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검색 결과

112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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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3.17 - 이수현 슬기엄마

    엄마의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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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2.13 - 이수현 슬기엄마

    언제 나쁜 소식을 전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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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2.12 - 이수현 슬기엄마

    고생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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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1.11 - 이수현 슬기엄마

    처음으로 찍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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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2.28 - 이수현 슬기엄마

    서로 맞잡은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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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1.28 - 이수현 슬기엄마

    모진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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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1.01 - 이수현 슬기엄마

    기적의 책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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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0.22 - 이수현 슬기엄마

    마사지 한번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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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0.17 - 이수현 슬기엄마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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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0.15 - 이수현 슬기엄마

    동영상으로 엄마를 찍는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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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0.14 - 이수현 슬기엄마

    약한 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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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0.12 - 이수현 슬기엄마

    다시 만날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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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0.06 - 이수현 슬기엄마

    어린 보호자 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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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0.01 - 이수현 슬기엄마

    가족 간병의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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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9.25 - 이수현 슬기엄마

    환자의 칭찬에 목이 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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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9.04 - 이수현 슬기엄마

    우물 안 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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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9.01 - 이수현 슬기엄마

    서태지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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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8.21 - 이수현 슬기엄마

    가끔은 믿을 수 없이 놀라운 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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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8.17 - 이수현 슬기엄마

    스킨쉽을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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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8.15 - 이수현 슬기엄마

    나의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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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8.13 - 이수현 슬기엄마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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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8.10 - 이수현 슬기엄마

    무엇을 남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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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8.09 - 이수현 슬기엄마

    Early palliative care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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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6.27 - 이수현 슬기엄마

    엄마의 죽음. 양가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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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6.13 - 이수현 슬기엄마

    박카스 같은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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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6.02 - 이수현 슬기엄마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아들을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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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5.15 - 이수현 슬기엄마

    이제 항암치료 하지 않아도 초조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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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4.26 - 이수현 슬기엄마

    잘 돌아가셔서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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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4.12 - 이수현 슬기엄마

    우울한 상념은 함께 먹는 것으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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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4.10 - 이수현 슬기엄마

    아이패드 노트북 기증 프로젝트 2탄 - 영화 추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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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했건만

온 가족이 노력했건만

엄마는 힘겹게 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돌아가셨다.

 

아직 많이 늙지 않은 엄마.

아직 많이 크지 않은 동생.

아직 어른이 될 준비가 부족한 나.

인생의 모든 것을

완전히 누리고 이해하고 받아들일 준비를 미쳐 하지 못한 상태에서

엄마는 돌아가시고

자식들은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를 가지고

어색하게 일상으로 돌아갔다.

3월 새학기를 맞이하기 전에 시간맞춰서 돌아가신 것 같다.

3월부터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라는 엄마의 당부이실까?

 

엄마의 일기장을 통해

엄마 생애의 마지막 심정을 유추해 본다.

끝까지 자식걱정

진로를 정하지 못한 고등학생 딸과의 실갱이

몸이 좀 나아지만 뭘 해봐야겠다는 결심

그리고 일기장 한 구석에는

몸을 좀 추스리게 되면

나를 만나고 싶다며 내 이름 석자를 적어놓으셨다고 한다.

 

나는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환자

그녀의 딸과 몇 차례 상의한 적만 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후

딸이 엄마의 일기장에 내 이름이 적혀있더라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마지막 여정의 힘든 시간에

누군가가 필요했던 엄마

본 적도 없는 나를 의지삼고 싶어했던 그녀의 고독함이 느껴진다.

 

딸은 나에게 당부한다.

늘 환자들을 많이 사랑하고 아껴달라고.

마음 속 우물에 마르지 않는 샘물이 나오는 것처럼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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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치료를 언제 그만 둘 것이냐에 대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의견은

세가지 각기 다른 용법으로 치료했으나 연속적으로 반응이 없을 때이다.

 

그렇게 약제 반응이 좋지 않을 때는 추가적인 치료를 해도 약제의 반응을 기대하기보다는 독성에 의한 환자의 손해가 더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생존기간을 연장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고 환자 삶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더 이상의 치료는 권고하지 않고 있다.

약제 반응율은 치료 초반기 일수록 좋기 때문이다. 치료 후반기로 갈수록 약제에 감수성이 높은 세포보다는 저항적인 세포가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런 원칙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환자의 컨디션이 너무 좋을 때

치료 독성이 심하지 않을 때

환자의 치료 의지가 강할 때

아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약제가 남아있을 때

 

다시 치료에 도전하게 된다.

 

매번 CT를 찍을 때 마다 내 마음은 철렁, 사진이 그렇게 나빠져 가는데, 환자는 별 증상도 없고 독성도 잘 견디고 있다. 치료의 의지도 강하다. 의사의 지시를 잘 따른다.

 

그렇게 치료를 해 온지 어언 3년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이 서서히 나빠진 것에 비해

각종 혈액검사는 정상 수치를 가리키고 있었다.

증상도 없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황달 수치가 급상승하기 시작한다.

 

나는 올 것이 왔구나 싶지만

환자와 가족은 청천벽력이다.

더 이상 치료하지 못할 것 같다, 지금 황달을 떨어뜨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진통제로 통증만 조절하겠다는 나의 설명은 가족들에게 수용되지 않는다. 최근 2주만에 황달 수치가 10이 넘었다. 수치의 증가속도가 매우 빠르다. 환자의 컨디션이 좋지는 않아도 아주 나쁘지도 않다.

이렇게 갑자기 나빠지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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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전이가 진행되고 있다. 

항암치료를 하면 좋아진다. 그러다가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가면 다시 재발을 한다.

약제를 바꿔서 항암치료를 하면 다시 좋아진다. 그러다가 또 다른 곳으로 전이가 진행된다.

유방암에서 써볼 만한 약제는 다 썼다. 이미 쓴 약도 쓴지 오래되었으면 다시 써보기도 했다.

이제 더 쓸 약이 없다.

 

황달 수치는 5를 전후로 왔다갔다 한다.

혈소판 수치가 낮아 골수 전이가 의심되지만 골수검사를 해서 전이를 증명한다 하더라도 치료적 대안이 없기 때문에 굳이 검사의 의미가 없을 것 같다. 혈소판 수치는 수혈을 해야할지 하지 말지 애매한 상태.

환자와 가족은 이미 너무 많은 경고를 들은 바 있다.

언제든 돌아가실 수 있다고...

그날이 오늘 일수도 있고

한달 후일 수도 있고...

그렇게 몇달이 지나가고 있다.

특별한 증상은 없다.

좀 기운이 없고...

피곤하고...

 

환자는 입원을 하면 회진을 돌 때마다 경고하는 전공의와 주치의를 만나는 것이 무섭다.

다 알아 들었는데,

다 알고 있는데

자꾸 반복해서 설명한다.

병원가기가 싫다.

 

++++++++++++++++++++++++++++++++++++++++++++++++++

 

나쁜 소식을 전하는 것은

늘 어려운 일이다.

 

몸 상태가 나빠지면

환자들은

스스로가 그날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아챈다.

그래서 난 너무 반복적으로 설명하지 않으려고 한다.

다만 가족들에게는 나쁜 예후가 예상됨을 설명해준다.

애둘러서 말하는 내 말 뜻을 잘 알아채지 못하는 가족도 있다.

그래도 난 그들을 내 방식대로 이해시키려고 애쓰지는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다 눈치를 챌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그런데

가끔 이런 룰이 잘 통하지 않는

어려운 경우를 만날 때가 있다.

치료를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나의 설명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과연 어떤 시점에 나쁜 소식을 전했어야 했을까...

눈물로 이 밤을 지새는 가족에게 나는 어떤 위로를 전해야 할까...

 

 

 

 

 

 

 

 

  • 2013.02.13 23:31

    어제 오늘 교수님께서 쓰신 글. 미래 내가 감당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척 심란하네요. 당분간 들어오지 말까봐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2.14 08:32 신고

      미안해요
      마음 무거운 글이에요
      사실 저는 매일 이런 일을 고민한답니다. 그런 환자와 가족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한번은 직면해야 하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가족에 전이성 암 환자가 있다면 말이죠
      슬픈 현실이지만...

  • 준서아빠 2013.02.15 11:37

    샘님도 힘내세요.. 저는 않좋은 얘길 들을때마다 선생님눈을 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보게 됩니다. 느낄수 있습니다. 많은 환자가 있고 직접적인 가족은 아

    니지만 잠시 가족처럼 감정전이가 되어 있다는걸..


    얘기않해도 듣는 가족들은 아실겁니다.. 얘길 전하는 샘도 가슴아픈걸..

  • 준서아빠 2013.02.15 11:49

    샘님 진짜 오랜만에 뵙네요. 그동안 샘님글은 항상 보고는 있었지만 집사람의 경과가 좋지 않고 바쁘고 등등.. 해서 오랜만에 왔네요. 아마 당분간도 그럴듯 합니다.

    집사람의 진단이 새로 나왔습니다. 어제 저녁에 MTX toxicity, leukoencephalopathy 라는
    의견이네요.. 근거있는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래서 오늘부턴 antibio, fungal 다 stop 하고 욕창 flap op 의뢰나가고등등 discharge 생각하고 있습니다.

    반응이 없네요.. 준서엄마 목소리듣고 싶은데 들은지 진짜 한참인데..
    참 그동안 몰랐었나봅니다. 이사람이 나한테 얼마나 소중한지.
    어제가 결혼 기념일이였습니다. 준서와 지민이가 준비해준 수제 초코렛을 조금 입에 넣어줬습니다. 잘 씹지는 못하더군요. 남은 것 다먹으니 거북해서 저녁내내 불편함을 느끼면서
    병동 선생님과 이 긴 진단명에 대해 얘길들었었습니다.

    말씀하시는 준비?
    모르겠어요.. 준비가 무언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내가 언제부턴가 무언가는 하고 있더군요.. 집사람이 하던 통장정리,
    각종 집안경제관련된 일, 준서 예방접종챙기기들.. 치아는 때를 놓쳐서 앞니가 이미 덧니가
    자라더군요.. 어제 부랴부랴 빼주고..


    이 긴 진단명에 chronic phase 란이 더해졌으니 별반 치료도 방법도 없다는걸 아실겁니다. 또 brain meta 와 척수전이 정확히는 lms 라고 해야하나..도 가지고 있으니.


    저는 다른 준비, 대비는 해도 보낼 준비는 않할랍니다. 진짜로 저 사람이 먼저 가면 그땐 보내주려고 합니다. 조금만 먼저 가있으라고...
    바라건데는 이 두아이의 마음엔 엄마가 항상 좋은 모습으로 간직되었으면 합니다. 내 마음속의 팽이는 항상 돌고 있습니다.

    다음에 올땐 좋은 소식으로 들르겠습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2.19 05:37 신고

      고생많이 하고 계십니다.
      최선을 다해 투쟁하고 있는 아내는
      아이들에게, 남편에게 그 자체로 선물입니다.
      비록 지금 힘들고 어렵지만
      좋은 소식 꼭 들려주세요.
      준서아버님도 건강 챙기시구요.
      가족의 기둥이시니까요.

  • 슬기아빠 2013.02.18 09:14

    지난 금요일 아내가 수술을 하고 어제(일) 퇴원 했습니다. 담당 의사 말씀이 암 세포가 거의 다 죽었다고 합니다. 부분 절개를 했습니다. 다음주 월요일 외래 예약되어 있고요. 그때 가면 조직 검사 결과가 나올 예정이며 그에 따라 앞으로 치료 방향이 결정된다고 합니다. 선생님께서 적절하게 약물 처방을 해 주신 덕분입니다. 고개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약물 치료 과정이 힘들지 않은 날이 없었지만, 아내 이야기를 들어 보면 약물 치료과정에서 암 덩어리가 쑥쑥 빠져 나가고 근육이 수축되는 느낌이 들었다고 합니다. 선생님은 명의이십니다. 아내가 드라마 '마의'를 잘 보았는데 수술을 앞두고는 외과술을 하는 '마의'도 보지 않을 정도로 긴장했는데, 이제는 마음놓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약물 치료과정에서 친구가 준 약물치료 부작용을 완화해 주는 한약(당귀)을 2-3일정도 복용한 것(선생님 말씀 듣고 즉시 중단) 말고는 정말 다른 시도는 해 보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선생님 말씀만 믿고 따랐지요. 주위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많이 해 주고 좋은 약재도 주었지만 아내는 다 거부하였고, 덕분에 제가 잘 먹었지요. 앞으로의 치료도 잘 될 거라 믿습니다. 아내도 열심히 스트레칭을 합니다. 계속 지켜봐 주십시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2.19 05:35 신고

      슬기네 가족에 좋은 일만 함께 하길 기도하겠습니다.
      고생많이 하셨습니다.
      더 많이 사랑하며 하루하루를 삽시다.

  • dnjsldkQk 2013.02.18 17:05

    정말 무서운 글이네요. 제 아내도 체력적으로나 혈액검사 상으로는 견딜만한데...
    뇌, 간, 뼈...항암제 이거 저거 쓰고 좋아졌다가 나빠졌다가 하면서 이제 곧 만5년을 투병하네요. 정말 지겹고 힘들고 무섭고...아내가 불쌍하고 그래요.
    여기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요. 저도 이러니 아픈 사람은 오죽하겠습니까?
    만신 창이가 된 몸, 알수 없는 수명, 어린 아이에 대한 걱정, 이쁘게 꾸미고 다닐수 도 없고... 여잔데....남들은 막살아도 멀쩡하게 행복하게 즐기면서 사는데...자기는 무슨 죄로 이럴까
    남편과 아이는 무슨 죄며...

    옆에서 잘 지탱하도록 많이 도와줘야 하지만 돈도 벌어야 하고 아내도,아이도 돌봐야 하고...
    항상 기분좋게 유지 해주려고 노력하지만 결과가 안좋거나 불안감이 밀려올때는 정말 힘들죠.
    아무리 의사선생님이 맘을 쓰셔도 환자나 환자 가족에 대해 얼마나 공감해주실수 있겠습니까?
    의사에게나 환자에게나 이래 저래 힘든 병이네요. 정말 욕이 절로나오는 병이라구요.

    하지만 별난 방법이 있겟습니까? 환자나 보호자가 무슨 힘이 있습니까?
    우울한 생각 말고 긍정적으로 하루하루 버텨봐야죠.

    선생님 글 내용에 포함 않되는 제 아내가 되기를...

    우매한 희망인가요?

    정말 힘드네요...사는 게...

    이겨낼수 있는 힘을 주소서.

    이렇게 불안과 긍정만 왔다갔다...노력하며 힘들게 사는 것좀 알아주시고 이제는 제발 좀 낫게 해줘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2.19 05:34 신고

      희망이 또 다른 삶을 가능하게 할 거라 믿으며.
      그 희망을 내가 줄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환자를 통해, 그 가족을 통해 희망을 배우며.
      늘 죄인의 마음으로.

  • 이은주 2013.02.25 00:12

    유방암수술한지 2년이 다되어가네요....처음엔 ,,,수술하고 치료받으면...훗,,,나을줄알았어요 그래서 씩씩했구요,,,,호르몬제를 먹으면서 폐경증세도 참을만 하구요 ,,,그런데 ,,,해맑기만하던 나의 생각은,,,,남은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전이가 되면 ,,,또다른 항암치료를 해야하는건가도 생각합니다 선생님,,,,아프지않게 ...그렇게 생을마감하고 싶은데,,,암은 많이아프다고하네요 ,,,동물처럼 안락사를 할수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아픈 죽음은,,,,억울해요 ,,,,한달째 기침이 떨어지지않고있어요 왼쪽 갈비뺘가 아프기도 하구요
    폐로 전의가 된게 아닌지,,,, 자꾸만,,,,약해져가는 내자신이 ...두렵기만합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3.04 10:32 신고

      전이가 의심되면 빨리 검사해야지요. 저희 병원 다니시는 분이신가요? 그럼 저에게 빨리 오세요. 저희 병원 다니시는 분이 아니라면, 빨리 주치의 선생님께 가서 증상을 말씀하세요. 어디가 좀만 아파도 전이가 아닌가 의심되는게 사람 마음입니다. 공연히 걱정 키울 필요 없어요. 일단 검사를 해 보는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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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회진 시간, 전공의와 대화

 

** 씨는 혈압, 맥박, 호흡수가 어떠어떠한 상태입니다.

의식은 명료하지 못한 상태이고,

진통제 및 승압제는 같은 용량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직 안 돌아가셨어요?

 

네...

 

어제 호흡 양상 봐서는 금방 돌아가실 거 같았는데...

 

네. 잘 견디시는 것 같습니다.

 

빨리 돌아가셔야 할텐데...

 

누가 들으면 깜짝 놀랄 대화이다.

환자를 두고 빨리 돌아가셔야 할텐데 의사가 그런 얘기를 하다니...

그러나 환자가 빨리 돌아가시기를 바라는 게 솔직한 나의 마음이었다.

 

 

환자는 나보다 한참 어린 젊은 남자.

아주 천천히 자라는 육종을 진단받았다.

그를 처음 만난 건 지금으로부터 5년전. 치프 레지던트로 일할 때이다. 너무 잘 생겨서 같이 치프 레지던트로 일하던 홍양과 나는 그의 팬이 되었다. 그를 처음 본 건 내가 일하는 파트의 주치의 선생님 환자로 그가 입원하여 항암치료를 받던 때였지만, 나중에는 내가 일하는 파트가 아니어도 그의 입원주기를 셈하고 있다가 그가 입원할 때가 되면 차트를 확인하고 가서 따로 안부도 묻고 인사도 하였다.

 

잘 생기고 멋진 그를 만나기 위해서? 솔직히 그랬던 것 같다. 나랑 홍양이 방문을 하면 그도 우리를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냥 정이 갔다. 잘 해주고 싶었다.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힘든 치료를 받고 있는게 안쓰러웠다. 잘 챙겨주고 싶었다.

 

키도 크고 잘 생기고 과묵한 그는 평소 별 말이 없는 스타일었다. 항암치료도 별 내색없이 받는 환자였다. 때 되면 입원해서 항암치료 하고 퇴원하고, 젊고 건강해서 중간에 열이 나거나 치료 합병증으로 응급실에 오지도 않았다. 그때만 해도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던 무렵이라 컨디션이 좋았다. 다만 수술로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기가 어려워 복강 내 병을 어느 정도 남겨둔 상태라 추가적인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받던 무렵이다.

그렇게 몇개월 그를 추적관찰(!)하며 만났지만

나는 전문의 시험을 보고 다른 병원에서 1년간 전임강사로 일을 하느라 우리 병원을 떠나 있었다.

홍양과 나는 만나면 가끔 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이 많이 간 환자였다.

 

그리고 재작년, 연수를 가신 선생님에 이어 내가 그 환자의 주치의가 되었다.

 

오랫만에 외래에서 다시 만난 그.

 

여전히 잘 생겼지만 

얼굴과 몸이 많이 상한 것 같았다.

그는 그 사이에 병이 재발했고, 수차례의 방사선치료, 항암치료, 신약 임상연구 등 갖가지 종류의 치료를 받고 있었다. 병이 자라는 속도가 느리니, 치료를 해도 완치되지 않고 복강 내 종양은 서서히 나빠지는 양상을 보였다. 내가 만날 무렵에는 특별한 치료없이 진통제를 먹으면서 통증만 조절하고 있는 시기였다.

더 시도할만한 치료도 없고, 통증도 별로 심하지 않고, 그냥 경과관찰을 하는 시기.

 

그는 자신의 상태를 잘 인식하고 있었고 통증 조절이 되는 동안에는 병원에 오고 싶어하지 않았나 보다. 잡아준 외래도 잘 안왔다. 하라는 검사도 잘 안했다. 아프면 병원에 왔다. 그리고 진통제 복용량을 늘려서 처방을 받아갔다. 난 그런 그를 내버려 두었다.

왜 외래 안왔어요? 왜 검사 안했어요? 내가 물으면 

그는

뾰족한 수가 없잖아요. 지금 괜찮으니 그냥 이렇게 지내고 싶어요.

그렇게 대답했다.

나도 할말이 없었다.

 

그렇게 몇개월 지내다가 복강 내 있던 병이 간으로 전이가 되었다. 복부 통증이 심해졌고 복수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는 견디다 못해 다시 항암치료를 하자는 나의 권유에 못이겨 다시 입원을 하였다. 다행히 항암치료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 독성으로 너무 심하게 고생을 했다. 아무리 효과가 좋다 해도 다시는 항암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또 그렇게 몇개월을 지냈다. 항암치료의 효과는 4-5개월 정도 유지된 것 같다. 그 후로 다시 진통제 용량이 늘었다.

 

복강 내 병이 나빠지니 소대변을 보는 것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변비가 심해 3일 정도 입원해서 관장하고 겨우 나아져서 퇴원하기도 했고, 먹는 진통제로 통증이 조절되지 않아 주사 진통제를 맞기 위해 일주일을 입원해서 통증 조절을 하기도 했다. 그는 입원하면 가능한 빨리 퇴원하고 싶어했다. 강원도 바닷가 집에 가고 싶어 했다.

 

원래 말이 없는 그는 심한 통증도 잘 표현하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 처방을 할지 뻔히 아는 눈치다. 그래서 나에게 진료받지 않고 나름대로 진통제를 잘 조합해서 먹는다. 그가 아프다고 표현을 하면 정말 아픈 것이었다. 그런 그가 아파 죽겠는데도 병원을 오지않고 한달을 버티다가 몇일 전 입원을 했다.

 

나는 애써 명랑하게 그를 맞이한다.

 

**씨, 많이 힘들었나 보네요. 자기 발로 입원도 하고.

 

네...

 

얼굴 많이 상했네요. 예전 인물 어디로 갔어요?

 

그가 피식 웃는다.

 

나는 잘 생긴 **씨가 좋더라. 빨리 원기를 차리고 원래대로 잘 생긴 모습 보여줘요.

 

네...

 

그렇지만 그의 통증은 잘 조절되지 않았다. 밤에는 수면제와 진정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잠을 자지도 못할 정도였다. 면역력도 많이 떨어져 있었는지 입원하자 마자 잰 체온이 35도. 혈압도 낮다. 패혈성 쇼크가 의심된다. 입원하자 마자 나간 피검사에서 곰팡이균이 자란다. 승압제를 써도 혈압이 많이 오르지 않는다. 못 먹는 사람에게 항생제, 항진균제, 승압제, 진통제, 수면제 이런 약들을 써 대니 환자가 완전히 늘어진다.

 

누나와 상의하여 호스피스 면담을 했으면 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지난 5년의 시간동안 그는 이미 많은 생각을 했고 마음의 준비를 했던 것 같다.

 

진정제 때문에 너무 가라앉는 것 같나요? 의식이 좀 몽롱해지는 것 같아요? 그런 기분이 싫은가요?

 

그는 대답도 못하고 고개를 가로 젓는다. 지금 이 상태로 있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다. 그리고 나를 보지 않고 눈을 감는다. 눈을 뜰 힘마저 없나보다.

 

오늘 아침 회진 때 나는 승압제를 중단하였다. 생명력을 시사하는 반응이 거의 없었다. 가족들에게 승압제를 중단하는게 좋겠다고, 이런 약을 쓰면서 시간을 하루 이틀 더 연장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그는 그렇게 버티다가 오늘 소천하였다. 

 

그는 고통스럽고 외로운 마음을 아무에게도 열지 않고 혼자 끌어않고 힘들어 하다가 갔다.

그 고통과 외로움

나는 수년간 그 마음을 위로하지 못하고

알량한 진통제 몇알을 처방하는 의사였다.

다시 그를 만난다면 나는 무엇을 해 주었어야 했을까?

한창 젊은 그, 그렇게 병과 싸우며 고통을 감내하는 그를 위해 내가 무엇을 해주었야 했을까?

 

 

너무 오랫동안 고통받았다. 이제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란다.

 

 

 

 

 

 

 

 

 

 

 

 

 

  • 2013.02.12 22:38

    다시 돌아가도 하실수있는 일이 똑같지 않을까요? 왜냐하면 의사시잖아요 너무 감정소비 많이하시지 마세요 교수님의 따뜻한 마음만은 분명히 전해졌을거에요. 와이프도 저도 교수님의 마음 씀씀이를 항상감사하고 있습니다. 더 실력있고 명망있는 명의가 되시어 많은 환자와 가족들에게 그 마음 전해주세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2.12 23:08 신고

      그럴께요.
      그렇지만 편안한 죽음은 생각보다 쉽지 않고
      그러한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매번 어렵습니다.
      상처가 남고 또 딱지가 안고 그런 과정의 연속인거 같아요.

  • dnjsldkQk 2013.02.13 13:17

    정말 나쁜 암...이놈때메 진짜 너무 힘들다. 하나님 이런 일좀 안일어나게 하소서

  • 신영희 2013.02.14 22:55

    .어제 허셉틴 졸업한 신영희입니다.
    아직 지금 어떤 상황인지 정리가 안되고 있지만, 어쨌든 졸업이니까 좋아요

    그동안 이 블로그를 통해 선생님을 이해하게 되면서 막연히 느끼는 미래 내 마지막 날들을 선생님이 정리해주시겠구나 싶어서 안심되었었어요.
    그리고 다른 어려운 이들을 보면서 선생님과 너무 가까워지지 말아야겠다 생각했지요.
    조금만 한쪽이 무너지면 내 소소한 감정들 때문에 바쁜 선생님 곤혹스럽게 하면 어쩌나 싶어서요. 그런 속마음이 내보여질까봐 조심하다보니 너무 무례했던거같아 한없이 죄송합니다. 흔히 졸업을 시원섭섭하다고 하는데, 허셉틴 졸업도 시원섭섭해요
    5-6년을 혈관찾는 공포에서 벗어나게 해준 케모포트도 막상 제거한다고 하니 그도또한 서운하고요 그동안 무지무지 고마웠다~ 미리 인사해놨습니다
    6년전 재발되었을 때,
    본 게임에서는 져서 재발했고, 이번엔 패자 부활전이다 생각했는데
    선생님
    저 패자부활전 어디쯤 올라가 있는건가요?
    푼수없이 너무 좋아하고 있는건지 걱정되요

    지금까지 살수있도록 수고해주신 여러 선생님들께 머리숙여 깊은 감사드립니다.

    환자로 살면서 . 전엔 느끼지 못했었던 내게 주어진 것들에 대한 감사를 하게 되었고,
    그래서 한없이 행복합니다.
    ( 36살되는 우리아들이 다음주 토요일날 장가가서 헁복해요. 거기다 허셉틴 졸업까지. )

    감사합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2.13 22:07 신고

      먼저 아드님 결혼 축하드려요.
      그리고 치료 종결도 축하드리구요.
      심사숙고한 결정입니다. 매 외래마다 치료를 언제 끝낼 것이냐 고민이 많았습니다.
      패자부활전에서 결승진출 그리고 값진 우승입니다.

  • BlogIcon 신영희 2013.02.14 23:09

    감사 합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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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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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 난 아이.

태어날 때부터 근육병이 있었습니다.

아직도 고개를 가누고 앉지 못합니다.

근육병에 이은 이차적 합병증으로

죽을 고비를 수차례 넘겼습니다.

 

요즘은 일주일에 세번씩 투석을 하며 비교적 안정적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감기 한번만 걸리면 바로 중환자실 행입니다.

두살 위 오빠가 동생을 끔찍히 아낍니다.

몸을 가누지 못하는 동생이 앉을 수 있도록 옆에 앉아 지지대가 되어 줍니다.

30대 중반의 엄마는 너무 많이 지쳐있습니다.

눈물도 말라버린 엄마.

 

많이 쇠약해진 아이는

언제 하늘나라로 떠날지 모르는 운명입니다.

그것에 대해 엄마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아이가 떠나면 엄마는 아이를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요?

아이의 사진이 한장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엄마의 마음에 순간 찬바람이 붑니다.

내가 너무 했구나.

 

사진을 찍으려고 했지만 아이가 똑바로 앉지 못하니

얼굴을 제대로 찍을 수가 없습니다.

내일 투석실에 최종백 화백님이 오셔서 그림을 그려주시기로 했습니다.

최종백 화백님의 그림에서는 아이들의 눈이 살아있습니다.

아이의 안색이 점점 나빠져 가고 있어서

더 쇠약해지기 전에 그림을 그리는게 좋겠다고 권했습니다.

아직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의 눈매를 잘 그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진보다 더 생생한 눈.

 

우리가 하려고 하는 Memory Work 입니다.

아이에게

그리고 엄마와 가족에게

우리 아이가 떠난 뒤에도

가족 마음에 예쁜 모습으로 기억되려면

아이의 그림 한장이라도 있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기억되지 않으면

존재의 의미도 없을지 모릅니다.

잘 기억된다면

영원히 함께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 김종헌 2013.01.11 16:38

    어떤 사고나 병이던 사랑하는 누군가를 원하지않는 시기에 잃는다는건 커다란 아픔이것같아요. 잠시 생각해봅니다. 누군가를 이제 볼수없다면 어떠 이미지로 기억하게될까?

    아직도 난 싫네요. 생각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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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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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 병원 호스피스팀의 마지막 팀 미팅이 있었다.

호스피스 팀에서 올 한해를 결산하는 슬라이드를 보여주셨다.

 

슬라이드 첫장은

서로 맞잡은 손.

이 사진은 우리 호스피스 팀의 서민정 간호사가 직접 찍은 우리 환자와 가족의 사진이다.

 

얼굴 사진을 찍겠다고 하면 다들 부담스러워 하시는데에 비해

손 사진은 훨씬 덜 부담스러워 하신다고 한다.

환자와 가족에게

'손 잡아보세요' 하면

사람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손을 잡는다고 한다.

관계맺음의 방식이

마음의 엮임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겠지.

 

(파일로 작게 올려서 지금 보니 그 감동이 덜한데)

큰 화면으로 이 사진을 처음 보는 순간,

가슴이 울컥 했다.

 

손가락 마디마디 결 따라

환자와 가족이 짊어지고 간 고생의 결이 느껴진다.

힘들고 지쳐도

우린 가족이니까 두 손 꼭 잡고 함께 가는 거라고, 두 손 놓지 말고 끝까지 같이 가는 거라고 다짐하는 이들의 마음이 느껴진다.

 

시범사업을 하면서 다른 과, 다른 선생님들의 환자도 만났다.

임종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얼마나 복잡 다난한 일들이 일어나는지, 의사의 힘으로, 의료의 힘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다양한 문제들이 얼마나 환자의 몸과 마음을 괴롭히는지 알게 되었다.

 

평소 딸의 피아노 연주를 좋아했던 아버지, 침대채로 환자를 이동하여 병원 내 피아노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공간으로 환자를 옮겼다. 쓸쓸한 연주회가 되지 않도록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들이 자리를 채웠다. 딸의 친구 중 팝페라 가수가 있었는 모양이다. 딸의 연주에 맞추어 친구가 노래한다. 아버지는 행복한 마음으로 자기만을 위한 딸의 공연을 보시고 몇일 뒤 돌아가셨다.

 

인턴 선생님이 자기를 자꾸 할머니라고 부른다며 섭섭해 하셔서, 자원봉사사 헤어 디자이너를 연결해 검은 머리로 염색도 해 드리고, 죽기 전에 세례 받고 싶다고 하셔서 목사님께 요청하여 세례도 받게 해드고, 꼭 덮고 싶었다는 꽃이불도 사드렸다. 척추로 전이된 병 때문에 침대에 누운 채 꼼짝도 할 수 없었지만 호스피스 팀의 지원으로 환자는 돌아가시기 전에 하고 싶은거 다 해보셨다. 꽃이불 덮은지 이틀만에 돌아가셨다.

 

난소암 말기 장폐색으로 몇개월째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부인, 언뜻 보기에도 피골이 상접하다. 그런 부인을 항상 '나의 아름다운 아내'로 소개하던 남편, 그는 진심으로 말했다. 나의 부인은 정말 예쁘고 아름답다고. 이렇게 예쁜 부인을 둔 내가 너무 자랑스럽다고. 그녀는 그에게 최고의 부인이었다. 부인 돌아가시기 전에 찍은 부부사진. 남편의 눈은 시뻘겋게 충혈되었지만 활짝 웃고 있었다.

 

크리스마스를 병원에서 맞는 아이들을 위해 아이들의 이름이 리본으로 매달린 풍선을 만들고 그런 풍선이 둥둥 떠 있는 공연장을 만들었다. 그런 아이들로 가득 찬 공연장에 자원봉사자 최종백 화백은 즉석에서 연필로 아이들을 그려주신다. 아이들은 로보트로 가져와서 그려달라고 하고 친구도 같이 그려달라고 하고 별거 별거 다 그려달라고 조른다. 세시간이 넘도록 그려도 끝나지 않는 복잡한 로보트. 그는 하루 종일 우리 아이들을, 아이들이 그려달라고 하는 것을 그려주신다. 힘든 시술을 받으러 간 아이들을 쫒아가 시술을 받는 장면을 그려주신다. 그리고 힘든 시술을 받고 나온 아이들에게 훈장처럼 그림 선물을 주신다. 아이들이 언제 아팠냐는 듯이 활짝 웃는다. 힘든 검사를 이겨낸 스스로를 자랑스러워 한다.

 

백일잔치를 해주고 떠난 젊은 엄마의 사진을 보니, 애기 아빠가 준 백일떡 받고 우리가 함께 울었던 그날도 생각난다. 사진 속에 아프지만 행복한 엄마의 얼굴이 생생하다. 백일잔치하고 일주일만에 돌아가신 그 날이 엊그제 같다. 이제 아이도 많이 컸겠구나.

 

우리 병원 호스피스팀 간호사, 자원봉사자들은

환자가 임종 전에 꼭 하고 싶은 것, 풀고 싶은 마음 등을 찾아내

환자의 형편에 맞게 도움을 제공한다.

의료비는 책정되어 있지 않다.

우리병원 호스피스 팀은 공식적인 예산 책정도 되어 있지 않은 조직이다.

정규직 두명의 월급이 나올 뿐이다. 나머지 일하시는 분들은 비정규직으로 이 일을 하고 계시다. 벌써 2년째. 이분들이 우리 병원의 정규직으로 배정되어 호스피스에서 계속 일을 하셔야 하는데... 나도 비정규직이지만, 이들만큼은 정말 꼭 정규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석같은 일을 하고 계신 분들이다.

 

 

병원 입장에서는

환자가 입원하면 최소한 7일 이내에 검사하고 응급 조치하고 퇴원할 수 있도록 재원일수를 제한하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 병원만 그런 것이 아니다. 다른 병원은 이 압력이 훨씬 더 강하다. 인정사정 볼것 없이 퇴원해야 한다. 나는 그런 정책이 나쁘다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참 이렇게 해야만 병원이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슬프다.

 

말기 암환자가 되어 특별히 의학적으로 추가적인 검사나 조치할 것이 없으면 대학병원에는 입원도 어렵다. 더 이상의 치료적 대안이 없는 환자는 3차 의료기관 입원보다는 안락한 병원에서 호스피스 케어를 받는 것이 좋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호스피스 병원도 별로 없다. 호스피스라는 말이 너무 절망적이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환자는 자기 주치의에게 매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말기 암 환자를 위한 최선의 서비스를 주치의 혼자의 힘으로 고민하고 제공하기는 어렵다. 그걸 도와주는 팀이 호스피스 팀이다. (호스피스 팀이라는 명칭보다는 환자들이 받아들이기에 부담이 없는 이름으로 팀 이름을 바꿔야 할 것 같다)

 

그러나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호스피스 서비스는 병원 재정과 경영의 측면에서 보면 마이너스다. 그래서 자본의 측면에서 보면 호스피스 서비스를 잘 하는 것이 별로 유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년부터 호스피스 케어에 수가를 적용하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도 있었는데, 가격 책정의 근거와 그런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는 호스피스 서비스의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떻게 이런 비용으로 최선의 호스피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란 말인가. 그정도 여력이 있으면 일반 환자 진료가 훨씬 나을 것 같다. 진단을 위해 검사하고 약 써서 치료하는게 훨씬 쉽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늘도 환자를 위해 고민하고 기도하며

환자의 평온한 삶과 죽음을 위해 대책을 마련하는 회의를 하였다.

언젠가는 돌아가실 말기 암환자를 위해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그 무엇.

죽음의 순간에 후회없이 삶을 마감할 수 있도록,

나는 최선을 다해 살았노라고,

나는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살았노라고

그렇게 웰 리빙, 췔 다잉 하는 과정을 묵묵히 지켜주고 도와주는 사람이 필요하니까.

 

한 손에는 자본의 잣대를 쥔 채

다른 한 손으로 환자와 손을 맞잡고 있는 우리. 

이러한 현실이 아이러니하지만

더 이상 아이러니하지 않도록 상황을 바꾸는 것도 우리의 몫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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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정성껏, 조심해서 말해도

모진 말이 있다.

 

더 이상 치료는 안하는게 좋겠습니다.

환자에게 별로 도움이 안 될 거 같습니다.

앞으로는 검사도 안할거구요

편안히 계실 수 있도록 하는 조치만 할거에요.

 

몸 컨디션이 조금이라도 괜찮을 때

퇴원하셔서

집에서 시간을 보내세요.

지금 컨디션이 제일 좋은 걸지도 몰라요.

주변 정리도 하시고

만날 사람도 좀 만나시고...

 

아침 회진 돌면서는 이런 말을 안하려고 애쓰는 편이다.

 

다인실에 입원한 환자는

다른 환자들이 옆에 있어서 우리 회진 상황을 뻔히 다 보고 있고

우리끼리 나누는 얘기를 다 들을 수도 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그런 얘기를 하지 안하려고 애쓰는 편이다.

이런 말은

따로 면담 시간을 잡고 조용하고 방해받지 않는 공간에서 하려고 애를 써본다.

우리 입원 병동에는 아직 이런 면담실이 없다.

 

그래서

나는 외래가 끝난 후

빈 방을 찾아서 환자나 보호자 면담을 한다.

 

그런데

솔직히 매번 그렇게 신경쓰기 어려운 점도 많다.

환자가 많아지고

내 시간이 부족하면

이렇게 따로 시간을 내기 어렵다.

회진 후에 복도에서,

환자 거동이 불편하면 그냥 방에서 얘기를 하기도 한다.

그런 말을 들은

환자와 가족은 울상이 된다.

차마 더 이상의 질문을 하지도 못한다.

사실 내심 알고 있던 이야기들이다.

이제 비로소 그 시간이 임박했음을 알게 된다.

그럴 때 하는 이야기는 토씨 하나도 상처가 된다.

 

사람들의 의식수준,

병원과 의료에 대해 기대하는 바는 날로 높아진다.

아주 사소한 것에도 상처를 받고 불만이 생긴다.

의사인 나도 의료시스템이 마음에 안드는데 환자들은 오죽하겠는가.

 

 

우리나라 의료현실에서 임종을 예상하는 환자,

더 이상의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기로 한 환자는

갈 곳이 없다.

이들은 검사도 안하고 약도 안쓰기 때문에 

말기환자 진료와 관련하여 특별수가가 책정되지 않는 이상

이런 환자를 입원시키는 병원은 그 자체가 손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병원은 자선기관, 구호기관이 아니다.

어쩜 병원이 그럴 수 있어,

어떤 의사가 그럴 수 있어,

사람들은 그렇게 분노하지만

이건 도덕과 양심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와 경영과 시스템 운영의 문제이다.

 

몇몇 병원으로 전원소견서를 써서 보냈다.

가족들이 미리 찾아가서 면담을 해 보고 입원장을 받아오시게 했다.

그 병원으로 입원하게 될 때까지 우리 병원에 계시라고도 했다.

그랬더니 모든 병원에서 입원장을 주지 않는다.

 

3차 의료기관의 역할은 급성기 환자를 치료하고 빨리 퇴원시키는 것이다.

그것이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환자들은 서운하겠지만

수액만 맞고 임종을 기다리는 환자가

3차 의료기관에서 입원을 계속 유지하고 있으면

우리 병원을 꼭 이용해야 하는 응급환자, 급한 환자들이 제때, 제대로 치료받을 수 없다.

그래서 난 과감하게 환자를 퇴원시키기 위해 모진 말을 내뱉는다.

 

오늘 퇴원하시구요

잘 지내세요

 

그렇게 허망한 말을 내뱉고 방을 나온다.

나보다 훨씬 공허한 눈으로 내 뒷모습을 쳐다보는 환자의 시선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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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병원 사회사업팀에서 주관하는

기적의 책갈피 모임이 있었다.

 

추상적으로 말하면

 

내가 어떤 환자를 위해, 어떤 조직을 위해

내 마음 다하여 지향하고

사람들에게 내 마음을 전하여

그를 위해/ 그 조직을 위해 

여러 사람의 마음을 모은 선물을 준비하는 것이다.

한달 동안.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 책갈피를 누군가에게 준다.

그러면 그가 나에게 이 책갈피를 선물로 받고 나에게 답례로 어떤 선물을 준다.

 

그러면 나는 그 선물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준다.

그러면 그는 그 선물을 받고 나에게 또 다른 선물을 준다.

 

그러면 나는 또 그 선물을 또또 다른 누군가에 준다....

 

이렇게 한달동안 나를 매개로 하여 선물이 오고 간다.

손을 거칠 때마다 더 좋은 선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그러면 궁극적으로 내가 지향했던 사람에게 전달되는 선물은 처음 시작한 이 책갈피와는 비교도 안되게 큰 선물이 될 수도 있다.

 

그리하여 이 운동의 이름이 기적의 책갈피 이다.

 

 

추상적으로는

 

그것은 단지 외형적인 선물이 중요한게 아니라 마음이 모이는 것이고

그런 과정에서

우리가 왜 그를 지향하는지, 왜 그에게 선물하려고 하는지

뜻을 함께 모으는 시간이 된다.

그는 선물로 상징되는 우리의 마음을 받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난 우리 호스피스실을 마음으로 지향하며

누군가에게 이 기적의 책갈피 선물을 시작할 생각이다.

그래서 예산도 없는 우리 호스피스실에 뭔가 유용한 선물을 주고 싶다.

그런데 아직 그 선물을 뭘로 할지 정하지는 않았다.

내일 호스피스 팀 선생님들을 만나

환자를 보면서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들어보려고 한다.

그래서 나는 한달간 그걸 구하기 위해 열심히 책갈피 운동을 벌일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호스피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싶다.

 

몇 명의 사람들에게 선물을 건네게 될까?

누구에게 선물을 건네볼까?

 

정작 모임에 나가서는 열심히 잘 해보겠다고 다짐했지만

솔직히 귀찮은 일이기도 하다.

바빠 죽겠는데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일할 때가 많은데

슬기가 보내는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지도 못하고 사는데

누구를 만나

이 운동의 취지를 전하고

선물을 주고 받는 일을 할 여유가 있을까?

 

또 이 선물을 받으면 답례를 해야 하는 사람은 얼마나 부담스러울까?

기부나 나눔의 문화라는게 꼭 이런 형식일 필요가 있을까?

 

물론 없다.

다른 방식도 많다.

소리없이 기부하고 후원할 수 있는 방법 많을 것이다.

 

그런데 난 이 방법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바빠도

내가 종양내과 의사로서

말기 암환자를 진료하는 사람으로서

주위 사람들과 호스피스에 대해 그 정도는 얘기하며 살 수 있는거 아닌가.

혹은 그 정도는 주위 사람들과 대화하고 살아야 하는거 아닌가.

 

현대 의학에서

별 관심없고

돈벌이도 안되는 호스피스 서비스.

임종의 순간까지 외로운 이들 곁에서

그들의 친구가 되어주는 우리 호스피스실을 위해

내가 그 정도는 애를 써볼 수 있지 않을까?

 

마음 속으로

선물을 건네 볼 사람들을 꼽아본다.

사실 내심 정했다.

그들이 좀 부담스러워 하겠지.

그래도 한번 해보려고 한다.

 

그래서 우리 생활에서 작은 기적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어쩌면 기적이라는 것도

우리가 만드는 것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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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준서아빠 2012.11.04 22:39

    샘님이 어딜가셨나 보네요. 아니면 ?

    요즘 감기가 유행인가봅니다. 집사람은 백신을 맞았지만 항암중이니 더욱 조심해야죠.

    모두들 조심하시길....

  • 준서아빠 2012.11.06 17:29

    선생님이 아마 임상회의차 국외로 떠나신듯 합니다..(추측입니다)

    글을 않써주시니 심심하네요.. 저만 그런건 아니겠죠..

    심한 intoxcited 증상이네요.. ㅠ ㅠ

  • 2012.11.08 17:33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2.11.12 18:32 신고

      이런 인사를 받으면 너무너무 슬프지만, 고맙습니다.
      편안히 잘 쉬시길...
      인사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2012.11.12 18:45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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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이 뻐근하다.

잔뜩 긴장하고 책상 앞에서 일을 한 탓인지

양 어깨에 귀신이 앉아 있는 것처럼 무겁다.

 

늙은 의대생 시절, 나에게 가끔 마사지를 해주는 동기가 있었다.

쉬는 시간이면 이 노쇠한 언니를 위해 자기 쉬는 시간을 할애하여

내 어깨도 주물러 주고 척추뼈도 두들겨주고 나를 그렇게 만져주었다.

그러나 가끔.

마사지를 하는 사람도 힘드니까. 자기의 에너지를 나에게 주는 것이니까.

그녀가 긴장해 있는 내 목 주위 근육을 주물러 주면 탄식이 절로 나온다. 아이고 시원하다.

 

마사지를 통해 우리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은 여러 모로 도움이 된다.

아이들이 배아프면 엄마들이 손으로 배를 살살 문질러 주며 엄마손 약손을 해준다.

그 온도와 터치가 주는 에너지로 아이들 배가 낫는다.

 

항암제로 인한 손발저림

항암제로 인한 피로감

병의 진행으로 인한 림프 부종

이런 증상들은 약으로 잘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 병원 호스피스 팀 자원봉사자들 중 일부는 발맛사지를 배워서

말기 임종을 앞둔 환자들의 부은 다리에 마사지를 해주곤 하는데,

실재 부종도 잘 조절되고,

환자들의 불편한 증상도 현저히 감소하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 수 있다.

무엇보다 환자들의 정서적 안정감도 매우 높아지는 것 같다.

 

어쩌면

사람은

사람의 온기로 좋아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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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완 2012.10.29 07:07

    안녕하세요
    선생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때론 낙담하면서...때론 위로받으면서....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2.10.29 18:11 신고

      위로의 글만 쓸 수 있으면 좋으련만
      저도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다 보니 낙담의 글을 쓰기도 하나 봅니다.
      그게 우리 현실인가 봅니다.

  • 수완 2012.10.31 17:35

    아이쿠... 아닙니다 선생님..
    어디서도 듣기 어려운 실제 진료현장의 이야기들이
    제게는 너무나도 소중하고 귀한 정보들입니다.
    이 병에 대한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알음도 큰 도움입니다.
    의사선생님들의 고민과 애환도 크게 이해하게 되었구요...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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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퇴원한건 몇 일전이다.

복수 조절을 위해 임시적으로 관을 넣고

잘 못 먹으니 영양제 맞고

약을 바꿔 항암치료를 시작해 볼까 하는데

환자가 몇일 더 쉬었다가 치료를 했으면 한다고 했다.

나도 동의했다.

이번에 젬자를 많고 전신무력감이 심하게 왔다. 좀 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

그렇게 3일 정도 입원했다가 퇴원했다. 걸어서. 혼자.

 

그녀는 재발된 전이성 유방암으로 5년이 넘게 치료 받고 있었다.

좀 나빠져도 항암치료를 하면 다시 좋아지고

또 운이 닿아 신약 임상연구에 참여할 기회도 많아 여러가지 신약을 많이 쓸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그렇지만 약을 쓰면 좋아져도

시간이 지나 저항성이 생기면 또 나빠지기를 반복. 

그러나 그녀는 컨디션이 좋았다.

병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도 초달관 스타일.

 

이번 약은 이제 더 이상 효과가 없나봐요. 약을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에휴, 또 나빠졌어요? 남은 약이 있나요?

 

그녀는 나를 믿고 치료에 치료를 거듭했다.

두달 전 그녀의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 임종을 앞두고 병원에 오는 걸 힘들어했지만 어찌 어찌 스케줄을 맞추어 치료를 계속 했다. 아버님이 돌아가실 것 같다고 했을 때는 기간을 좀 늘여서 하기도 하고, 우리는 죽음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었다.

 

저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막상 아버지가 돌아가실려고 하니까, 역설적으로 살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당연하죠. 누구나 그래요. 우리,살아야죠. 사실 사람은 잘 죽지 않아요.

 

맞아요. 아버지도 몇 번을 돌아가실 것 같았는데 근근히 생명을 유지하고 계시네요. 그렇게라도 살아계신게 좋네요. 내 아버지니까.

 

우리는 그렇게 최선을 다해 치료하였다.

 

그런 그녀가 오늘 아침 쓰러져서 의식불명 상태로 기관삽관을 하고 우리병원 응급실에 왔다.

아마 간전이가 나빠지면서 혈당생성 기능이 떨어졌는지 저혈당으로 혼수상태에 이른 것 같다. 우리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는 언제부터 그랬는지 알 수 없는 심장마비 상태로 응급실 도착하자마자 심폐소생술을 5분간 하고 일단 심장기능이 돌아왔다.

 

처음보는 환자의 언니, 동생, 그리고 친척들.

나는 많은 설명을 해야 했다.

그리고 다시 심장기능이 정지하면 더 이상 심폐소생술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주치의로서 내 의견을 말했다.

오늘 쓰러지게 되었던 처음 순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환자와 함께 했던 사람이 없기 때문에 조각조각 이야기를 맞추다 보니, 결국 간기능 저하가 핵심이고 그렇게 간기능이 나빠지게 된 것은 암의 진행과 관련이 있어보인다. 그걸 입증하기 위해 CT를 더 찍어 볼 필요도 없다.

 

남동생이 울며 간청한다.

 

누나랑 한마디만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누나 고생많았다고.

 

50대 시골촌부. 그는 사람많은 응급실에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엉엉 울면서 나에게 간청한다. 환자가 우리 엄마였다 해도 나는 더 이상 심폐소생술을 하지 말자고 말했을까? 그랬을 거라고 스스로에게 대답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의 내 판단에 내가 힘들어서 못 견딜것 같다.

 

한마디.

 

어쩌면 우리는 살면서 그 한마디에 너무 인색할지도 모른다. 

그 한마디 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일까?

일상의 평온함에 기대어

그 한마디 할 수 있는 시간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죽기도 쉽지 않다며 허허롭게 웃었던 그녀를

보낼 때가 된 것 같다.

미쳐 못 다한 그 한마디는

마음에 묻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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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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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아주 착한 아들이 있다.

원래 그는 취업 준비 중이었다.

1년전 엄마가 전이성 대장암을 진단받은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빠짐없이 엄마를 모시고 병원에 다닌다.

증상에 따라 진통제 용량이 바뀌니까 진통제 복용일지도 잘 적어 온다.

엄마가 불편한 곳이 많아 약도 엄청 다양하고 많은데, 그걸 종류별로 잘 챙긴다.

어떤 증상 때문에 약을 더 드셨으니까 그 약은 몇일치가 부족하고

어떤 증상은 요즘 호전되서 약을 안 먹고 있으니 처방 안해줘도 되고 

때에 따라 약 처방 일수가 넘치기도 하고 부족하기도 한데 그런걸 아주 꼼꼼히 아주 잘 챙긴다.

흉수 복수 관이 있을 땐 그 소독도 자기가 챙긴다.

엄마가 이것저것 투정을 많이 부리는데

마치 오빠처럼 그 투정을 다 받아주며 엄마 수발을 들어주었다.

 

 

그러던 엄마가 많이 나빠졌다.

칼륨 수치가 급격하게 증가해서 심장마비로 금방 돌아가실 것 같았다. 최근에 병도 많이 않좋아지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별 조치 안하고 임종을 맞이하기로 했다. 그런데 엄마는 아주 조금씩 조금씩 나빠지고는 있지만 아직 괜찮으시다.

 

간 전이가 심해서 황달 수치가 10을 넘었고 혈소판 수치도 2만 정도 밖에 안된다. 그런데 아직 소변도 잘 나오고 간성혼수가 왔다갔다 하긴 하지만 낮에는 의식도 꽤 또렷하다. 말기 임종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다.

 

엄마 곁에 있는 아들은 한달째 간병인 없이 혼자 엄마 간호를 하고 있다. 아침 회진을 가면 피곤에 지쳐 자고 있다. 그래도 내가 가면 벌떡 일어난다.

 

오늘은 그가 스마트폰을 꺼내더니

 

새벽에는 이런 모습으로 힘들어 하시더라구요

 

이렇게 보여준다.

 

영상을 보니 간성혼수다.

간성혼수의 치료를 위해 관장을 해야 하지만 지금 혈소판 수치도 낮고 환자도 잘 협조하지 못한다.

콧줄을 끼워서 듀파락 시럽을 투여하여 설사를 유도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혈소판이 낮아 콧줄 끼우는 행위를 하기에도 출혈 위험이 높다.

 

아들은 엄마 곁을 지키다가 뭔가 이상한게 있거나 의료진에게 보고해야 할 것 같은 사항이 생기면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회진 때 나에게 보여준다. 아주 훌륭한 보호자다.

 

아주 서서히 나빠지는 엄마.

심폐소생술 안하기로 했지만 생각보다 임종이 빨리 오지도 않는다.

의식이 아주 맑지 않은데 흡입성 폐렴도 오지 않는다.

피검사도 안하고 있는데, 환자가 그냥 저냥 잘 버티고 있다.

 

지금은 일종의 연명기간.

환자는 가끔 의식이 맑아져서 집에 가고 싶다고 하신다. 환자 입장에서 지금의 병원 생활은 삶의 질도 형편없고 환자의 자아에 도움이 되는 것도 없다. 그러나 집으로 가기에는 컨디션이 좋지 않다. 이렇게 연명하는 시간이 환자와 가족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는 몇일을 고민 고민하다가

오늘 아들에게 말했다.

 

이제 영양제도 떼고 진통제만 유지하면서 최소한으로만 치료했으면 해요.

지금 뭔가를 조금씩 해 드리니까 시간이 조금씩 더 연장되는것 같습니다.

그렇게 연장된 시간이 환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러면 금방 돌아가시나요? 언제인가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안 그러면 언제 돌아가시나요? 한달 가실까요?

 

제 생각에 한달 가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지난 한달간 서서히 나빠지는 속도를 본다면 말이죠.

그러니 어떤 결단을 내려야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시간이 길어지니 가족도 많이 지쳐가는거 같아요.

 

근데요

엄마가 정신이 너무 맑아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내가 보기엔 맑지 않은데, 그는 맑다고 한다.)

 

그렇게 남은 생이 얼마 안 남은 엄마가 조금이라도 힘들어 하는 것 같으면

그는 그 모습을 찍어 나에게 보여주며 아침마다 보고하고, 그에 대한 나의 판단을 귀담아 듣는다.

엄마에게서 모든 적극적인 조치를 철회하는 것에 대한 나의 의견을 말했더니

그가 고개를 떨군다.

 

그런 자식의 마음.

내가 이런 말을 하는게 맞는 걸까?

아무리 지금이 치료적 대안이 없고 더 나아질 것도 없는 생애 말기 임종기간이라지만

그에게 단 하나뿐인 엄마인데...

 

병의 진행 코스를 되돌이킬 수 없는 말기 임종환자에서는

수액, 항생제, 영양제, 수혈 등이 추천되지 않는다. 의미없는 시간을 연장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나도 원칙적으로 이론적으로는 말할 수 있다.

 

그래도

사람 마음이라는 건

그런게 아닌것 같다.

 

 

 

 

 

 

 

 

 

 

  • 김현주 2012.10.15 12:59

    저한테두 그런 착한 아들이 있어서
    잠깐 대입을 해보구
    연상두 해보았네요~~
    모두모두 평안하게
    그리구 고단함이 흐려지게 되시길~~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2.10.16 15:25 신고

      환자는 오늘 임종하셨습니다.
      제가 한 말을 들으신 듯...
      큰 고통없이 돌아가셨다고 자위합니다.
      착한 아들이 있다니 다행이십니다.

  • 준서아빠 2012.10.15 13:35

    자꾸 여러 생각이 나서 시야가 흐려지네요...

    빨리 암 백신 만들어서 더이상 이런 고통이 없어지게 해주세요.. 그러면 샘님은 바로 노벨
    의학상!!

    참 먼저 suvivor 대신 단어, 몇가지 생각해봤는데요.

    1. cancer freeer : 흔한 단어이지만 좋은 인상입니다...

    2. inspirer : 이것도 무언가 희망을 주는 느낌! 미국 환우회 사이트도 같은 이름이 있구요.

    3. 2nd life luggage : 이건 순전 제 생각. 새로운 인생이 주어지고 다시 시작하는 여러분들
    에게 잘 어울리네요. 내생각...


    저는 숙제 다했습니다.. 그럼 감기 조심들하시고요.. 집사람도 오늘 인플루엔자 주사맞는데
    잘 맞았나 모르겠네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2.10.15 16:39 신고

      의견 주셔서 감사합니다.
      곰곰히 생각해보고
      또 한글말로도 생각해보고
      하겠습니다.
      여러모로 마음 쓰이는 일이 많을텐데, 이런 것까지 고민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가을은 하루 하루가 선물입니다.

  • 2012.10.15 16:03

    눈물이 주룩주룩 나네요. 근데 저같으면 영양제 못 끊을 것 같아요.
    의사로서 좋은 말씀인거 충분히 알지만. 4월에 엄마가 돌아가신 저는. 그게 의료적으로 의미없는 연명일지라도 자식과 엄마에게 더 없이 소중한, 의미 분명한 시간일 것 같아요.

    전 한번 더 엄마의 얼굴을, 손을 닦아줄 수 있는 시간이 10초라도 주어진다면 그 무엇이라고 하고 싶네요. 착하지 않은 아들이라면 모르겠지만 그 너무나 착한 아들에게 나중에 한이 될 선택이 될 것 같아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2.10.15 16:40 신고

      알겠습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사람의 운명을 사람이 결정하겠어요.
      하늘의 뜻이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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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은

우리 삶의 약한 고리를 노출시킨다.

꾹꾹 묻어놓고 잘 덮어두고 살았는데

암을 진단받고 보니

그렇게 묻어두고 덮어두었던 문제들이 다 폭발하는 것 같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까...

 

그들 부부는 방문객이 별로 없다.

남편 수발은 오로지 부인이 다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재혼한 부부다. 그래서 각자 당신들의 장성한 자녀들이 있다. 그런데 그들은 병원에 안온다. 뭔가 가족 내 앙금이 있는 것 같다.

 

이제 막 암 진단을 받았지만

환자는 항암치료를 시작하기에도 어려움이 많다.

어쩌면 아무런 치료도 시도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50대 초반의 부인, 그녀의 몸에도 여러 신호가 온다.

부정맥도 생긴 것 같고

가끔 숨도 차고

콜레스테롤 수치도 높고

몸도 자꾸 붓고

그녀도 건강검진 한번 받아봐야 겠다 그러던 참인데

남편이 먼저 덜컥 암을 진단받는 바람에 자기 몸은 챙길 여가가 없다.

 

보호자 침대에서 쪽잠자는 생활을 몇일 했더니 컨디션이 너무 나쁘다.

남편 곁을 한시도 떠날 수가 없다. 밤에도 자꾸 깨는 남편 때문에 부인도 잠을 푹 자지 못한다.

 

그들 부부에게 우리병원 호스피스팀이 연결되었다.

보호자가 쉴 시간을 주기 위해

자원봉사자가 하루 서너 시간 부인을 대신하여 간병을 해 주기로 했다.

몸 컨디션도 않좋으니 낯선 사람과 함께 그 시간을 보내야 하는 환자도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조금씩 적응하게 되었고

그 시간 동안 부인이 휴식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낯선 이라고 생각했던 자원봉사자가

팅팅 부은 자기 발을 맛사지해주는 걸 보니 남같지 않다.

스킨쉽이 주는 눈물나는 고마움.

 

그렇게 주어진 시간 동안

부인은

우리병원 가정의학과에서 기본 진료를 받고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전문과로 연결되었다. 검사도 하러다니고 약도 먹기 시작했다.

 

환자는 자살 충동이 있었다.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드니까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었나 보다.

그러나 그 마음의 이면에는 그만큼 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 마음을 부인에게조차 털어놓지 못하고 품고 있었다.

 

재혼 후 살아온 10년의 시간. 고달프기도 하고 좋기도 했던 그 시간들.

이제 그 마지막 무렵이 다가온다. 남은 시간이 얼마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들의 삶은 충분히 최선을 다한 것이었음을,

어렵지만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는,

그리하여 서로의 마음에 충만한 사랑이 남을 수 있다면

그 시간의 길이가 얼마인지가

중요하겠는가.

 

병은 우리 삶의 약한 고리를 노출시키지만

어쩌면

그 과정에서 더 강한 사랑을 깨닫는 기회를 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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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의 적극적인 치료는 어려운 것으로 결정을 했다.

환자를 돌봐 줄 사람이 있는 친정 집으로 가는게 나을 것 같았다.

남편은 일을 나가야 하니까 그녀를 돌볼 수가 없다.

혹시 병원 갈 일이 있으면 어떤 병원으로 가시라고 소견서도 준비해 드렸다. 우리 병원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선생님이 계신 병원이라 그 선생님께 전화로 부탁도 드렸다.

 

그렇게 2달 정도 지났다.

그녀 상태가 많이 않좋아졌나 보다.

남편이 나에게 전화를 했다. 환자가 그동안 치료받은 적이 없는 지방으로 가게 되니 무슨 문제가 생기면 연락하라고 내가 연락처를 줬었나보다.

 

임종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최근 몇일 환자가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많이 힘들어 하니

가족은 또 당황하고 있나 보다.

 

진통 조절도 잘 안되고.

더 이상 집에 있기가 어려워서 병원을 찾았다.

대학병원에 가면

지금 환자 상태는 대학병원에 입원해서 검사하고 치료할 상태가 아니라고 하고

작은 요양병원은

자기네가 보기에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부담스러운 환자라고 한다.

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결국 환자는 어느 병원에도 입원을 못하고 있다고 한다.

 

많은 생각이 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병원은 돈을 벌어야 한다. 우리 병원은 자선단체가 아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병원과 의사는 영리를 추구해서는 안되는 holy한 집단으로 간주하고 싶어한다. 혼동하면 안되는 것은, 이 척박한 건강보험 환경의 제약을 뚫고, 우리나라 병원은 돈을 벌어야 하는 기관이라는 점이다. 기업이지만 기업이라는 걸 전면에 내세우면 안된다. 돈을 벌지 못하면 직원들 월급도 못주고 좋은 검사기계도 못 산다. 그러므로 병원이 돈 벌려고 갖가지 전략을 쓰는 걸 욕하면 안된다. 물론 양심과 윤리가 전제되었을 때.

이런 상황이 초래된 데에는 한국 건강보험 발전 과정의 역사적 맥락과 현실 정치의 흐름이 있고 이것을 분석하는 연구도 많지만, 여하간 지금 당장 내 눈앞의 환자를 볼 때는 그 분석이 중요하지 않다. '왜' 보다는 '어떻게' breakthrough 할 것이냐가 더 중요할 것이다.)

 

임종을 앞둔 말기 환자에게는

검사를 많이 할 필요가 없다. CT, MRI 뿐만 아니라 간단 피검사 조차도 자주 할 필요가 없다.

수액도 많이 드릴 필요가 없다.

과도한 수혈이나 비싼 항생제도 추천되지 않는다.

필요하면 진통제 정도.

결국 병원입장에서 돈 되는 모든 것을 환자에게 할 필요가 없다. 그것이 임종 전 치료의 원칙이다.

임종을 앞둔 환자에게는 가능한 최소한의 칩습적 행위만을 허용해야 한다.

즉 최소한으로 조치를 해서 최대한 편안하게 해드려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임종을 앞둔 환자를 병원이 진료하는 것은 수익율 마이너스이다.

 

그러나

입원장을 드렸다.

 

아무리 그래도

누가 뭐라 해도

환자가 못 먹고 죽으면 안되니까.

그런 환자도 입원시켜서 치료하는 나를 뭐라 하지 않는 우리 병원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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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2

중2

남매를 만났다.

이들의 엄마가 내 환자다.

환자는 짧으면 한달, 길면 세달안에 돌아가실 것 같다.

환자는 그동안 복통도 심하고 출혈 때문에 계속 빈혈이 오는데도 절대 입원하지 않으려고 했다.

집에 애들있으니까 애들 옆에 있어야 한다고.

그렇게 외래에서 버티다 버티다 통증조절이 안되서 입원하였다.

환자의 남편은 올 4월에 돌아가셨다.

환자는 남편 때문에 고생 정말 많이 했다.

환자 당신도 20대에 심장판막수술해서 평생 쿠마딘 먹고 그것때문에도 고생많이 했다.

암으로 고생 많이 하다가 이제 곧 임종하실 것 같다.

 

그러나

엄마는 지금 자기 통증이 문제가 아니다.

두 남매를 두고 자기가 먼저 죽게 되는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상태가 악화되어 가는 걸 알지만, 아이들에게 절대 얘기하지 말라고 한다. 큰애가 고2라 한창 공부할 때라고.

 

하지만 환자 의견을 존중하고만 있어서는 안될 것 같았다.

학교 안가는 오늘 남매를 오라고 했다.

오라고 해놓고도

막상 이렇게 어린 보호자에게 나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지금 이들에게 엄마 병의 경과를 설명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지금 내가 가족에게 들어야 하는 말이 심폐소생술 하지 않겠다는 동의인가?

그런게 아니라면 나는 이들을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해야 하고 어떻게 얘기해야 하는 거지?

 

 

잘 들어.

엄마 돌아가실 거야.

알고 있지?

엄마는 지금 너희들을 제일 걱정해. 본인 아픈게 문제가 아니야.

 

아들, 너 엄마 말 잘 안듣지? 엄마가 널 젤 걱정하고 있어. 앞으로 병원에 매일 와서 엄마 얼굴 봐. 속 썩이지 말고 돌아가실 때까지 엄마한테 착하게 굴어. 아무리 사춘기라도 이제 엄마에게 시간이 별로 없어.

 

딸, 공부 열심히 해. 그리고 동생 잘 챙겨. 공부하는데 방해된다고 딸한테 당신 얘기 하지도 말라고 하셨는데 내가 지금 몰래 부른거야.

내 명함 챙겨놓고, 친척들하고 말 잘 안되고 세상에 내편 하나도 없는거 같으면 전화해. 메일 보내든지.

외래에서 만나자.

엄마 한테는 내 명함 받았다고 말하지 마. 그냥 우리끼리 보자.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딸이 내 명함을 챙긴다.

우리는 전화번호도 교환하였다.

엄마 돌아가시고 나면

큰 딸 대학에 갈때까지 혹은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까지 남매를 3개월에 한번씩 외래에서 따로 만나기로 했다.

먼 나라 아프리카 어린이도 도울 판에

내 환자를 위해 이 정도 후원해 줄 수 있어야 겠다고 결심했다.

환자의 chief complain 은 자식 걱정이었다. 그걸 좀 덜어드려야겠다.

 

 

 

 

 

 

 

 

  • 2012.10.06 21:06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2.10.07 09:52 신고

      치료받는 동안 방송대 일정을 다 수행하고 계셨군요. 전지영씨에게는 뭔가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장하십니다. 정말루요.
      건강검진은 다른 일반인들과 똑같이 다 받으세요. 위내시경, 대장내시경 다 받으시고 필요한 조치 다 받으셔도 됩니다. 항암제를 받은 게 1년이 넘어서 괜찮습니다. 허셉틴은 상관없어요. 수면마취도 괜찮습니다.
      경희에게는 이 모든 사랑과 관심을 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처럼, 또 그렇게 앞으로도 열심히 사세요. 화이팅입니다.

  • 2012.10.08 12:50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2.10.08 12:58 신고

      ㅎㅎ
      안산은 매일 다니고 있습니다.
      맞아요 가을은 짧은 계절이군요.
      그런데요
      안산은 겨울도 좋아요
      눈이 와도 포근하답니다.
      지영씨도 안산다녀요?

  • 2012.10.08 18:53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2.10.09 15:20 신고

      가까운 산을 사랑하며 매일 산에 다닙시다

  • 워니아빠 2012.10.09 09:44

    아 감동...단 몇달이라도 더 사셨음 좋겠네요. 이 나쁜 병 획기적인 치료법 좀 빨리 나왔으면 좋겠네요. 수많은 아들 딸들을 위해서라도요. 그리고 선생님 존경스럽습니다.
    울 와이프도 좀있으면 뇌전이후 1년이 다되가네요. 다행히 전보다 병이 줄었지만 1년 내내 항암하고 체력도 많이 떨어지고 그러네요.생활은 그럭저럭 유지하고 있답니다.
    저희는 희망의 끈이라도 아직 있다는것에 감사합니다. 좋아질거라 굳게 믿고 삽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2.10.09 15:21 신고

      그럼요
      희망의 끈을 놓으면 안되죠. 체력 보강이 제일 중요합니다. 맛있는 음식, 남편이 손수 만들어주면 면역력이 배가 될것 같네요. 화이팅입니다.

  • 2012.10.12 23:03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2.10.13 07:16 신고


      지난 5년의 시간, 잘 이겨내셨습니다.
      그래도 10년까지는 1년에 한번씩 검사 하세요. ㅎㅎ
      격려 감사합니다.

  • 2012.10.13 09:35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2.10.13 11:32 신고

      오늘같은 날 무슨 블로그를 보면서 시간을 죽이시나요?
      밖으로 나가서 얼마 안남은 가을을 느끼세요.
      산책이라도.
      날 멋지다고 해주는 샘, 진심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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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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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사람의 오랜 투병생활을 옆에서 지켜보며

간병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 배우자를 간병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아주 가깝기 때문에, 혹은 가까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서로의 마음을 다치기도 쉽고

환자 상태가 좀 않좋아지면 , 내가 좀 더 잘 했어야 했는데 잘 못한걸까 하는 죄책감도 들고

환자가 요구하는게 좀 많아지면, 내 몸도 힘들어지면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원망스러운 마음도 들 수 있습니다.

 

아침에 회진을 도는데

남편이 손수 만들어 온 죽으로 식사를 하고 있는 환자가 있었습니다.

죽은 곱게 잘 쑤어서 쌀알갱이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구운 조기를 가시를 발라 자잘하게 찢어놓고

백김치 국물이 옆에 놓여있네요.

명절에 먹기엔 약간 아쉬움이 있지만

꽤 영양가가 높아 보이는 식단입니다.

남편이 메뉴를 바꿔서 매일 다른 종류의 죽을 만들어 옵니다.

환자는 복막에 병이 있어 장운동 상태가 좋지 않아 쉽게 토하고 장운동이 멈춰서 반복적인 복통이 옵니다.

그래서 지난 몇개월 동안 음식먹는 것 자체가 힘들 때가 많은데

그래도 항암치료 한번 하고 나서

복통도 줄고 토하는 것도 조금 나아졌습니다.

컨디션이 좋은 날도 있고 나쁜 날도 있지만

환자는 아들이 대학가는거 볼 때까지 살고 싶다면 이를 악물고 치료를 받습니다.

환자와 저는 이번이 마지막 항암치료가 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것쯤을 서로 알 정도로

그동안 많은 대화와 고민을 함께 했습니다. 이제 눈빛만 보면 압니다. 오늘 항암치료 할까요? 하지 말까요? 겉으로 오가는 대화는 형식적이지만 우리끼리 교환하는 정보는 많습니다.

환자가 그리도 이뻐하는 아들도 함께 와서 밥을 먹습니다. 아들은 명절 반찬에 밥을 먹네요.

저는 그렇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는 환자의 가족을 존경합니다.

그것이 사랑입니다.

환자도 최선을 다합니다.

죽을 날이 멀지 않았지만 자기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하고 애씁니다.

그것이 환자가 가족을 위해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사랑입니다.

 

 

제가 너무너무 좋아했던 환자와 그 아들, 그 가족이 병원에 모여 있습니다.

그들은 지금 환자의 임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환자는 숨 쉬는 걸 너무 힘들어 하셨는데

제가 약을 좀 드렸더니 편안히 숨쉬며 주무시고 계십니다.

오늘 내일 돌아가실 것 같습니다.

그동안 긴 투병기간 동안 최선을 다한 가족들, 별 말씀이 없으십니다. 그냥 조용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돌아가실 때는 어떻게 돌아가시나요?

 

지금 모니터 제일 윗칸에 보이는게 심장 박동수입니다. 120회 정도 되죠? 지금 폐도 나쁘고 심장기능도 떨어져서 힘든 상황인데 심장이 보상할려고 열심히 뛰고 있는 상태입니다.

몇 시간 지나면 저 심장박동수가 80회, 60회 이렇게 점차 떨어질거에요. 50회 미만으로 떨어지면 곧 돌아가실 거라는 싸인이니까 가족들 옆에서 모두 환자를 지켜봐주시고 기도도 해주세요.

그 아랫칸이 혈압인데, 높은 혈압, 낮은 혈압 두가지가 체크됩니다. 지금 70/40 이니, 지금도 낮은 상태에요. 혈압을 인위적으로 올리는 승압제는 쓰지 않을려구요. 일시적으로 혈압을 올려도 금방 다시 나빠지기를 반복하실 거에요. 괜히 승압제 쓰면 환자 힘들거 같습니다. 우리 승압제 쓰지 않기로 해요.

그 아래 수치가 산소포화도인데 아직 괜찮으시네요. 저 수치가 제일 마지막으로 떨어질거 같아요. 그렇게 순차적으로 수치가 떨어지다가 임종하시게 될 것 같습니다.

 

소변 안나온지 48시간이 지났으니, 이제 시간 문제인것 같아요.

아직 청력은 살아있으니까 옆에서 좋은 이야기 해주시고 가족들 목소리 들려주세요.

 

가족은 많이 울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겠다고 다들 고개를 끄덕입니다. 최선을 다해서 치료받았고 어느정도 죽음도 준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고 계십니다. 환자와 가족 모두 준비된, 차분한 임종을 맞이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편안히 주무시고 계셔서 다행입니다. 제가 의사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 입니다. 편안히 주무시게 해 드리는 것.

 

헌신적인 사랑이라고 말하기에

간병은 너무 힘든 일입니다.

육체적으로

마음적으로

너무 힘듭니다.

이런 힘든 시간이 쌓이면 그동연 숨겨져 왔던 가족 구성원들간의 갈등과 불만, 분노를 촉발하기 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며, 서로 다치지 않게 하려고 애쓰며, 서로에게 좋은 기억을 주려고 애쓰며 임종을 준비하는 이들을 보며 저는 인간적으로 많이 배웁니다.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그래서 간병을 하는 가족에게 당부의 말씀을 드립니다.

너무 최선을 다할려고 애쓰지 마시라고,

몸과 마음 모두 다 바쳐서 간병하지 마시라고.

그렇게 하면 지쳐서

남아있던 사랑도 다 증발해 버린다고.

그렇게 서로간에 부족한 공백을 인정해 주는게 필요한 거라고 당부합니다.

얼마나 도움이 되는 당부일지 모르겠습니다.

 

 

 

 

 

 

 

 

 

 

  • 2012.10.01 23:57

    교수님 명절에 너무 슬픈이야기네요 일년에 한번밖에 없는 추석인데 조금은 밝은이야기도 괜찮을것 같은데 괜시리 그냥 두렵네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2.10.02 22:33 신고


      병원에 있으면
      기쁜 날보다 슬픈 날이 더 많습니다.
      그냥
      그게 현실인것 같아요.

  • BlogIcon 김종헌 2012.10.02 13:20

    죽음에 담담할수 있는 사람이 몇일까요? 특히 보호자중에 젊은 나이의 배후자라면 더욱 지켜보기가 힘든건 맞습니다. 흔히 보면 영화의 비련의 주인공들이 된 현실이 밉고 부정도 해보지만 .....
    결론은 이겨내는것 뿐이죠... 오늘 선생님 애길 들으면서 내가 그렇게 되면 어떻게 할까 잠시 머리에 그려봤습니다. ... 상상하기 싫은 현실이지만 준비와 연습은 필요합니다. 예행연습? 이건 적합진 않고 시뮬레이션 이나 이미징 훈련? 아 모르겠네요.. .... 객관적으로 필요한 일이지만 그냥 생각하기도 싫은 것들....
    지금은 그렇습니다. .... 죽음에 담담하다... 내가 집사람의 휠체어에 앉아있다면 난 못할겁니다.

    처음 암선고 이후 재발 이나 전이의 선고, 모든 환자들의 마음은 비슷하겠죠.. 부정, 절망,회의 이후 재기...
    집사람을 보면 그렇더군요. 집사람의 경우는 비교적 이 단계를 짧은 시간에 지나기는 했지만...
    보호자들의 위로보다 같은 환자들, 특히 외래때 만나는 생면부지의 환우들과의 대화에서 많은 힘을 얻는것도 같습니다. 아마 보호자들이나 가족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해서 겠죠....

  • BlogIcon 김종헌 2012.10.02 14:28

    명절지난 직후 첫날 외래 주사실은 처음인데, 그동안 못보던 모습이 많습니다. 평소에는 환자한분에 보호자
    한명이나 환자혼자오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은 온 식구에다 다른 친척들도 오신분들이 많네요.
    덕분에 대기실에 빈자리가 없네요. ㅠㅠ
    부디 반짝 관심이 아닌 지속적인 사랑으로 이어지기를.... 환자들은 외로워 보여요.. 외롭겠죠.....
    저흰 선생님 환자는 아니지만 선생님 환자분들 모두 건강을 빨리 찾으시길 기도해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2.10.02 22:33 신고

      감사합니다.
      어떤 한순간에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겠습니까.
      그런데도 저희 환자를 위해 기도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부인께도 몸과 마음에 평화와 안식이 함께 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 2012.10.02 20:39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2.10.02 22:32 신고

      어떤 과든
      그 과에서 부딪히는 고유의 어려움들이 있겠죠.
      우린 그런 어려움들을 떠안고 사는거구요.
      힘들어도 버리지 말아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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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병원에는 친절 직원 추천제도가 있다. 환자들이 해주는 것이다.

어떤 환자가 나를 친절 직원으로 추천해주면

그가 쓴 추천의 이유가 나에게 메일로 온다.

익명의 누군가일 때도 있고

환자의 이름을 알 수 있을 때도 있다.

 

추천의 이유를 읽고 있으면, 마음이 아플 때가 많다.

그가 누구인지 알면 특히 더 그렇다.

그 생명의 불꽃이 어느 정도 남아있을지 짐작이 될 때가 많기 때문에 그럴 때가 있다.

 

나를 칭찬해주는 문구를 내가 볼 때 사실 좀 오그라든다. 나라는 사람의 본질에 그리 그렇게 대단한 것이 없다는 것을 나 스스로 잘 알고 있는데, 환자들이 나를 친절하다고, 좋게 표현하는 내면에 나를 향한 환자마음의 기대감이 있기 때문일 때도 있다.

 

선생님, 저를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주세요. 저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세요.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때론 내 마음이 도를 넘어 환자에게 오바해서 다가갈 때도 있고

때론 내 마음이 칼처럼 차가워져서 환자에게 냉혹한 결정을 내릴 때도 있다.

 

오늘 아침 회진, 남편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직 환자는 준비가 안 된 것 같은데, 어떻게 할까요? 환자에게 어떻게 얘기하면 좋을까요?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해서 저에게 요청해 주세요.

지금 환자를 위해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요.

가족도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해 주세요.

 

그렇게 냉혹한 말을 남편에게 던졌다.

그리고 나는 오늘 그녀가 쓴 추천의 편지를 받았다. 나에게 고맙다는. 언제 쓴 것일까?

 

대학병원의 입퇴원은 냉혹하게 결정된다.

지금 눈앞의 환자의 상태를 신속히 진단하고 치료하고 급성기가 지나면 퇴원시켜야 한다.

단지 경과관찰을 하기 위해 수일 수주일을 병원에 머무르면 안된다.

그건

병원의 수지타산에도 안맞는 일이고

3차 의료기관에서 그렇게 경과관찰하는 것으로 환자가 적채되기 시작하면

상태가 급한 상태의 다른 환자가 병원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의료전달체계의 원리상으로도 안맞는 일이다.

그래서 냉정하게 퇴원을 강권할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퇴원을 시키지 못하는 환자가 있다.

퇴원하면 곧 돌아가실 것 같은 환자.

 

나는 그가 곧 죽을 거라는 걸 알 고 있다.

그래서 아직 환자와 가족이 아직 임종 준비가 안 되어서 퇴원시키지 않고 있다.

나에겐 그의 죽음이 예정되어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들에게는 충격이 되니까. 

마지막 가는 길을 매정하게 보내고 싶지 않아서 나는 시간을 좀 끌고 있다.

 

그런 그녀의 편지.

목이 메인다.

우리에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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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호스피스 완화학회 내 보험위원회 회의가 있었습니다.

제가 그 학회의 보험위원입니다.

근사하네요. 명칭이...

 

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 하에서는

완화의료 서비스나 호스피스 서비스가

정식 수가가 발생하지 않는 서비스 항목입니다.

그래서 개별 병원의 형편에 따라 자원봉사적인 측면으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병원도 호스피스 팀이 있고 엄청나게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정말 국내 최고의 호스피스 팀이라고 자부하지만)

정작 환자는 내는 돈 없고 국가도 병원도 지원해주는 돈 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1년에 2번하는 자선바자회가 우리 호스피스 수입의 전부입니다.

병원 예산도 거의 책정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올해 처음으로 우리 암센터에서 일부 예산을 지원해 주신것으로 들었습니다. 원장님, 감사합니다)

병원 입장에서도 이런 분야는

수입이 창출되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별로 투자하고 싶은 분야가 아닐 겁니다.

심지어 생애 마지막 시기에서는 영양제도 줄이고 검사도 삼가하면서

임종을 기다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환자에게서 어떤 의료비용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바람직한 임종 준비입니다.

그러니까 사실 개별 병원 차원에서 호스피스를 운영한다는 것은 파산의 지름길이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병원이란 자꾸 검사하고 이약 저약 많이 써야 돈을 버는 기관이니 말이죠.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의사와 병원은 성직자와 종교기관이 아니니까요)

 

대개는 천주교에서 종교적인 차원에서 호스피스가 제공되는 경우가 많지만

비단 종교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완화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호스피스 치료를 필요로 하는 분들이 점점 많아 지고 있습니다.

개별 병원 입장에서 활성화하기 어렵다면

건강 및 의료정책에 대한 국가의 철학적 입장이 요구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엄밀히 말해 완화의료와 호스피스는 다른 개념입니다.

 

환자는 완치되지 않는 단계의 암을 진단받는 것 자체가 큰 충격입니다.

의사는 그런 충격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정신없이 검사 스케줄 돌리고 항암치료 하기 바쁩니다.

환자의 마음 속에는 오만가지 근심걱정이 지나갑니다.

정신적

심리적

가족적

경제적

종교적

여러 차원에서 생각과 고민이 많습니다.

그런 고민들을 잘 해결할 수 있게 직간접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완화의료 서비스의 핵심입니다.

그러니까 완화의료라는 것은 표준치료를 잘 받고 환자의 힘을 북돋와주는 과정입니다. 일종의 힘주기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런 중요한 서비스를 함께 제공했을 때 표준치료만 받는 환자에 비해 환자의 삶의 질, 우울감 등이 호전될 뿐만 아니라 생존기간도 향상시킨다는 연구가 나오면서 더욱 각광을 받게 되었습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보험체계 내에서는 완화의료 서비스에 대한 의료 비용 부분은 아예 책정조차 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라,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수가를 발생시켜 돈을 지불하는 정식 서비스로 만드려는 노력이 진행중입니다.

 

여러 병원, 여러 지역에서 모인 선생님들과 함께 오늘 모임을 하면서

제가 얼마나 근시안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지 깨닫게 됩니다.

대학병원에서 근무하고

암환자가 몰리는 큰 병원에서 일하기 때문에 갖는 내 시각의 한계.

암환자가 득시글 득시글 많지 않아도

성실히, 소박하게 환자를 진료하며 일하고 있는 현실의 목소리가

말하고 있는 또다른 현실은 어떤지 

제가 어느 새 그런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는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 주제에

그 우물이 전부인 줄 알고 사는 못난 개구리입니다.

 

9월 10월에는 학회도 많고 발표도 많은데

좀 더 제 시각을 겸손하게,

그리고 현실에 천착하는 시각을 갖도록 입장을 재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은 역시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하고 남으로부터 배우는 존재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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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세 할아버지.

우리 병원에서 10년 전에 직장암 진단받고 수술도 받고 방사선치료 항암치료도 다 받으셨다.

장루도 갖고 계신다.

10년 생존자 새누리클럽 회원이시다.

 

작년에 췌장암 진단을 받으셨다.

원격 전이는 없었지만

췌장 내에서 상당히 진행된 병기라 수술 할 수 없었고 방사선 치료와 항암치료를 병행 하셨다.

그리고 그 뒤로 1년째 젬자로 항암치료를 하고 계신다.

 

사진을 보면 아직 병이 남아있지만

처음보다 줄어든 상태에서 크기가 줄어든 채로 1년째 그대로 있다.

이 정도 병기면 평균적으로는 10개월 내에 재발한다고 되어 있는데 아직 괜찮으시다.

 

할아버지 성격이 긍정 그 자체다.

할아버지는 서태지 랩을 즐겨 하신다.

지난 주 슈퍼스타 K 예선에 나가셔서 방송도 타셨다.

'Come back home'부르시고, (랩이 아니고 거의 창에 가깝다) 특별히 요청된 앵콜로 '난 알아요'도 부르셨다.

 (안타깝게도 '불합격' 하셨다)

예전에 강심장에도 2번 출연하셨다고 한다.

TV에는 현재 할아버지가 암으로 치료 중이니 뭐 그런 말 안나왔다.

그냥 랩 하는 서태지 할아버지로 출연하셨다.

 

랩에 도전하는 정신

가사를 외우는 열정

할아버지가 암환자라는 것과 전혀 상관없는 미덕이다.

 

올 가을, 우리 암센터 공연에

할아버지 무대를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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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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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주 동안

진통제 드신 날짜, 시간, 진통제 종류, 양을 다 기록해 오신 환자.

한번에 몇백알씩 약을 가지고 가신다. 진통제 양이 매우 많다.

항암제나 방사선치료에 반응하지 않으면서 아주 느릿느릿 자라는 종양을 가지고 계신 분이다.

척추 깊은 근육쪽에 종양이 자라서 다리쪽으로 내려가는 신경을 누르니 걸음을 못 걸으실 정도로 아파서 협진 의뢰가 되었다.

환자는 너무 다리가 아파서 죽고 싶다고 했다. 부인은 옆에서 눈물 바람이다.

환자가 죽고 싶다는 말을 할 때는 위기이자 응급상황이다.

 

당장 입원시켜 작용시간이 빠른 주사진통제로 환자에게 총 필요한 진통제 용량을 계산하였다.

어마어마하였다.

좀 줄였더니 금방 다시 아파지고, 발을 쭉 펴고 눕지도 못할 정도였다.

붙이는 진통제는 별로 효과가 없었다.

마취통증클리닉에 여러 차례 의뢰하여 신경차단시술을 해 보았지만 효과가 신통치 않아다.

결국 고용량의 경구용 진통제를 여러알 먹어보기로 했고

여러 차례 시행 착오 끝에

환자에게 맞는 진통제의 종류와 용량, 용법을 찾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엄청난 통증 다이어리를 써서 외래로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진통제 교육을 해 드렸더니 본인이 증상에 맞게 조절을 잘 하신다. 남은 약을 고려하여 다음 처방을 내 달라고 하며 진통제 처방용량과 일수도 다 계산해 오신다.

선생님 이약은 몇일치 정도 남았으니까 몇일치 더 주시구요,

혹시나 응급 상황 생길지도 모르니까 무슨 진통제를 응급 상비용으로 몇일치 정도 더 주시면 좋겠어요.

 

환자는 똑똑하고 의사에게 협력적이다.

보호자는 환자를 잘 도와주고 환자 진료에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의사에게 열심히 보고해 준다.

어떻게 하면 통증이 악화되는지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되는지

자기가 상황에 맞게 조절을 해 봐도 되는지 여러각도에서 질문하신다.

 

환자인 아저씨는 잘 낫지 않는, 그렇다고 빨리 나빠지지도 않는 이 병을

수술하고 방사선치료 하기를 여러차례, 그동안 빚을 많이 졌다고 하신다.

지금 이발소일을 다시 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통증이 심한데도 이발 일을 하시고, 남편이 주요 과정 이발을 다 하면 부인이 머리감기고 말리고 뒷정리를 하면서 두분이 생계를 꾸려가신다.

한동안 통증이 너무 심해 일을 못했는데

이렇게 진통제를 맞춰서 먹으면서

조절이 어느 정도 되고

아주 편하지는 않으나 그럭 저럭 살만해서 다시 이발 일을 시작하셨다고 하신다.

 

통증때문에 잘 움직이지 못하는 다리가 가늘어졌다.

부인은 요즘 진통제 복용 시간에 맞춰서

하루에 30분에서 한시간 다리 근육 운동을 시키고 있다고 한다.

운동하시기에 힘드실텐데요. 아직 통증이 있어서요.

그게 뭐 쉽게 없어지는게 아니면

의지할 근육이라도 있어야 오래 견디지  않겠어요.

운동시키니까 밥도 더 잘 드시고 생기가 생기는거 같아요.

 

무서운 부인이다 ^^

 

이렇게 진통제를 많이 드셔도

큰 부작용없이

일상생활로 복귀하여 생활 전선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 부부가 존경스럽다.

 

통증 일기의 기록은 이들 삶의 투쟁의 역사이다.

내가 이 일기를 받을 때마다 대단한 기록이라고 칭찬해드리면 환자와 부인이 아주 흐뭇해하신다.

본인들이 스스로의 증상을 조절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을 갖게 되었다는 것, 의사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일상을 잘 꾸려가시는 것에 대해 자랑스러워하시는것 같다.

병이 나을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병을 가지고 잘 살 수 있기를 희망한다.

 

오늘 다리 근육의 둘레를 자로 쟀다.

다음에는 더 튼튼한 다리로 오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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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남동생이 왔다.

몇달전 보았던 누나가 아니다.

잘 모르겠지만

누나 상태가 나쁘다는 건 의사의 설명을 듣지 않아도 알것 같다.

 

난 사실 그녀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미국에 있는 가족도 더 늦기 전에 한번 와서 보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미국 사는 친정아버지와 남동생이 비행기를 타고 급히 오셨다.

나는 그동안의 경과를 설명드리고 앞으로 예상되는 긍정적인 측면, 부정적인 측면의 모든 가능성에 대해 설명드렸다. 그리고 최근 부정적인 증상들이 더 많이 나타나고 있어서 더 늦기 전에 가족들을 다 보는게 좋을 거 같아서 오시라고 했다고 말씀드렸다. 패혈증이 해결되지 않으면 이번주에 돌아가실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다.

최선을 다해 이번 고비를 넘겨야겠지만, 그래서 가능한 시간을 많이 확보해야 겠지만,

그래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고, 항암제 반응이 없으면 조만간 다시 나빠질 수도 있다.

그런 앞으로의 코스를 설명드렸다.

 

 

위급한 순간까지 치달을 뻔 했던 환자 상태가

이틀 전부터 조금 나아지는것 같다.

장 운동이 전혀 없어 공기와 물로 배가 남산만큼 불러서 숨쉬기도 힘들어 했던 그녀가

방귀도 뀌고 너무너무 오랫만에 변도 보고 콧줄로도 배액이 많이 되기 시작한다.

복막의 병이 좋아지는 걸까?

콧줄을 낀 상태에서 오늘은 물을 먹어보기로 했다.

너무 나쁜 상태에서 가족을 만나지 않아도 되니까 다행이다.

 

남동생은 아무 말없이 내 설명을 듣다가

설명을 다 듣고나서

울먹울먹한 목소리를 애써 감추며 질문한다.

 

다리가 많이 부었던데

마사지 좀 해줘도 되나요?

무릎 위쪽으로 마사지 해도 병이 나빠지는 건 아닌가요?

 

다 큰 남동생

누구나 그렇듯

가족이지만 철들고 나서 뜸했던 누나와의 관계

아픈 누나를 두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남동생

그가 병원에 있는 동안 누나를 위해 발맛사지를 해 주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 마음이 너무 착하고 예쁘다.

 

'환자에게는 스킨쉽이 필요하고, 발맛사지는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걱정말고 잘 해주세요'

그렇게 드라이하게 한마디 하고 말았지만,

돌아서는 남동생의 뒷모습을 보니 내 마음이 뭉클하다.

 

실재로 우리병원 호스피스 팀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발맛사지 교육을 받은 후

우리 환자들을 대상으로 발맛사지를 해드리고 있는데

이뇨제로도 전혀 호전이 없는 암환자의 말기 부종이 효과적으로 빠질 뿐만 아니라, 정성을 다한 발맛사지가 환자들 마음을 많이 움직인다. 돌아가시기 전 편안한 마음을 갖고 우리 병원에 대해서도 그동안 치료 잘 해주셔서 고맙다고 느끼는 계기가 된다고들 하신다. 뭔가 신체적 접촉이 주는 힘인 것 같다.

 

발 이라고 하는 우리가 평소에 신경쓰지 않던 신체의 일부,

우리 몸을 지탱하며 피곤해 하던 신체의 부위가,

병의 말기에 퉁퉁 붓고 힘들다.

발 맛사지는 전신의 피로감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고, 맛사지라는 스킨쉽을 통해 환자에게 안정감을 준다.

 

동생의 마사지가

우리 환자에게도 그런 편안함과 사랑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환자들은 몸과 마음으로

세상과 스킨쉽을 느끼고 싶어 한다.

힘든 시기, 옆에 있는 가족의 사랑이 환자를 평온하게 만들고 씩씩하게 견딜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 준서아빠 2012.08.17 23:47

    오늘도 선생님 글을 읽고 있네요. 중독성인가요?
    오늘은 외래에 좀 오래 기달렸슺니다.
    아버지와 딸이 같이 와서 아버지의 호전 소식에 손을 모아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외래실을 나서는 분을 봤습니다. 얼마나 좋을까..
    또 판정에 비통해하며 나서는 분...
    잠시후 저희 차례가 되어서 주치의 선생님을 뵙씁니다. 외래 날은 아니나 오마먀 mtx 주사로 오늘은 열과 두통이 있는것같아 시간도 여유있어 주치선생님을 뵙기 로 했습니다.
    염증우려는 없고 다행히 응급실은 안가도 되는듯해서 인도하는 중에 주치의 말씀은
    다리의 상태가 호전이 안되면 뇌전이의 항암치료로 할수없다고 말씀하시네요. 순간 멍한 기분......
    척수 시동이 있어 오마야를 통한 mtx 가 4회 방사선을 8회 오늘 마쳤습니다.
    다리의 움직임도 좋아지고 손움직임도 조금씩 좋아져서 하루하루 기분이 좋던차에 찬물같은 말이네요.

    다시 물었습니다. 왜냐고

  • 준서아빠 2012.08.18 00:14

    선생님, 항암은 힘들다는건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합니다.
    집사람은 wbrt만 std로 10 회 했습니다. 전이가 5개 정도이지만
    감마나이프로 가능할까요? 어느 논문에서 감마 의 최대 갯수는 3개 정도로 보듯 합니다만 her2 음성인 집사람에게 항암말고 다른 케어는 없을까요? 슬라이드는 접수하고 재검사는 기다리고 있습니다만 er양성 pr은 음성이였습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2.08.18 07:01 신고

      회복이 안된 상태에서 항암치료를 하는 것은 환자에게 더 않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지금 막 머리 치료를 마쳤으니 조금 더 기다려보고 판단하는게 좋겠습니다. 보통 방사선치료를 마치고 1달전후로 재평가하게 됩니다.

  • 준서아빠 2012.08.18 17:50

    마지막 mri는 recurrence 없고 아직도 wbrt후 줄고 있다고 합니다. 정확히 보신거겠죠... 흑흑

    선생님, er 이 양성인데 뇌전이 에 호르몬 치료가 어떨까요?
    저희 선생님은 아마 이쪽으로 생각하시는것 같습니다. 항암은 하는것을 옆에서 지켜본바도 있어 호르몬치료가 효과만 있다면 또 bbb 문제도 우회할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2.08.19 08:25 신고

      호르몬 치료도 나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발현 정도가 높으면 효과가 좋을텐데... 시간이 지나면서 호르몬 수용체 발현정도가 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마 같이 검사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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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

자연과 생체리듬을 가까이 할 것.

숲이나 산, 강을 자주 다니며 원기를 잃지 말 것.

계절이라는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길 것.

그러므로 잠이나 규칙적인 생활, 휴식 등

내 몸이 원하는 기본적인 욕구를 무시하지 말 것.

 

이런 생활 수칙을 지킬 때 몸의 균형 회복과 치유에 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평온함.

내면의 초연함을 갖고 명상이나 정상 심박동 훈련을 규칙적으로 할 것.

평온함보다는

사람들의 행복에 기여하고, 사람들의 행복과 사고방식을 변화시켜 균형적인 미래를 만들려는 욕구를 실천하면서 느끼는 충만한 느낌도 좋지만

그것 때문에 내가 가진 한계를 무시하는 것. 그것은 가장 위험한 행동이다.

 

그것을

긍정적인 스트레스라고 믿으며 중독되지 말자.

스트레스 양을 늘리고 싶어하고 스트레스를 느끼지 못하면 금단현상을 일으킬 수도 있으므로.

오래 지속되는 스트레스는 암 재발을 가속화할 수 있고 무기력은 면역체계를 약화시키고 염증을 일으킨다.

스트레스의 원인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삶의 균형을 통해 초연함을 유지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

나 자신과 평화를 맺는 것, 운명의 유한성을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모든 에너지를 치유의 본질적인 과정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하루하루를 선물처럼 생각하자.

다른 건 생각하지 말고.

오늘을 선물처럼 평온한 마음으로 살자.

하루하루 풍요로운 경험을 하고 살자.

 

그러나 지금의 나를 돌아보려면 다소는 불편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아야 합니다.

내가 과욕을 부렸나

우선순위를 제대로 설정했던가

나의 삶은 가치가 있는가

그 삶을 계속할 이유가 있는가

그렇다면 그 조건은 무엇인가

삶을 송두리째 바꾼다면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까

이 질문들의 답을 찾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남아있는가.

 

최소한

내가 살아온 길을 인정하자.

그것 때문에 내가 지금 절벽에 내몰렸다 해도.

 

이상의 문장들은

다비드 세르방 슈레베르가 쓴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이 아니다'를 읽으며 제가 밑줄친 문장들입니다.

제가 결심한 바입니다.

그가 쓴 항암(Anticancer), 치유(Cure) 라는 책도 주문하였습니다.

마음 다시 챙겨먹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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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에 걸린 프랑스 정신과 의사가 20년만에 재발한 뇌종양과 투병하며 쓴 책입니다.

31세에 뇌종양을 진단받고 완치된 후

그는 인지신경학을 전공하는 정신과 의사로 살았습니다.

 

누가 이런 말을 했느냐에 따라 울림이 다르네요.

 

그는 의사 생활을 하는 동안 죽음을 목전에 둔 환자를 많이 만났는데 그때의 경험,

그리고 투병 중인 지금 자신의 경험을 담담하게 잘 정리한 글입니다. (좀 놀랍습니다)

 

그의 서문에서

 

환자들과 교류하며 나는 죽음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적절한 순간은 없다는 걸 배웠다. 환자에게 충격을 주지 않는 조건에서 언제든지 죽음에 대해 자연스럽게 말을 꺼낼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이 끝이라는 느낌을 주어서도 안 되고, 얼버무려서도 안 된다. 죽음은 예측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회복에 대한 가능성과 희망을 배제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암처럼 심각한 질병을 앓는 환자들에게서 죽음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문제이며,

이를 부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이 갖는 의미를 여러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것이 비로소 때가 왔을 때 가장 죽음을 잘 맞이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삶이란 죽음이라는 절정을 위한 긴 준비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즉 새로운 희망이란 곧 성공적이며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인간의 삶은 죽음을 향하게 되어 있고, 삶은 죽음으로 끝나기에, 그 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참 많다.

 

안녕을 고할 사람들에게 인사하기, 용서해야 할 사람을 용서하기, 용서 받아야 할 사람에게 용서받기, 메시지 남기기, 물건 정리하기, 그리고 무엇보다 평온함과 교감을 가지고 이별하기, 세상을 떠남에 좌절하거나 슬퍼하기 전에 삶을 받아들이고 나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아직 앞부분만 좀 읽었습니다.

환자를 위한 이야기 라기보다는

내 마음 속에 정리되지 않은 이야기,

나를 위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외래가 끝나면

자기가 죽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은 젊은 환자에게

지금 당면한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이 책을 읽는다고 제 마음이 순식간에 정리되겠습니까.

한순간 기도하는 마음으로 공부하고 내가 좀더 현명한 언행을 할 줄 아는 의사가 되길,

한 인간으로서 나는 또 다른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는게 좋은지 아는 사람이 되길

기도할 뿐입니다.

생의 마지막 시기에 와 있는 환자들을 매일 만나면서

나에게 죽음이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삶을 계속 이어나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죽음이란 무엇인가

 

정답은 없겠지만

이런 질문을 품고 가슴에 사는 동안은

겸허하게 생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BlogIcon 김순자 2012.08.13 17:35

    올 여름은 무지 덥군요
    잘 지내시지요?
    늘 씩씩한 모습
    고맙습니다

    가끔씩 올려주시는 독후감도 고맙습니다
    소개해 주시는 책은 인터넷 서점에 잽싸게 주문해 읽곤 합니다

    저는 매일 운동(걷기) 열심히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운동 안하는 시간은 그놈 때문에 몸이 아파 절절 매기도 하면서요
    ....
    ㅎㅎㅎ

    하튼 무지 잘 적응 하고 지냅니다

    9월 검사결과 보러 갈때는 더 좋은 모습으로 뵐께요


  • 이수현 2012.08.13 19:32

    저도 가만히 있으면 마음이 아플때가 있어요 그럴 때 산에 갑니다 우리 서로 열심히 합시다 지금도 산에서 내려오는 중이에요 내려가서 씻고 환자 면담 좀 하고 카페라떼 따듯한 걸로 한잔 마실려구요 하루에 한 순간만 행복해도 행복한거에요 그죠?

  • 김종헌 2012.08.14 11:19

    가끔씩 들러봅니다. 이번에도 좋은 글이 있네요.. 죽음이라... 눈에는 보이지 않는 보고 싶은 않은 다른 차원의 공간같다는 생각입니다. 언젠가 집사람 상황을 댓글로 올린바 있었습니다. BC 에 LC 판정을 받았습니다. SNUH 에 있는데 (외래로) 보행과 몸가눔이 않되니
    환자도 돌보는 식구도 녹초가 되곤합니다.

    INTRATHECAL 수술후 MTX 를 투약중입니다. 저는 항상 불만이 의사분들이 보호자나 원하는 환자에게 자세히 상황과 방향을 설명하셔야 한다고 봅니다. 어제 외래에서 선생님이 좀 애매모호히 얘기를 해주셨다고 하네요. 그래서 집사람 온갖 상상으로 불안해합니다.

    선생님이 뇌전이 관련한 글도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보여주려고 출력까지 해서 들고 다닙니다.

    LC 를 위해 MTX 투약과 방사선 (량은 모릅니다) 중입니다. 이제 6번, CHEMO 는 3번이라
    매일을 기대하면서 눈을 뜹니다. 본인이야 오죽할까 합니다. 보행불가 대소변도 않되는 본인의 처지를 어떤 강한 사람도 참을수 있을까... 보고있으면 눈가가 항상 흐려집니다.

    참 어제의 질문은 이거였다고 합니다. 제가 외래가면 꼭 질문을 LC 는 하지만 WBRT 후 6주인데 왜 BC 의 CHEMO 나 다른 진행일정을 질문한거였고 MD 말씀은 다리가 아직 않되어서 항암을 시작할수 없다. 지금 항암을 시작하면 죽는다..

    저는 죽음이란 말은 환자에게는 절대 꺼내지 않아 주셨으면 합니다. 정상인들이야
    죽음이란 말은 강건너 불이겠지만 집사람같은 사람은 항상 잊고 싶은 단어인데 그 분이 터트려 주셨더군요..
    한참 걸렸습니다. 그건 아닐꺼다. 척수의 회복은 뇌전이 치료와는 직접 관련은 없다. 30-50%의 확률로 회복을 기대하는데 보행이 않되면 뇌전이 치료는 않하겠냐???
    아마 다른 몸상태를 얘기하시는걸거다.. 한 삼십분 얘기하니 좀 안정이 된것 같습니다.

    너무 떠들었네요.. 언젠가 집사람과 같이 산에 갈수 있는 날이 오겠죠 그죠??

    지민 준서 아빠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2.08.14 22:10 신고

      환자와 가족의 마음은 얇은 유리와 같아서 작은 돌을 잘못 떨어뜨려도 금이 가고 깨지려고 합니다. 저도 아마 많은 실수를 저지르며 살고 있을 겁니다.
      꼭 산에 같이 가는건 아니더라도
      같이 손잡고 앉아
      시원한 바람소리를 듣고
      햇살을 받고
      그런 시간을 함께 잘 보내는 것도 지금은 중요할거 같습니다. 힘내세요 화이팅

  • 준서아빠 2012.08.14 23:01

    오늘 그쪽 교수님과 이런 말씀들었네요. 슬라이드 제출도 하고.
    오는 차안에서 선생님 얘기를 했네요. 전에 올리시는 유방암 글얘기도 살짝 살을 붙여서..
    내일도 중요하지만 present 가 present 네오. 감사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2.08.15 07:21 신고

      맞아요
      오늘이 선물이에요.
      그 선물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감사하기란 사실 힘들죠.
      지금이 당신이 그 힘든 시기라고 생각됩니다.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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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대 중반의 엄마

그녀에겐 여섯살난 아들이 있다.

그녀는 매년 건강검진을 했었고 매번 아무 이상도 없다고 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4기 위암을 진단받았다.

경황없이 항암치료를 시작했지만 약제 반응이 신통치 않다.

갑자기 복통이 찾아오고 물도 넘기지 못하고 다 토한다.

뱃속에 스텐트라는 것을 넣고 나서야 겨우 물을 마실 수 있게 되었다.

불과 몇개월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그녀는 아직 분노 단계에 있다.

보통 첫 항암치료의 효과는 최소한 몇개월은 간다고 들었는데 세달도 안되어서 약효가 없어진 것 같다.

바꿔서 다시 쓴 항암제도 효과가 없는지 장폐색이 왔다.

그녀는

나의 미래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대해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우선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뭔가 나의 죽음을 준비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도 갖고 있다.

 

자기에게 시간이 얼마 없는데

자기가 죽고나면 젊은 남편과 아들은 새 아내와 새엄마가 필요할 것이다.

사랑하는 그들에게 내가 잊혀지고 싶지 않아

뭔가 나를 기억할만한 것들을 남기고 싶지만

그렇게 남긴 흔적 때문에 새 아내와 새 엄마를 맞이한 그들에게

자신의 흔적이 방해가 될 것 같아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그녀에게는 이 마음이 가장 힘들다.

 

당신은 남편과 아들에게 소중한 존재라고.

그러니까 그들에게 새 사람이 생겨도

당신은 기억되어야 하고 기억될 수 있는 존재라고.

남편에게 당신은 영원한 사랑이고

아이에게 당신은 영원히 엄마라고.

그러니까 우리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고 좋은 것은 남기자고 약속하였다.

 

우린 미술치료를 선택했다.

치료라는 말이 들어가기는 했지만 꼭 명확한 치료의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호스피스 자원봉사 팀에 이런 미술치료를 전문으로 하시는 선생님이 계셔서 자원봉사를 해 주시기로 했다.

환자가 좋아하는 장르를 찾아 예쁘게 그리고, 멋지게 만들어서 뭔가 작품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 남편과 아들에게 선물하기로 했다.

좋은 것을 보고 좋은 것을 만들고 좋은 것을 선물하며

마음을 치유하는 것.

그것이 그녀를 위한 우리 팀의 미션이 될 것이다.

이 생을 떠난다고 해서

다 잊혀지는 것은 아니다. 잊혀져서도 안된다.

사랑이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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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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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병원 호스피스 팀에서는

올 11월 10일 (토) 국제 완화의료 학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제는 Early ingegration of palliative care 입니다.

호스피스라는 단어, 완화의료라는 개념이

사실 어감이 잘 와닿지 않고 우리에게는 다소 저항감을 주는 면이 있습니다.

 

여하간

핵심은

암환자 치료에 있어서

의학적인 진단과 치료 이외에도

환자들에게는 보다 적극적인 증상조절과 지금보다 더 많은 사회심리적 지지, 가족을 포함한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원할한 커뮤니케이션도 필요하다는 것. 이런 전체적인 과정을 통해 암환자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 이번 국제학회의 주제입니다.

 

이러한 취지로

현실적으로 필요한 주제를 결정하고 연자를 섭외하며 일을 진행중입니다.

이런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 팀 자체적인 역량을 강화하고 세브란스 병원 호스피스 팀의 장기적인 발전방향을 잡아보는 것을 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오늘은 제가 주제 발표를 하였습니다.

 

주제 발표를 위해 최근에 나온 논문도 찾아읽고 책도 찾아보았습니다.

최근에 발표된 논문 중 가장 화제가 되었던 것은

전이성 폐암을 진단받은 15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표준 항암치료를 받는 그룹과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완화의료팀과 한달에 한번씩 정기적인 미팅을 병행하는 그룹 이렇게 두그룹으로 나누어 삶의 질, 우울감, 그리고 생존기간의 차이등을 연구한 하버드 그룹의 2010년 NEJM에 실린 연구 결과입니다.

완화의료팀과의 정기적인 미팅을 동반한 치료그룹에 속한 환자들은 

뭔가 환자를 불편하게하는 증상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비의료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정기적으로 상의하여 해결책을 함께 찾는 과정을 병행하였습니다.

 

완화의료팀과의 정기적인 면담을 시행한 그룹에서

삶의 질도 좋고, 우울증을 경험하는 비율도 낮고, 임종 전 중환자실 입실 등 지나치게 공격적인 의료시술을 하지 않는 비율이 낮아 궁극적으로 의료비용도 감소하였습니다. 놀라운 것은 표준 항암치료만 받은 그룹에 비해 평균 생존기간이 2.7개월 연장된 것으로 보고되었다는 점입니다.

어떤 신약으로도 평균 2.7개월의 생명연장을 증명하는 임상연구는 드문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그런데 완화의료를 병행한 것만으로 이렇게 생존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었다는 사실은 종양학을 전공으로 하는 학계 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물론 이러한 연구결과를 모든 암종에, 모든 병원의 형편에 일반화하여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여하간 완화의료를 표준 치료과정에 보다 일찍 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불러일으킨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완화의료가 생애 말기, 죽음 직전에 제공되는 서비스가 아니라

완치되지 않는 질병이라는 것을 진단받는 순간부터 함께 제공되는 서비스가 될 때

환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표준치료도 더 잘 받게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입니다.

 

이 논문 이외에도 최근 발표된 몇몇 핵심적인 연구들을 오늘 호스피스 세미나 시간에 정리하여 소개하였습니다.

당일치기로 마감시간에 급급하여 겨우 발표를 마쳤지만 저에게 많은 공부가 되었을 것으로 믿습니다.

 

우리병원 호스피스 팀도 당연히 이러한 접근으로 환자를 진료하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데

호스피스팀이라는 명칭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들고

아직까지 이런 분야는 병원의 수입을 창출하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활동 지원이 없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의 힘, 바자회를 통한 예산 확보, 병원의 정규시스템과의 연계 부족등으로, 아직까지 호스피스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개별적인 헌신이 없다면 일이 진행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우리 호스피스 팀에서 환자를 위해 제공하는 서비스와 노력은 대단합니다.

세계 어느 병원과 비추어 보아도 질적으로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보다 많은 환자들이 말기가 아니더라도 꼭 호스피스 팀을 치료과정 조기에 만나

의사로서 제가 발견하지 못하고 도와주지 못하는 부분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호스피스 팀을 한번 만나볼까요? 라고 제안했을 때, 내가 이제 말기구나, 내가 이제 치료가망성이 없다는 얘기구나 그렇게 받아들이지 마시고, 나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또다른 창구로 생각하셔서 면담에 주저하지 않으셨으면 하는게 제 바램입니다.

 

치료과정의 주체는 의사와 환자이지만,

이들 두 관계만으로 암치료의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고 수많은 어려움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좋은 지지자와 지지 프로그램이 있을 때, 이를 잘 활용하는 것도 현명한 치료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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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생신인데

오늘 돌아가셨다.

그동안

몇번을 돌아가실 뻔 한지 모른다.

작년부터

중환자실 폐렴치료. 기관삽관

심장이상.

기관지 주변의 림프절 확장으로 응급 기관절개술 준비.

항암제 독성으로 인한 패혈증.

설명할 수 없는 의식변화

 

더 나빠지면 심폐소생술은 하지 맙시다.

그 말을 4번이나 했다.

그때마다 환자는 좋아져서 걸어 나갔다.

4주간 입원하면 4주를 바깥 생활 하시다가

어떤 이벤트가 생기면 나빠져서 입원하기를 수차례.

그때마다 걸어서 퇴원을 하는 환자를 보고 환자 가족 그리고 나 모두 혀를 내둘렀다.

그렇게 생명력이 강한 환자가 내일 생신을 맞이하신다고 했다.

그깟 항암제 몇일 미룬다고 큰일나는 상황아니니 걱정말고 잔치하고 오시라고 했다.

그렇지만 항암제 부작용으로 입안이 많이 헐고 폐렴이 겹쳐서 또 응급실로 오셨다.

 

난 또 말했다.

심폐소생술은 하지 말자고.

오늘은 돌아가실 것 같으니 1인실로 옮겨서 임종 준비를 하자고.

딸은

매번 위기 때마다 꼭 엄마를 낫게 해달라고 나에게 부탁했다.

엄마랑 시간을 좀더 갖고 싶다고. 아직 아쉬움이 너무 많다고.

그렇지만 그런 투병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환자도, 남편도, 딸도, 아들 모두 많이 지쳤다.

너무 지쳤지만 엄마를 놓을 수는 없었다.

그것이 가족의 양가감정이다.

그렇게 양가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로 죄책감을 갖는다.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동안 더할 나위 없이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가족이 더 잘할 수는 없어요. 오늘 편안히 돌아가셔서 다행입니다.

돌아가실 때까지 항암치료 해서 죄송해요.

내가 차마 입밖으로 내지 못한 말이다.

 

 

 

 

 

 

  • 50밀리렌즈 2012.07.01 01:23

    그 따님의 마음이 전해집니다.
    선생님도 애쓰셨어요.
    지금은 편한 곳에 계시길
    저도 기원합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2.07.01 21:23 신고

      인간은 그런거니까... 모두 최선을 다해도 가슴은 아픈거니까...

  • 2012.12.07 11:57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2.12.10 10:12 신고

      자꾸 울지 마세요.
      눈물바람 일으킬려고 글 쓴거 아닌데 ㅠㅠ
      그냥 우리 모두 유한한 존재니까
      유한한 삶 동안 후회없이 살았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에요.
      어떻게 살아도 후회가 되겠지만.
      결국 오늘 하루! (먼 미래가 아닌) 가 중요한 거 아닐까요?
      아빠대신 엄마에게, 엄마대신 동생에게.
      사랑을 누군가에게 받으면 그 사람에게 돌려주는게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게 주는게 되는거 아닐까?
      흐르는 강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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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여자 환자.

Vulvar cancer. 드문 암이다.

폐전이가 되었지만 이제 쓸 만한 항암제도 없다.

복수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한다.

다음 치료로 어떤 치료를 했으면 한다고 선뜻 말하기 어렵다.

그래서 외래에서 경과관찰만 하고 있다.

매번 외래에 환자가 오면

환자는 그럭저럭 지낼만 하다고 하시고,

환자가 나가고 나면 남편과 아들이 남아서 몇가지 더 질문을 하신다.

매번 우리의 대화는 비슷하다.

 

좀 어때요?

 

조금 더 나빠지신 것 같아요.

 

좋은 치료법 없을까요?

 

글쎄요. 1세대 항암제로 시도해볼 수는 있겠지만 반응율이 10% 미만이라 그걸 노리고 치료에 도전하다가 그나마 지금의 컨디션도 유지되지 못하고 나빠질 것 같아요. 항암치료 하면서 많이 힘들어 하셨잖아요.

 

앞으로 얼마나 살 수 있을까요?

 

이미 평균 기대여명은 넘어가고 있으니, 앞으로 남은 기간을 예측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환자는 그 사실을 알고 있나요? 저는 환자에게 이런 상황을 간접적으로나마 알려주고 싶은데요.

 

 

그러던 환자가

엊그제 복수가 많아지면서 못 먹고 통증도 심해져서 왔다.

한달만에 한 피검사에서 신장 수치가 올랐다. 소변량도 줄었다고 한다.

환자는 복강 내 협착으로 요로 스텐트를 가지고 있는 분이다.

 

난 비뇨기과로 당일 스텐트 교환으로 협진을 내고 사정사정하여 응급 스케줄을 부탁하였다. 지방환자이니 다시 올라오라고 할 수가 없다, 오늘 입원도 안된다, 부탁한다. 비뇨기과도 갑자기 생긴 스케줄로 스텐트 교환을 해주려면 이것저것 준비가 필요할텐데 무식하게 그냥 부탁하였다. 그쪽에서도 어려움이 많을텐데 해주시겠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환자가 안하겠다고 한다.

하면 뭐하냐며 포기하고 싶다고 말한다.

환자도 자신의 상태에 대해 이미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삶이란 죽음이란 다 우리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있을 때,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 때 시도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설득하였다.

이런 얘기를 다음 대기환자가 지연된 상태로 기다리고 있는 외래시간에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가지고 하기 어렵다.

말기 암 환자가 자신의 삶과 죽음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어떻게 몇분 대화하고 설득한다고 바꿀 수 있겠는가.

산부인과에서 전과받은 이후, 나를 만난 다음에는 환자 병이 계속 나빠지기만 하고 있다. 그의 병이 나아지도록 내가 기여한 바가 별로 없었다. 그런 내가 심각한 얘기를 하는데 받아들이고 싶겠는가. 환자는 자신을 좋아지게 해 준 의사를 기억하고 그를 자신의 주치의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나는 그런 존재가 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녀를 겨우 설득하여 스텐트 교환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비뇨기과로 보냈다.

 

1주일 만에 신장수치도 정상이 되고 소변도 잘 보고 그래서인지 잔뜩 부풀었던 배도 좀 꺼져서 식사도 잘 하신다며 외래에 오셨다.

말이 없는 환자가 나에게 한 한마디.

 

선생님, 고마워요.

 

역시 환자는 좋아져야 한다.

환자가 마음을 담아 하는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

모든 피로가 회복되는 박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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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본 적이 없는 아들을 만나

 

환자는 항상 혼자 병원에 다녔다.

씩씩한 환자.

CT를 찍고 병이 나빠졌다고 하면

 

선생님, 방법이 있겠지요? 잘 해주세요.

선생님만 믿어요.

 

그렇게 말할 뿐

자기 마음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았다.

 

조금 좋아지다가 나빠지면 약을 바꾸고

또 조금 좋아지다가 나빠지면 약을 바꾸고

그렇게 몇 번 치료약제를 바꾸는 와중에

간 전이가 심화되면서 간경변 환자처럼 간 모양이 찌글찌글해지기 시작했다.

보통 이 정도의 간 상태를 보이면

가족에게 환자의 상태와 앞으로 예후가 좋지 않을 수 있음을 설명해야 한다.

효과적인 항암제가 있다 하더라도

지금의 간 기능을 고려했을 때 환자가 항암제를 견디기 어려울 것 같고

적극적인 치료가 역으로 환자를 더 빨리 나빠지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를 해야 한다.

그러니까 가족들은 안좋은 상태를 대비하셔야 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이 환자는 항상 혼자 외래에 오셨다.

 

언제 가족 중에 한분이라도 같이 병원에 오셨으면 해요.

 

왜요?

 

그냥요환자 상태를 좀 설명을 드릴려구요.

 

그냥 저한테 말씀하시면 되요. 제가 다 알아서 해요.

 

그래도 가족도 좀 아는게 좋을 것 같은데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선생님. 어차피 제가 치료받는 건데요 저한테 다 말씀하세요.

 

그런 환자에게 어떻게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을까? 나는 마음이 어려웠다. 아직 특별한 증상도 없고 피검사도 안정적이니 일단 그냥 치료해봐야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환자가 오늘 응급실에 왔다. 배가 불편하다고.

낼모레 외래 예정인데 그걸 못 참고 오신 걸 보면 많이 불편하신거다.

원래 통증 표현도 잘 안하시고 아픈 거 잘 참는 분이다.

불평불만이 없으신 분이 낼모레 외래를 못 기다릴 정도로 힘들었나보다.

 

처음으로 아들을 만났다.

엄마가 어떤 상태인지 전혀 모른다.

나는

2000년 첫 유방암 진단 이후,

2010년 재발된 이후,

그 동안의 치료과정,

CT 사진,

전이성 유방암 치료의 원칙,

그리고 현재 황달 수치가 4까지 증가해서 일단 아무 치료도 하지 않을 거라는 나의 계획을 설명했다. 만약 황달 수치가 계속 오르면 몇주 안에 돌아가실 가능성이 높다는 말도 했다.

아들은 순간 말을 잃는다.

 

특별한 검사나 치료계획이 없으시다면 오늘 응급실에서는 퇴원할께요. 입원하지 않을래요.

월요일 외래로 다시 오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그런데 엄마가 집에 가서 괜찮으실까요?

 

제가 엄마한테 평소에 해드린게 아무것도 없어서요.

주말동안 뭐라도 해드려야 겠어요.

뭐라도.

 

아버지도 안계시고

자식도 자기 한명이라고

그런데 엄마가 이 지경이 되도록 내가 해드린게 아무것도 없다고

 

그러세요.

필요하면 월요일 외래에서 입원장 다시 드릴께요.

 

아들은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나에게 등을 돌리고 간다.

그 등에 위로의 손길로 다독여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이렇게 화창한 토요일 오후,

누군가의 가슴에 못박는 말을 직업으로 하는 나는 뭐하는 사람인가

 

 

 

  • 김송이 2012.06.03 12:18

    화창한날일수록 마음이 아파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2.06.03 21:25 신고

      마음만 아파하면 안되는게 의사인거 같아요. 환자가 나빠지면 나빠지는대로 좋아지면 좋아지는대로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맹선생님의 말씀이 정답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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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너무 컨디션이 좋아졌어요

 

복막에 전이가 되면

CT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자잘한 암세포들이 복막에 들러붙어 장이 제대로 운동하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어떤 암이든 복막으로 전이가 된 환자들은 잘 못 먹고 토하고 자꾸 배가 아픈게 비슷하다.

치료는 금식하고 장을 쉬어주는 것.

장을 쉬게 해준 다음

다시 먹어보고 배가 다시 아픈지 어쩐지 보는 것이다.

배가 너무 부르고 장운동이 안되면 콧줄을 꼽아야 한다. 콧줄이 목으로 넘어가는 느낌은 매우 불편하고 답답하고 아프다. 그렇게 불편한 채로 물도 못 마시고 몇일을 기다려보는 것이다. 장이 풀릴지 어쩔지 기약없이.

 

그녀는 난소암 복막 전이로

항암치료 했다가 좀 쉬다가 또 나빠지면 했다가 좀 쉬다가 그렇게 지내기를 5년이 지났다.

항암치료를 하면 반응이 좋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빠진다. 그것이 재발 후 그녀의 시간들이다.

그녀는 인생의 목표가 있다. 아들이 대학갈 때까지 엄마가 곁에 있어주는 것.

그래서 어떤 치료를 해도 힘들다고 하지 않는다. 열심히 먹고 운동한다.

항암 치료 중 패혈성 쇼크가 와서 응급실에 온 적이 있었다. 혈압이 떨어지고 의식이 혼미해 질정도였다. 카테터에서 계속 균이 자라서 카테터를 빼고 한달가까이 항생제를 쓴 적도 있다. 그녀는 절대 힘들다고 말하지 않는다. 선생님 저 열심히 노력할께요. 꼭 치료해주세요.

그렇지만 최근 몇 개월 그녀는 응급실행이 잦다. 항암제 반응이 떨어지는지 종양표지자 수치도 오르고 장폐색이 반복된다. 이미 쓸 수 있는 항암제는 다 썼다.

병원 오기 싫어서 몇일을 참다가 응급실로 오고 만다. 2-3일 굶고 콧줄 꼽고 있다가 좀 나아지면 퇴원하기를 수차례.

 

나는 그녀에게 제안하였다. 장루를 빼는 수술을 합시다.

대장암 환자처럼 장루를 빼자는 말에 어리둥절해 한다. 장폐색을 반복적으로 일으키는 부위를 찾아 그 부위를 절개하고 그 부위를 복벽으로 연결하여 장루를 설치하는 수술을 제안하였다. 그렇게라도 해서 음식을 먹고 배설하는 과정을 용이하게 해야 할 것 같았다.

우리나라 환자들은 장루를 참 싫어한다. 나도 싫다. 그래도 계속 못 먹고 영양제만 맞으면서 항암치료를 하는 것은 더 이상 어려워 보였다. 환자는 장루 수술에 대해 이틀간 고민하였다. 배도 아픈데 골치아픈 고민을 하려니 얼굴이 더 헬쓱해진다.

그리고 수술을 하겠다고 했다.

내 마음 속으로

복막전이가 생각보다 심하면 장루를 빼는 것 자체도 어렵고, 장루를 빼고 나서도 장 기능이 원할치 않아 지금 노리는 목표 장루 후 잘 드시도록 하는 거-가 달성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음에 대해 걱정한다. 환자에게도 장루를 빼는 수술이 항상 100%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고 운을 띄웠지만 환자는 정작 그 말의 의미를 내 맘 그대로 이해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내가 우리 외과에서 제일 존경하는 H 선생님이 수술을 해주셨다. 수술 후 통증도 심하고 고생했었다. 겨우 퇴원하였다.

 

그리고 그녀가 오늘 생글생글 웃으면서 외래에 왔다.

선생님, 왜 이렇게 먹고 싶은게 많아요? 떡볶이도 먹고 라면도 먹고 어제는 수제비도 먹었어요.

많이 먹으면 장루로 많이 나오긴 해요. 그래도 어디에요? 이런 음식 먹어본지가 얼마만인지 모르겠어요. 먹는 즐거움이 이렇게 큰건지 몰랐네요.

 

얼굴에 활력이 있다.

아직 야윈 상태가 다 해결된건 아니지만

외래를 걸어들어오는 그녀의 발걸음이 가볍다.

진통제도 많이 줄였다.

종양수치는 좀 올랐다.

우리는 항암치료 하지 않고 좀 더 쉬기로 했다.

그녀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다.

일정 맞춰서 항암제를 맞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것 같다. 더 이상 초조해하지 않는다.

 

맛있는거 많이 드시고 오세요

몸무게는 3kg 이상 늘려오시구요.

 

마지막으로 CT를 찍은게 3월말이니까

3주 후에 CT 찍고 그때 항암치료 고려해봅시다.

그동안 못 먹고 토하고 배아프고 살면서도 치료 목표를 위해 너무 참아왔다.

치료 얘길 하면 얼굴에 그림자가 스쳐 지나가던 그녀인데

오늘 그녀의 표정은 너무 밝다.

잘 먹고 사는 것.

너무 중요한 문제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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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동안 세명의 환자가 돌아가셨다.

병이 나빠지고 있는 것은 알았지만 그 누구도 그게 오늘일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그 날이 바로 오늘 내일일 수 있다고

환자 의식이 있을 때 지인들과 만나고 작별 인사를 하셨으면 한다고 말씀드렸다.

형편이 어려우시더라도 마지막 시간이니

1인실로 옮겨서 편안한 환경에서 돌아가실 수 있게 하자고 하였다.

가족들은 내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눈치였지만

주치의가 그렇게 하라고 하니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 듯 내 말을 따랐다.

그런 말씀을 드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두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기 48시간 전에는 진통제를 제외한 수액을 모두 중단하였다.

마지막까지 수액을 많이 주면 돌아가시고 난 후 몸에서 분비물이 많아진다.

의미없는 약은 중단하는게 맞다.

 

밤 사이 당직 레지던트들에게 연락이 온다.

누구누구 환자, 운명하셨다고.

 

잘 돌아가셨네요.

 

그들은 내 말의 의미를 이해하였을까?

 

멀쩡하게 걸어서 외래다니며 치료를 잘 받고 있는 한 환자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선생님, 제가 만약 상태가 나빠지면 언제 죽을지 미리 알려주세요.

아무 준비도 못하고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못하고

불현듯 저 세상으로 가고 싶지는 않아요.

그 시간을 꼭 알려주세요.

아직 못다한 이야기가 많아요.

 

이번에 돌아가신 환자와 가족들은

나와 이런 문제에 대해 충분히 잘 논의가 되어 있었다.

치료 하면서 상태가 좋아졌다가 나빠지는 과정을 거치며

무의미한 생명연장을 위해 심폐소생술도 하지 않는게 좋다는 얘기도 미리 했었고

어떠 어떠한 싸인이 나오면 이건 병이 나빠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더 이상의 검사나 추가적인 투약은 하지 않기로 했었다.

물론 그런 논의과정이 모두 아픔없이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몇번을 울고 몇번을 면담하였다. 아프게 아프게 죽음을 준비하였다.

가능하면 임종 전에 집에서 편안한 시간을 가져보자고 했지만

임종의 순간이 편안한 환자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컨트롤 되지 않은 병 때문에 숨이 차고 배가 부르고 통증이 찾아온다. 그래서 집에서 임종을 맞기 어렵다. 집으로 갔던 환자는 몇일을 못 견디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다. 병원에서 임종을 편안하게 맞기 위해서. 집에서는 그게 어렵다.

 

잘 돌아가셔서 다행이다.

 

그렇게 돌아가신 환자분이 나에게 선물한 샴푸와 바디로션도 아직 남아있고

그렇게 돌아가신 환자분이 나에게 선물한 홍삼도 개봉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남겨진 삶의 흔적이 애닯다.

 

  • 2012.04.26 23:22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2.04.26 23:35 신고

      다음 외래 때 사진보고 말씀드릴께요. 저도 폐에만 신경을 써서 원발암 크기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거 같아요. 긴 방황(!) 끝에 치료를 시작해서 제 마음이 다 홀가분합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이제 공부 그만하시고, 같이 동맹자가 되어 열심히 치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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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나누며

 

우리 병원 빵집은 가격이 매우 비싸다.

빵 한두개 먹으면 웬만한 밥값보다 돈이 더 나온다.

크기도 작아서 2개를 먹어도 배가 하나도 안 부르다. 비싼 빵인데 밥값도 못하고 간식거리로 전락해 버린다.

그렇지만 맛은 아주 럭셔리하다.

어느 빵집에나 있는 흔하디 흔한 단팥빵, 소보로 맛도 럭셔리하고

카스타드 크림빵, 크라상 맛도 그만이다.

늘 군침을 흘리지만 비싸서 잘 안 사먹는다. 밥을 또 먹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빵을 어느 환자가 한봉지 가득 사다주고 가셨다.

가끔 환자분들이 마실거리, 먹을거리 주고 가시면 외래 간호사들과 나누어 먹지만,

이 빵만은 욕심이 나서 간호사들 주지 않고 내가 몽땅 가지고 왔다. 내심 군침을 흘리며.

(내가 빵순이라는 걸 밝힌 적이 없는데 어떻게 아셨는지 모르겠다.)

 

오후 호스피스 회진.

전이성 방광암 할아버지.

항암치료 2번 밖에 못했는데 항암치료 후 폐렴과 요로감염, 패혈성 쇼크로 입원하셨다.

입원 둘째날, 할아버지는 계속 토하고 정신도 혼미하다. 복강 내 전이상태가 호전이 없으니 복막 암세포가 장을 움직이지 못하게 다 붙들어 매놓고 있나보다. 장이 움직이지 않으니 음식을 먹어도 전혀 소화가 안되고 아래쪽으로 내려가지를 않는다. 할아버지는 콧줄을 끼워서 뱃속 압력을 감압해야 했다. 중심정맥관을 잡고 혈압유지를 위한 승압제, 주사진통제, 항생제, 알부민, 적혈구 수혈 등 무시무시한 약들이 들어가고 있다. 복막전이가 좋아지지 않으면 흔히 발생하는 일들이다. 이 고비를 몇일안에 넘기지 못하면 혈중 곰팡이 감염으로 진행될 수가 있고 그러면 사망률이 치명적으로 높아진다. 이 할아버지 상황으로 보면  충분히 예상되는 코스다. 그래서 호스피스 팀으로 협진이 의뢰되었다. 만약 상태가 더 나빠지면 심폐소생술은 의미가 없을 거라는 주치의의 설명에 보호자가 동의하였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오뚜기처럼 좋아지셨다.

폐렴도 호전되어 덜 독한 항생제로 낮추었는데도 괜찮다. 할아버지는 이제 슬슬 병동도 걸어다니시고, 우리 호스피스 팀이 회진을 가면 먼저 아는 척 해주시고, 말씀도 아주 잘 하신다. 몇일 전과 딴판이 되었다.

 

좋아지셔서 다행이에요. 할아버지 정말 대단하세요.

의사가 이 정도는 낫게 해야하는거 아니야? 그정도 실력없으면 그만 둬야지.

 

할아버지의 당당한 호통이 맘에 든다.

 

뱃속은 좀 어떠세요? 음식 좀 드실만 하세요? 장 운동 상태가 좀 않좋아서 걱정이 되는데요. 청진해보니 그럭저럭 장은 운동을 하고 있네요.

미음 먹고 죽 먹고 다 괜찮아서 오늘부터는 밥 먹고 있어. 몇일 못 먹어서 그런지 계속 배가 고프네.

뭐 드시고 싶은거 있으세요?

뭐 특별한 건 없어. 그냥 허기가 져.

빵 드실래요?

주면 먹고. (관심없는 척 하면서 은근 기다리는 눈치를 보이심)

 

난 내 방에 소중히 숨겨둔 빵 봉다리를 들고 다시 병실을 찾았다.

내가 가장 아끼는 카스타드 빵을 한 개 드렸다. 밀가루 음식이니 체하지 않게 천천히 드시라고 말씀드렸다. 마침 옆자리로 방금 입원하신 내 환자가 덤으로 하나 얻어먹을 수 있게 되었다. 컨디션이 좋은 그를 위해서 부인과 함께 드시라고 단팥빵과 소보로를 드렸다. 같이 빵을 나누어 먹었다.

 

같이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

그 순간이 준 즐거움에 난 오늘의 우울한 상념을 벗어버리기로 한다.

.

난 호스피스 의료진으로 환자를 만났다.

주치의와 담당 레지던트가 의학적인 치료를 잘 해 주셨다.

내가 치료한 환자도 아닌데

어떤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 처럼

환자가 좋아지는 걸 보는 것 만큼 의사로서 보람있고 기쁠 때가 없다

 

할아버지, 좋아진 모습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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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금을 울리고

웃음을 남기고

행복을 주었던 영화를 추천해주세요

 

아이패트, 중고노트북 기증 프로젝트가 가동되기 시작하여

기증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기증해주신 분들의 손때 묻은 노트북을 보고 있으니

마음 속에 생각이 많아집니다.

 

전자제품 가격이 아무리 많이 싸졌다고 해도

노트북 하나 살 때

우리가 얼마나 고민 많이 하고

제품 비교하고

상품평을 검색하면서 모델을 고릅니까?

 

거금을 들여 노트북을 사면

지문 묻을까봐 손씻고 컴퓨터를 작동하고,

함부로 프로그램도 안깔고 폴더도 생성하지 않고,

남도 안 빌려주고 애지중지 아낍니까?

 

그렇게 분신처럼 아끼던 노트북을 기증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는 그런 평범한 말로는 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네요.  

 

호스피스 팀원들과 DVD를 구입하기로 했습니다.

병원에서 진행되는 공식적인 활동이 되다보니 이제 더 이상 어둠의 경로를 통해 알음알음으로 영화파일을 구입, 복사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DVD 구입 리스트를 만들어 보려구요.

 

삶과 죽음을 주제로 다루는 그런 어려운 영화 말고요

감동 왕창 주는 그런 영화,

너무 사랑하고 싶어지는 영화

빵터지고 유쾌하고 행복하고 신나는 영화를 준비하고 싶어요.

 

하드웨어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소프트웨어.

여러분이 그 소프트웨어를 기부해주실 수 있습니다.

 

내가 억울할 때

내가 짜증날 때

내가 화났을 때

누군가 한방 먹이고 싶을 때

내가 슬플 때

울고 싶을 때

그런 꿀꿀한 기분을 한방에 날려준 신나는 영화 있으면 추천해주세요.

저희 호스피스 팀에 소중한 자산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그런 마음이 우리 환자들에게 삶의 따뜻한 온기로 전달될 거라고 믿습니다.

우린 다 같이 힘든 바다로 헤엄쳐 나가는 흰수염 고래니까요.

 

 

 

  •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2.04.10 19:43 신고

    글을 쓰고 보니 유주얼 서스펙트라는 영화가 생각납니다. 전 스릴러 수사 범죄 영화를 좋아하는데요, 유주얼 서스펙트는 영화 마지막 몇 초에 엄청난 반전이 있었던게 인상적이었어요. 지금 중간 스토리를 기억이 잘 안나는데 영화 마지막에 헉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반전이 인상적이었던거 같아요. 오늘은 비도 오고 꿀꿀한데 옛날 영화나 좀 봐야겠어요.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

  • BlogIcon mepay 2012.04.11 02:21

    저도 영화를 안보는지라 .. 예전에 봤던 차태연과 박보영이 나왔던 과속 스켄들 재밌게 봤던 것 같습니다. 가볍기도 하고..음악도 좋구요. ^^

    1. 이수현 2012.04.11 09:16

      일단 음악부터 들어볼래요 ㅎㅎ

  • 지나가던 사람 2012.04.12 00:04

    항상 환자분들을 위해 열심히 하시는 선생님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느끼는 한 사람입니다.

    신나고 밝고 즐거운 영화는 아니지만

    얼마 전에 일본 영화 "고백"을 봤는데 정말 신선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일본 영화하면 "러브 레터"도 추천하고요~

    옛날 영화인데...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때"도 재미있었고요...

    "사운드 오브 뮤직"...같은 영화도 좋고요...

    "사랑의 블랙홀"도 정말 명작이죠...

    "샤인"

    "챨리의 초콜렛 공장" ㅎㅎㅎ

    어디까지나 다 제 취향이니까요 ㅎㅎㅎ

    그리고 요즘은 전 영화보다 드라마가 더 재미있던데...

    일본 드라마 "가정부 미타" 도 재미있고요~ (이건 아직 어둠의 경로밖에 없나요?;;)

    "노다메 칸타빌레"도 재미있고요~

    ㅎㅎㅎㅎㅎ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2.04.12 20:23 신고

      오호, 소중한 정보 감사합니다. 제가 본것도 있고 아닌것도 있네요. 노다메 칸타빌레가 가장 마음에 드는 걸요! 사랑의 블랙홀도 제목은 좀 거시기 하지만 재미있었어요. 그거 볼 무렵의 소녀같던 제 과거가 떠오르네요! 또 지나가다가 생각나면 더 알려주실거죠?

    2. 지나가던 사람 2012.04.12 22:38

      사랑의 블랙홀은 정말 거지같이 지은 한국어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래 제목이 Groundhog Day니까 누군가가 아주 맘대로 제목을 바꿔버린거죠... ㅎㅎㅎ

      선생님도 노다메 보셨군요~! ㅎㅎㅎ

      전 선생님보다 10살 정도 어린것 같은데
      요즘 영화는 별로 재미있는게 없네요.
      재미있는 영화하면 옛날 영화만 생각나고요 ㅎㅎ
      이런게 나이 먹어가고 있는 증거겠지요?

    3.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2.04.12 22:47 신고

      맞아요 제목이 죽음입니다. 그래도 영화는 제목에 비해 괜찮아요? 그죠? 제 생각엔, 나이를 먹을 수록 뭔가에 감흥을 느끼는 마음이 무뎌지는 것 같습니다. 감동을 수용할 수 있는 수용체들이 닳아없어지거나 저항성이 생기는 거죠 (항암제 약물 저항성을 설명하는 것과 비슷하네요?) 그래서 감수성이 예민했던 시절에 본 영화, 음악들이 더 오래 각인되는거 같아요. 그래도 약물저항성 극복을 위한 연구가 끊임없이 계속되듯이, 우리도 감동수용체가 완전히 닳아없어지기 전에 연구를 많이 합시다!

  • 러브액츄얼리 2012.04.12 13:34

    지나가던 애독자입니다. 말씀해주신 것을 읽고 나니 문득 "러브 액츄얼리"가 떠올라서 한줄 남기고 갑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2.04.12 20:22 신고

      감사합니다. 제가 러브 들어가는 건 많이 안 봐서 영화평만 봤어요. 리스트에 올려놓고 토론해 보겠습니다 ^^

  • BlogIcon 즐거운 영화 2012.04.16 12:42

    즐겁고 유쾌한 영화 위주로 꼽는다면,
    과속스캔들, 써니, 토이스토리1,2,3, 위험한 상견례, 빌리 엘리어트, 라디오 스타, 의형제, 전우치, 고고70, 첨밀밀
    도움이 되시기 바랍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2.04.16 20:22 신고

      써니 좋아요! 빌리 엘리어트 이거 한번 봐야겠어요. 환자들 위한거랍시고 저만 영화감상시간 늘어나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또 남겨주세요!

  • 이동경 2012.04.28 00:57

    <트루먼쇼> 추천합니다. :)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ㅎㅎ

    아, <첫키스만 50번째>도 즐거우면서도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아 추천합니다. :)

    1. 이수현 2012.04.28 17:12

      감사합니다. 저는 둘다 안본 영화네요. 이렇게 추천해주시는거 은근 재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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