으로

약을 직접 보여주면서 교육을 한다.

아주 필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료가 밀리고 바쁘면 그런 거 따져서 교육할 여유가 없다. 그러면 환자가 제대로 알아서 약을 먹는지 어쩐지 모르겠다. 최초로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에게는 코디네이터가 수첩에 약 사진도 붙여주고 약 별로 설명도 해준다. 약국에서도 추가적인 설명을 해 준다. 그러나 최초 교육에는 비용을 청구해서 받을 수 있는데, 그 다음부터는 안된다. 그것도 비급여라 환자들이 부담스러워한다.  

CT 등의 검사는 보험으로 인정을 해주면서 

설명과 교육은 보험이 되지 않으니

비급여 서비스를 계속 확대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약 설명이나 부작용 관리 등을 교육하고 사후적으로 추적관찰하면서 모니터링하는 것은 

환자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참으로 질 높은 서비스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직까지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병원 수입이 감소하고 있는데 

이런 걸 담당할 간호사를 새로 고용한다든지, 다른 일 제쳐두고 이 일을 하라고 하면, 

현재 시스템에서는 경제적 이득이 감소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부작용이나 suboptimal 한 치료로 인한 손해를 생각한다면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먹는 항암제를 처방하면 

의사가 처방한 약을 사지 않거나 

약을 샀지만 먹지 않는 환자들도 종종 있다. 

심지어 비싼 표적치료제를 사놓고도 안 먹는 환자들도 있다. 

뼈전이가 나빠진 것으로 생각해서 5년간 호르몬제를 이약 저약으로 바꿔서 처방했는데, 정작 환자는 이 기간 내내 약을 한번도 않먹은 경우도 있었다.   


항암제도 점점 먹는 약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는데

내가 처방한대로 환자들이 약을 잘 먹는지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될 노릇이다.


그래서 먹는 약에 대한 임상연구를 할 경우에는 다이어리를 써 오게 하고, 남은 약들을 가지고 오게 해서 수거하여 남은 양을 확인한다. 얼마나 약을 잘 먹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모든 환자에서 이렇게 하는게 좋을텐데, 지금의 통상적인 외래 시스템에서 그걸 검토하고, 확인하고, 챙기는 것까지 진행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약을 꼬박꼬박 열심히 먹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앱 서비스를 이용해서 환자의 자가 관리를 돕고

알람 시스템을 시도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러나 먹지 않겠다고 결심해 버린 환자들 마음의 문은 이런 IT 기술로 열 수 없다. 진료실에서 의사가 챙기고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가끔 시간이 나면 환자들에게 약 먹는 패턴을 얘기해 보라고 한다.

식전, 식후, 약 먹으면서 불편한 점, 집에 남은 약이 얼마나 있는지, 지금 먹고 있는 약으로 증상이 잘 조절되고 있는지, 내가 처방한 약이 도움이 안될 경우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등등의 사항을 물어본다. 환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내가 어떤 식으로 처방하고 확인해야 하는지 방법적으로 도움이 된다. 그리고 환자들이 규칙적으로 약을 먹게 하고 부작용을 모니터링하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고, 섬세하게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사항임을 알게 한다. 


나는 종양내과 의사이니 

항암제를 처방하고 

다음 CT에서 그 약효로 인해 종양의 크기가 얼마나 줄었는지에 

관심이 쏠리는게 사실이지만 

그외의 보조적인 약제들의 효과와 부작용, 만성질환으로 먹고 있는 다른 약들과의 상호작용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겠다. 


예전에 레지던트 때 마그네슘과 와파린의 모양을 구분하지 못하고

변비 때문에 마그네슘을 먹는다는게 와파린을 먹어 버려서 응급실에 INR 18로 온 할머니가 생각난다.


당분간 

환자들이 

내가 처방한 약을

내가 처방한 방식대로

잘 먹고 있는지

효과는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대대적으로 한번 점검해 봐야겠다. 


  


  • 종병 문전 약사 2015.06.17 09:06

    고민하시는 내용이 많이 와닿네요
    2015년도 벌써 뜨거운 여름입니다.
    건강 유의하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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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간 미국으로 연수를 가셨던 손주혁 선생님이 돌아오셨습니다.


당시 혼자 유방암 진료를 하시던 손 선생님께서 연수가기 6개월 전부터 

막 임용된 저에게 조금씩 환자를 인계해 주셨습니다. 

저희 병원은 조기 유방암 환자는 외과에서 추적관찰을 하기 때문에 

제가 인계를 받아 진료를 계속 해야 했던 손 선생님 환자들은 모두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이었습니다.


나름으로 애써서 진료했지만 돌아가신 분들도 있고 

2년전 손주혁 선생님이 정한 치료방법을 변경하지 않은 채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잘 계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손주혁 선생님은 이런 분들을 다시 만나게 되면 정말 반가와 하실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유가 어찌 되었건 환자들은 주치의가 바뀌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정이 든 것도 있고

지난 2년 이상의 시간동안 자기에게 있었던 이벤트를 다 알고 있는 제가 

계속 진료하기를 바라시지만 

지금처럼 유방암 진료가 저 한명에게 몰려 있다보면

종일 진료를 하는 월요일 수요일이면 늘 100명이 넘는 진료를 해야 합니다. 

힘들게 치료받는 환자들 손 한번 잡아주고

속상해서 눈물 흘릴 때 마음 한번 도닥여줄 시간도 없이

항암제를 정해서 치료받으시라고 결정하여

등떠밀어 진료실에서 내보내야 하는 지금의 현실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는 노릇인것 같습니다. 

진료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환자 진료수가 적정하게 배분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작 진료시간에

이제 손 선생님이 연수에서 돌아오셨으니 그 쪽으로 예약을 해드리겠다는 설명도 제대로 못한 채 환자 예약을 변경하고 있습니다.


제일 오래본 환자들이니 

저도 그만큼 정이 들고

서로에게 익숙해져서 편하고 좋은데

저도 이런 헤어짐이 아쉽습니다.


진찰한 환자가 나가고 다음 환자가 들어오는 그 사이에

저는 맹렬히 차트를 정리하고 처방을 내는데

그렇게 하다보면 

들어와서 자리에 앉는 환자와 눈을 맞추고 제대로 인사도 하지 않은채 진료를 시작합니다.

자리에 앉은 환자는 그런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기다려주십니다.

아주 예의없는 행동이죠.


그렇지만

지난 2년 이상 나와 함께 치료했던 환자들은

그런 나의 상황을 다 이해해주고

내가 환자들에게 겉으론 싹싹하게 굴지 않아도

많이 고민하면서 치료방침을 정하고 부족한 수준에서나마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 주셨습니다. 

제가 기대한 이상으로 많이 참아주시고 이해해 주셨습니다.  

수십명 이상 짧은 시간 내에 

대량으로 항암제 처방을 내다보면

한두가지 약들의 처방에서 실수가 있습니다. 

환자는 돈을 내고 처방전을 받아보고서 그 사실을 압니다.

조용히 외래 방으로 돌아오셔서 담당 간호사를 통해 처방 오류를 지적하시면

제가 처방을 다시 합니다.

그러면 환자들은 다시 돈을 내고 처방전을 새로 받습니다.

그렇게 귀찮은 일을 당하면서도 참아 주셨습니다. 늘 죄송한 마음입니다.


그런 환자들 중에

블로그에 들어오시는 분들이 꽤 계신데요

언제든 안부 전해주세요.

간혹 손 선생님께 못 여쭙고 궁금한 사항들이 있으면 비밀댓글로 질문 남겨주세요. 제가 성의껏, 필요하면 손 선생님과 상의하여 답을 드리겠습니다. 언제든지 제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저를 불러주세요. 


여름이면 손으로 만든 부채를

가을이면 손수 쪄 가지고 온 고구마를

심지어 기차타고 오면서 먹고 남은 옥수수를

항암치료 이겨낼려고 배운 뜨게질 솜씨를 이용해 만든 인형을

문방구 좋아하는 나를 위해 예쁜 수첩을

그런 소소한 선물로 당신 마음을 나에게 주신 환자들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어쩌면 여자끼리라 더 부담없이, 

격의없이 지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에게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한 가르침을 주신 환자들도 많았습니다. 


제가 이만큼의 의사 노릇을 하게 된건 다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뜨거운 마음과 사랑을 많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손 선생님께로 진료를 받게 될 환자분들 모두가 

지금처럼 건강하게 계속 잘 치료 받으시길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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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9.07 17:26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9.08 18:17 신고

      면역치료는 좋은 치료 후보가 될 수 있지만, 아직까지 효과가 입증된 면역치료법은 없습니다. 간혹 면역치료라는 이름으로 치료를 하는 병원들이 있는데요 임상연구로 입증되지 않았으며 보험이 되지 않아 가격이 너무 비쌉니다. 미국에서는 치료반응이 좋을 때 자기 백혈구를 뽑아놓고 면역치료를 하는 프로토콜로 1상 임상연구를 하는 병원도 있지만 아직 한국에서 시행되는 곳은 없습니다. 제 생각에는 입증이 안된 비싼 면역치료를 하는 것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항암치료를 독성을 견딜 수 있는 선에서 9차나 12차까지 해 보는게 어떨까 싶습니다. 전신무력감이 심하고 수치가 자꾸 떨어지는 것이 문제지만, 치료반응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니 독성을 견디는 한에서 치료를 더 받으세요. 여러모로 몸과 마음이 힘드시겠지만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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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하게 습하고 무더웠던 여름.

지칠 줄 모르고 기승을 부리던 더위가 

물러가나보다.

영영 올것 같지 않았던 가을도 

오려나 보다.

바람이 시원해졌다. 


힘들고 지치는 이 순간이 영원히 계속될것 같아 절망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상황도 변하고

어느새 내 마음도 변한다. 

그러니까 지금 이 상황이 절대적일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겠다. 


 

장성한 자식들은 다들 성공해서 미국에서, 호주에서, 유럽에서 잘 살고 있는데

한국에 홀로 남은 부부.

환자는 세번째로 난소암이 재발했다.

그리고 같은 시기에 70 넘은 남편이 치매를 진단받았다.

원래 항암제 독성이 심하게 나타나는 편이었다. 

이번에도 항암치료를 시작하고 보니 남편 시중 들기가 힘들어졌다.

자식들에게 국제 전화를 걸어 이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다.

환자는 남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걸까? 백혈구 수치가 오르지 않는다.

당신문제도 속상하고 절망스럽지만, 그녀의 마음 속에는 남편이 무거운 돌이 되어 가라앉아 있다. 



전이성 유방암으로 3년째 잘 지내고 계셨다.

작년에 뇌전이가 생겼지만 방사선 치료를 받고 지난 1년동안 안정적으로 잘 유지되고 있었다.

환자가 혼자 외래를 다니며 치료받았다. 남편은 돌아가셨고 자식들은 바쁘다고 했다.

아직 자기 몸뚱이 하나쯤은 건사할 수 있으니 자식들 신세지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나빠지고 나는 처음으로 자식을 만났다. 

그는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엄마의 병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엄마는 곧 돌아가실 것 같은데 잡아놓은 결혼식 날짜가 다가오고 있다. 

그는 나에게 결혼식을 취소해야 하는 건지 물어보았다. 

내가 그런 대답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결혼식 전에 해야 하는 수많은 의례와 절차들을 괴로운 마음으로 겪어내야 했고 

아침 저녁으로 병원에 와서 깊이 잠든 엄마를 지켜보았다. 

엄마는 자식 결혼식을 못 보고 돌아가셨다. 그리고 자식은 결혼을 했다.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남편과 이혼하고 두 아들을 키우고 있다.

이혼한 남편은 어디론가 떠나버렸지만 환자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재산은 소 한마리. 늙은 시어머니가 소를 부려 농사일을 하신다. 환자는 비정규직 일자리를 찾아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5학년짜리 큰아들은 신부전으로 혈액 투석을 해야할 상황이다. 의사는 이식을 권유하지만 지금 형편으로는 가당치도 않다. 시골에 사는 그녀는 한달에 한번씩 아들과 함께 우리 병원에 다니는데, 4개월전 유방암이 폐, 간, 뼈로 재발하였다. 광범하게 전이되었다. 표적치료나 호르몬치료 처럼 비교적 어렵지 않게 치료를 받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삼중음성 유방암이라 항암치료를 할 수 밖에 없다. 빨리 걷거나 언덕을 오르면 숨이 찬다. 항암치료를 설명하는데 그녀는 도통 듣고 있는것 같지 않다. 항암제 부작용이 심했는지 2차 치료를 받으러 오지 않아 몇번 전화하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들이 아팠다고 한다. 아들 병원 오는 날짜를 맞춰서 항암치료 날짜를 맞추어야 한다. 엄마가 항암제를 맞는 동안 아들은 먼 친척집에서 하루 엄마를 기다려야 한다. 

세번 항암치료를 하고 CT를 찍어보니 많이 좋아졌다. 나는 기쁜데 그녀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기색이다. 퉁명스럽게 '당연히 좋아져야 하는거 아니냐'고 말한다. 지금 자기가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나빠지면 되겠냐고 말한다. 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초등학교 다니는 어린 두 아들, 늙은 시어머니. 그녀는 자기 몸을 돌볼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녀는 웃지 않는다. 항상 긴장된 얼굴. 



우리는 살면서 

더 이상 나빠질 것도 없다, 이제 끝이다, 될대로 되라 그런 마음으로 

지금 닥친 어려움을 견뎌보려고 굳세게 마음을 먹지만, 

살다보면 

더 나빠질 것도 없을 줄 알았던 현실에서 더 나쁜 일이 생기고, 

이 절망의 끝은 어디일까, 도대체 나에게 왜 이런 나쁜 일이 끊이지 않는 걸까

하늘을 원망하게 된다. 


낫지 않는 병으로 마음이 멍들고 

계속 되는 치료로 몸도 힘들다.

경제적인 어려움

가족관계

사회적인 고립감

여유 한줌 들어설 마음이 안 생긴다. 


그런 환자에게 난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다. 


오늘도 항암치료 합시다.

다음번 올때 CT 찍고 오세요. 


내 마음도 늪으로 빠져드는 것 같다. 


나도 

내 형편에 어려운 일 숨기고

환자를 만나야 하는 것처럼 

환자도

자기 형편에 어려운 일 숨기고

의사를 만난다. 


그렇게 

삶이

치료가

계속 된다. 


그렇게 

시간이 가면

상황도 변하고

내 마음도 변해있겠지.


이 더위가 지나고 

가을이 오는 것처럼...









  • 2013.09.03 11:56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9.03 20:06 신고

      제가 지금 논문을 하나 읽는데요 2011년 JAMA에 실린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의사와 간호사들 1950명 (EU 9개 국가) 에 대해 한날 동시에 설문조사를 했는데요 자기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patient care에 적절하지 않은것 같다고 느낄 수록 자기가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두고 다른 직장으로 옮길 가능성이 높대요 (다른 변수들 보다도)
      당연한 거겠죠
      논문으로 나왔으니 그런갑다 하지만 말입니다.
      내가 하는 일을 하기 싫다고 느낀다는 건 참으로 힘들고 불행한 일인거 같아요.
      그 일의 본질은 좋은 것이라 인정하면서도 현실적인 조건들에 제약이 많으면 그 일도 하기 싫어지는 법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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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우리의 진료 현실에서는 

제한된 시간 때문에

환자들과 진심으로 소통하기 어려우니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환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2011년 3월 2일 

제 이름으로 외래를 개설하고 입원환자를 진료하기 시작하면서

가능하면 매일 글을 올리려고 노력했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매일의 나를 돌아보아야 했습니다. 

진료를 마감하고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은 저에게 기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런 시간을 경험하면서 

제가 깨달은 것은  

내가 의사로 일하는 그 어떤 한 순간에도

환자들은 

나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나를 찾는 그 어떤 환자도

자기 마음 속에 우주를 품고 있으나 그것을 드러내지 못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병과 싸우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블로그 글을 쓰던 초반에는 

환자들이 외래 시간에 주로 묻는 질문들에 대해 글로 답을 하여

비슷한 의문을 품는 환자들에게 정보를 주고자 하는 것이 글을 쓰는 중요한 이유였습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의사로 살아가는 일상의 나를 돌아보는, 

우리의 의료 환경을 돌아보는, 

병을 가지고 일상을 살아가는 환자와 가족의 삶을 생각하는, 

내가 일하는 병원을 돌아보는, 

그런 계기들이 되었습니다. 


누군가에 대해, 무언가에 대해

욕도 하고 반성도 하고 

저에게 그런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저희 엄마는 

이렇게 내가 쓴 글이 

칼이 되어 나에게 돌아올 거라며 걱정을 많이 하십니다. 

세상 사람들이 다 너의 생각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네가 그렇게 공개적으로 글을 쓸 수록 너에게 적이 많아지는 것이다,

조용히 살아라

그렇게 말이죠. 


그렇게 매일 글을 쓸 시간과 에너지가 있으면 논문을 쓰는데 집중하라는 무언의 압력도 있었습니다. 현실적으로 중요한 지적입니다. 


사실 글을 쓰기 위해 생각을 정리하고 실재 글을 쓰고 마무리하는 과정에 많은 노력과 에너지가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블로그에 올리는 환자들의 질문에 매일 답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EMR을 열어서 환자의 정보를 확인하고 답을 해야하는 상황도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 시간이 아깝지 않았고, 내 환자를 위해 이 정도는 해주는 의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글을 쓰는 시간은

내 하루를 의미있게 해주는 명상의 시간과도 같았습니다. 

 

환자들은 

다음 항암치료를 받으러 오는 그 3-4주의 시간 동안

집에서 별의 별 생각을 다 하며 이것저것 고민을 많이하고 지내지만

정작 외래에 오면 생각이 잘 안나고

외래 진료가 밀려있는 걸 보면

에이 뭐 나까지 이런걸 질문하려고 하나, 다음에 하지 뭐 그런 마음으로 저에게 질문을  못하시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 부족한 의사소통의 현실을 극복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나에게 진료받는 환자가 아닌 사람도 블로그를 방문하고

의사인 나의 의견을 묻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자기가 처한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내 환자가 아닌 경우에는 

환자에 관한 의학적인 정보가 불충분한 상황에서 인터넷상으로 답변하는 것에는 한계가 많기 때문에 답변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마음아픈 사연도 많고

내가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는 일도 많고

환자들에게 공감을 가지게 될 수록 나의 한계를 더 많이 느끼게 되면서

마음이 무거워지는 걸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글쓰기를 좀 멈췄습니다. 

잠시의 멈춤으로 나를 되돌아보고 재충전하는 것이 필요한 시간인것 같았습니다.


할 말은 많은 것 같은데

말머리를 틀 수 없는 것 같은 그 느낌.

그게 제 요즘 심정이었습니다. 


내 마음이 무겁고

혹은 내 마음이 슬퍼도

외래에서 환자를 만나면 

힘들게 치료받는 그를 격려하고 

충분히 공감해주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럴려면

내 마음에 내공이 조금 더 쌓여야 하는 것 같습니다. 


시원한 가을바람과 함께 

에너지를 되찾고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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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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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한 환자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병원 전체적으로 코드 블루 (Code Blue)가 방송된다.


"** 병동 종양내과 코드블루"


아까까지 내 환자 중에 **병동에 입원한 환자는 없었으니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이구,

종양내과 환자한테

코드블루 상황이 생기면 안되는데... 쯧쯧.


4기 암환자는 

병이 치료되지 않으면

조금씩 컨디션이 나빠지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일상 생활을 할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무리 병이 위중하다고 의사가 말해도 

환자나 가족은 내심 지금이 아주 심각한 상황이라는 걸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마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문제가 생기면 '갑자기' 나빠졌다고 생각한다. 


4기 암환자라 해도

병의 정도가 별로 심하지 않거나 전이된 장기가 여러개가 아니고 

항암제에 반응을 잘 해서 치료경과가 좋으면

코드 블루 상황에서 모든 조치를 다 하는 것이 원칙이다. 

중환자실도 가고 인공호흡기도 하고 필요하면 심폐소생술도 한다. 

이번 위기 상황을 넘기면 환자가 다시 회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면 최선을 다한 치료를 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좋아질 가능성이 높은데 

4기 암환자라는 이유로 치료를 소홀히 하면 안된다. 



그런데 때론 환자가 나빠져서 응급상황이 발생해도 최선을 다하면 안되는 때가 있다.

인공호흡기하고 심폐소생술을 해도 좋아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되면

무리한 치료는 환자를 더 힘들게 하고 의미없는 생명연장 기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환자 상태가 좋지 않아도 

인공호흡기를 유지한채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 소생이 아니라 - 각종 약과 기술을 이용해서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그래서 이 환자가 인공삽관 상태에서 회복되지 못하고, 의식도 없이 진정제를 투여한 채 가족들과 얘기도 못하고 남은 여생을 보내다가 돌아가시게 될 거라는 판단이 들면,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는게 낫다.


그런데 그런 얘기는 지금 당장 내 눈 앞에서 환자가 나빠져서 힘들어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야할 이야기는 아니다. 상태가 나빠지는 코스로 가고 있다고 판단될 때 미리미리 해야 한다. 환자와도 지금의 상황을 솔직하게 얘기해서 위기상황시 환자의 뜻과 의지가 어떤지 미리 확인하는게 중요하다.


어떤 종양내과 환자에게 코드블루가 발생하면 이후 과도한 치료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미리 그런 상황을 예상하고 준비했어야 한다. 그래서 나도 방송을 듣고 혀를 끌끌 찬 것이다. 

그 방송이 내 환자로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치프레지던트에게 전화가 왔다. 내 환자라고.


얼마전 전과받은 환자이다.

이미 표준 항암치료를 다 받은 상태였다. 

나는 항암치료를 서두르고 싶지 않았다.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좀 기다렸다.

나를 만나고 한달이 넘었을 때 배에 복수가 차고 빵빵해지기 시작한다. 

반응율이 좋은 약이 아니라 내심 이거 해봤자 별로 도움도 못 받고 괜히 항암제 때문에 환자가 고생만 하는 거 아닐까 우려가 되었지만, 컨디션이 더 나빠지면 항암치료를 못하게 될거 같아 그나마 지금이라도 항암치료를 해보는게 마지막 시도가 아닐까 그런 마음으로 치료를 시작했다.


2주기 항암치료가 진행되는 동안

임상적으로 별로 차도가 보이지 않는다. 

남편과 먼저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 보는 남편은, 그동안의 경과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치료를 적극적으로 하고 싶지 않다는 내 말을 수용하지 못했다. 두달전까지 등산도 다니고 밥도 잘 먹고 집안일도 잘 했는데, 왜 그런 말을 하냐고 하였다. 행여라도 환자에게 그런 말을 하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를 하였다.

환자도 뭔가 많이 불편해 보이는데, 잘 참는다. 그리고 말끝마다 열심히 치료하겠다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내가 너무 최선을 다하지 말자고 하는 것에 대해 매우 실망한 눈치다. 그녀는 최선을 다해 주기를 맞춰서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 노력하였다. 힘든 몸을 운동도 하고 고기도 열심히 먹으려고 애썼다.

얼마 안되는 기간 내에 몇번 입원을 반복하였다.

쉽게 컨디션이 떨어졌다. 


그러던 중 몇일 전 3주기 치료를 시작했다. 

전신쇠약감이 너무 심해서 오늘 일반외래를 통해 입원하신 모양이다. 그래서 내가 아직 보고를 못 받은모양이다.

입원 당시 피검사를 보니 백혈구, 혈소판 수치가 매우 낮다. 호중구 감소상태에서 열도 있었던 거 같고 감염증이 동반된 것 같다. 


그렇지만 정작 응급상황이 발생한 것은 소변 보면서 힘주다가 미주신경성실신 (Vasovagal syncope)을 한 탓인 것 같다. 순간 의식을 잃고 혈압도 떨어지고 그랬나보다.

기관삽관을 막 하려는 찰나에 우리 똑똑한 치프가 가서 기관삽관을 하지 않고 경과관찰을 하게 되었다.

환자가 실신 후 의식이 깨었고 좀 좋아졌다. 

기관삽관을 안하게 되어 정말 다행이다. 

기관삽관을 했으면 영락없이 중환자실 행이다. 


처음 나간 동맥혈 검사에서 pH가 7.1 이다. 

여하간 큰일날 뻔 했다. 

앞으로 몇일은 마음 못 놓겠다. 


남편은 오늘 상황을 보고서 

그동안 내가 했던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는 모양이다. 

항암치료를 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10 인데 예상되는 손해가 10 이상으로 더 크다면 

굳이 열심히 항암치료 하고 싶지 않다고 한 나의 말.

그 손해가 이렇게 심각하게 나타나는 걸 보니 

최선을 다해 끝까지 항암치료를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말을 이제야 이해하시는 것 같다. 


환자 나이가 별로 많지 않으니

가족된 마음으로 얼마나 안타깝겠는가.

그런 사람을 앞에 두고 내가 더 치료를 안하고 싶다고 했으니

만난지 얼마안된 주치의가 원망스럽기 짝이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나에게 이들 가족은 뚱한 반응을 보였었다.


이번 고비를 잘 넘기고 

환자가 회복되면 

당분간 항암치료하지 않고 좀 쉬자고 했다.

고비를 잘 넘겨서 이 가족에게 의미있는 시간이 주어지기를 기도한다. 






  • 2013.08.21 10:58

    비밀댓글입니다

  • 모자란 인턴 2013.08.21 21:23

    pH7.1의 원인은 무엇이었나요? 가르쳐주세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8.24 18:00 신고

      Septic shock 이었습니다. 가장 흔한 원인이죠 ㅎ

  • 2013.08.22 21:07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8.24 18:01 신고

      K 7.7 이 관건이었겠네요 ㅠㅠ

  • 2013.08.25 17:01

    비밀댓글입니다

  • 준서아빠 2013.08.27 19:04

    어제부터 수축기 압이 70이 채안됩니다. 전에 biopsy한 자리도 오마야 만큼 부풀었고요.
    심박수를 올려 혈압을 끌어 올려보지만
    좀처럼 측정조차 힘듭니다.
    이젠 보낼때가 됐나봅니다. 미안하고 애들에겐 엄마를 지켜주지못해 또 미안합니다.

    샘블로그와 이별할 준비를 해야되나봅니다.

    애들엄마는 이기적이네요. 난 아직 보내고 싶지않은데 말이죠. 밉습니다.

    1. 2013.08.27 23:30

      준서아빠님 글 많이 보면서.. 오늘 글엔 댯글을 달고 싶어지네요. 주제 넘더라도 이해해주세요.
      저는 작년에 엄마를 보냈어요. 혈압이 자꾸 낮아지던 그 날이 생각납니다. 귀에 대고 많이 고마웠다고, 사랑했다고 계속 말씀해주세요. 저는 막내인데 그냥 직감적으로 엄마의 그날 상태를 보고 엉엉 울면서 귀에다 키워줘서 정말 고맙다고, 사랑했다고, 미안하다고 했었어요. 근데 언니와 오빠는 저보다 표현에도 서툴고 엄마가 그걸 듣고 마지막 끈을 놓아버릴까봐 아무말도 못하고 보내드렸거든요. 아직도 둘은 많이 아쉬워해요. 저역시 아쉽고 그립지만 저라도 엄마에게 그런 표현했어서 다행이다 싶기도 해요.
      어린 아이들이 눈에 밟히시겠어요. 준서 아빠님 잘 견디시고 잘 보내시고, 또 잘 추스리시길 바래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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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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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이 길어져

병원 출입이 잦아지다 보면

점점 눈에 가시같은 일이 많이 발견됩니다.


환자가 컨디션이 좋다면 병원 출입이 잦을 이유도 없겠죠.


환자 몸이 안 좋으니 

병원에 왔는데

뭔가 일이 제대로 잘 진행되는 거 같지 않고 

의료진들의 검사와 처방, 처치 등에서 손발도 잘 맞지 않는거 같고

믿음이 흔들리고 자꾸 예민해집니다.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불편하고 부당하고 눈에 거슬리는 일들이 더 잘 보이게 됩니다.

병원을 자주 다니다 보면 그만큼 병원 시스템에 대해서 잘 알게 되니까 오류나 에러도 더 잘 보입니다. 


제가 아주 마음을 많이 쓴 환자가 있었는데요

죽을 고비를 몇번이나 넘겼는지 모릅니다.

이과 저과 소속도 여러번 바뀌웠어요.

그리고 환자는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전 앞으로도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만큼만이라도 유지되면 다행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가족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겠지만요.


매우 긴 기간동안

버텨준 환자도 대단하고

옆에서 간병한 남편도 더 대단합니다.

아마 병원비도 많이 나왔을 거 같아요.


오래 병원에 입원해 있다보니

저의 실수, 의료진간의 의사소통 장애, 간호 상 실수 이런 일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의료진 간의 실수를 인정하고 솔직하게 사과드렸습니다.

그런 실수로 인해 

환자에게 해가 되었거나 치료의 효과가 덜하다고 생각하면 아무리 사과한다고 마음이 풀어지겠습니까? 

잘못 되었을 때 진심으로 사과해도 해결할 수 없는 일입니다.

설령 그 일이 환자의 예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이 아니었더라도

가족된 입장에서 섭섭함과 분노를 쉽게 누그러뜨리기 어렵습니다.

정말 제 능력껏 '올 인' 해도 다 잘하기는 어려운 직업인 것 같습니다.

  

마음이 풀리시지 않는 모양입니다.

저에게 많이 실망하신 눈치입니다. 

마음의 문을 닫으신거 같아요. 


원래 병이 좀 그래요

어쩔 수 없는 코스입니다.

그렇게 말하기가 어렵네요. 그냥 원망을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오랫만에 딸이 엄마를 만나러 왔네요. 엄마만큼 예쁜 딸이에요.

해맑게 웃으며 엄마 옆에서 노는 딸을 보며

남편과 가족들의 마음에 멍이 듭니다.

내 마음에도 멍이 듭니다.  

그냥 가슴에 묻어두고 살아야 하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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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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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엊그제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한 증상이 생겼다고 한다.

수년 전에도 그런 적이 있어 

관상동맥조영술을 비롯하여 심장검사를 하신 적이 있었는데

별 문제 없으셨다.

역류성 식도염 증상과 감별이 잘 안되어 가끔 위장관 약을 드려보기도 했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니 흐지 부지 넘어갔다. 


몇일 전부터

잊고 있던 증상이 다시 나타났는데 이번에는 더 강도가 심하다.

엄마는 왠만하면 나에게 전화 잘 안하시는데 

오늘은 힘들어서 병원에 오고 싶으시다고 한다.


다행히 외래 진료가 없어 엄마를 모시고 진료를 받으러 다녔다.

가운을 벗고 보호자가 되어 

이과 저과를 예약하고 검사하고 약 받고

그렇게 병원을 2-3시간 돌아다니다 보니 

회진도는 거 보다 훨씬 다리도 아프고 기운이 빠진다.


엄마는 

갑자기 아프니까 

작년에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생각난다고 하시며 우신다. 

외할아버지는 그보다 더 먼저 몇년 전에 돌아가시고 

자식들은 다 서울에 올라와 있고

늙으막에 가길 어디 가냐고 

원래 사시던 고향에서 끝까지 혼자 지내셨다. 

돌아가시기 2달전에 폐암 뇌전이를 진단받고 병원 생활을 시작했는데

그제서야 자식들이 외할머니를 제때 못챙긴 것 아닌가 싶은 후회로 다들 침통해 하셨다. 

매년 여름 휴가 같이 보내고 자식들이 순서 정해 돌아가면서 한번씩 고향에 다니러 가고 그렇게 했지만

횟수로 치면 몇번 안되었고 

별로 마음 많이 못 쓴거 같다고 후회하신다. 

외할머니 돌아가시고 100일 넘게 매주 수요일 저녁 명동성당에서 가족미사를 보았는데

다들 후회 막급이셨다. 



오늘 엄마를 보니 

나도 후회가 되고 눈물이 난다.

지금까지도 나 뒷바라지 해주시는 엄마.

나 뿐만 아니라 내 가족까지 다 돌봐주시는 엄마.

나 병원 생활 잘 할 수 있게 모든 걸 다 지원해 주시는 엄마.

그런 엄마가 아프다고 하니까 비로소 나도 시간을 낸다. 

더 늦기 전에, 후회하기 전에 잘 해야할텐데...




집안 형편이 넉넉치 않아 가족 모두가 일을 해야 한다. 말기암 어머니 병간호를 담당할 사람이 없다.

요양병원으로 모시자니 돈이 많이 들고, 돈이 좀 덜 드는 곳은 그만큼 허술하다.

사실 어머니 컨디션이 꼭 병원에 계실 정도는 아니다. 

잘 못 드시고 기운이 없지만 어디 특별히 아픈 곳은 없다. 

다만 거동이 편치 않아 늘 도와드려야 하고 드레싱해야 하는 관도 두개다. 장루를 가지고 계시니 잘 관리해 드려야 한다. 이번에 통증이 심해져서 병원에 오셨는데, 자식들이 항상 곁에 있지 못하니 할머니는 하루 종일 우두커니 천정만 바라보고 누워있다. VRE 병동에 계시니 자원봉사자 출입도 안되고 휠체어를 타고 밖에 나갈 수도 없다. 

돈이 없는게 문제인 가족이다.



그러나

돈이 많은 가족이라 해도 다른 걱정이 있기 마련. 

돈이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 환자들은 자식들과 갈등이 많다. 유산이 문제가 된다.

돈이 없어도 비극적이고 슬픈 일이지만

돈이 많다고 걱정이 없고 행복한 것은 절대 아닌거 같다. 

돈이 많아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다. 



벌어놓은 돈은 없어도 똑똑하게 자식 잘 키워놨다고 생각하며

그거 하나 자부심으로 내걸고 살았던 분들도 있다. 

그런데 정작 환자는 아프고 힘들지만 

바쁘고 잘 나가는 자식들은 병원에 올 시간도 없다.  

나는 자식들을 만나기 어렵다. 시간이 없는 자식들을 만나려면 몇번의 스케줄을 조정하여 주말 저녁에 만나야 한다.  


다양한 가족들을 만난다.  

이제는 일종의 만성질환이 되어버린 암을 치료하는 길고 긴 여정에는

그동안 취약하게 유지되고 있던 우리 삶의 모순과 헛점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오늘 엄마의 보호자가 되어

외래에서 대기하고 약 받고 검사하는 시간 동안

많은 생각이 든다.

인생 별 거 없는데

부모님과 함께 할 시간 별로 남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조금 더 잘 해야겠다. 

내가 도대체 뭘 위해 이러고 사나 싶다. 


엄마 진료 차트를 훔쳐본다.

엄마는 내가 제일 걱정이라고 하셨다. 

내가 문제였나보다. 













  • 2013.08.16 17:46

    비밀댓글입니다

  • 달콤한 우주 2013.08.19 00:30

    제가 유방암 수술을 끝내고 방사선 치료를 앞두었을 때,
    86세이신 아빠의 방광 결석 수술...
    통증이 심해지셔서 신중히 수술을 검토하고 상의하고
    결국 수술을 통해 100개도 넘는 동글 동글한 돌들을 꺼내셨지요.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 시작 되었어요.
    수술 전날까지 노인복지회관에서
    8년째 일본어를 강의하셨는데
    수술이후 치매 증상이 시작되었지요.
    처음엔 섬망증으로 한두달 이후 괜찮아지실거라 했지만
    두달이 지난 이후에도 배회, 불면, 초조, 화냄, 짜증, 엉뚱한 표현들 등등
    전혀 개선되지 않아
    덕분에 저는 방사선 치료를 받는 내내 4시간정도 밖에 못 잤지요.

    이후 아빠는 MRI도 찍고 뇌기능검사도 하고 혈액 검사를 한 결과
    치매 중기...
    이미 4~5년 전부터 진행되었을거라 하시는데
    워낙 낙천적이고 긍정적이고 평생 가르치시는 일을 하셔서
    가족들이 몰랐다가 수술로 인해 더 들어나게 된거라 말씀하시는데...

    덕분에 딸 다섯 돌아가면서 아빠와 시간을 보내고
    맛있는 음식, 운동, 건강식품 이외 처방약 등등 집중한 결과
    어떤 부분에선 치매가 진행되고 있지만
    어떤 부분에선 좀 똘똘해지신 것 같아 (아이 같아지셔서^^)
    더 이상 나빠지시지만 않았으면 바래봅니다.

    자유롭게 자신과 일에 몰입해 살다가
    나와 아빠에게 찾아온 큰변화로
    갑자기 예상치 못한 생활들이 펼쳐지지만
    그래도 오래 오래 내 곁에 계시길 바래요~~~

  • 복이맘 2013.09.02 23:51

    교수님 7685129입니다. 외래를 하고오면 교수님은 참 편안함을 느낌니다. 이글을보니 더욱 가깝게도 느껴지고요. 오늘5차를 맞고 부산에 내려오는데 4차후 검진결과가 좋다고하니 좀 두렵지만 남은3차도 열심히 맞고 스고하시는 교수님께 더 좋은 모습모여드리고 싶어집니다^^ 교수님 진료잘봐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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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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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슨 말을 하면

그녀는 대개 그 내용과 별로 연관이 없는 질문로 응답하였다.


이번에 병이 나빠졌고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고 등등의 심각한 얘기를 다 하고 나면

변비약 없으니까 약 주세요

뭐 그런 식이었다. 

할머니도 아니다. 나랑 나이도 비슷하다.

뭔가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느낌이었다.

내가 병이 나빠졌다고 해도 

남의 일처럼 

'그럼 어떻게 하실건가요?

그렇게 물었다. 


수술 전 항암치료 하고 수술했는데

수술 부위에서 금방 재발하였다.

순식간에 목 근처 림프절 부위로 병이 진행되어 

방사선 치료를 했지만 또 금방 재발하였다. 

주요 장기는 침범하지 않은채

수술한 쪽 유방 근처의 피부, 겨드랑이와 목 림프절, 어깨 부위의 피부 

이 정도로 전이가 진행되었다.

피부 병변이 조금씩 조금씩 진행되어 면적이 넓어져 간다.


마치 피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하거나 방사선치료를 살짝 해주면 다 나을 것 같이

별거 아닌 병변인것처럼 생각되지만 피부재발은 예후가 좋지 않고 약제 반응이 좋지 않다.

주요장기는 다 멀쩡하고 피검사도 항상 정상이다. CT를 찍어도 피부가 약간 두꺼워져 보이는거 빼고는 슬쩍 보면 정상같아 보인다.


그런데 대개의 피부 재발은 예후가 좋지 않다.


HER2 양성이나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에서 수술 후 조기에 피부재발이 나타날 경우 치료가 잘 안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항암치료밖에 할 수 없는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들은 별거 아닌거 같은 병변 때문에 여러 항암치료를 반복하게 되니 환자로서는 잘 납득이 안된다.

환자들은 그냥 다시 수술하면 안되나 그런 생각을 하지만, 

피부 재발은 혈관을 타고 진행되는 전이라서 

부분적인 제거를 하여 눈에 보이는 병변을 없애도 

바로 옆 자리에 또 금방 재발된다. 

그리고 재발되었지만 속도가 느리다. 그래서 낫지 않은 채 시간이 오래 간다.


이 환자도 그랬다. 

환자는 경제적인 형편이 여의치 않아 일을 하고 있었는데 잘 낫지 않고 조금씩 나빠지는 병 때문에 항암치료를 계속 하는 형국이 되다보니 몸이 많이 지쳤다. 너무 피곤해서 하던 일도 그만두었다. 직장을 다닐 때는 항암치료 스케줄과 직장 스케줄, 월차 이런 걸 고려해서 치료 시간표를 짜야 했기 때문에 환자도 나도 외래 시간표를 맞추다 보면 좀 짜증이 났다. 직장 때문에 매주 오는 항암치료는 하기 힘들어했다.


그러나 결국 병이 낫지 않으니 직장을 그만두었다. 

매주 항암치료도 했다가, 

새로운 병변에 방사선치료를 추가해보기도 하다가, 

항암제도 이것저것으로 바꾸어 봤지만 같은 약제로 4번 이상 치료하기가 힘들었다. 그만큼 듣는 약이 없었다는 뜻이다.

그녀가 외래 오기 전날에는 미리 찍은 CT를 보고서 별로 나빠보이는 병변이 없어서 내심 안심하고 외래를 들어가는데, 막상 만나서 더듬더듬 가슴팍을 만지다 보면 지난번에는 안만져 지던 쪼그만 뾰드락지 같은게 새로 만져진다. CT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설마 하고 조직검사를 했었는데 늘 재발이었다.

 

내가 만져보고 별 이상 없는 것 같아 내심 휴우 안도의 숨을 내쉬면 그녀가 말한다. 


선생님 근데요 여기가 좀 이상해요.


그렇게 계속 피부 병변이 새롭게 발견되기를 몇달째.

급기야 기존 피부병변은 성이 나고 진물이 나고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상처전문간호사 선생님께 드레싱 요령을 배워서 더 상처가 나지 않게, 그리고 2차 감염이 오지 않게 교육을 받게 하였으나, 근본적인 문제는 암세포를 콘트롤하지 못하기 때문이라, 드레싱만으로는 큰 도움이 안되었다. 

자기가 자기 가슴을 드레싱 하려니 자세도 어렵고 팔도 힘들다. 


그녀는 나에게 대놓고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내 말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 눈치가 역력했고 늘 실망하는 것 같은 내색을 보였다.

나는 CT를 보고 병이 나빠졌는지 여부를 판단하지만 

그녀는 CT를 찍지 않아도, 외래 오기 전부터 이번 항암제가 자기한테 잘 맞는지 아닌지 알고 있었다.

자기 피부를 들여다 보고 진물 나오는거 보고 만져보면 알 수 있는 거니까. 


CMF

Cyclophosphamide/Methotrexate/Fluoruacil

고전적인 항암제 병용요법이다. 항암제 개발 초기 약제들이다. 반응율도 별로 높지 않다.

삼중음성유방암에서는 다소 효과가 좋다는 후향적인 논문 몇편이 있지만

아직 전향적인 임상연구는 진행된 바 없다.

약이 너무 오래된 구식약이라 이 약으로 임상연구가 진행되지 않는 것 같다. 첨단 신약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는 판국에 말이다.  


그동안 쓸만한 약은 다 썼다. 임상연구도 세번이나 했다. 


나는 환자에게

이 약으로 치료해 보고도 좋아지지 않으면 항암치료를 그만하겠다고 말했다. 


그럼 절 포기하시겠다는 건가요?


환자의 직접적인 질문에 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고 당황했다. 어색하게 입막음을 하고 치료를 시작했다. 


그리고 좋아졌다.

마음이 다급하여 매주 병원에 오게 하여 피부병변을 관찰하였다.

1주일 간격으로 2번 하고 나니

벌겋던 피부도 좋아지고 진물도 안나고 딱쟁이도 생겼다.


선생님, 정말 고마워요.


환자가 나에게 처음으로 해 준 말이다.


왜냐하면 이번 약으로 처음 좋아졌기 때문이다. 


환자는 좋아져야 비로소 의사가 고맙다. 당연한 이치다.


그동안 그녀가 왜 뚱딴지같은 질문을 자꾸 던졌는지 알것 같다.



환자가 고맙다고 하는데 내가 고맙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치료를 잘 못하는 나를 포기하지 않고 

저에게 계속 치료받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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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부러진 3년차 레지던트

말없이 별 내색없이 묵묵히 똑똑하게 일 잘 한다.


상의할 일이 있어서 오늘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제 3년차인데 내과 중 어떤 파트를 하고 싶냐고 물어보았다.

내분비나 종양학과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 

그의 고민의 궤적을 들어본다.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전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같이 지원하는 동기들의 숫자

먼저 그 파트를 선택한 선배들의 진로

과 분위기와 교수님들


그런 상황적인 요인들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 

그런 요인들을 고려한다고 해서 

요령쟁이, 잔머리 굴리기 그렇게 비난할 수 없다.


실재 여자 레지던트들이 밀리는 파트도 있고

최근 몇년간 취업 성적이 별로 좋지 않은 파트도 있다.

대학에 남거나 개업을 하는 것이 모두 가능한 과도 있지만 

감염내과나 종양내과처럼 개업을 할 수 없는 파트도 있다. 

인력이 이미 포화되서 갈만한 자리가 없는 경우도 있다. 


어렸을 때부터의 신념으로

그저 좋아한다는 이유로

어떤 파트를 결정하는 것은

대학이나 과를 선택할 때만큼 쉽지 않다. 더 어려운 것 같다. 

살아보니 다 비슷하더라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 

여타의 모든 것을 다 상쇄시킬만큼 강렬한 열망을 갖고 삶을 추진시킬만한 강한 원동력을 갖게 되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은 것 같다.


몇 차례 지나쳐 온 내 인생의 전환점을 돌이켜 보건데 

나에게 그런 강한 열망이 있던 시절이 있었던 것 같다.

누구나 반대하고 누구나 만류하는 일, 조건이 좋지 않은 상황도

오로지 나의 신념과 열망으로 극복하고 노력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녀에게

어떤 원칙으로 진로를 정하는게 좋다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였다. 

토요일이라 주중의 피로가 쌓여 심신이 많이 지치고 노곤해서 그랬을까?

나도 신념이 없어진 걸까?

설국열차를 보고 나서 그런 걸까?


어느 정도 갈등의 시간이 지나면 그냥 관성으로 살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내 마음 속 내면에서 외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고 

지금 차지하고 있는 몇조각 안되는 자리를 유지하느라 급급하게 되는 것 아닐까?

내 삶의 원칙 중 최소한의 몇가지 요건이 충족되면

나머지 힘들고 고달프고 어려운 일들은 그냥 접고 가슴에 묻어둔 채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그 최소한의 요건을 확실히 하는게 필요하다. 


사십이 넘었건만

그래서 청춘을 위한 각종 시리즈북을 보며 위로와 힐링을 얻기에 시간이 많이 지났건만

그래도 흔들린다.

마음도.

신념도.

꿈도.

희망도. 

 




  • 2013.08.12 02:01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8.12 11:24 신고

      빈혈약은 빈혈검사를 해보고 드시는게 좋겠습니다.
      빈혈약이라는게 철분제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여자는 나이를 먹으면 철분결핍성 빈혈에 잘 걸리지 않아요. 대개 생리양이 많은 젊은 나이게 걸리는 경우가 많죠. 철분을 복용하여 간에 쌓이면 잘 빠져나가지 않기 때문에 나이드신 어르신들의 영양제에는 철분제재를 뺄 정도랍니다.
      지금 어지러움증의 원인은 항암제로 인한 신경손상으로 기립성 저혈압이 생겨서 그런거 같습니다. 신경기능이 손상되서 균형감각을 잘 못 잡는거에요. 그냥 시간이 지나가면 서서히 좋아지구요 어지러운 증상이 유발되는 자세를 피하는게 치료입니다. 앉았다 일어설 때 천천히 하시면 좀 나을거에요.

  • 준서아빠 2013.08.13 10:11

    샘글을 읽게되면 항상 나를 돌아봅니다.

    누가 옆에서 잔소리하는 일이 거의 없어 잘못된 타성대로 살아가게되더군요.

    샘글은 이런 나를 한번씩 돌아보는 기회를 주네요. 복잡한 세상을 사는 아줌마 아저씨로서

    의 동질감을 느끼면서요.

    지난주 외래다녀와서 영수증 정리를 하다가 보니 병원비가 800원 이더군요..

    지금 바깥에선 보편적 복지, 세율등으로 시끄러운데 좀 씁쓸하고 복잡해 집니다.

    의료 복지란 의미가 국민에게 싼거란 의미일까요?

  • 지적카리스마 2013.08.14 15:21

    흔들리는 그러한 마음이야 말로 살아있다는 중거가 아니겠습니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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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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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 예방접종을 문의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설명드릴려구요


대상포진은 우리 몸에 있는 바이러스 (varicella zoster visus) 가 면역력이 떨어진 틈을 타 기승을 부리며 찾아오는 병입니다. 대개 60세 이상, 나이가 들수록 발생율이 높아집니다. 어렸을 때 수두(비슷한 계열의 바이러스로 어렸을 때 걸리는 병이죠) 를 앓았어도 또 다시 찾아올 수 있습니다.


수두는 물집이 생기면서 가려움증이 동반되고 신체 어디서나 생길 수 있는 것에 비해

대상포진은 신경이 분포하는 자리를 따라서 통증과 함께 동반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예를 들면 몸통 한쪽, 얼굴 한쪽에서 어떤 신경이 분포하는 자리를 따라 통증이 시작되다 보니 

처음에는 피부에는 아무 이상이 없고 그저 몸살이 난 줄 알고 파스를 붙이고 진통제를 먹어보지만 낫지 않습니다. 그렇게 몇일 고생을 하고 나면 비로소 물집이 잡히기 시작하면서 진단이 가능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눈으로 아무 이상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병원에 가도 발견하기가 좀 힘든 경향이 있습니다. 대개 환자가 많이 아프고 고생을 하다가 병원에 오면 그때 진단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통증이 매우 심해서 칼로 애이는 듯하다, 도려내는 듯 하다 등등 환자들이 말씀하시는 통증 양상이 무시무시합니다. 이런 통증은 첨이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항암치료 중에는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상포진 발생율이 높고

병을 다 앓고 지나한 후에도 3-4개월 동안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그 후유증이 남아 고생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예방약을 같이 드리지만, 연구에 의하면 그런 예방약들이 큰 도움이 되는지 여부는 논란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예방접종 백신이 나왔다는 뉴스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백신에 대한 임상연구 결과는 매우 우수하여 60세 이상의 정상 성인을 대상으로 백신을 맞지 않은 그룹에 비해 맞은 그룹이 1회 접종만으로도 발생율이나 대상포진 후 신경통 발생비율이 절반 이하로 감소한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나와있는 대상포진 예방접종은 항암치료 중에는 맞으면 안됩니다. 

종류가 생백신 (live vaccine) 이기 때문입니다. 

백신의 원리가 소량의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넣어주면 우리 몸이 알아서 항체를 만들어 내면서 면역성을 획득하게 되는 것이라, 항암치료 중에는 항체를 만들지 못하고 오히려 바이러스 감염이 되어버릴 위험이 높습니다. 

그러므로 항암치료를 하는 중에는 대상포진 백신을 처방하지 않습니다. 원리상 호르몬제를 복용하시는 분이나 허셉틴만 맞는 분들은 면역기능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가능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우리몸의 면역성이 얼마나 되느냐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검사가 없기 때문에 자신할 수 없습니다. 비단 그런 약 투약 이외에도 내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더 궁금하신 부분이 있으면 진료 시간에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정보가 도움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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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유방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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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이 된 슬기.


요즘은 대학가는 방법이 너무나 다양해서

요령있게 입시 전략을 짜는 일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는 사실 그런 걸 잘 모르고 특별히 나만의 대안도 없고 

솔직히 그냥 내버려 두고 있는 편이다.

오히려 우리 엄마만 안달이다.


슬기 말에 의하면 사람들이 요령이 있다고 말하지만 자기가 보기에 그게 다 그거라고 한다.

그냥 하던대로 하면 된다고 한다.

중요과목 열심히 하고

평소에 국영수 하고

슬기는 아직 문과갈지 이과갈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

그걸 결정하는게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예전에는 소위 스펙을 쌓기 위해 토익, 토플을 보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제 그런 건 소용이 없다고 한다. 


자원봉사 점수도 스펙 중의 하나로 이용된다.

그래서 아주 어이없는 프로그램들이 자원봉사로 둔갑하여

대충 시간을 때운 후 자원봉사를 한 걸로 도장을 받아 스펙쌓기에 이용되기도 한다.

슬기는 그런 걸 매우 비판하는 편이다.

자기는 그런 식으로 자원봉사 하는 건 무의미하고 시간낭비라며 맹렬히 비난해 왔다.


그게 무슨 자원봉사냐며 - 예를 들면 공원 휴지 줍기, 그런 걸 왜 고등학생이 자원봉사로 해야 하는 거냐고, 왜 보건소에 나가서 솜뭉치 만들기 그런 걸 자원봉사로 해야 하냐며 비난하곤 했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 활동이냐며 


나이가 나이이니만큼 비판은 잘 한다.

그러나 비판하는 만큼 자기가 뭘 찾아서 할 생각은 안하는 것 같다.


여름방학이 4주밖에 안되는데

학교에서 하는 과학 특강으로 2주를 보내고 나니 2주가 애매하게 남는다.

다른 학원은 안 가겠다고 한다. 


난 슬기에게 우리병원 호스피스팀이 하는 활동 중에 자원봉사자가 필요한 프로그램을 추천하였다.


장기입원을 하는 백혈병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병원 학교가 있는데

거기서 어린이들의 방과 후 과제나 놀이를 도와주는 역할이다.

예전에 내가 본과 1학년 때 재활병원 어린이 학교에서 점심시간에 아이들 밥 먹는거 도와주던 봉사시간이 생각이 났다. 

애들은 언니, 오빠들이 와서 한시간씩 놀아주고 가는 걸 좋아했다.

슬기도 그런 걸 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어린이 학교 아이들은 대학생보다 고등학생을 더 좋아한다고 한다.

대학생보다 고등학생 언니 오빠들이 더 마음이 통한다고 한다. 


어제 슬기가 병원에 와서 교육을 받았다.

2시간 정도 같이 놀아주면 좋은 환아가 있었는데

마침 슬기가 감기가 걸려서 어제 활동을 시작하지 못했다.

슬기는

단순히 감기걸린 것만으로도 아이들과 접촉에 주의해야 한다는 사실에 다소는 마음이 쓰였나보다.

별걸 다 주의해야 하는군 

다소는 충격을 받은 것 같다. 


이번 여름방학은 얼마 남지 않아 자원 봉사를 할 기회가 별로 없지만

이어서 다음 겨울방학에도, 

그리고 내년에도 계속 자원 봉사를 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겠다고 한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배우지 못한,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삶에 대해, 인생에 대해, 가족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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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알러지가 매우 심한데

그 원인이 되는 물질이 매우 다양하다.

초등학교 때 알러지 항원 검사를 해 봤는데

집먼지 진드기가 가장 강하고

계절에 따라 -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즌이 심한데 - 어떤 나무들에 강한 반응을 보였다.

그 때는 달걀, 밀가루에도 알러젠이 있어서 면역 치료를 4년간 받았다.

천식 때문에 15년 이상 고생한 것 같다. 1년에 한달 이상 결석을 했다.

그땐 의료보험이 안되서 병원비가 아주 비쌌는데 

엄마는 당시 내 키보다 더 많은 돈을 병원비로 썼다고 하셨다. 

천식에 좋다고 하여 고양이 뇌도 먹었던 기억이 난다. 

스무살이 넘어 

그 많던 증상 중에 천식이 저절로 좋아졌다.

원래 그렇다. Allergy March라고 한다. 60이 넘으면 다시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서른 살 넘어서 눈물 콧물 증상이 심해져 다시 검사해 봤는데 

검사를 하고 나니 항원 항체반응을 한 등판이 온통 시뻘겋게 변했다.  

달걀, 밀가루의 항원성은 없어졌지만, 그 외에도 여전히 강한 항원들이 많았다. 

계절별 꽃가루, 나무들이 많았다. 


검사 결과지를 잃어버려서 알레르기 항원이 뭐뭐 있는지 잘 기억이 안나지만  

살다보면 

어느 순간에 재채기를 하기 시작하는지, 

콧물이 흐르는지, 관찰해보면 나에게 어떤 물질들이 알러지를 일으키는지 알 수 있다.


어떤 동네를 가면

어떤 산에 가면

어떤 날씨가 되면

찐득찐득한 눈물이 나고 간지럽다.

맑은 콧물이 뚝뚝 떨어지고 재채기를 하기 시작한다. 


운동을 많이 해서 체온이 올라가면 피부도 부풀어 오르고

샤워를 하고 나면 피부에 간지러움증과 발진이 생긴다. 

많이 웃거나 빨리 뛰면 천식이 생긴다. 

한번은 출발하는 기차를 잡아타려고 너무 빨리 뛰었다가 아나필락틱 쇼크에 빠진 적도 있었다.

금속에도 알러지가 있어서 바지 허리춤에 있는 단추 때문에 배를 벅벅 긁기 일수다.


그야말로 나는 알러지의 화신이다. 알러지 교과서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병들이 나에게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알러지를 전공해야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오늘도 진료 중에 환자에게 설명을 하는데

갑자기 맑은 콧물이 뚝 떨어졌다.

나는 허겁지겁 콧물을 들어마시지만(!) 이미 떨어진 콧물은 어쩔 수 없었다.

환자에게 위생상태가 좋지 않아 죄송하다고 사과하였다.

갑자기 분수처럼 콧물이 터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것이 바로 Allergy attack 이다.

코를 킁킁 거리고

눈을 삐죽삐죽 거리고

재채기를 하는 그런 나를 

환자 자리에 앉아 바라보면 저 의사도 참 안됬네 그런 생각이 드나보다.

그렇게 낑낑대는 나에게 진료 중 진단서 떼어달라는 말을 하는게 미안해서

진료 다음 날 따로 일반외래를 찾아와 진단서를 끊어가는 환자도 있었다.

내가 그렇게 안되 보였나...

그래서 나는 먹는 약으로 조절이 안되는 급성발작같은 증상이 발생하면

진료를 보다가도 주사실로 달려가 안티히스타민이나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는다. 

오늘도 그런 날이다.

개시 환자부터 내 상태가 않좋아 보이는지

나를 걱정한다.

몇시간 코풀고 재채기 하고나면 얼굴도 벌겋게 달아오르고 붓는다.

눈도 흐리멍텅해지고 초점을 못 맞춘다.

많은 환자들이 내 상태를 우려한 오늘.

나에게 급성발작을 일으킨 알러젠은 무엇일까?


날씨?


환자?


요즘 뭔가 나를 공격하는 알러젠들이 기승을 부리는 시즌이다.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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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세 유방암 환자.

수술 후 항암치료를 하고 있다.

8번 항암치료가 예정되어 있는데 항암치료 3번 받고 문제가 생겼다.

바로 치질.


평소에 자기한테 치질이 있는지 잘 모르고 지냈던 분들도 있고

몸이 힘들 때면 가끔 치질이 나오기는 했지만 좀 쉬면 바로 들어가서 별 문제가 없던 분들이 

항암치료 중 치질 때문에 고생하는 분들이 은근히 많다.


우리가 대변을 보기 위해서는 

적절한 복압을 이용하여 

연관된 여러 근육들의 조화로운 운동을 조절하는 다이나믹(!)한 과정이 진행되는데

여러 원인으로 인해 장 점막 하 조직이 압박되면 

주위 혈관들이 충혈되고, 항문주위 조직이 변성됨에 따라 

항문관 주위 조직의 탄력도가 감소되면서 

문 주변에서 점막들이 덩어리를 이루다가 밑으로 내려와 

항문 바깥으로 나오는 것을 치질이라고 부른다.

치질은 점막의 상태에 따라 밖으로 나오기도 하고 다시 들어가기도 한다.

손으로 밀어넣으면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안나오기도 한다. 

그러다가 압력을 더 받고 점막의 회복력이 떨어지면 밖으로 나와서 들어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상태에 따라 우리는 등급을 매긴다.

치질이 안 들어간 채로 사는 사람들도 많다.

아프지 않으면 살만 하다. 아주 위험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항암치료를 하다가 백혈구 수치가 감소되는 무렵에 치질이 나오면 

항암치료 때문에 점막이 예민해져 있는 상태라 무척 아프고 따갑고 힘들다.

백혈구 수치가 오르면서 몸 컨디션이 좋아지면 다시 들어가기도 한다.


치질이 생겨 항문 주위가 아프면 내가 엉덩이 검사를 한다. 

너무너무 예쁘고 아리따운 환자도

민망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 환자도 항문이 너무 아프다는 이유로 입원했다.

마침 백혈구 수치가 떨어지는 기간인데 열도 났다.

환자는 항문이 너무 아파서 배 힘을 제대로 조절할 수 없으니 소변을 보는 것도 힘들었다.

당뇨 등 다른 병이 전혀 없는 환자인데, 

단지 치질 때문에 방광근육이 긴장해서 소변을 제대로 못 보고 

1주일 이상 소변줄을 끼우고 있어야 했다.

백혈구 촉진제를 맞고 백혈구 수치가 올랐는데도 한번 나온 치질이 들어가지를 않는다.

항암치료 중이라도 스케줄을 조절하여 치질 수술이라도 해야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다음 번 항암치료 때도 또 비슷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매번 열나고 아프고 힘들고...

아직 가야할 길의 절반도 못갔는데 환자는 치질때문에 너무 고생을 하고 있다.

항암치료를 포기하겠다고 할까봐 걱정이었다. 

그래도 수치가 오르니 통증은 많이 덜해졌다. 

당장 수술하고 싶지 않다고 하는 그녀에게 

그럼 퇴원하고 외래에서 경과를 보자고 했지만 

그녀는 너무 겁이 나서 다음 항암치료도 입원해서 받고 가겠다고 한다. 

그렇게 4번 항암치료를 겨우 마쳤다.


그리고 약을 바꿔서 5번째 치료를 하였다.

탁소텔은 약물 투여 48시간이 지나면 몸살기운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그 통증이 만만치 않아 비교적 강력한 진통제를 드시도록 권하고 있다. 

항암제가 바뀌니 보조하는 약 종류도 다 바뀐다.

약 모양을 보여드리면서, 이 약은 어떨때 드시고, 이약은 어떨때 드시고 교육을 했다.

원래 중간에 다시 항문이 아프거나 열이 나면 외래로 오시라고 했는데

오시지 않았다.

그리고 6번째 치료를 받으러 오셨다.


아이고, 이번에는 항문이 말썽을 안 피웠나봐요. 병원에 안 오셨네요.


네. 

수시로 좌욕하고 변 완화제 먹고 식사 종류 신경쓰고

정말 치질 악화되지 않게 온 신경을 글로 집중했어요.

샤워기로 항문주위를 자극하면 주위 혈관에 도움이 된다면서요? 그래서 계속 항문에 샤워기 대고 있고, 섬유소 많은 음식만 골라먹고, 변 볼때도 신경써서 배에 힘 주고, 정말 치질과의 전쟁이었어요. 그래서인지 다행히 이번 주기에는 별일 없었네요.


탁소텔 맞고 몸 아프고 그러지 않았어요?


이게 몸 아픈 항암제에요? 몰랐어요. 항문에 집중하니 다른 어디가 아픈지도 몰랐어요.


구토감이나 소화장애나 그런 증상은 없었나요?


몰라요. 전 치질에만 신경썼어요. 

그러고 보니 항암제 힘든 거 전혀 몰랐네요.

선생님이 주신 약도 하나도 안 먹었어요. 뭐가 뭔지도 모르겠어요.

약 다 있으니까 이번에는 약 처방 해주지 않으셔도 되요. 


인간 집중의 힘.


어쨋든 다행이에요. 제가 어떻게 해드리는 것보다 환자분이 알아서 잘 관리하신 거네요.

잘 하셨어요.


이번에 치질 때문에 고생을 안하니까

정말 사는 것 같았어요.

천국 같았다니까요.

암도 다 나은거 같았어요.


너무나 활기찬 표정으로 말씀하신다.


입원했을 때와는 컨디션이 완전 다르시네요.

오늘은 옷도 멋지게 입고 오시고 화장도 예쁘게 하시고 항암치료 받는 분인지 모르겠어요.


당신이 도대체 입원했을 때 얼마나 험했으면 선생님이 그러시는거야?


남편이 한마디 하신다.


많이 힘드셨던거 알아요.

저도 오늘 치질이 나온거 같아요. 의자에 앉아서 외래보기가 힘드네요.

정말 부러워요. 


그죠? 

제맘 아시겠죠?


의기양양.


천국은 멀리 있는게 아니다.

나를 성가시게 하는 문제 하나만 해결되도

천국이다.

자기 힘으로 고생길을 피한 환자.

천국의 행복감을 느낄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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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중환자실에서의 완화의료 (Palliative care in ICU)' 라는 주제로 강의 준비를 하고 있다.


중환자실에 입실하는 여러 유형의 환자들

예를 들면 수술 후, 사고, 급성질환, 만성질환이 악화된 경우, 소아환자, 그리고 암환자 중에

내가 강의를 준비하는 부분은 암환자.

그 중에서도 완치 목적으로 수술을 하기 전 후의 조기 암환자들이 아니라 

4기 암환자들의 중환자실 치료에 관한 내용이다. 


중환자실은 unlimited treatment 가 제공되는 공간이다.

환자가 중환자실에 입실했다는 것은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기관삽관,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갖가지 피검사와 수혈 등을 적극적으로 시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관삽관을 하고도 폐기능이 좋지 않으면 환자를 뒤집었다 뉘었다가를 반복하기도, 엄청난 약들을 퍼붓기도, 또한 엄청난 검사가 동반되기도 한다.

그 어떤 비용과 시간, 노력을 들이더라도 환자를 낫게 하는 것이 최고의 목표이다.

기적같은 일이 일어난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의사로서의 보람과 희열을 느낄 수 있다. 

진정 현대 의학의 꽃이다.  

(그러나 한국 의료에서는 적자의료의 꽃이기도 한다. 중환을 볼 수록 적자가 가중되는 우리나라 의료보험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다른 글을 통해 설명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4기 암환자라고 해서 중환자실 입실에서 제외되어서는 안되지만

회생의 가망성이 높지 않은데 최선을 다한다는 이유로 말기암환자가 중환자실에 가서도 안된다. 

환자를 진료하면서 늘 딜레마로 느끼던 주제이다. 

그래서 강의요청이 들어온 것을 핑게함에 이참에 공부를 해보기로 했다. 


공부를 할 때면 늘 느끼지만

나의 문제의식이 새로운 적은 한번도 없었다.

늘 많은 기존 연구들이 진행되어 있다.

논문들을 찾아 읽다가


2007년 NEJM 에 실린 논문 한편이 눈에 띈다.


A communication strategy and brochur for relatives of patients dying in the ICU

중환자실에서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의 가족과의 대화 전략과 브로셔


프랑스의 22개 중환자실에서

환자의 회생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126명의 환자 가족을 임의로 배분하여 

통상적인 형식으로 면담을 진행한 그룹과

End-of-life conference를 통해 가이드라인에 따라 면담하고 관련 브로셔를 준 그룹으로 나누었다.

환자 사망 90일 후에 전화로 설문조사를 하여

환자 사망 후 충격이나 가족의 우울증 및 불안 정도 등을 비교하였다. 


환자가 더 이상 회생하기 어려운 시점이라는 것이 판단되면

실험군에서는 

72시간 내에 End-of-life conference 를 열어

관련 가족과 원래 주치의, 중환자실 스태프, 간호사, 종교인 등 환자 치료와 관련된 사람들이 모여 

환자의 상태에 대해 상의하고

환자 가족들의 입장, 궁금한 점을 묻는 시간을 주었다. 

매번 면담시 참석한 환자 가족의 수, 면담시간, 의사 및 간호사들의 설명 시간, 가족이 말하는 시간 등등을 조사하였다. 

가족들이 말하는 내용을 분석하여 죄책감, 감정표현, 환자의 증상이 잘 조절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중환자실 의료진에 대한 태도 등으로 범주화하였다.

또 환자의 중환자실 입원 기간, 생명연장 장치의 사용유무 등 의료적인 측면도 조사하였다. 


실험군에서 사용한 대화 전략은 VALUE 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정리된다.


V…   Value family statements  가족들이 중시하는 가치 
A…   Acknowledge family emotions 가족들의 감정을 인정하는 것 
L…    Listen to the family 가족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
U…   Understand patient as a person 환자를 한 사람으로 이해하는 것 

E…   Elicit family questions 가족들의 질문을 이끌어내는 것 

이런 원칙이 실현될수 있는 면담을 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되었는지는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되어 있지 않지만, 
면담의 가이드라인을 정한 책자를 중환자실별로 배포하여 
그런 원칙에 맞게 면담하도록 교육했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가족들에게는 환자의 죽음을 준비하고 사별 이후를 준비할 수 있는 브로셔를 제공했다고 한다. 


면담 과정에서의 그룹별 차이가 나타난다.

중환자실 입원기간도 짧았고

생명연장 장치를 유지하는 기간도 짧았다.

환자의 죽음 이후 가족들이 느끼는 스트레스의 정도에서도 현저히 차이가 났다. 


우리라고 못할 것도 없는 스터디인것 같다.




가족을 중환자실에 보내본 사람은 이런 정보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 수 있다. 

담당 의사에게 궁금한 점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듣고, 환자의 상태 변화, 예후에 대해 논의하는 정기적인 면담을 갖는 것, 그리고 의사 뿐만 아니라 환자 진료에 관여된 여러 사람들로부터 환자의 소식을 듣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 것이다. 


실험군에서는 가족이 원할 경우 환자 면회 시간기준을 덜 엄격하게 적용하였다.

가족들은 나중에 그 점에 대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였다.

물론 중환자실은 감염 등 안전 문제 때문에 자유로운 면회가 어려운 공간이기는 하다.

그러나 원칙을 정한다면 면회시간을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는 있을 것이다.  


나는 이 논문을 읽으며

중환자실 회진을 가면 보호자 대기실에 있는 보호자들을 불러내 복도에 서서 설명하는 내 모습이 떠오른다. 때론 가족을 외래 진료실로 오시게 해서 따로 설명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지만, 그건 진짜 환자 상태가 나빠져서 돌아가시 전에 아주 나쁜 소식을 전해야할 때야 비로소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우리 병원 중환자실 진료를 담당하는 호흡기내과 선생님들이 워낙 잘 해주셔서, 그들과의 의사소통에서 어려운 점도 없었다. 급할 때는 직접 담당 선생님께 전화로 상의를 하기는 했지만, 대개 선생님들과 직접적으로 접촉하기 보다는 중환자실 내 담당 전공의를 통해 의견을 전하고 결정을 전달받는 시스템이었다. 내가 좀 소극적이었나?


이 논문을 보며

우리 시스템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계시는 한 선생님께 나의 의견과 질문을 담은 메일을 보냈다.

선생님은 나에게 많은 문제의식을 던져 주셨다. 


이 논문에서는 의료진과 죽음을 앞둔 가족들 사이의 의사소통의 중요성과 정보제공의 측면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지만 우리 현실에는 더 큰 문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완치되지 않는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최선의 치료란 무엇인가, 치료의 기준은 무엇인가, 중환자실 담당 의사와 원래 암환자를 진료하던 종양내과 의사와의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기존 논문을 검토해 보니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4기 암환자들의 중환자실 치료 성적이 좋지 않다. 


내 환자 중에는 4기 환자로 중환자실에 들어갔다가 인공호흡하고 혈액투석까지 하면서 위기를 맞이했지만 잘 치료받고 퇴원하여 지금도 걸어서 외래를 다니며 치료받는 환자들이 있다. 그들은 나의 자랑이다.

그러나 그렇게 회생하지 못하고 생의 마지막을 아무 유언도 못하고 중환자실에서 돌아가신 분들이 더 많다. 아픈 기억보다는 좋은 기억으로 과거를 미화하고 싶은가 보다. 

 

발표 준비를 아직 제대로 다 못해서인지 아직은 결론을 잘 모르겠다.

발표를 마치고 나면

뭔가 좋은 아이디어로 

지금의 관성적인 진료보다는 

대안을 찾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 2013.08.05 22:18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8.06 23:43 신고

      외국에서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완화의료는 medical oncologist가 주로 담당합니다. 다른 질환에서는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저도 완화의료를 잘 실천하고 있는 좋은 병원을 알아보고 있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미국 가기 전 도움이 될만한 활동이라...
      좀더 고민해볼께요
      지금은 잘 생각이 안나서요.
      이메일 주소를 비밀 댓글로 남겨주시면
      나중에 메일로 또 의견교환 하면 좋겠습니다.
      지금 제가 알고 있는 정보가 너무 없어서요.
      죄송해요.

  • 지적카리스마 2013.08.06 19:00

    매번 배우시려는 긍정적인 문제의식이야말로 여러 후배의사에게 귀감이 되시는 것 같네요. 그냥 "헐...."이라는 말밖에 안나오네요.....대단하십니다. 한편으로는 현실에 안주하려는 제가 참 부끄럽네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8.06 23:43 신고


      귀감이라니
      그런 말씀마셔요
      저 별로 긍정적이지도 않습니다.
      글을 좀 그렇게 쓰는 편이에요 ㅎㅎ

  • 해피 2013.08.06 23:08

    일반인은 강의 들으러 못가죠?
    선생님 강의 듣고 싶어요

    공개강의하시는 날 있으면 미리 부탁드려요
    그리고
    명상치료 아직도 하시나요?

    허셉틴 치료중인데 제가 요즘 가족들과 다툼이 잦네요ㅠ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8.06 23:45 신고

      명상치료는 1차 마치고 아직 2차는 시작하지 않았어요
      하게 되면 공지할게요
      이전 치료의 후유증이 남아
      괴롭히나 봅니다.
      운동, 요가, 명상 그런 것들이 도움이 되는데
      결심하고 시작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이번 강의는 의료진 대상이라 일반인들은 참석하기 어려울 거 같아요.
      또 저희병원에서 하는게 아니라 저도 다른 병원에 가서 하는 강의입니다.
      하반기 환자 대상의 공개강의는 아직 잡힌 일정은 없습니다.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3.08.07 00:02

    비밀댓글입니다

  • 2K 2013.08.26 00:41

    저기서 value는 가치가 아닌 '존중하다'의 의미로 쓰인것 같네요. Oncologist를 꿈꾸며 이번에 의과대 수시를 준비하는 학생입니다. 글에서 많은 영감을 얻고갑니다 선생님, 언젠가 뵙게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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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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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

두 아들의 엄마인 그녀는 

큰 벌이는 아니지만 

몇 년간 작은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해 왔다.

건강하다고 자부하였다. 


생리 기간이 되면 가끔 유방통이 있었다.

증상이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고...

그러던 중 우연히 뭔가 만져 지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고 애매하던 차에

직장 건강검진을 하였다.

오른쪽 유방에 뭔가 보여서 조직검사를 했다.


유방암.

크기도 작고 

의사도 별로 심각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크기가 작지만 유두 근처에 있으니 전절제술을 하고 재건술을 동시에 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설명하였다.

그녀는 종양 크기가 별로 크지 않은데 전절제술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어안이 벙벙했지만 의사의 설명에 따랐다.


수술하기 전에 각종 검사를 다했는데 

유방에서 발견되었던 혹 그거 한개 말고는 이상한 게 없었다.


수술을 하고 특별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퇴원하였다.

수술 후 조직검사 결과는 외래에서 들으라고 해서 오늘 외래에 오셨다.

간호사가 귀띔을 해준다. 

환자가 자기 병에 대해 설명을 자세히 듣지 못해

항암치료를 해야하는지 여부도 잘 모르고 있다고. 

왜 종양내과 선생님을 만나야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불평을 했다고 했다며 잘 설명해 달라고 나에게 부탁을 한다. 

아마 밖에서 티격태격 했나보다. 


수술 후 조직검사 결과는 한참 있다 나온다.

결과가 나오기 전에 퇴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면 환자는 자기 병기를 제대로 모르고 퇴원하게 된다.

종양 크기는 1cm에 불과하였지만

겨드랑이 림프절을 14개 제거했는데 4개에서 악성세포가 관찰되었다.

림프절 때문에 1기인줄 알았던 병기가 3기가 되었다.


저는 종양이 작아서 1기일 거라고 들었는데요?


수술 전 영상검사에서는 림프절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 수술 중 감시림프절 검사를 해보니 거기서도 악성세포가 발견되었기 때문에 3기가 된 거에요.

그러니까 항암치료를 6번 혹은 8번 해야 합니다.



그녀는 깜짝 놀란다.


전 1기라서 4번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요?


4번 하는 항암치료는 겨드랑이 림프절이 모두 음성일 때이고 

환자는 4개의 림프절에서 악성세포가 발견되었기 때문에 항암치료를 6번 혹은 8번 하는게 재발율을 낮출 수 있습니다. 


HER2 결과가 면역염색결과에서 2+가 나왔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로 정밀 검사를 해서 양성 여부를 확인하고 

양성이라면 표적치료제를 포함한 항암제 3제 요법으로 6번을 할 것이고,

음성이 나오면 8번 하게 될 거에요.


HER2가 뭔가요?


유방암 세포에서 발견되는 일종의 표지자 같은 거에요.

그게 있으면 꼭 이 표지자를 타겟으로 하는 허셉틴이라는 약을 1년간 써야 해요. 

환자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치료인데,

치료약값은 보험이 되는 반면 유전자 검사비용은 비급여입니다.


또 검사를 한다구요?


새로 검사를 하는게 아니라 

이미 기존에 수술한 조직을 이용해서 검사하는 거니까 환자기 지금 무슨 검사를 또 할 필요는 없어요.


검사비용은 비싼가요?


네, 검사비용은 보험 급여가 안되서 46만원 정도 할거에요.

비싸지만 꼭 해야 합니다. 예후와 치료방법을 결정하게 되는 검사입니다. 


누구는 항암치료를 6번 하고 누구는 8번 하는건가요?


원래 겨드랑이 림프절이 있는 환자에서는 아드리아마시신 포함한 항암치료 4번, 탁소텔 포함한 항암치료 4번 이렇게 하는데요, 올해 6월부터 겨드랑이 림프절 양성이면서 HER2 양성 환자인 경우 6번 항암치료가 보험이 되었어요. 환자 입장에서는 기존의 8번 하던 항암치료를 6번으로 줄이게 되어서 다행이죠. 예전에는 항암치료 8번을 다 하고 허셉틴을 투여해야 했지만, 이제 새로운 용법이 추가되면서 허셉틴을 항암제와 같이 투여하기 시작할 수 있게 되어 허셉틴도 빨리 시작하고 전체 치료기간도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HER2 유전자 검사를 확인하여 다음주에 결과를 보고 항암치료를 시작하겠습니다.


 항암치료를 하면 다 끝나는 건가요?


치료 후에 방사선치료도 해야 하구요, 호르몬 수용체 양성이니 5년간 호르몬제를 매일 하루 한알씩 드셔야 해요. 그건 그렇게 많이 힘든 치료가 아니니 너무 걱정은 마시구요.


5년이나 약을 먹어야 한다구요?

방사선 치료도 해야 하구요?


1cm 짜리 종양 한개인 줄 알았던 병, 1기 초니까 간단하게 수술하면 다 끝날 거라고 생각했던 병이, 

항암치료 수개월, 

한달 반 이상의 방사선 치료, 

1년의 표적치료, 

5년의 호르몬치료를 다 받아야 한다고 하니

환자는 어이가 없나보다. 


환자 나이가 30대 중반이라 BRCA 검사를 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또 BRCA 검사에 대해, 그 의미에 대해 설명하였다. 

내 병이 자식들에게도 유전이 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게 좋겠다고 설명하니

환자는 이제 더 이상 질문하지 않는다.


산 넘어 산

그녀는 충격이 가시지 않는 표정이다.

그렇게 심적인 충격과 부담을 계속 느끼는 상황에서 내가 무슨 설명을 계속 해봐도 별 소용이 없다. 환자들은 잘 기억을 못한다. 설명이 귀에 들어오지 않으니까.  

나한테 한마디 할수록 치료가 늘어간다. 


난 그 이유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설명했다.

나머지 더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다음주 HER2 유전자 검사 나오고 나서 외래볼 때 더 얘기해자고 하였다.

그래도 그녀는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


유방암은 왜 생기는 건가요?

전 인스턴트 식품도 잘 안 먹고, 술담배도 안하고, 주위에 암 걸린 가족도 없고, 

뚱뚱하지도 않고 결혼도 했고 늦지 않은 나이에 애도 둘이나 낳았는데...


알려진 위험요인이 없다.


제가 도대체 뭘 잘못한 거죠?


환자 잘못 아니에요.

유방암이 왜 생기는지 잘 몰라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연구하고 있지만 말이죠. 


이렇게 병 걸려서 잔뜩 치료해도 또 재발한다면서요?

원인을 알아야 예방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외래 마지막 시간에는 신환이 몰려 있다.

나는 그녀들에게 엄청난 치료 스케줄을 전달해야 한다. 

신환들과 이렇게 긴 대화를 나누고 나니

목이 아프다.

그래도

환자들 마음만큼 아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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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기아빠 2013.08.06 16:00

    선생님 오랜만입니다. 다음주에 치료 후 처음으로 검사를 받습니다. 검사 날이 다가올수록 아내는 평소에 비해 불안하고 짜증스러운가 봅니다. 그래서 지난 주에 휴가를 받아 평소 가 보고 싶어했던 경북 청송군 주산저수지에 다녀왔습니다. 비록 그림이나 영화에서 보았던 그 풍경이 아니어서 실망을 했지만. 영덕 강구항에 가서 대게도 먹고, 포항 호미곶에 가서 바다도 보고, 고향 친구집에 가서 마당에서 삼겹살도 구워먹고. 재미있는 추억거리를 만들어 왔습니다. 우리 아들 딸하고 같이. 검사 결과 아무 이상 없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8.06 23:40 신고

      6개월에 한번씩 하는 검사
      그 검사가 주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아내분을 잘 이해해주시고 기다려주세요.
      별일 없을 겁니다.
      검사 마치면
      또 놀러가세요.

  • 해피 2013.08.06 23:20

    암에 걸린 사람은 암에 대해 자세히 알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간혹 초딩수준의 설명으로ᆢ마무리 짓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환자 나이와 관심도에 맞게 기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밤새며 인터넷을 뒤졌던 기억이 나용

    그나마 선생님이 올려놓으신 정보를 보며 무지에서 눈을 뜨기 시작하였구
    그 정보가 제게 힘이 되었답니다

    진심 감사드려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8.06 23:40 신고

      제 정보가 도움이 되셨다니
      매일 블로그 글을 쓰기 위해 애를 쓰는 저에게
      격려가 됩니다.

  • 이애란 2015.12.05 22:44

    이곳에서 글을 읽으면서도 이해도 잘안되면서
    두려운 마음만 앞서요ᆞᆞ
    전 유방암2기 림프선전이없어서 부분절재하였고요
    혹은1. 8센치2.1센치 주위에 아주적은것들이 있어서 제거했다고 하셨어요
    항암약한거 12번 방사선33번 받으면서 항암약복용하고 있으며 방사선 끝나면 허셉틴치료1년 들어간다 하시더라구요
    HER2가 진짜 위험 한건지요?
    HER2가 있는 사람은 치료 효과나
    전이가 빠른지요?
    HER2가 있는 사람은 수명이 얼마나 되는지요?
    지식이 없다보니 암이란 존재가 무섭기만 합니다

  •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5.12.06 06:27 신고

    HER2 유전자 변이는 그 자체로 공격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나쁜 예후인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허셉틴이라는 HER2 표적치료제가 나오면서 치료 성적이 향상되어 나쁜 예후인자의 의미가 상쇄되고 있습니다.
    지금 받고 계신 치료가 표준치료로서 좋은 성적을 보이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고 지금은 완치를 위한 치료이니 수명 여부를 궁금해 하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주치의가 아니기 때문에 환자분 관련된 정보는 알지 못하므로
    저는 일반적인 사항에 대해 설명드립니다.
    더 궁금한 점은 주치의 선생님과 상의하시면 좋겠습니다.
    지식을 아는 것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잘 사는게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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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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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보다 보면

왠지 그냥 정이 가고

안쓰럽고 

어떻게든 챙겨주고 싶은 나만의 VIP 환자가 생긴다.


그렇지만 

내가 그렇게 챙겼던 

VIP 환자들은 결국 다 돌아가셨다...


아무리 내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지만

병은 뜻대로 되지 않았고

환자 임종의 순간을 맞이하면 속상하고 허탈한건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내 VIP 환자의 가족들은 환자의 죽음을 편안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들은 가족으로서 최선을 다했고

환자의 예후에 대해 담당의사와 충분히 커뮤니케이션했고

사람의 힘으로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에

준비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렇게 가신 분들은 다들 연세가 꽤 있으셔서 환자 본인도 당신 죽음에 대해서도 예상하고 계셨고 

가족들의 헌신적인 사랑과 지지를 받으셨던 분들이었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진료한 나의 VIP 는 30대 중반의 여자 환자이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재발되는 난소암으로 수술과 항암치료를 반복하고 있다.

이제 난소암 치료로 보험이 되는 약이 없다.   

산부인과에서 6년간 치료를 해 왔다.

환자 상태에 따라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그때마다 환자는 좋아졌다.

그러나 얼마전 세번째 수술 후 나에게 환자를 의뢰하셨다.

담당 선생님이 전과하시면서 신신당부를 하신다.

어떻게든 꼭 좀 치료해 달라고. 

젊은 환자고 컨디션 좋으니까 신약으로 하는 임상연구 같은걸 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부탁하셨다. 

ㅠ ㅠ 


그러나 나라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수술을 했지만 수술 후 찍은 CT에서는 

그새 다른 곳에서 병이 재발되고 있다.

종양 수치도 1000에 육박한다.

환자 기록을 정리하면서 

난감했다.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나보다 열배 컨디션이 좋아보이는 그녀

나보다 백배 예쁘고 고운 피부

지금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집안 형편이 어렵기 때문에 본인이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고 한다. 

내가 정리한 무시무시한 의무기록과 달리 생활인으로 열심히 인생을 살고 있는 그녀.

어떻게 이런 몸으로 치료받는 환자가 이렇게 살고 있는 걸까... 겉으로는 멀쩡해 보인다. 


그녀가 

난소암 치료도 받고

본인의 일상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야 했다.

환자는 저 멀리 지방에 산다.

가족은 만나본 적이 없다.

늘 혼자 병원에 다닌다.

지난 6년간 그렇게 치료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토요일 진료를 하기로 했다.

내 진료 시간표와 상관없이 그녀의 일정에 맞추어 주기로 했다.

보험이 안되는 항암제 치료를 감당할만한 경제적인 여유가 없다.

사회사업팀에 도움을 요청했다.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얼마전 결재가 완료되었다. 

오늘 두번째 항암치료를 하는 날.

이번 치료가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독성이 있었지만 나름 잘 견딘 것 같다. 

다음 번 오실 때 CT를 찍고 종양표지자를 검사해 보기로 했다. 


옷차림도 깔끔하게

화장도 예쁘게

당당해 보이는 그녀

그런데 난 그녀의 외로움과 고뇌를 읽을 수 있다.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는 없다' 그런 말로 위로하기에

그녀는 너무 젊고 삶의 짐이 무겁다. 


그냥 기도할 뿐이다.

계속 나빠지는 병의 속도를 멈출수만 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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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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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전이 이후 4년이 넘도록  

의사가 처방한 호르몬약을 먹지 않고 지냈다며 충격 고백 (2013.7.27 블로그에 올린 글) 을 했던 그녀가 일주일이 지나 다시 외래에 왔다.



그녀의 충격 고백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떤 치료를 할지 고민해야 했다.

보험으로 다시 페마라를  처방하는게 가능한지 알아보았다.

대답은 안된다는 것.

나도 내심 원리상으로 안될 거라고 생각했다. 

환자가 비보험으로 비용을 다 지불하고 약을 처방받겠다고 해도 

그것은 '임의 비급여'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했다. 

임의 비급여는 절대 처방하지 말라고 했다. 

이건 안타까운 일이다.

페마라 한달에 이십만원이 채 안되는데 

환자가 지불할 능력과 의향이 있으면 이 환자에서는 페마라를 쓰는게 좋은데... 

어쩔 수 없지. 뭐. 

나는 이렇게 어이없는 사태를 초래한 데에는 

그녀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의사로서 폐경 후 여성에서 첫번째로 쓸 수 있는 페마라를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안타까왔지만

별로 애가 타지는 않았다.

솔직히 마음 속으로는 화가 나기도 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싶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찍은 사진을 보니 새로운 병이 생긴 것은 확실하다. 치료가 필요하다.


원래 폐경 후 여성의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로 페마라나 아리미덱스, 아로마신 등의 먹는 약이 보험이 된다. 한달에 한번 맞는 주사약 파슬로덱스도 약효가 좋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보험이 되지 않는다. 이 환자는 페마라와 아로마신이 처방으로 나간 상태이다. 아리미덱스는 기전상 페마라와 같은 약이다. 현재 이 환자에서 보험으로 가능한 약은 폐경 전 여성에서 사용하는 타목시펜 뿐이다. 항암치료를 하기에는 병이 심하지 않다. 아직 병은 뼈에만 국한되어 있다. 여기 저기 뼈로 전이된 곳이 많지만 병변이 아주 작고 뼈의 구조를 파괴하지도 않았고 증상도 별로 없어서 굳이 항암치료를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난 내심 타목시펜을 다음 치료약으로 결정하고 있었다.


다만 

내가 다시 새롭게 다른 약을 처방한다 하더라도 

지난 4년동안 의사에게는 아무말도 안하고 자기 맘대로 약을 안 먹고 지냈던 그녀의 과거를 생각하면

또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나이 20이 넘으면 자기 습관이나 행태, 가치관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이 약도 흐지부지 않 먹고 그러면 어떻게 하나.

나한테는 치료를 제대로 받겠다고 각서라도 받아야 하나.

어떻게 협박을 해야 하나.

어떻게 충격을 줘야 의사가 시키는대로 말을 잘 들을까.

별 생각을 다 해보았지만 

뾰족한 답이 없다.

자기 운명대로 살게 되겠지.

이 환자에게 내 노력과 감정을 너무 많이 소모하지 않아야 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그녀에게 이상의 상황을 다소는 썰렁하게 설명하였다.

페마라는 더 이상 처방할 수 없다고.

이러저러한 설명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그녀를 원망하는 말을 내비치고 말았다.


왜 그러셨어요...

좋은 약인데 제대로 써 보지도 못하고 포기하게 되었잖아요.

제가 오늘 드리는 약도 먹어보고나서 

힘들다고 안 먹고 그럴까봐 걱정이에요.

그러면 이제 우린 대안이 없어요. 

항암치료로 넘어가야 되요.

지금은 굳이 항암치료 할 단계는 아니에요. 

호르몬제가 힘들었다고는 하시지만 항암치료가 더 힘들다구요. 

그럼 그땐 어떻게 해야 하나... 

병원에 입원시켜서 사지를 결박하고 서라도 항암치료를 받게 해야 하나..

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네요.


...


제가 오늘 처방한 타목시펜은 앞으로 잘 드실 건가요?



타목시펜도 예전 페마라랑 비슷한 부작용으로 환자를 괴롭힐지 몰라요. 그거 잘 참을 수 있겠어요? 환자 결심이 중요해요. 그렇게 흐지부지 할거면 난 환자 진료하고 싶지 않아요. 치료는 의사 힘만으로 잘 되는게 아니에요. 환자가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진료받고 노력해야 하는 부분도 많다구요. 이 약 잘 드실거에요?



나의 끝없는 잔소리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고분고분 계속 예스라고 대답한다.

정작 할 말을 다 하고 보니 내가 민망하다. 



지난 주에 선생님이 저 때문에 화내고 속상해하고 설명하시는 걸 보고

솔직히 감동을 받았어요.

이렇게 나한테 잘 해주실려고 하는데 

선생님 말씀을 잘 들어야 겠다 그런 결심을 하고 오늘 온거에요.


갑자기 내가 당황스럽다.

의사에게 입과 귀를 닫고 수년을 지냈던 그가 

먼저 말문을 여니 뭔가 좋은 조짐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도대체 어떤 증상이 힘들어서 페마라를 안 드신 건가요?


이미 환자에게 물어본 질문인데 

톤을 바꿔서 질문을 다시 한번 해본다. 


사실은요

부부관계할 때 너무 아팠어요.

그러니까 남편을 피하게 되고

그러니까 남편이 나한테 불만을 갖는것 같고...

약을 안 먹으니 바로 괜찮아 지더라구요

다시 약을 먹어 봤는데

부부관계할 때 내 몸이 조각조각 다 찢겨져 나가는것 같았어요. 

도저히 부부관계를 할 수 없었어요.

남편은 자꾸 요구하는데 뭐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누구랑 상의하기도 그렇고, 

물어볼 데도 없고...


당시 주치의는 남자 선생님이셨다. 

의사에게 상의해 볼 생각은 전혀 못했다고 한다.


지금 이 약을 다시 먹으면 

또 다시 비슷한 상황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요즘은 부부관계 별로 안해요.

나이 먹어가니까 뜸해지는거 같아요.


페마라나 타목시펜 모두 유방암 치료에 사용하는 호르몬제는 

여성 호르몬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질이 건조해지고 위축되서 부부관계 하는게 힘들어요. 대부분 다 그래요. 

그러니까 윤활제나 질 점막에만 흡수되도록 만든 에스트로젠 젤 같은 걸 부부관계 하기 전에 바르고 나서 해야 되요. 안그러면 아파요.



진료실에서 이런 얘기 잘 안한다.

안하기도 하고

못하기도 하고 그렇다. 

그런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외국에는 종류별로 다양한 윤활제와 호르몬 젤, 크림 등이 있어서 

환자 상황에 맞게 처방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에서 가용한 제품이 몇가지 안된다. 

언제 한번 가서 왕창 사오고 싶다. 


그리고 

유방암 환자와 배우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나 상담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서적인 교감과 믿음이 있다면

환자가 훨씬 덜 힘들것 같다. 

우리나라는 젊은 유방암 환자가 많으니 이런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주 후에 그녀를 다시 만나기로 했다. 왠지 꼬박꼬박 잘 먹고 오실 것 같다.

그 사이에 나이를 더 먹었으니 

이제 폐경증상이 별로 심하지 않을 것이다.


긴 치료의 여정,

나 아픈거 남에게 말하기 싫다. 

터놓고 상의하기 어려운 증상들도 많다.

환자들은 그런 증상이 자기에게만 있는 줄 안다.

걸 끙끙 싸짊어지고 혼자 괴로워 하느라 더 힘들다.  

참 힘든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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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 나를 만나는 환자들

혹은 항암치료를 먼저 하고 수술을 하는게 나을 것 같다는 외과선생님 말씀을 듣고 '수술도 못할 정도로 나빠졌나' 싶어 낙담한 채 나를 만나는 환자들


나는 매일 

그렇게 두려움 가득한 눈동자로 나를 쳐다보는 

유방암 환자들을 만난다. 

무슨 말로 그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고 지지할 수 있을까?

무엇으로 그들의 불안을 달래줄 수 있을까?


난생 처음 암을 진단받은 사람은 그 누구도 흔연스러울 수 없다.

90이 넘어 폐암을 진단받으신 나의 외할머니.

70이 넘어서까지 당신이 손수 장부 정리하고 당신이 직접 뛰어 다니며 어음과 부도를 막으며 사업을 하셨던

우리 가족의 최고 대장부 외할머니도 

큰아들을 먼저 보내고 난 후 

내가 죽어야 하는데 죽어야 하는데 입버릇처럼 말씀하시곤 했지만

폐암 뇌전이를 진단받던 그 때

그렇게 말씀하셨다.

'나 죽고 싶은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치료받고 살고 싶은 가보다. 죽는게 무섭네.'


암진단을 받은 환자는 

놀라고 두렵고 분노하고 슬픈 그 온갖 복잡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다. 

누구도 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다.

힘내라는 말 한마디에도 환자는 짜증이 난다.

이 세상 사람들은 나만 빼고 다 행복한 것 같다.

날씨가 좋아도 슬프다. 

안 그래도 삶이 팍팍한데, 먹고 살기 힘든데, 암이라니...

그런 환자를 지켜보는 가족도 힘들다.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어떻게 격려해야 할지

무엇으로 그를 도와야 할지


그렇게 혼란스러운 감정과 상실된 삶의 의미를 채 부여잡기도 전에 치료가 시작된다.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몸과 마음의 고통의 시간이 흐른다. 

스스로 애를 쓰고 의미를 부여한다.

내 인생에 이런 시련이 찾아온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위기를 잘 극복하여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러나 

암 진단의 충격보다

정작 환자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일차적인 치료를 마친 후 남겨진 무한정한 일상이다. 

이제는 나의 병에 대해 무덤덤해진 가족들

치료 이전의 나로 돌아가기에 허약해진 몸과 마음

다시 일터로 돌아가기엔 너무 경쟁적인 직장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을 수 없다.


허전하게 비어버린 나의 한쪽 가슴을 볼 때마다, 

매일 몸을 씻을 때마다

새삼 환자가 된다.

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의사는 완치가 되었다고 하지만 

환자는 알고 있다. 

재발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거라는 걸. 

잘 견디고 있는 줄 알았는데

순간 몰려드는 두려움, 외로움, 억울함. 

그런 감정을 조절하기 힘들다. 





나 때문의 겨우 이루어 놓은 우리 가족의 안정이 깨지면 안된다는 부담으로, 

자신의 아픔을 드러내기 힘든 엄마 유방암 환자. 

치료 후 나의 직업인 웃음치료사를 포기하고, 가정으로 복귀했지만 

생각만큼 행복하지 않다. 

알수없는 무력감, 각종 폐경기 증상으로 몸은 나날히 힘들고 우울감이 더해간다. 

 


가족과 아내를 소중히 여기면서도 

자기 감정 하나 제대로 표현할 줄 모르는 

적당히 나이를 먹어가는 40대 후반의 남편

도대체 아내의 마음을 읽을 수 없다. 

안 그래도 썰렁해진 아내와의 관계, 치료 후 더욱 더 멀어져 가는 것 같다. 



성공과 출세를 위해 오로지 대입에 매진할 것을 요구하는 세상의 잣대를 피해 

춤추는 나를 꿈꾸며 비상을 준비하는 고등학생 딸.

그런 자신의 꿈과 내면을 내비칠 틈도 없이 엄마는 유방암 치료를 시작했다. 

엄마의 곁을 맴돌기만 하는 아빠. 

치료가 끝난 엄마는 이제 더 이상 바쁘다바쁘다를 외치며 활기있게 살았던 예전의 멋진 엄마가 아니다.다. 

매사가 우울해져 버린 우리집.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아직 사랑이 뭔지도 잘 모르는데 

남은 한쪽 가슴으로 삶을 사랑하며 살 수 있을지 자신이 없는 아가씨 유방암 환자.

이것이 사랑인가 처음 느끼게 해 준 남자친구를 만나는 것이 부담스럽다. 

그가 곁에 있지 않으면 너무나 허전하고 외롭고 슬픈데

그가 곁에 있으면 부담스럽고 미안하고 화가 난다.

내 모습이 더 초라하게 느껴진다. 

아무말 없이 그를 떠나고 싶다. 

마음아픈 사랑은 하고 싶지 않다.


https://www.youtube.com/watch?v=EfWWQDQykoQ (스마일 어게인 예고편)


이런 사람들이 등장하는 영화 '스마일 어게인'. 영화 간첩점쟁이들연출에 참여했던 박유영 감독과 함께 영화사 울림’ 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참여했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내가 진료실에서 매일 만나는 우리 환자와 그 가족이다.

나는 병원 진료실에서 아주 짧은 순간 그들을 만나지만

그들이 병원이 아닌 다른 삶의 공간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어떻게 이겨내려고 노력하는지 잘 모른다.  


암은 진단받고 수술하고 치료하면 끝나는 한순간의 병이 아니다.

우리 삶 내면의 질서를 교란하고

자아를 좀 먹고

관계를 위협하는

그런 사건으로 남아있다.

암을 진단받고 치료받는 것은 

바람처럼 지나가는 위기의 한 순간이 아니라

한번 내 인생에 자리를 잡으면 나갈 줄도 모르고 이일 저일에 끼어들며

나의 정체성을 위협한다.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아주 유명하지는 않다. 

영화의 스토리도 아주 특별하지 않다.

너무나 일상적이고 너무나 평범하고 남루한 우리의 일상 그 자체이다.

그리고 영화의 결말조차 평범한 나도 실천할 수 있을 법한 해법을 보여주는 

특별하지 않은 영화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나면 어쩔 수 없는 눈물이 난다. 

그리고 아프고 고통스러운 시간은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주고 비루하게 사랑을 나누는 이벤트를 함께 나눔으로써 극복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된다. 



이 영화의 시사회가 

8월 6일 화요일 오후 5시 30분 

삼성서울병원 본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열린다.

무료. 누구나 가서 공짜로 볼 수 있다.

나는 줄거리를 엮고 대본을 쓰는 과정에 참여하였다. 

우리 환자와 가족들을 위해 이 영화가 널리 홍보되었으면 좋겠다. 


환자들을 위한 영화라기 보다는

암환자의 가족들

암환자의 친구들이 보았으면 하는 영화이다. 


영화는 DVD 로도 만들어져 병원별로 배포될 예정이라고 한다.

시사회를 보지 못했지만 관심있는 사람은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 02-3410-6617 로 연락하시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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